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42화 (241/331)

242화 <지대공미사일>

‘저게 사람이냐? 어떻게 지치지를 않냐?’

특히 처음부터 대한을 따라다닌 안드레는 지금 두 다리가 마구 떨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안드레는 아랑곳하지 않고 죽을힘을 다해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그를 쫓아다녀 봐도 언제나 보이는 것은 대한의 등뿐이었다.

속도를 100m에 10초 대로 맞춰놓고 달리는 대한을 따라잡는 일은 사실 요원했다.

아니 이렇게 악착같이 따라다니는 안드레가 어찌 보면 참 용한 선수였다.

퉁!

대한은 데울로페우에게 낮고 빠르게 패스했다.

데울로페우는 발앞에 정확히 들어오는 볼을 잡자마자 강하게 슛을 했다.

뻥!

안타깝게도 수비의 몸에 막히고 말았다.

대한은 튀어나오는 볼을 잽싸게 쫓아가 잡았다.

눈으로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고 이번에는 두쿠레에게 보냈다.

바닥에 착 달라붙은 듯 굴러오는 볼!

두쿠레는 잡지 않고 논스톱으로 방향만 바꿔 찼다.

뻥!

이게 웬일인가!

또다시 수비의 몸에 막고 튀어 나갔다.

그 모습에 대한은 크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이 정도로 열심히 슛하면 그중에 하나 정도는 들어가 줘야 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승리의 여신은 이것으로 만족하라는 듯!

더는 왓포드를 향해 미소를 짓지 않았다.

삐이익!

마침내 주심의 휘슬이 울려 퍼지며 경기가 끝났다.

전반전에만 여섯 골이 나온 것에 비해 후반전은 단 골만 나왔다.

하지만 그 한 골이 경기의 승패를 결정했다.

대한은 이날 해트트릭에 이어 네골을 몰아넣으며 ‘맨 오브 더 매치’에 뽑혔다.

만장일치!

그 누구도 예외는 없는 십점만점에 십점을 받은 경기였다.

“이대한 선수!”

“여기 좀 봐줘요.”

“이쪽이에요.”

경기장을 나가려고 하는데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경기장 한쪽에 커다란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대한은 그냥 가려던 마음을 접고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어갔다.

“꺄악! 이대한 선수다!”

“와아아아!”

“이대한 선수!”

그런데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해서 그런지…….

급격히 관중이 몰려들었다.

멀리서 보면 무슨 개미떼가 먹이를 향해 모여드는 모습이었다.

―마스터, 위험해요. 관중석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지 마세요.

‘내가 위험하다고?’

―아니요. 관중이 한꺼번에 몰려서 다칠 가능성이 커요.

에바의 말에 잠시 오해할 뻔했다.

그렇다고 관중이 다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대한은 즉시 걸음을 멈춰 세웠다.

이대로 그냥 돌아갈까 생각해봤다.

하지만 여기서 몸을 돌려 그냥가면 분명히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입고 있던 유니폼을 얼른 벗었다.

누구를 줄까 눈으로 빠르게 주위를 훑었다.

관중석 가장 앞에,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 하나가 앙증맞은 손으로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대한은 바로 그 여자아이에게 자신의 유니폼을 건네줬다.

쉰내가 풀풀 나는 유니폼!

여자아이는 축축한 유니폼을 받자마자 코를 막고 인상을 썼다.

그 모습이 정말 귀엽고 깜찍했다.

그래도 그녀의 부모로 보이는 젊은 부부는 유니폼을 줘서 고맙다며 몇 번이나 고개를 숙여댔다.

마침 이 장면이 현장분위기를 따려던 카메라에 잡혔다.

그리고 이날 저녁, 뉴스로 변해 전 세계로 전파를 타버렸다.

‘해트트릭으로 첼시를 침몰시킨 대한! 인성도 해트트릭!’

이걸 본 에바는 작게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될 놈은 어떻게든 되네!”

* * *

북태평양.

보기만 해도 시원한 푸른 하늘.

손을 대면 묻어 나올 것만 같은 뭉개구름이 어와둥둥이다.

수평선과 맞닿은 에메랄드 빛 바다는 잔잔한 파도로 흔들렸다.

그런데…….

시선을 조금 옆으로 돌리자 한쪽 바다를 가득 매운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

플라스틱 부유 쓰레기!

그렇다.

한반도의 7배의 크기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가 오늘도 좀벌레처럼 지구를 파먹듯 오염시키고 있었다.

바아아아앙!

멀리 하얀 배가 길게 뱃고동 소리를 울렸다.

‘퓨어 코레’라는 이름을 가진 선박!

마치 용감한 기사가 전장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듯!

이 더러운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를 향해 파도를 헤치며 나아갔다.

플라스틱은 인체에 해롭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서 자외선을 받으면 미세화된다.

아주 작은 물고기들이 이걸 먹이로 착각해 먹어댄다.

아주 작은 물고기는 작은 물고기가 잡아먹고 그 작은 물고기는 더 큰 물고기가 잡아먹는다.

그렇게 생태계가 돌아가다보면!

결국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인간에게도 피해가 오기 마련이다.

미세화된 플라스틱이 몸에 쌓이게 되면 아주 해롭고 위험하다.

온갖 병과 장애가 쉽게 생긴다.

8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바다 위 쓰레기!

누군가는 반드시 치워야한다.

그런데 그 누구도 이걸 치우려고 선뜻 나서지 않는다.

그래서 대한이 거금을 투자해 바다 환경보존을 위한 ‘퓨어 코레’호를 건조했다.

해상 부유 폐기물 전문수거선.

설명은 길지만 하는 일은 간단하다.

지구 환경보존, 특히 바다 환경보존을 위해 바다 위의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다.

당장은 이곳 북태평양에서 활동하겠지만.

궁극적으로 ‘퓨어 코레’호가 활동할 공간은 유럽의 선박들이 무단으로 마구 쓰레기를 버려대는 아프리카 해안이 될 것이다.

위이이이잉!

촤아아악!

스르렁 스르렁!

퓨어 코레호가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고래가 물을 빨아들이듯…….

선수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포함한 부유 쓰레기들을 몽땅 빨아댔다.

배 안으로 들어간 쓰레기는 자동으로 걸리고 남은 바닷물이 뒤로 토해졌다.

그런데 그 속도가 정말 눈부시게 빨랐다.

“와아아아!”

퓨어 코레호의 선장과 선원들은 물론.

해양환경보존단체의 회원들이 일제히 함성을 터트렸다.

특히 이 역사적인 사건을 기념하려 동승한 세계 각국의 기자들은 눈을 빛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멋지네.”

“이 모든 것을 마스터께서 이루셨습니다.”

에바의 아부성 발언에 대한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는 거실의 소파에 편하게 앉아 홀로그램을 통해 이 모든 과정을 낱낱이 지켜보고 있었다.

“저걸 다 치우는데 얼마나 걸릴까?”

“한달도 넘게 걸릴 것입니다.”

한달이면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다.

말이 8만톤의 부유 쓰레기지.

이걸 땅에 쌓아놓는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렇지만 ‘퓨어 코레’호는 특별하다.

부유 플라스틱 쓰레기를 빨아들여 압축한 후, 빠르게 소각해버린다.

이 모든 과정이 전부 자동화되어있다.

당연히 에바의 도움이 있었다.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노하우와 신기술이 도입된 것이다.

이것은 굳이 팔거나 퍼트릴 생각이 없었다.

그냥 묵묵히 지구환경보존을 위해 잘 활용할 것이다.

‘지구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게 나름 뿌듯하네.’

대한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고된 일이다.

이득은 고사하고 가지고 있는 돈을 생으로 때려박아야만 하는 짓!

그렇지만 그는 오히려 마음이 뿌듯했다.

자신이 하는 일이 결국 인류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스터! 긴급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에바의 말에 대한은 표정을 굳혔다.

북태평양의 상황을 보여주는 홀로그램이 즉시 한쪽으로 치워졌다.

대신 지대공미사일을 실은 거대한 이동용군용차량이 보였다.

“이게 뭐야? 미사일이잖아.”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지대공미사일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걸 왜 보여주는 거야?”

“이들이 지금 이란 영공에 들어온 비행기를 격추하려고 합니다.”

“비행기?”

그가 의문의 눈빛을 표하자 에바는 즉시 새로운 홀로그램을 보여줬다.

이란의 푸른 창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제트여객기.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태극마크가 달린 대한민국의 항공기였다.

“설마 지금 우리 민항기를 격투시키겠다고 저러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지난 번에도 이란이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시켜서 전 세계가 난리나지 않았어?”

“맞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흑막이 있어보입니다. 조사해볼까요?”

“응. 당장 조사해봐!”

이건 분명히 뭔가 있다.

안 그래도 대한민국은 1983년 9월 1일, 대한항공(KAL) 007기 소련(현 러시아)에 의해 격추된 아픔이 있었다.

1978년 4월에도 파리에서 출발한 KAL 707기가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며 소련에서 전투기를 띄워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당시 비행기는 인근에 비상착륙에 간신히 성공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2명이 죽고 나머지 95명의 승객이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그런데 지금 또다시 태극마크를 단 대한민국의 민항기가 격추위기에 처한 것이다.

“마스터! 이란의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이 해킹당했습니다.”

에바는 조사를 하겠다고 말을 꺼낸지 10초만에 이런 사실을 알아냈다.

“해킹? 누가?”

“지금 조사중입니다.”

대한은 다급한 마음에 급히 물었다.

하지만 그건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였다.

그보다 더 급한 것은 이란의 지대공미사일이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당장이라도 쏠 것만 같았다.

“에바! 당장 저거 중단시켜!”

콰아아아!

대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질급한 이란군은 즉시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해버리고 말았다.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자 에바가 즉시 그의 팔을 잡고 말했다.

“마스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란의 지대공미사일은 대한민국의 민항기를 결코 맞출 수 없을 거예요.”

“벌써 해킹이라도 해놓은 거야?”

“예, 해킹을 해서 원래대로 되돌려놓았습니다.”

그녀의 말에 대한은 적이 안심했다.

하지만 ‘해킹을 원래대로 되돌려놓았다.’는 대목에서 의문이 생겼다.

“에바, 원래대로 되돌려놓았다는 말의 뜻이 뭐야?”

“지금 민항기가 운항하고 있는 노선 주변으로 이스라엘의 정찰기가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

그제야 대한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했다.

“혹시 이거 이스라엘의 모사드가 저지른 짓이야?”

“그렇습니다. 지금 그 사실을 확인했어요.”

에바의 말은 결정적이었다.

사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원수지간이다.

그러니 이스라엘의 대 이란 정찰활동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모사드가 이란군의 지대공미사일을 해킹했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고장난 이란군의 지대공미사일이 민항기를 영공을 침입한 적국의 전투기로 오인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도 그걸 단번에 깨달은 대한과 에바가 이걸 막았다.

그는 이 사태로 일어날 파장을 생각해봤다.

“마스터! 이란군이 발사한 지대공미사일이 대한민국의 민항기 737기를 피해갔습니다. 대신 이스라엘의 정찰기를 뒤쫓고 있습니다.”

“흥! 재미있게 됐군.”

인과보응이다.

해킹으로 인해 민항기가 격추당할 뻔 했다.

아무 죄도 없는 무고한 수백명의 인명이 살상당할 뻔했다.

에바가 중간에 급히 개입해서 해킹당한 이란의 지대공미사일을 원래대로 되돌려놓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 사이!

지대공미사일은 쏜살같이 하늘로 높이 날아갔다.

시스템이 정상적인 작동을 하자 지대공미사일은 민항기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그래서 당연히 옆으로 피해갔다.

대신 먹이로 노린 것은 스텔스 성능이 좀 가미된 이스라엘의 정찰기였다.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간 미사일은 정찰기를 사납게 물어뜯었다.

쾅!

결국 이스라엘의 정찰기는 이란의 지대공미사일에 격추됐다.

세계적인 이름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의 정보부 모사드.

과연 명성대로 훌륭하게 이란의 지대공미사일을 해킹했다.

그렇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존재의 개입으로 인해…….

그들은 자국의 소중한 정찰기를 잃고야말았다.

모르긴 해도 이번 일을 주도한 모사드 요원들은 아마 심한 문책을 당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대한과 에바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만약 에바가 막지 않았다면, 이스라엘의 정찰기 하나 떨어지는 일로 일이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에바! 수고했어.”

“천만에요.”

“그런데 왜 모사드가 이런 일을 기획했지? 단순히 이란의 방공망을 해킹한 것 뿐일까?”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는 생각했다.

왠지 뭔가 더러운 냄새가 났다.

단순히 모사드의 공작만이 아닌 더한 것이 있을 것 같았다.

“설마! 혹시…….”

대한의 머릿속에 갑자기 에바와 같이 기획한 투자가 생각났다.

“왜 그러세요?”

“이거 이번에 이란이 기획한 호르무즈해협 봉쇄 건과 맞물려있는 거 아냐?”

“그게 무슨 뜻이죠?”

에바는 그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생각해봐! 만약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이뤄지기 전에 민항기 격추사건이 일어난다면 우리 투자가 어떻게 되겠어?”

“저희와 반대 포지션에 있는 자들이 수백, 아니 수천억 달러를 벌 수도 있겠군요.”

대한의 설명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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