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화 <맨유전>
우우우우!
왓포드의 홈구장 비커리지 로드(Vicarage Road)가 야유의 함성으로 물들었다.
프리미어리그 6위와 7위를 나란히 차지한 맨유와 왓포드의 리그 경기!
한마디로 말해 아주 허접했다.
전반전 내내 양 팀 통틀어 유효슈팅 0개.
이런 레전드급 졸전에 팬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대한! 대한! 대한! 대한…….”
드디어 관중들은 참다못해 한 선수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경기마다 나와서 화끈한 골로 보답하는 완소 선수.
이미 맨시티와 40만 파운드의 주급에 임대계약을 마쳐 오피셜까지 뜬 상태였다.
왓포드 팬들은 이런 대한을 지키지 못한 구단을 욕했다.
그리고 남은 경기만이라도 대한의 멋진 활약을 볼 수 있기를 바랬다.
이런 마음은 EPL을 중계하고 있는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도 못지않았다.
“이거 오늘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 경기만 봐서는 맨유나 왓포드나 별반 다를 바가 없네요.”
“텐백 후 역습을 노리는 왓포드를 상대로 맨유의 이런 무기력한 모습에 관중들이 실망하고 있어요.”
“역시 이대한 선수가 나와야겠어요.”
“맞습니다. 고구마 수십 개를 먹어 답답한 심정을 시원하게 뚫어주려면 이대한 선수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오늘도 장수원과 남희진은 오롯이 편파방송을 이어나갔다.
이제 대한을 물고 빠는 것도 아주 수준급이 이르렀다.
이들의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축구팬들도 어느새 점점 두 사람을 닮아가는지 아주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한편, 왓포드 구단의 카카 프로레스 감독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음이야 당장 대한을 후반전에라도 투입하고 싶었다.
하지만 왓포드의 구단주와 프런트의 태도는 아주 냉랭했다.
길게 감독 자리를 이어나가고 싶었던 카카!
그는 윗전의 눈치를 보느라 어쩔 수 없이 계속 대한의 투입을 망설였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대한의 심정은 오히려 느긋했다.
그는 경기장 한쪽 구석에서 볼을 가지고 놀면서 싱긋 웃음을 지었다.
인제 와서 왓포드 구단주와 프런트가 백날 난리를 쳐봐야 이미 때는 늦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은 왓포드를 위해 끝까지 경기를 뛰고 싶었다.
그러나 구단에서 원치 않으니 억지로 나갈 수도 없었다.
앞으로 남은 프리미어리그 경기라고 해봤자 겨우 3개.
당장은 경기보다, 시합 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과 악수를 하면서 얻은 재능을 다스리는 것이 더 중요했다.
―다비드 데 헤아의 재능 반사신경(SSS)을 흡수합니다. 반사신경(SSS)을 획득했습니다.
―폴 포그바의 재능 중거리슛(SSS)을 흡수합니다. 중거리슛(SS)을 획득했습니다.
―앙토니 마르시엘의 재능 헤더(SSS)를 흡수합니다. 헤더(SS)를 획득했습니다.
―래시포드 마커스의 재능 무회전슛(SSS)을 흡수합니다. 무회전슛(SS)을 획득했습니다.
다비드 데 헤아, 폴 포그바, 앙토니 마르시엘, 래시포드 마커스 등
맨유의 내로라하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의 재능이 아낌없이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대한은 자신의 상태창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름: 이대한
등급: 나이트(S)
칭호: 크러쉬(공격력↑200%), 가호(보호막·방어력↑300%), 워크라이(스탯 증폭↑40%), 투지의 신병(재능 부스터↑40%)
나이: 만 19세
직업: 축구선수(EPL 왓포드), 종합격투기 챔피언(벨라코어 FC 라이트헤비급/UFC)
재능 ▶ SSS급: 탄탈러스, 크루세이더, 배틀푸르나, 반사신경 / SS급: 동체시력, 공간지각, 유연성, 감각, 회복, 궁술, 잠수, 정력, 지구력 / S급: 화술
정신 ▶ S급: 매혹, 투지, 의지, 열정, 침착, 집중, 끈기, 인내
연예 ▶ SS급: 기타, 피아노, 프로듀싱, 작곡, 연기, 노래, 춤, 매력, 끼, 미모
언어 ▶ S급: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아랍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영어
스포츠 ▶ SS급: 골프, 육상, 피트니스, 양궁, 승마, 사격, 수영,
축구 ▶ SS급: 크로스, 헤더, 밸런스, 트래핑, 퍼스트터치, 수비, 볼커팅, 슬라이딩 태클
축구지능 ▶ SS급: 연계, 탈압박, 완급조절, 오프더볼무브먼트, 킬패스
축구 개인기 ▶ SS급: 헛다리 짚기, 팬텀 드리블, 마르세유 턴, 스쿱 턴, 플립플랩, 맥기디스핀, 호커스포커스, 백숏, 라보나킥, 사포, 크루이프턴, 솜브레로, 드래그 백
축구 슈팅·킥 ▶ SS급: 인스텝 킥, 인프런트 킥, 인사이드 킥, 아웃사이드 킥, 토 킥, 힐킥, 중거리 슛, 롱슛, 터닝슛, 발리킥, 칩샷, 오버헤드킥, 시저스 킥, 무회전 킥, 바나나킥
격투 ▶ SS급: 특공무술, 킥복싱, 레슬링, 무에타이, 복싱, 주짓수, 태권도, 격술, 검술, 종합격투기
스탯: 근력 120, 민첩 108, 체력 110, 지력 108, 마력 134
신장 187cm, 몸무게 84kg
‘이거 대박인데!’
―이제 축구재능이 화려하게 만개하는 분위기네요.
에바의 말에 대한의 고개가 미미하게 끄덕여졌다.
‘그런데 벌써 이러면 첼시나 아스날 경기에선 얻을 것이 아예 없어지잖아.’
―축구재능이 분화해서 축구지능과 축구개인기 그리고 축구 슈팅·킥으로 분류됐어요. 앞으로 축구재능과 기술이 더욱 세밀하게 나눠질 거예요.
그녀의 말이 옳다.
맨유의 골키퍼 데 헤아 선수의 재능 반사신경(SSS)을 얻자 기존에 보유한 반사신경(SS)이 SSS급 재능으로 밀려 올라가지 않았던가!
각각의 반사신경 재능이 합쳐져 통합됐다.
그러더니 기대하지도 않았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버렸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대한의 막강한 스탯과 꾸준한 노력도 주효했다.
전반전은 양 팀 모두 소득 없이 0:0으로 끝났다.
잠시 쉬었다가 후반전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지루한 경기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우우우우!
또다시 관중들이 야유가 터져 나왔다.
화가 난 팬 중 일부는 경기장 안으로 물병을 던지기 시작했다.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이 이 모습에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화가 나도 경기장 안으로 물병을 던지며 안됩니다.”
“맞습니다. 혹시라도 선수들이 크게 다칠 수가 있어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어떤 경우에도 경기장 안에서 폭력과 인종차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최근 이탈리아의 프로축구리그인 세리에A에서 흑인 선수와 동양인 선수들을 상대로 인종차별 행태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FIFA에서 강력대응 천명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효과적인 방책을 내놓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나저나 오늘 경기 참 안습입니다.”
“저도 오늘 경기 안 본 눈 사고 싶습니다.”
정말 맨유나 왓포드 선수 모두 오늘 최악의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일부러 이렇게 대놓고 경기를 못 하기도 참 힘들 것이다.
삐익!
그때, 주심의 날카로운 휘슬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맨유의 수비수가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에서 파울을 저지른 것이다.
왓포드에게 천금 같은 프리킥 기회가 찾아왔다.
카카 감독은 반사적으로 대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입술을 한번 꼭 깨물더니 급히 손짓하며 외쳤다.
“대한! 나가서 프리킥 차!”
“오케이.”
결국, 승리에 목이 마른 카카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대한은 신나게 경기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대신 왓포드의 공격수 그레이가 인상을 쓰면서 밖으로 나와야 했다.
와아아아!
순간 비커리지 로드 경기장 안은 뜨거운 함성으로 뒤덮였다.
“대한! 대한! 대한! 대한…….”
대한의 모습이 보이자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왓포드 팬들!
경기장 안에서 그들의 뜨거운 열망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었다.
대한은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쪽에 우뚝 섰다.
두 손으로 축구공을 들더니 입으로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맨유 선수들은 지금이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그래서인지 벽을 쌓는데 아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심이 끼어들어 양측 선수들에게 강하게 경고했다.
더 이상 경기 진행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면 경고와 퇴장을 불사하겠다고 말이다.
그제야 양측 선수들은 놀라서 각자 자리를 잡고 얌전히 서 있었다.
대한은 냉철한 시선으로 골대 정면에 쌓아놓은 맨유 선수들의 벽을 노려봤다.
서늘한 미소를 한번 지은 그는 볼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다다다다!
뻥!
마치 축구공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대한이 찬 볼은 무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아예 맞고 뒈지라는 듯 차버린 공이다.
맨유 선수들은 기겁하면서 몸을 뒤로 돌렸다.
하지만 볼은 그들을 맞추지 않고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텅!
통렬하게 날린 슛은 왼쪽 골포스트를 맞췄다.
그리곤 골대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와아아아!
경기장이 일순 뜨거운 함성으로 뒤덮였다.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둘은 두 손을 하늘 높이 들고 고래고래 외쳤다.
“골!”
“골입니다.”
“대한민국의 이대한 선수가 골을 터트렸습니다.”
“정말 자랑스러운 대한의 건아입니다.”
“이제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습니다.”
“프리미어리그의 월드클래스 이대한 선수! 그의 국적은 대한민국입니다.”
국뽕이 흠씬 차오르는 장수원과 남희진의 멘트!
이른 새벽,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한국의 축구팬들까지 모조리 열광하게 했다.
이에 더해 대한TV를 보는 시청자들까지 광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여느아이: 이게 실화냐!]
[푸하하: 와아! 정말 미쳤네!]
[벨라녀: 프리킥 개 잘 찬다.]
[봄이와요: 역시 우리 대한이네.]
[Mesi: 얄짤없는 월드클래스 공격수다.]
[창렬스런녀석: 무슨 소리냐? 세계 최고의 공격수다.]
[왕자탄백마: 리그 24호 골이다.]
[알라딘빤스: 11경기 만에 24골이라니!]
[전진: FA컵 경기 포함하면 13경기 26골이다.]
[굿잡: 이런 미친 골이라니. 근데 맨유 선수들 맞고 뒤지는 줄 알았다.]
[NO재팬: 주모! 여기 국뽕 술 5병이랑 안주로 무한영상 틀어주쇼!]
[자주국방: 우와! 개쩐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제 대한의 입지는 확고부동해졌다.
경기에서 프리킥 찬스가 나오면 다들 그냥 들어가려니 한다.
오히려 골을 못 넣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선수다.
물론 딱 한 번 프리킥으로 골을 넣지 못했다.
그것도 거의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놈의 골키퍼가 무슨 약이라도 먹었는지 인생 선방을 해버려서 막힌 것이다.
“이대한 선수! 확실히 믿음직스럽습니다.”
“왓포드의 확고부동한 주전 공격수입니다.”
“그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장수원 아나운서의 말에 남희진 해설위원이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렇군요. 마침 맨시티에서 오피셜이 떴습니다. 이대한 선수와 주급 40만 파운드에 임대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40만 파운드면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 주급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만수르 구단주가 결국 이대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거하게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데 헤아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최고 주급 선수였죠.”
“이제는 이대한 선수가 그걸 훌쩍 넘겨버리고 말았네요.”
“그래도 아직 바르셀로나의 메시 선수의 주급에는 못 따라가지 않나요?”
남희진은 날카로운 눈으로 장수원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그렇긴 해도 현재 세계 최정상 프로축구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주급을 받는다는 영광이 희석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 맞습니다. 주급 40만 파운드면 오늘 환율로 6억천만 원이나 되는 거금입니다.”
“한 주 주급으로 페라리 488 GTB 스포츠카를 2대나 살 수 있는 거액입니다.”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은 경쟁이라도 하듯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시청자들은 갑자기 여기서 페라리가 왜 나오냐고 항의했다.
일부는 꼭 비유해도 스포츠카 같은 것을 해서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나 결국 모든 시청자는 대한이 넣은 프리킥을 반복해 보면서 마음을 풀고 대동단결했다.
[매치데이: 가즈아! 맨시티!]
[라이언킹: 프리미어리그 우승! 가즈아!]
[드래곤J: 이제는 챔피언스리그다.]
[뭘원해: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왕 한번 해보자!]
[송튜브: 난 무조건 대한이 된다고 본다.]
[대한홧팅: 내친김에 발롱도르도 들어보자.]
[땡벌: 날강두나 메시는 이미 늙었다. 이제는 대한의 시대다.]
[우걱우걱: 그런데 이대한 선수는 국대에 언제 들어오죠?]
[난세의영웅: 축협 관계자는 꺼져!]
[탱다희조아라: 망할 축협 관계자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조기축구: 국대 드립은 개뿔! 그냥 프리미어리그나 씹어먹자!]
[난전설이다: 국대는 K리그 선수들이 놀게 내버려 둬!]
[대한민국만세: 우리 대한이는 세계 정상들과 어울려야 한다. 축협의 국대는 개나 줘라!]
뜨거운 채팅창의 반응은 쉬이 꺼지지 않았다.
삐익!
주심의 휘슬로 경기가 다시 시작됐다.
왓포드는 여전히 텐백 전술을 사용했다.
하지만 대한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한 골을 더 넣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