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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235화 (234/331)

235화 <미군기지로 탈출>

대한은 맨유의 파상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선제적으로 전진 압박을 하며 수비에 신경을 썼다.

그러다가 마침내 기다리던 기회가 찾아왔다.

차악!

맨유의 미드필더 스캇이 패스미스를 했다.

왓포드의 미드필더 카푸가 용케 놓치지 않고 볼을 잡아냈다.

대한은 그걸 보자마자 바로 맨유의 진형을 향해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대한!”

뻥!

카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한을 향해 길게 볼을 차버렸다.

허공에 한 점을 그리며 빠르게 날아오는 축구공!

대한은 한차례 뒤를 힐끔 쳐다보더니 낙하지점을 향해 무섭게 질주했다.

맨유의 수비수들이 기겁하고 그를 향해 다가왔다.

퉁 툭!

하지만 대한은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침착하게 날아오는 볼에 왼쪽 엉덩이를 살짝 가져다 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축구공은 바로 힘을 잃고 그의 왼쪽 옆으로 툭 떨어졌다.

왼발로 가볍게 볼을 밀면서 그는 골대를 향해 돌파를 시도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맨유의 최종수비수 해리가 뒤에서 강하게 태클을 걸어왔다.

그것도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말이다.

촤아악!

대한은 모양 빠지게 굳이 페널티킥을 차고 싶지 않았다.

그는 축구공과 함께 살짝 공중으로 떠올라 백태클을 피해냈다.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은 해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쿵! 툭!

바닥에 내려선 대한은 바로 골키퍼를 향해 볼을 몰고 들어갔다.

마치 들소처럼 들이받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평가받는 데 헤아 골키퍼가 슛의 각도를 좁히기 위해 즉시 달려들었다.

툭 스르륵!

라 크로케타(La Croqueta)!

일명 팬텀드리블로 그는 골키퍼마저 가볍게 젖혀냈다.

데 헤아는 놀란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대한의 팔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그는 뒤로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기어코 골문 안으로 볼을 차 넣었다.

털썩!

데굴데굴!

데 헤아 골키퍼가 안타까운 마음에 뒤늦게 쫓아가 봤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축구공은 데굴데굴 굴러서 이미 골문을 넘어버린 상태였다.

와아아아!

경기장은 바로 흥분의 도가니로 변해버렸다.

왓포드의 감독 카카는 물론이고 벤치가 들썩거렸다.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골!”

“골입니다.”

“리그 25호 골, 통산 27호 골이 들어갔습니다.”

“이야아! 정말 대단합니다.”

“역시 세계 최강의 공격수 이대한 선수다운 돌파력이네요.”

“누가 감히 그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맞습니다. 오늘도 이대한 선수는 가볍게 멀티 골을 기록합니다.”

“프리미어리그가 좁아 보이는 것은 저만의 느낌일까요?”

“아닙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세계 축구계는 대한민국의 이대한 선수가 접수합니다.”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은 아주 신나게 떠들어댔다.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인 프리미어리그!

하루가 멀다고 경기마다 골을 터트리니 중계방송을 진행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위원으로서 신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아무런 막말을 뱉어내도 다 이루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한은 한 손을 높이 들고 경기장을 빠르게 한 바퀴 돌았다.

그게 그의 골 세레모니였다.

그런데 대한의 손가락 3개가 활짝 펴져 있었다.

그것을 본 관중들이 해트트릭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흥분해 마지않았다.

대한TV 시청자들도 바로 그걸 발견해냈다.

[소울프리: 정말 미친 골결정력! 지린다.]

[빈센트: 오늘도 멀티 골이다. 그런데 손가락 3개면 해트트릭 예고 아니냐?]

[보성녹차밭: 맞다. 그런데 어쩐지 꼭 해트트릭해버릴 것 같다.]

[옥황상제: 이제는 대한이 골을 넣지 못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가 없다.]

[방사능재팬: 쏘니도 정말 잘함, 근데 우리 대한이는 아주 그냥 신계로 올라감 ^^]

[웁스: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볼을 차넣는 것 봤냐? 난 그걸 보고 뭉클했다.]

[G스타: 맨유의 데 헤아 골키퍼와 해리 선수가 골이 들어간 다음에도 잊지 않고 주심에게 옐로카드를 받는 것을 보고 역시 프리미어리그라고 생각했다.]

[손빠대한빠: 그 프리미어리그를 이대한 선수가 지금 씹어먹고 있다. ㅋㅋㅋ]

[전설의축구: 꺅! 축구요물이다.]

[아베마리아: 괴물 축구선수가 나타났다. ㅎㅎ]

[대한만세: 대한만세! 대한민국 만세! 새해 용돈 올려준 우리 마누라 만세!]

[담배끊었다: 빨리 대한이 맨시티 가서 뛰는 거 보고 싶다.]

[리니지2m돈지랄: 해트트릭이 아니라 오늘로 왓포드랑 3경기 남았다는 것 같은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니? ㅋㅋ]

해트트릭 예고 Vs 왓포드랑 3경기 남음.

치열한 뇌피셜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기에서 더 이상 골은 나오지 않았다.

삐이이익!

주심의 긴 휘슬 소리와 함께 경기가 끝났다.

지루한 공방전 끝에 왓포드는 맨유를 상대로 2:0으로 신승했다.

왓포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잡고 리그 6위로 우뚝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그 와중에 카카는 왓포드 구단주와 프런트로부터 한 소리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래도 승리한 감독에게 심한 소리는 하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경기가 끝나고 있었던 기자회견이었다.

기자들이 모두 대한에게 손가락 3개의 뜻이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대한은 아주 태연하게 대답했다.

“앞으로 남은 두 경기에서 반드시 골을 넣어 30골을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해트트릭 예고 아니었나요?”

“아닌데요.”

기자가 수상하다는 표정에도 그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뇌피셜 논쟁은 이렇게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대한은 기자회견장을 나가면서 남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어휴! 잘못하면 개망신을 당할 뻔했네.’

그의 이런 속마음은 다행히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에바를 제외하곤 말이다.

* * *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입구.

부와아아앙!

쿵! 쿠왕!

끼익! 끼이익!

빠르게 질주하던 승용차들!

서로 한 번씩 들이받더니 도로 위로 미끄러졌다.

그리곤 서로 얽히고설키더니 한쪽 도로를 막고 퍼져버렸다.

“길이 막혔다.”

“차에서 내려!”

“옆으로 우회해!”

“조금만 더 가면 미군기지다.”

뒤이어 여러 대의 승용차가 다가와 급정거했다.

끼익 끼익 끼익!

안에서 정장 차림의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러나 점퍼를 입은 다섯 명의 장정들은 어떻게든 캠프 험프리스를 향해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다가 결국 사단이 일어나고 말았다.

탕 탕 탕 탕!

공기를 찢어발기는 날카로운 총성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놈들이 총을 쏜다. 응사해라!”

“반드시 막아라!”

그들을 쫓던 정장 차림의 사내들도 급히 권총을 꺼냈다.

그리곤 인정사정없이 점퍼를 입은 장정들을 향해 쏴댔다.

탕탕탕 탕탕탕 탕탕탕탕!

“으악!”

“크악!”

점퍼를 입은 장정 둘이 총에 맞아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하지만 그들의 동료는 의리 없게도 다친 이들을 돌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라도 살아야겠다며 거침없이 그들을 내팽개쳤다.

이런 모습에 뒤따라가던 정장 차림의 중년 사내가 크게 외쳤다.

“다들 뭐해? 막아! 막으란 말이야!”

“국장님 얘기 못 들었어? 모두 돌진해!”

옆에서 누군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돌격을 명했다.

그제야 국정원 수사국 팀원들은 일제히 몸을 일으켜 앞으로 달려나갔다.

후다닥 후다다닥!

다다다다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아주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캠프 험프리스 안쪽에서 중무장한 미군 병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멈춰라! 여긴 미국의 군사기지다.”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면 사살한다.”

캠프 험프리스 출입구 곳곳에 소총을 견착한 미군들이 꾸역꾸역 쏟아져나왔다.

그러자 점퍼를 입은 3명의 장정은 오히려 반가워하며 달리는 속도를 더욱 높였다.

“난 김상태 국장이요. 로버트 대사특별보좌관을 불러주시오. 미국의 국익에 관한 매우 중대한 사안을 가지고 왔소.”

국정원을 가까스로 탈출한 김상태 해외정보국장(1급)과 그의 부하들!

로버트 대사특별보좌관, 즉 CIA 한국지부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모두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이들은 달려올 때 이미 들고 있던 권총을 모두 땅바닥에 버린 상태였다.

그 모습에 놀란 정용기 국정원 수사국장은 급히 품에서 신분증을 꺼내며 외쳤다.

“난 정용기 국정원 수사국장이요. 이건 대한민국 내부의 일이요. 미군은 절대 참견하지 마시오.”

하지만 미군 병사들의 태도는 완강했다.

오히려 김상태 해외정보국장과 부하들을 데리고 캠프 험프리스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더는 다가오지 말라고 했다.”

“여기 내 신분증이 있으니 확인해보시오.”

“당신의 신분증은 한국에서나 통용되는 것이다. 여긴 캠프 험프리스다.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마!”

정용기 국장은 답답했다.

눈앞에서 나라의 기밀을 팔아먹은 놈들을 놓치게 되자 울화통이 터졌다.

그나마 총상을 입은 두 놈을 체포한 게 유일한 성과라면 성과였다.

“지금 너희들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줄 알아? 저놈들은 내란죄를 저지른 중범죄자야! 그런데 너희들이 체포를 방해하고 오히려 숨겨주고 있다고.”

“그건 내 알 바 아니니까 당장 꺼져!”

“야! 너 이름 뭐야?”

“네가 내 이름 알아서 뭐하게!”

“당장 이름 대라고. 내가 굳이 소파협정까지 들먹여야 하겠어?”

“난 스톤 중사다. 이제 알았으니 꺼져!”

스톤 중사는 정용기가 무슨 말을 하든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백인 특유의 하얀 얼굴에 입가에 묘하게 비웃는 모습이 아주 얄밉기 그지없었다.

물론 스톤 중사로서는 자기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에 정용기는 화가 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젠장!”

정용기는 발로 땅바닥을 세게 한번 내려쳤다.

그러더니 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현재 상황을 상부에 보고했다.

정용기의 보고가 들어온 국정원!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정훈서 국정원장은 바로 CIA 한국지부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헬로!

“나 정훈서 국정원장입니다.”

―반갑습니다. 어쩐 일이십니까?

“지금 몰라서 묻는 거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일단 로버트 CIA 한국지부장은 오리발을 내밀었다.

정훈서는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지만, 겉으로는 멀쩡했다.

“우리 직원 셋이 캠프 험프리스로 숨어들었습니다.”

―아! 험프리스로 망명을 신청한 자들 때문이군요.

“망명이라니요?”

―김상태 씨를 비롯한 두 명의 남자가 미국에 정식으로 정치적인 망명을 요청했습니다.

정훈서는 순간 자신의 뒷골을 잡았다.

나라의 기밀을 팔아넘기고 조직을 배신한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들이다.

그런데 떡 하니 혈맹이라는 우방국 미국에 망명을 신청했단다.

“설마 그들의 말을 그대로 다 믿는 것은 아니겠죠?”

―그거야 심사관들이 결정할 문제이지요.

로버트 지부장은 아주 뻔뻔하게 대답했다.

“당신들이 뿌려둔 첩자라서 보호를 하겠다는 말이군요.”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은 좀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동맹국에 이럴 수 있소?”

―저와 미국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입니다.

“당신들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있소.”

―그럼 정식으로 절차를 밟아서 상부에 항의하시면 됩니다.

정훈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신과는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군. 그럼 CIA 국장과 직접 통화하겠소.”

―그렇게 하시지요. 참고로 김상태 씨와 2인은 오늘 저녁 군용기를 이용해 본국으로 데려갈 생각입니다.

“알겠소.”

―그럼 오늘 하루 잘 보내십시오.

결국, 정훈서 국정원장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통화를 마치고 말았다.

톡 톡 톡 톡!

정훈서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겼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어떻게 CIA에게 거하게 엿을 먹일지 궁리하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인터폰을 눌렀다.

“당장 회의실로 차장들 전부 불러들여!”

―네, 원장님.

정훈서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두고 보자! 절대 이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그의 눈빛이 맹수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훈서는 전혀 몰랐다.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을 내려다보면서 같이 열이 받은 한 존재를 말이다.

* * *

쿵!

책상이 부서질 듯 울렸다.

“아니 뭐 이런 개 같은 새끼들이 다 있어?”

“그러게 말입니다.”

대한의 말에 에바가 맞장구를 쳤다.

그는 도저히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손을 들어 허공에 가득한 홀로그램을 옆으로 밀어놓았다.

대신 캠프 험프리스의 전경이 보이는 홀로그램을 앞으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미군기지 안에서 편하게 쉬고 있는 김상태 국정원 해외정보국장과 그의 두 부하인 한상룡 단장, 최정규 팀장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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