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화 <중국증시>
“아 참!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주식도 좀 남았지?”
“맞아요. 텐센츠, 알라바마, 제인디닷컴, 핀도도, 바이츠댄스 등 약 2억 달러어치를 보유하고 계세요.”
대한에겐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소속의 비서 왕다오를 통해 중국에서 잘 나가는 인터넷 기업의 주식을 20% 할인된 가격으로 사놓은 게 있었다.
물론 30% 할인받은 바이투는 전망이 어두워 바로 팔아서 현금화했다.
그런데 일부 주식은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 그냥 계속 가지고 있었다.
“그럼 이번에 주식이 폭등하면 보유한 인터넷 기업들의 주식까지 같이 정리해버리자.”
“네, 그렇게 할게요.”
에바는 대한과 차분하게 말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에서는 코레투자와 역외펀드 및 막대한 액수의 비자금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에바! 기왕 이렇게 된 거 리나와 류연도 끼워주자!”
“정말요?”
“소수민족 출신이라고 해도 둘은 중국 국적이잖아. 중국증시를 통해 적당히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줘!”
“눼에에!”
대한이 고리나와 류연을 신경 쓰자 에바의 대답이 어째 좀 불퉁해졌다.
그렇다고 그의 명령을 허투루 따를 그녀는 아니었다.
“마스터! 이것 좀 보십시오.”
그때 에바가 갑자기 홀로그램 두 개를 동시에 띄웠다.
대한은 홀로그램을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저 새끼들이 미쳤나!”
“역시 가벼운 경고로는 말을 듣지 않는군요.”
에바는 그가 화를 내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홀로그램은 두 장소를 실시간으로 비춰주고 있었다.
왼쪽은 대한의 부모님이 사는 한강 변의 청담동 고급빌라!
오른쪽은 당연히 코레 그룹이 입주한 테헤란로의 대한타워였다.
양쪽 모두 수상한 자들이 안으로 침입하려고 시도 중이었다.
대낮에 저런 짓을 하는 것을 보면 보통 간이 큰 놈들이 아니었다.
“설마 저 정도에 뚫리지는 않겠지?”
“물론이죠. 그저 주거침입죄로 집어넣기 위해 정문만 뚫린 척하는 겁니다. 그리고 마스터의 부모님께서 거주 중인 청담동 고급빌라는 이미 저희가 전부 인수했습니다.”
“빌라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전부 내보냈단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로부터 빌라를 사들였어요.”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니 빌라의 다른 층을 전부 사들인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럼 앞으로 저곳을 내 마음대로 뜯어고칠 수 있겠구나.”
“원하시면 그렇게 하세요.”
말을 마친 그녀는 홀로그램을 살짝 터치해 확대했다.
그러자 청담동 빌라 전체에 설치된 경비시설과 경호체계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런 식으로 마스터의 부모님을 경호하고 있습니다. 빌라 옥상에는 레이저포를 설치해놓아 미사일이 날아와도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상공에는 드론이 24시간 대기하고 있습니다. 빌라 안에는 전투 로봇과 안드로이드들이 상시거주하고 있습니다.”
에바의 상세한 설명에 대한은 적이 안심됐다.
이 정도면 미국의 SWAT팀이 출동해도 바로 쓸려나갈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자신의 부모님을 상대로 뭔가 해보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게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저놈들은 누구야?”
“2명은 조중일보 기자고 나머지는 강남에 있는 심부름센터 직원들입니다.”
“확실해?”
“얼굴과 목소리, 홍채와 지문인식을 통해 거듭 확인했어요.”
“혹시 이런 일이 처음이야?”
“비슷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물론 매번 사람은 달랐지만.”
대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시점에 기자들이 부모님이 사는 청담동 집을 침입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 이유는 에바의 목소리로 금세 밝혀졌다.
“마스터! 조중일보 기자 2명은 일본 내각조사실에 포섭된 첩보원들입니다.”
“그럼 심부름센터 직원은 조폭이겠네?”
“넵.”
그의 질문에 에바는 짧게 대답했다.
대한은 잠시 놈들이 하는 짓을 지켜보다가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대한타워에 침입한 놈들은 뭐야?”
“미국 국방성 국가안보국(NSA)의 요원들과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의 현장 요원들입니다.”
“이놈들이 아예 대놓고 들어오네.”
“저들이 들어온 게 아니라 일부러 들어오게 문을 열어준 겁니다. 역시 무단침입으로 집어넣으려면 건물 안에서 잡는 게 좋아요.”
에바의 말에 그는 살짝 그녀를 한번 쳐다봤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당연히 잡아들여야지요.”
“그러다가 몸에 폭탄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어쩌려고 그래?”
“이미 저들의 전신을 샅샅이 스캔했습니다.”
자신감을 보이는 에바의 말에 대한은 고개를 내저었다.
사람 일이란 모르는 것이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 플라스틱 폭탄이라도 들여와 터트린다면
아니 생화학무기를 들여와 대한타워를 오염시킨다면 그때는 걷잡을 수 없는 비극이 생길 것이다.
대한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내가 더 지켜보고 있어야 해?”
“아닙니다.”
“그럼 양쪽 모두 당장 잡아들이고 국정원에 넘겨서 배후를 캐라고 해.”
“알겠어요. 제가 슬쩍 증거를 넘겨서 배후가 드러나게 할게요.”
역시 에바는 눈치가 빨랐다.
굳이 그가 말을 하지 않아도 금세 자기 생각을 눈치챘다.
“미국과 일본에 마지막 경고라고 비공식 최후통첩을 보내!”
“네, 마스터.”
“앞으로는 굳이 놈들을 잡아서 경찰이나 국정원에 넘기려고 하지만!”
“그럼 그냥 입구 컷 할까요?”
“그러는 게 좋겠어. 폭탄이나 생화학무기의 위험도 생각해야지.”
“알겠어요. 마스터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생화학무기라는 말에 그녀도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앞으로 또다시 선을 넘으면 그때는 에바가 알아서 적절히 대처해!”
“응징하라는 말인가요?”
“맞아.”
“제가 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죠?”
“당장은 무제한이야.”
“넵. 마스터!”
대한의 차가운 말에 그녀는 오히려 짧게 대답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어째 전 세계에 염산마가 강림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뒷골을 서늘하게 했다.
하지만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몇 차례나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그런데 이놈들이 사람 말을 아주 개똥으로 알아먹었다.
이렇게 대놓고 선을 넘어대니 굳이 더 참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부모님이 계신 집을 노린 것을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세상을 피로 씻더라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가락 하나 다치는 꼴을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
에에에엥!
삐뽀 삐뽀 삐뽀!
홀로그램을 통해, 양쪽에서 경찰과 국정원 요원들이 들이닥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신속하게 침입자들을 체포해서 데리고 나갔다.
그 와중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피우는 극혐의 모습을 보이는 놈들도 있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내가 누구인지 알아?
―나 조중일보 기자야. 이렇게 언론탄압을 해도 되는 거야?
―놔! 언론의 자유를 막으려는 경찰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대한은 홀로그램을 보며 입을 딱 벌렸다.
남의 집과 건물에 무단으로 침입해놓고는 하는 말이 아주 가관이었다.
언론탄압과 언론자유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건지 스스로 의심이 갈 정도였다.
지금은 주거침입죄와 무단침입죄라는 말을 써셔한다는 것을 누군가 꼭 저 기레기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생쇼를 하는구나.”
“일단 가볍게 보복을 하도록 하죠.”
에바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물어왔다.
“뭘 어떻게 하려고?”
“간단하게 전기와 수도를 끊어버리는 거 어때요?”
“미국과 일본의 정보기관이 상주한 건물 말이야?”
“네.”
“그거 재미있겠네.”
대한이 동의하자 그녀는 허공에 뜬 홀로그램들을 손으로 싹 잡아 옆으로 밀어버렸다.
대신 새로운 홀로그램 몇 개를 차례로 띄워 올렸다.
“왼쪽부터 미국의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CIA), 일본의 내각정보조사실입니다.”
에바의 설명에 맞게 그의 고개가 차례로 돌아갔다.
맨 왼쪽의 홀로그램에 보이는 어두운 유리로 된 건물이 메릴랜드주의 포트 미드 시(市)에 있는 국가안보국(NSA) 본관이다.
중앙은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중앙정보국(CIA) 건물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오른쪽 홀로그램에 콘크리트로 된 도쿄 나가타초에 있는 내각정보조사실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전기만 끊어서 무슨 경고가 돼?”
“전기도 어떻게 끊느냐에 따라서 엄청난 피해를 일으킬 수 있어야. 이를테면 이렇게요.”
에바가 살짝 손짓하자 홀로그램 가득 불을 밝히던 건물들이 바로 어둠에 휩싸였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보통 국가의 중요한 시설은 반드시 비상전력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게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제야 대한은 그녀의 말뜻을 이해했다.
“전기를 끊고 비상전력시스템까지 망가뜨렸구나.”
“네, 맞아요.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게 있어요.”
“뭔데?”
그는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에바를 쳐다봤다.
“저들이 가지고 있는 서버예요.”
“서버가 왜?”
“각종 중요한 정보가 들어있는 서버는 반대로 강한 전력이 흐르게 했거든요.”
“그럼 어떻게 되는데?”
“당연히 불이 나거나 타버리겠죠.”
그녀는 말을 하면서 홀로그램을 향해 손가락을 한번 튕겼다.
그러자 홀로그램의 기능(mode)이 스르륵 바뀌더니 어둠 속에서도 사물이 아주 잘 보였다.
물론 형광과 보라색이 좀 섞인 화면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불이다! 불이 났다!
―빨리 소화기 가져와!
―소방차부터 불러!
―사람들 대피시켜!
홀로그램 안은 난리 통이 따로 없었다.
한쪽에선 수십 개의 손전등이 번쩍여댔다.
반대편에는 화재를 진압하느라 소화기를 마구 쏴댔다.
그 사이 수천만 달러, 아니 수억 달러를 들인…….
최첨단 서버들이 빠르게 불에 타들어 갔다.
“크게 화재는 나지 않으면서 서버만 골라가면서 잘도 타네.”
“요령만 알면 의외로 쉬워요.”
“에어볼을 동원한 것은 아니고?”
“크흠, 어쨌든 작전은 성공이네요.”
혀를 날름대며 말하는 에바를 보며 대한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이거 가벼운 보복치고는 너무 막 나간 거 아냐?’
그는 살짝 걱정됐다.
정보기관의 서버라면 서버 자체보다는 서버 안에 들어있는 정보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저장장치를 무사히 건지기는 힘들어 보였다.
대한은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하고 나서는 고개를 털어버렸다.
그래도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으니 적당한 경고가 될 것이다.
“마스터! 식사하셔야죠.”
“그래. 그러자.”
에바는 그 와중에도 그의 식사를 알뜰하게 챙겼다.
대한은 밥을 먹고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던 뉴스 속보가 떴다.
“에바!”
“네, 마스터.”
“뉴스 속보가 떴어.”
“알고 있어요. 미국과 중국에서 같은 시간에 무역협상 타결 소식을 전했어요.”
에바가 옆으로 다가오자 대한은 손가락 하나를 튕겼다.
딱!
그러자 전 세계의 증권거래소와 선물시장, 상품거래소 등이 일제히 허공에 떠올랐다.
그는 일단 미국과 중국의 주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예상대로 양국의 증시는 일제히 끓어올랐다.
특히 상하이 증권거래소와 뉴욕 증권거래소는 거래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마구 솟구쳤다.
덩달아 세계 각국의 증시도 일제히 동반 상승하는 효과가 생겼다.
물론 중국과 대만은 한국과 비슷하게 가격제한폭 제도가 있다.
그래서 하루 상하 10%가 등락이 한계다.
하지만 미국, 영국, 독일, 홍콩,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는 가격제한폭 제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의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는 주가가 상한가를 쳤습니다. 보유한 중국의 인터넷 기업 주식을 즉시 털어버리겠습니다.”
“응.”
에바는 텐센츠, 알라바마, 제인디닷컴, 핀도도, 바이츠댄스 등
중국이 전도유망한 인터넷 기업들의 주식을 최고가에 모두 팔았다.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소속의 비서 왕다오에게 20% 할인된 가격으로 산 주식들이다.
그동안 상승기류를 타고 있어서 가지고 있었는데 반도 넘게 올랐다.
거기에다 오늘 10% 올라 상한가를 친 최고가에 털어냈으니 꽤 짭짤하게 수익을 올린 셈이었다.
하지만 대한과 에바가 진짜 돈을 번 곳은 중국의 증권거래소가 아니었다.
상한가가 존재하지 않는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런던증권거래소,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홍콩증권거래소 등이었다.
그리고 선물시장과 옵션, 상품거래소와 상품거래소는 또 다른 세계였다.
“주가지수 선물과 주가 연동 콜옵션 매수와 풋옵션 매도가 대박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대한은 그녀의 말에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