244화 <뉴욕 대첩>
특히 대한민국의 정치판과 현재 돌아가는 세상은 정말 요지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대한민국 문학에 새로운 장르로 우뚝 선 판타지 소설.
이걸 쓰는 작가들이 얼마나 기상천외하고 괴랄한 상상력을 가졌는지 몰랐다.
“세타드와 JP라는 이름으로 홀로그램 둘을 띄우겠습니다.”
어쨌든 에바는 두 개의 홀로그램을 열었다.
하나는 세타드의 컨트롤 타워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JP모건 체이스의 비밀 투자상황실이었다.
양쪽 다 샤이니 한 오피스에 최신형 컴퓨터와 대형 LED 모니터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모두 위치가 뉴욕 맨해튼이었다.
이걸 깨닫자마자 대한이 잊지 않고 한마디를 던졌다.
“그러고 보니 이거 뉴욕 대첩이라고 해야겠네.”
“세타드와 JP모건의 뉴욕에서의 한판 대결이란 말인가요?”
“응.”
“그럼 우리는요?”
에바의 항의성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우린 아니야. 그리고 전제 자체가 잘못됐어.”
“네에?”
“일단 여긴 우리가 낄 자리가 아니야. 세타드를 통해서 막대한 투자금을 가진 역외펀드를 조성한 세력과 JP모건 체이스를 통해 그들과 상대하는 세력의 대결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야.”
“아까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요.”
“생각해보니까 저들이 우리를 알 리가 없어. 아니 좀 알더라도 그건 코레투자를 통한 아주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투자야. 좀 공격적이어서 그렇지.”
“액수도 아주 많고요.”
“그래. 맞아.”
대한과 에바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왼쪽을 알리파, 오른쪽을 장막파라고 부르죠!”
“뭐 알리파? 장막파도 이름이 많이 조폭스럽다.”
“그래도 직관적이라서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아요?”
“그건 또 그렇네. 크흐흐.”
그녀의 장난기 가득한 말에 대한은 음흉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사실 이름이 뭐 그렇게 중요하겠는가!
그렇게 둘이 웃고 떠드는 사이에도 에바는 한쪽에서 열심히 주식을 처분했다.
선물과 옵션도 청산해서 알차게 이익을 실현했다.
그러자 놀란 세타드 컨트롤타워!
아니 알리파에서도 급하게 주식을 팔려고 내놓았다.
또한, 선물과 옵션도 청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리파의 펀드매니저들이 아무리 전문적이고 유능해도 에바의 일 처리 속도를 따라가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우와!”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동시다발적인 에바의 청산속도에 통계 숫자가 미친 듯이 올라갔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알리파와 장막파의 반응이었다.
양쪽은 정신없이 소리치며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기가 막히게도 에바는 벌써 커다란 덩어리는 말끔하게 해치우고 빠져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자잘한 것들이라서 급하게 서두를 필요도 없는 것들이었다.
덕분에 양쪽은 이것이 상대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전의를 가다듬었다.
―뭐 하고 있어. 빨리 들고 있는 주식들 전부 팔아치워!
―지금 선물과 옵션부터 청산해야 합니다.
―맞아. 급한 것은 주식이 아니야. 옵션부터 정리해야 해.
―선물도 늦으면 걷잡을 수 없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즉시 정리해야 합니다.
―일단 주식은 그대로 가지고 있어. 잘못하면 주가가 내려갈 수 있어. 그렇게 되면 주가 연동 선물과 옵션에 큰 타격이 온다고.
―아몰라! 그냥 빨리 다 던져! 전부 청산하라고.
알리파의 사무실은 마치 시장통 같았다.
간혹가다 영어에 이란어가 섞이며 더욱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반대편 홀로그램에서도 난리가 났다.
깔끔한 정장에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순수 백인으로만 구성된 펀드매니저들!
정신없는 표정에 다급한 목소리로 현장의 긴장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선물과 옵션이 청산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석유 관련 주식들 더 풀어!
―정유업체 주식부터 먼저 시장에 던지겠습니다.
―반응이 미미해서 이걸로는 안 되겠어. 주가 방어에 들어간다.
―막대한 청산금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야. 상부에 연락해서 플랜 A를 가동해달라고 해!
―지금은 플랜 B 상황입니다.
―플랜 A든, 플랜 B든 뭐든지 빨리해달라고 해!
―지금 여기서 더 주가가 올라가면 수백억 달러가 사라져.
―차라리 가지고 있는 주식들 전부 한꺼번에 던져야겠어.
―백악관에 전화해서 당장 이란에 선전포고라도 좀 하라고 그래.
대한은 홀로그램을 통해 그냥 지켜보기만 해도 재미있었다.
특히 어마어마한 투자금이 들어간 장막파의 오피스.
한마디로 살벌하기까지 했다.
정확히 말해서 저곳은 JP모건 투자은행의 비밀 투자상황실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이미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짜둔 듯했다.
주가 연동 선물과 옵션.
특히 원유시장과 연결된 이런 파생상품들은 아주 위험도가 높았다.
거의 도박에 가까운 투자라고나 할까!
하지만 위험한 대신 성공했을 때의 열매는 달콤하다.
몇십 배에서 많게는 몇백 배까지 수익을 올릴 수가 있었다.
이런 어마무시한 선물과 옵션에 장막파는 수백억 달러를 투자했다.
한마디로 대한의 돈과 세타드의 돈을 다 빨아먹으려고 작정을 한 것이다.
문제는 대한과 에바가 이를 눈치채고 순식간에 빠져나갔다는 데 있었다.
그로 인해 알리파는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그래서 제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된 상태로 주가가 실시간 내려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이 내려간다.
한쪽이 돈을 벌면 다른 한쪽이 돈을 잃는 구조.
알리파와 장막파는 이 시소 같은 치킨게임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여기 팝콘 있습니다.”
“고마워!”
때마침 에바가 팝콘을 튀겨왔다.
확실히 홀로그램을 통해서 바라보는 이 장면은 팝콘각이었다.
더구나 대한은 유능한 에바를 통해 투자했던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하고 천문학적인 이익금까지 대부분 챙겨서 빠져나간 상황이다.
그러니 이렇게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재미있게 구경할 수 있었다.
치즈를 좀 넣었는지 살짝 쫀득한 느낌이 나는 팝콘의 맛은 아주 그만이었다.
“마스터! 일이 점점 재미있어집니다.”
“왜?”
“일단 TV부터 시청하시죠.”
에바의 말에 대한은 리모컨을 들고 대형 벽걸이 TV를 틀었다.
그러자 뉴스에서 호르무즈에 접근하는 미군의 항공모함 함대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방송을 하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오! 역시 장막파! 힘 좀 쓰는데.”
“백악관을 움직였나 보군요.”
“이번에 거액의 대선자금을 주기로 약속했나 보다.”
미국은 대선자금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정당과 대통령 후보에게 많은 기부금을 낸다.
참고로 미국은 로비가 합법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전부 쇠고랑을 찰 로비들이 미국에선 백주, 대낮에 떳떳하게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이다.
그래도 현재 군사작전 중인 항공모함 함대의 모습을 헬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해주는 모습은 좀 놀라웠다.
이건 어지간한 힘으론 감히 요구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었다.
덕분에 호르무즈해협 사태가 곧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끓었다.
이에 동조하듯,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매스컴은 일제히 긍정적인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반대로 이란의 언론은 어마어마한 군사력을 가진 미국의 항공모함 함대의 모습에 시껍했다.
―팔아. 당장 팔아치우라고.
―다 팔아버려라.
―이 상태로 가면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이미 큰 이익을 얻었어. 더 붙잡고 있다간 오히려 손실을 보게 된다.
역시 예상대로 알리파는 다급해졌다.
그리고 반대로 장막파의 표정은 느긋했다.
―원유가격이 보합세로 돌아섰습니다.
―원유 관련 주식들이 안정세로 들어갔습니다.
―잘됐다. 조금만 버티면 유가와 주가는 동시 하락한다.
―휴우! 지금부터 손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이제 막대한 이익의 실현만 남았습니다.
유가가 안정됐다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원유 관련 주가도 내려갔다.
알리파에게는 정말 피가 마르는 일이었다.
반대로 장막파는 수백억 달러의 손실이 순식간에 거품처럼 사라져갔다.
그에 더해 실시간으로 이익이 나오는 곳까지 생겼다.
“이거 정말 재미있는데.”
대한은 팝콘을 먹으면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원래 불구경과 남 싸우는 구경이 제일 재미있다.
하지만 에바는 생각이 좀 달랐다.
“마스터! 그냥 이대로 보고만 있을 겁니까?”
“보고만 있지 않으면?”
“아까 했던 말씀 잊으셨습니까?”
“아차!”
그제야 그는 전에 자신이 했던 다짐을 기억해냈다.
“에바! 어떻게 하려고 그래? 무슨 좋은 생각 있어.”
“이대로 가면 현재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인 알리파는 도로 이익을 토해놓아야 합니다.”
“대신 장막파가 그만큼 이익을 보겠지.”
“사실 막대한 손해를 본 것은 반대 포지션에 투자했던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들입니다. 장막파의 투자금은 실시간으로 손해를 만회하고 있어요.”
이건 좀 곤란했다.
이유야 어떻든 이란은 피해자다.
이스라엘이 가해자고.
미국이 괜히 나서서 쓸데없이 엄한 국방비를 써대고 있었다.
“계획이 있다면 말해봐!”
“간단합니다. 장막파의 투자금을 털어먹으려면 호르무즈해협의 봉쇄가 쉽게 풀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퍼트리면 됩니다.”
“그래서?”
대한은 아주 관심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당장 저들이 투자하는 반대 포지션을 잡고 투자를 시작하면 됩니다.”
“어떻게? 이미 투자하기엔 너무 늦은 거 아냐?”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장막파가 던진 주식도 있고, 알리파가 처분하려는 주식과 선물 그리고 옵션도 있지 않습니까!”
“그걸 인수해서 저들과 전쟁을 하자고?”
“네, 그렇습니다.”
에바의 당찬 제안에 그는 입을 딱 벌렸다.
상대는 백악관을 움직여 뉴스를 만들어내는 존재다.
거기에다 엄청난 양의 주식을 공매도를 통해 폭탄처럼 시장에 투하하는 괴물들이기도 했다.
“자신 있어?”
“네, 자신 있어요.”
대한은 된다 안된다는 말 이전에 그녀에게 자신이 있는지 물어봤다.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하면 수백억, 아니 지금까지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돈을 모조리 게워 내야만 할지도 모른다.
“그래. 한번 마음껏 해봐!”
그는 얼마 고민하지도 않고 에바의 손을 들어줬다.
“고마워요. 마스터!”
그녀는 대한의 결정에 고마움을 느꼈다.
보통사람이라면 본전은 물론이고 엄청난 대박으로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이익금을 몽땅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곳에 과감히 투자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에바는 그의 결정에 더욱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대한의 생각과는 약간 온도 차가 있긴 했다.
‘부자는 망해도 삼대를 간다고 했어. 설마 나 평생 먹고 살 정도의 돈이 없겠어! 정말 거지가 되면 리나나 류연, 아니 모니카에게라도 빌붙으면 되겠지.’
에바는 그의 이런 얕은 생각을 전혀 몰랐다.
다만 대한의 전 재산을 자신의 손에 올려줬다는 사실에 감동하고 있었다.
“작전명 뒤통수를 시작합니다”
“오! 그거 이름 아주 창렬이네.”
걱정 근심 하나도 없는 대한의 표정.
에바는 오히려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는 사이, 대한의 전 재산.
그러니까 개인 투자금과 코레투자의 투자금 그리고 비자금을 포함한 이번에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금 전체가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일제히 움직이자 하락하던 유가와 원유 관련 주가가 동시에 꿈틀했다.
그런데 대한에게는 유가나 주식시세 그래프를 보는 것보다 알리파와 장막파의 반응을 보는 게 더 재미있었다.
―뭐야? 이거. 우리가 던지는 걸 누군가 족족 다 받아먹고 있어.
―누구지? 누가 이런 미친 짓을 하는 거야?
―뭘 고민하고 있어? 손해를 보기 전에 빨리 다 던져버려!
―유가 하락이 멈췄습니다.
―원유 관련 주가도 보합세입니다.
―이거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뭔가가 터진 것 아니야?
―정보부에 연락해봐! 거기 뭐 하고 있어. 각국의 뉴스도 좀 살피라고.
알리파는 기쁨과 당혹에 이어 의문으로 변화되어가고 있었다.
한편 장막파는 기겁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누가 개입한 거야? 사모펀드? 기관?
―당장은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놈들입니다.
―역외펀드일 가능성이 큽니다.
―제길 그럼 사모펀드라도 된다는 건가?
―이쯤 하면 막 나가자는 건데. 한번 해보자는 거네.
―우리가 던졌던 주식을 누군가 다 받아먹고 있습니다.
―안 되겠다. 차라리 가지고 있는 거 다 던져. 먹고 배 터져 죽으라고 해.
―더는 무리입니다. 벌써 공매도로 팔아치운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러면 뒷감당을 할 수 없어요.
장막파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던 JP모건 투자은행의 비밀 투자상황실!
한마디로 다시 시장통이 되어가고 있었다.
당황한 그들은 급히 상부에 보고했다.
또한, 쥐고 있는, 아니 가용 가능한 주식을 일제히 던지며 주가가 오르지 못하도록 막았다.
―설마 같은 상대는 아니겠지?
―놈들이 던진 것을 새로 나타난 놈이 다 받아먹고 있습니다.
―아오! 도대체 누구지?
그들은 답답한 마음에 손으로 얼굴을 쓸며 답답해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여유가 있는 표정이었다.
홀로그램을 같이 바라보고 있던 에바가 그때 입을 열었다.
“슬슬 작전을 개시하겠습니다.”
“그래. 에바 파이팅!”
에바를 향해 대한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