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41화 (240/331)

241화 <갓(God) 클래스>

놀란 카카 감독은 다급히 대한을 투입했다.

오늘도 그레이는 볼이 퉁퉁 불어서 경기장 밖을 걸어 나와야 했다.

하지만 대한은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다행히 행운의 프리킥과 페널티킥으로 2골을 빠르게 만회할 수 있었다.

그리고 3번째 골은 첼시의 수비수가 걷어낸 골을 잡지 않고 그대로 발리킥으로 때려 넣었다.

페널티 에어리어 모서리 바깥에서 찬 강력한 중거리 슛!

대포알처럼 무섭게 날아가 첼시의 골대 안 그물망을 마구 휘저었다.

이로써 프리미어리그 4위의 첼시를 맞아 벌인 전반전 경기는 대한의 해트트릭으로 기사회생했다.

덕분에 런던 풀럼에 있는 첼시 FC의 홈구장.

스탬퍼드 브리지 경기장은 아주 뜨거웠다.

전반전에만 무려 6골이 나왔다.

경기를 직관하는 팬들에게 이런 골 잔치가 기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대한 선수의 대활약으로 인해 그들은 첼시가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경기는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것이다.

리그 4위 첼시 팬들은 그 정도의 여유는 가지고 있었다.

상대 팀 선수가 경기를 잘했다고 무조건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첼시는 누구보다 승리욕(winning mentality)이 강했다.

프리미어리그 1위에서 4위까지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받는다.

프리미어리그 5위는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얻게 된다.

프리미어리그의 구단과 선수들은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수입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선수들이 누구보다 간절히 승리를 원하고 있었다.

“후반전은 전진 압박, 빗장수비다. 첼시는 분명히 대한을 집중적으로 마크해온다. 그럼 상대진형에 틈이 생길 것이고 우리에겐 슛을 노릴 기회가 나온다.”

왓포드 선수들은 다들 카카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도 맞는 말이라 같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카카가 대놓고 그를 쳐다봤다.

“대한! 전반전에 잘 해줘서 우리가 3골을 만회할 수 있었어. 후반전에도 꼭 골을 넣어서 이 경기를 역전시키자!”

“오케이!”

“최대한 첼시 선수들을 끌고 다녀줘! 그러다가 기회가 생기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슛을 때려!”

“옛썰!”

카카는 일부러 대한에게 다가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감독의 다소 오버스러운 액션에도 왓포드 선수들은 그저 입가에 미소만 지었다.

그들도 카카 감독의 처지를 대충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왓포드 선수들은 경기장에 입장했다.

첼시 선수들도 늦지 않게 경기장에 들어와 몸을 풀었다.

삐익!

주심이 확인하고 날카롭게 휘슬을 불었다.

와아아아!

그에 맞춰 4만여 명의 관중이 스탬퍼드 브리지 경기장이 떠나갈 듯 고래고래 함성을 질러댔다.

대한은 그 모습에 순간 팔에 소름이 살짝 돋았다.

이건 언제봐도 멋지고 또한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아니 부러웠다.

K리그도 이처럼 수만 명의 관중이 꽉꽉 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

그때 누군가 대한의 이름을 불렀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는 얼른 볼을 받아 바로 옆으로 패스했다.

그런 다음, 경기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달려갔다.

아쉽게도 중간에 볼을 빼앗겨서 대한의 스프린트는 헛수고가 됐다.

하지만 그게 신호가 됐는지 그때부터 양측은 거친 전면전을 벌였다.

경기장 사방에서 볼의 소유권이 뒤바뀌었다.

용호상박!

마치 용과 호랑이가 싸우는 듯!

왓포드와 첼시는 치열하게 볼 다툼을 했다.

대한도 쉬지 않고 경기장을 뛰어다녔다.

첼시 선수들을 압박하고 볼을 빼앗았다.

어깨로 밀어내며 끝도 없이 견제했다.

그런데 뒤를 돌아보는 순간!

아까부터 누군가가 계속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드레라고 했던가?’

확실하게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만큼 젊은 신인 선수라는 얘기다.

대한은 체력이 좋고 몸에 탄력이 넘쳐 보이는 흑인 선수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안드레도 대한이 웃자 덩달아 환하게 웃음을 보였다.

그것만 봐서는 절대 상대 팀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았다.

‘에바, 이 친구 누구야?’

―당연히 마스터를 견제하기 위해 램파드 감독이 넣은 선수죠. 이름은 안드레 고메스, 나이는 20살입니다.

‘어린 선수로군.’

에바는 대한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나이 이제 만 19세다.

그런 주제에 20살 먹은 상대선수를 어리다고 하다니.

거기에다 대고 그녀가 뭐라고 대답을 하겠는가!

다다다다다!

대한은 경기에 집중하며 뛰어다녔다.

확실히 안드레는 주력이 빠르고 체력이 좋았다.

도도도도도!

그러나 아무리 체력이 좋고 잘 달려도 안드레 혼자 대한을 막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그걸 깨닫자 대한은 안드레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경기를 할 수가 있었다.

“어!”

그때 또다른 선수가 대한의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에바, 이놈은 또 뭐지?’

―21살의 미드필더 제이콥이에요. 역시 마스터를 마크하려고 따라붙었네요.

한 명으로 안 되니까 다시 한 명을 붙였다.

이제 두 명이나 대한을 따라다녔다.

그러자 그에게 향하는 패스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는 기가 막힌다는 듯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런데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두 명이나 대한에게 붙었으면 틈이 생겨야 하는데…….

그 틈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만큼 첼시 수비진이 열심히 뛰고 있고 뛰어나다고 봐야 했다.

“제기랄!”

축구선수에게 볼이 없으면 욕만 나온다.

옆에서 이런 상황을 많이 봐왔다.

그런데 실제로 당해보니 이게 참 곤혹스러웠다.

대한은 그제야 메시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메시는 이런 상황에도 잘만 골을 넣었지.’

그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패스가 오지 않으면 패스가 오는 곳으로 가면 된다.

생각이 일자 몸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휴즈!”

대한은 중앙선 아래로 넘어가 볼을 가지고 있는 미드필더 휴즈를 불렀다.

그러자 재까닥 볼이 넘어왔다.

발아래 축구공이 놓이자 그는 자신감에 휩싸였다.

안드레와 제이콥이 급히 달려와 그를 둘러쌌다.

툭! 도도도도!

하지만 둘 사이로 축구공을 툭 차더니 대한이 그대로 빠져 나갔다.

그렇게 되자 앞이 순간적으로 뻥 뚫렸다.

“달려!”

대한은 데울로페우에게 소리를 지르며 치고 달려갔다.

데울로페우는 오래간만에 골 냄새가 나자 바로 첼시 진형을 향해 뛰었다.

그게 무슨 신호처럼 왓포드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을 유도했다.

그로 인해 첼시 선수들도 덩달아 급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왓포드의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은 순식간에 중앙선을 넘었다.

그리고 첼시의 페널티 에어리어를 향해 빠르게 밀고 들어갔다.

첼시 수비진은 서로 손짓을 하고 소리를 치며 견고한 수비진을 짰다.

‘단단하다.’

대한은 치달을 하면서도 첼시의 수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일단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대신 신나게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달려들어 가는 데울로페우에게 기회를 줬다.

퉁!

그의 얼리 크로스가 날카로운 각도로 휘어지며 데울로페우를 향했다.

데울로페우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볼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떨어지는 볼을 향해 데울로페우는 발을 가져다댔다.

텅!

그런데 아깝게도 데울로페우의 발에 맞은 볼은 첼시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대신 골대를 세게 맞추고 허공으로 높이 떠올랐다.

첼시의 골키퍼 케파가 나와서 잡기에는 좀 먼 거리였다.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 모서리 선상으로 떨어지는 볼!

대한은 그 볼을 향해 전력 질주를 했다.

그러다가 떨어져 내려오는 놈을 아크로바틱한 동작으로 냅다 갈겨버렸다.

뻥!

축구공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대한의 발에 맞은 볼은 빠르게 골문을 향해 날아갔다.

팅!

케파 골키퍼는 자신의 왼편 골대를 맞고 들어가는 볼을 그냥 멍하니 서서 쳐다봐야만 했다.

아니 이건 야신이 와도 못 막는 골이었다.

와아아아!

경기장 한쪽에서 우렁찬 함성이 터졌다.

대한은 자신이 찬 볼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자 한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예스!”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왓포드 원정 팬들이 모여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는 두 팔을 높이 치켜 들고 환호했다.

대한의 이런 골 세레모니에 원정 팬들의 함성이 더욱 폭발적으로 커졌다.

하지만 반대로 경기장의 나머지 관중석은 썰렁하기만 했다.

“골!”

“골입니다.”

“역전골이 터졌어요.”

“기어코 이대한 선수 경기를 뒤집고 맙니다.”

“그렇죠. 바로 이겁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원더골이 터졌습니다.”

“이건 발리킥도 그냥 발리킥이 아니네요.”

“저도 이런 아크로바틱한 발리킥은 처음 봅니다.”

“허공으로 몸을 띄우고 일부러 자세를 옆으로 눕혔습니다. 그리고는 가위차기로 빵!”

“골이 됐죠.”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신나게 중계방송을 했다.

“벌써 4골째입니다.”

“이게 바로 제가 말했던 이대한 선수의 진정한 능력입니다.”

“…….”

“아무도 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 때와 장소에서 개인의 능력만으로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러니 다들 이대한 선수를 세계 최고의 공격수, 월드클래스라고 하는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월드클래스도 넘어간 것 같습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월드클래스가 아니라 이제는 갓 클래스라고 해야 맞겠습니다.”

남희진 해설위원의 말엔 국뽕이 치사량으로 함유됐다.

그런데 옆에서 말려야 할 장수원 아나운서도 그에 못지않게 국뽕을 들이키고 있었다.

“이제 대한민국 축구 역사는 다시 써져야 합니다.”

“그렇군요. 이대한 선수의 전과 후로 분명히 나뉘겠어요.”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의 편파방송에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배꼽을 잡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댔다.

이런 현상은 대한TV 채널에서도 일어났다.

[갤럭시빠: 아싸! 역전 골이다.]

[개코: 개오지는 골이다.]

[따라하기: 역시 대한은 다르구나.]

[나는연습생이다: 꺄악! 대한 오빠! 최고!]

[야한꿀벌: 정말 오빠 맞냐? 우리 대한이 만으로 19살이다.]

[전주비빔밥: 이번 달 프리미어 최고의 골은 저거다.]

[달고나: 저곳이 축구 경기장이냐 아니면 체조 경기장이냐!]

[머리비움: 와우! 정말 미쳤다. 어떻게 저렇게 골을 넣지?]

[주모! 국뽕 한 그릇 말아주소!]

[긍정적인놈: 국뽕은 무슨! 팩트다 팩트!]

[소라가좋아: 개지린다. 대한이 세계 최고의 공격수 맞다.]

[내맘대로잉글리쉬: 잘한다더니 정말 개 잘하네.]

[먹튀: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축구천재다.]

[9대독자: 축구천재가 아니라니까. 못 들었어? 월드클래스를 넘어 갓 클래스라고 한 말!]

[부활의이름: 리그 11경기 29골, FA컵 포함 13경기 31골이다.]

[신발값은거품이다: 미친 골결정력이다. 대한민국이 낳은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다.]

[NO재팬: ㅋㅋ 점수만 보면 축구경기가 아니라 야구경기라고 생각하겠다.]

[이강인: 이제 좀 있으면 메시도 씹어먹겠다.]

[명품인간: 에이! 아무리 그래도 진정한 갓 클래스인 메시에게는 안 되지.]

[모든게빌드: 요새 메시 보니까 힘이 떨어졌는지 자주 나오지도 않더라. 메시 시대는 이미 갔어. 이제는 대한 시대야!]

덕분에 달풍선이 쏟아지고, 비트가 부어지고, 후원금이 폭주했다.

대한의 경기장면이 나오는 플랫폼에서는 여지없이 이런 돈벼락이 떨어졌다.

아직 그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었는지 몰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순수하게 대한의 멋진 골에 감동해 쏜 사람들도 많았다.

어찌 됐든 그에겐 여러 가지로 좋은 현상이었다.

삐익!

경기가 재개됐다.

첼시는 이제와는 달리 신중한 모습을 버렸다.

대신 어떻게든 동점골을 넣기 위해 부단히 움직였다.

덩달아 왓포드 선수들도 부지런히 뛰어다녀야했다.

특히 이제는 3명이나 옆에 붙은 대한은 쉴 틈이 없었다.

뻥!

우우우우!

그로 인해 데울로페우가 첼시의 골문을 위협하는 슛을 자주 선보였다.

그러나 오늘 그는 운이 없었다.

데울로페우가 쏜 슛은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벗어났다.

원래 골대를 맞추면 그날 골이 못 넣는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요상하게도 이런 쓸데없는 미신은 이상하게 또 잘 맞았다.

“허억, 허억, 허억!”

“핵핵핵핵!”

“헤엑, 헤엑, 헤엑!”

후반전 30분이 지나자 대한의 주위는 쌕쌕대는 숨소리고 가득 찼다.

안드레와 제이콥은 물론이고 후반전에 합류한 첼시의 미드필더 마테오까지.

다들 대한을 따라다니다가 지쳐서 퍼져버린 것이다.

그때 대한에게 빠르게 패스가 들어왔다.

전처럼 재빠르게 볼 커팅은 되지 않았다.

그걸 깨달은 왓포드 수비진!

더는 안드레와 제이콥 그리고 마테오를 신경쓰지 않았다.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투명인간 취급했다.

다다다다다!

대한은 볼을 잡자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안드레와 제이콥, 마테오는 잔뜩 인상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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