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29화 (228/331)

229화 <늦둥이>

맨체스터시티의 아구에로와 마레즈의 골은 물론!

왓포드의 그레이가 넣은 원더골조차 그냥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지고 말았다.

삐익!

주심의 휘슬로 경기가 재개됐다.

역전에 성공한 왓포드는 남은 시간 동안 잠그기에 들어갔다.

리버풀 전에서도 그 위력이 증명됐던 빗장수비!

대한의 광적인 압박과 수비로 인해 거의 철벽 방어막이 형성되었다.

맨체스터시티는 총공세로 나왔다.

데브라이너의 중거리 슛을 시작으로 다비드 실바와 마레즈의 기습적인 슛이 이어졌다.

뒤이어 아구에로와 스털링의 날카로운 슛도 왓포드의 골문을 위협했다.

그런데 왓포드의 골키퍼 포스터의 선방 쇼가 터졌다.

대한과 왓포드 수비수들도 헌신적으로 몸을 던져 육탄방어에 나섰다.

그러자 맨체스터시티의 파상공세는 결국 모조리 실패하고 말았다.

삐이익!

주심의 긴 휘슬이 터졌다.

경기장은 뜨거운 함성이 메아리처럼 이어졌다.

“와아아아!”

왓포드 홈구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해버렸다.

그들은 맨체스터시티라는 거함을 단 두 방에 침몰시킨 선수!

대한의 이름을 광적으로 연호했다.

대한! 대한! 대한! 대한! 대한! 대한…….

이 장면을 본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시청자 여러분! 보십시오. 비커리지 로드의 모든 관중이 지금 이대한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동입니다.”

“우와! 장관이네요.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런 모습을 보다니. 그것도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이대한 선수에게 말입니다.”

“이건 마치 우리가 큰 선물이라도 받은 기분입니다.”

“이대한 선수! 오늘 정말 존재감에 방점을 찍네요.”

스포츠티비와 대한TV를 시청하는 시청자들도 감동의 물결에 휩싸였다.

그들은 흥분된 가슴을 쉽게 진정하지 못했다.

이미 경기가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채널을 고정한 후!

멍하니 계속 화면만 바라봤다.

대한은 경기가 끝나자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손뼉을 쳤다.

왓포드 구단주와 프런트는 얄미웠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에게 열광하는 왓포드 팬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임대로 떠나는 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있을 때 잘하자고 생각하고 팬서비스에 신경 썼다.

이런 대한의 모습에 왓포드 팬들은 더욱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다.

그때, 그의 뇌리로 에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응?’

―만수르가 움직였습니다.

‘만수르? 혹시 맨체스터시티의 구단주 만수르 말이야?’

―네, 그가 현재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주급을 받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데헤아보다 5천 파운드를 더 불렀습니다.

‘그럼 38만 파운드로 최고액수네.’

주급 38만 파운드라면!

주급 도둑이라고 불리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시스 산체스의 주급 39만 파운드를 제외하고 최고의 액수다.

알렉시스 산체스는 칠레 출신의 윙 포워드로 2019년 8월 29일, FC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로 임대 이적했다. 웃기는 것은 산체스의 주급 일부를 아직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주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랬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주급 경쟁이라도 붙었다는 말이야?’

―네, 로마 아브람함비치가 만수르의 제안을 듣더니 바로 1만 파운드를 더 질렀어요.

‘헐! 그럼 39만 파운드네.’

―그러자 만수르가 다시 1만 파운드를 질러서 40만 파운드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러면서 돈 지랄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받아주겠다고 선언을 해버렸습니다.

대한은 만수르의 패기에 지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돈이 많은 거부는 하는 짓도 달랐다.

‘와! 이거 재미있겠는데.’

―아쉽게도 거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왜 다들 꼬리를 말았나?’

―개인재산 추정치가 300억 달러에 달하는 아부다비의 왕족 만수르가 돈 지랄을 선언했으니 다들 GG치고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에바의 말이 이해가 갔다.

하지만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다.

주급 경쟁을 하려면 좀 제대로 하던지 이렇게 하다 말면 아쉽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도 로마 아브라함비치 덕분에 38만 파운드에서 40만 파운드로 2만 파운드가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이번엔 예쁜 짓 한번 했네. 그래도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위인이야.’

―앞으로 그와 엮일 일은 거의 없을 테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야겠지.’

대한은 경기장을 한 바퀴 돌고는 출구로 걸어갔다.

카카 감독이 그때까지 경기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의 몸을 꼭 껴안았다.

“대한! 정말 잘했어.”

“고맙습니다.”

“그리고 나 너무 미워하지 마!”

“네에?”

“말을 듣지 않으면 바로 해고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널 후반전에만 내보내는 거야. 물론 그것도 내 독단이야.”

“아! 이해합니다. 그렇다고 동감까지는 바라지 마세요.”

대한은 냉정한 말을 환하게 웃으면서 했다.

카카도 안면 관리를 철저히 해가면서 대답했다.

“물론이지. 그런 거를 바라면 내가 나쁜 놈이야. 어쨌든 미안해! 그리고 좋은 곳으로 임대 이적하길 바란다.”

“네, 그렇게 할 거예요.”

그는 카카 감독과 어깨동무를 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에 두 사람의 사이가 아주 돈독한 것으로 매스컴은 오해했다.

하지만 대한은 그런 사실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카카 감독은 나름 애를 쓰고 있었다.

카카마저 왓포드 구단주나 프런트처럼 굴었다면!

아마 대한은 왓포드라는 구단을 인수·합병해서 아예 공중분해를 시켜버렸을 것이다.

라커룸에서 샤워하고 나갔다.

주차장에는 아직도 수많은 팬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대한은 곧바로 차를 타고 빠져나갔다.

괜히 어설프게 싸인을 해준다고 나섰다간…….

아마 내일 아침까지 집에 못 들어갈지도 모른다.

차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에바는 다시 보고를 시작했다.

―마스터!

‘응?’

―임대는 주급 40만 파운드에 맨체스터시티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 가실 겁니까?

‘앞으로 몇 경기 남았지?’

―4월 27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홈경기가 있습니다. 5월 5일에는 첼시 원정경기가 있고, 5월 12일 아스날과 마지막 홈경기가 있습니다.

3팀이 하나같이 전부 강팀이었다.

대한은 당연히 이런 강팀과 경기하기를 원했다.

그래야 뛰어난 재능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스날 홈경기가 리그 마지막 경기 맞지?’

―네, 그렇습니다. 5월 18일에 맨체스터시티와 FA컵 원정경기가 하나 있는데 이건 임대 가는 구단에 관한 예의상 빠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럼 리그 마지막 경기가 끝난 다음 날인 5월 13일에 맨체스터시티로 임대 가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해!’

―알겠습니다.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대한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주급을 받는다는 사실에 고무됐다.

물론 투자를 통해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알게 모르게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래도 역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주급을 받는 선수라는 영예는 기분 좋은 일이었다.

‘엇참! 임대계약조건은 왓포드와 같지?’

―네, 주급과 기간을 빼고 왓포드와 거의 비슷합니다. 아니 임대 후 이적에 관한 조건은 오히려 더 파격적입니다.

‘그건 에바가 잘 알아서 처리하도록 해!’

―공식발표는 언제 할까요?

‘당연히 아스날과 마지막 경기를 하고 난 다음에 발표해야지.’

―네.

아스날과 홈경기를 마지막으로 대한은 왓포드를 뜨기로 했다.

이제 아무리 놈들이 지랄발광해도 소용없다.

그는 왓포드에게 단 1파운드의 이적료도 주지 않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맨체스터시티로 임대 가고나면 아마 왓포드로 다시 돌아올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만수르가 오늘 왓포드에 역전패당해 상당히 열이 받은 게 확실하다.

그래서 어떻게든 대한을 잡기 위해 저렇게 최고의 주급을 배팅한 것이다.

임대로 가서 뛰다가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대한은 얼마든지 맨체스터시티에 남을 용의가 있었다.

끼익!

집 앞에 차가 멈춰 섰다.

대한은 경호원들의 철통같은 호위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문이 열리자 제일 먼저 눈에 보인 것은 에바였다.

그런데 그녀는 아주 짧은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그녀의 몸을 잡고 뒤로 홱 돌려봤다.

아니나 다를까!

에바의 등이 휑했다.

치마도 살짝 들춰보니 아예 속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에바!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남자들이 메이드복을 좋아한다고 해서 한번 입어봤어요.”

대한의 물음에 에바는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그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에바가 아무리 예쁘고 아름다워도 안드로이드의 몸일 뿐이다.

그걸 뻔히 알고 있는데 메이드복을 입고 있다고 심쿵할 리 없었다.

같이 즐길 미녀가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안드로이드와 힘을 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대한은 에바를 깔끔하게 무시했다.

이에 에바는 살짝 실망했다.

현재 그녀는 재생 및 복제하고 있는 자신의 몸을 위해 대한의 반응을 여러모로 측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그의 반응이 영 탐탁지가 않았다.

에바는 할 수 없이 메이드복을 벗고 깔끔한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대한은 손을 씻고 나와 의자에 앉았다.

H1 제니와 H2 야엘이 정성껏 준비한 맛있는 요리들!

당장 그의 식욕을 자극했다.

“맛있겠다.”

“마스터! 많이 드세요.”

“마스터! 맛있게 드세요.”

“응.”

제니와 야엘의 말에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는 젓가락을 들었다.

하지만 그걸 쓸 기회는 영 사라지고 말았다.

에바가 옆에 앉아 그가 먹고 싶은 음식을 쳐다보기만 하면 바로 집어서 먹여줬다.

솔직히 참 편하긴 했다.

“마스터!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뭔데?”

“그건 직접 부모님에게 들으세요.”

“그럴까!”

에바는 한국으로 영상통화를 연결했다.

몇 번 벨 소리가 나더니 곧 이태산과 김혜영의 얼굴이 홀로그램에 떠올랐다.

“아버지! 어머니!”

―대한아!

―아이고! 우리 대한이 수고 많았다.

이태산과 김혜영은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그가 뛴 축구경기를 지켜본 모양이다.

“새벽인데 왜 아직도 안 주무세요?”

―네 경기 보다가 흥분해서 그렇지.

―엄마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 세상에 넌 어떻게 그런 멋진 골을 넣을 수가 있니!

김혜영의 말에 대한은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보통이죠. 크크크!”

―이건 아마 올해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이 될 거야.

―맞아.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고맙습니다. 그런데 좋은 소식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뭐예요?”

순간 이태산과 김혜영의 동공에 지진이 났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더니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이태산이 용기를 내어 말했다.

―대한아!

“네, 아버지.”

―너한테 동생이 생겼다.

“네에?”

설마 했었다.

그런데 정말 설마가 사람을 잡고 있다.

“혹시 어머니가 임신이라도 하셨다는 말인가요?”

―응, 임신했어.

“와우! 이거 정말 놀라운 일이네요.”

―대한아! 미안해!

김혜영은 놀란 대한의 반응에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는 대뜸 사과부터 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대한은 얼른 손사래를 쳤다.

“하하하! 어머니!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왜 나한테 사과를 해요. 동생이 생긴다는데 축하해야죠.”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당연하죠. 제가 그동안 혼자라서 얼마나 외로웠는데요? 어머니는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빨리 동생이나 낳아주세요. 제가 알아서 다 키울게요.”

―애를 어떻게 빨리 낳아! 때가 돼야 나오지.

“그런가요? 하하하!”

대한은 일부러 좀 오버를 해가면서 어머니 김혜영을 안심시켜 드렸다.

안 그래도 늦둥이를 가지는 바람에 남사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가 놀란 표정을 짓자 김혜영은 이제 망신살이 뻗쳤다고 크게 실망했다.

그래서 대한에게 일단 용서부터 구한 것이다.

아직 3개월도 되지 않았으니 임신중절 수술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아들이 생각과는 달리 크게 좋아하는 눈치였다.

거기에다 경사라는 대한의 말에 김혜영은 눈물이 찔끔 났다.

―대한아! 솔직하게 말해봐! 너 정말 괜찮은 거지? 네가 싫다면 엄마는 그냥 애 낳는 거 포기할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그러다 제 동생이 듣겠어요. 농담이라도 우리 그런 말은 하지 맙시다. 전 제 동생 100%, 무조건 환영합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어쨌든 축하드려요. 그런데 아들이에요? 딸이에요?”

―그건 아직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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