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화 <레전드 골>
“와아아아!”
“우우우우!”
경기장은 환호와 야유가 섞여 쏟아졌다.
카카 감독은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바로 선수교체를 요청했다.
아무리 구단주와 프런트가 대한을 배제하라고 해도 카카는 왓포드의 감독으로 이런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대한은 고개를 돌리고 카카를 쳐다봤다.
그러자 카카 감독이 그를 향해 힘차게 손짓했다.
선수교체로 당장 출전하라는 신호였다.
싱긋!
대한은 미소를 지으며 달려갔다.
‘이것들이 오냐오냐하니까 아예 나를 홍어젓으로 아네.’
그렇다고 감독의 요청을 거부하진 않았다.
어차피 EPL 빅6 구단 및 라리가의 2강 구단과 임대 협상이 진행 중이다.
맨체스터시티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 임대 갈 자신에게도 유리했다.
삑!
주심이 휘슬을 불며 대한을 쳐다봤다.
그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골대를 바라봤다.
맨체스터시티 선수들이 벽을 쌓아놓고 초긴장 상태가 됐다.
그들도 대한의 프리킥이 무섭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리버풀 전에서 단 한 번을 제외하면!
그의 프리킥은 지금까지 실패를 몰랐다.
더구나 프리킥 위치가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선상에 가까웠다.
대한에게는 골을 넣지 못하는 게 더 어려운, 아주 좋은 위치였다.
도도도도! 뻥!
대한은 빠르게 달려가 시원하게 볼을 찼다.
벽을 쌓은 맨체스터시티 선수들이 그에 맞춰 일제히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촤악!
대지를 가르며 날아가는 슛!
바닥에 쫙 깔린 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았다.
무회전의 축구공은 그대로 골문 오른쪽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에데르송 골키퍼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볼이 들어가는 것을 그냥 지켜봐야만 했다.
“젠장!”
설마 대한이 아래로 깔아서 찰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와아아아!”
“골!”
비커리지 로드 경기장은 순간 광란의 도가니로 변해버렸다.
대한이 동점골을 성공시키자 관중들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손을 흔들었다.
왓포드 벤치에서도 코치진과 후보선수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함성을 질렀다.
이 대열에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이 절대 빠지지 않았다.
“골!”
“골입니다.”
“대박 골입니다.”
“동점 골이지요.”
“역시 이대한 선수예요.”
흥분한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얼싸안고 좋아했다.
그러다가 급 뻘쭘한 자세로 다시 중계방송을 이어나갔다.
“이대한 선수 맨체스터시티의 골문에 프리킥을 성공시켰습니다.”
“에데르송 골키퍼와의 심리전에서 완벽히 승리한 거죠.”
“아래로 깔아 찰 줄은 몰랐던 모양이네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위로 차든 아래로 깔아 차든 이대한 선수는 무조건 골을 넣었을 겁니다. 이런 가까운 거리에서 이대한 선수가 볼을 못 넣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이걸 통계라고 해야 할지, 신앙이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남희진은 어느새 이대한의 빠가 되어있었다.
“그러고 보니 리버풀 전에서 프리킥이 한번 막힌 게 참 아깝네요.”
“그것도 사실 들어가는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골키퍼가 그날 무슨 비약이라도 먹었는지 미친 선방을 해버린 거죠.”
“경기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 같습니까?”
“이제부터가 진짜 시합입니다. 사실 전반전의 왓포드는 프리미어리그 강등권 레벨의 축구를 보여줬어요. 사실 이게 저들의 실력입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이대한 선수가 들어온 이상! 상황은 180도 달라질 겁니다.”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의 편파방송이 극을 향해 치달려가고 있었다.
이에 동조하는 국뽕들이 스포츠티비와 대한TV 채팅창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달려라대한: 대박! 골이다.]
[와탕카: 개쩐다. 역시 이대한!]
[둥둥: 프리미어리그의 폭군이 납시었다.]
[대한지킴이: 폭군? 그거 좋네.]
[복이찬: ㅋㅋ 개좋아. 폭군도 좋아. 다 좋아. 막 좋아! ㅎㅎ]
[BY: I love DeaHan ♥♥♥♥♥♥♥]
[바이오연료뿡: 좌석 앞에 긴 전광판에 이대한 이름 나올 때 국뽕찬다.]
[캐슬: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 말아주오! ㅋㅋ]
[봄날고양이: 진짜 개잘한다.]
[아리랑: 리그 10경기 만에 22골 넣었다. ㅎㄷㄷ]
[행복짱: 실화냐! 리그 10경기 연속 골이야.]
[와여름이다: 미친. FA컵 경기 포함하면 12경기 24골이다.]
주심은 선수들을 재촉해 경기를 속개시켰다.
삐익!
현재 스코어는 2:2.
맨체스터시티는 동점이 되자 다시 전열을 재정비했다.
양 팀 모두 한 골에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그래서인지 선수들은 조심스럽게 경기를 진행했다.
왓포드는 포메이션을 4:5:1로 바꿨다.
데울로페우를 최전방 공격수로 두고 대한을 중앙에 세웠다.
수비에 이어 허리를 보강한 것이다.
대한은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맨체스터시티를 압박했다.
그러자 맨체스터시티의 공격 날이 서서히 무뎌져 갔다.
덕분에 왓포드는 중앙이 살아났다.
빌드업도 대한을 중심으로 빠르게 이어졌다.
퉁!
그때 대한이 낮고 빠른 패스를 중앙으로 찔러넣었다.
데울로페우가 침투하는 것을 보자마자 날린 날카로운 킬패스였다.
“와아아아!”
그 모습에 관중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데울로페우는 미소를 지으며 날아오는 볼을 잡았다.
멋진 퍼스트터치를 하고, 잠깐 골대를 쳐다볼 시간이 생겼다.
골키퍼가 우측으로 조금 치우쳐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뻥!
데울로페우는 골대 왼쪽을 향해 바로 강슛을 때려버렸다.
텅!
그런데 아쉽게도 그의 회심의 슛은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데울로페우는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아쉬워했다.
맨체스터시티 수비수는 볼을 잡아 즉시 전방으로 패스했다.
스털링은 볼을 잡자 앞으로 툭 치고는 달려갔다.
워낙 스피드가 좋은 선수라서 순식간에 중앙선을 넘어 왓포드 진형으로 넘어왔다.
촤악!
그때 스털링의 몸이 휘청하고 옆으로 기울어졌다.
누군가 다가와 어깨로 그를 밀어내버린 것이다.
스털링은 중심이 낮고 밸런스가 좋았다.
그래서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문제는 눈앞에 있던 볼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대한이 볼만 쏙 빼내 전방으로 길게 롱패스를 하고 있었다.
‘언제 다가왔지?’
스털링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히 그가 달릴 때 주변을 한번 살펴봤었다.
가까이 다가오는 선수 중에 대한은 없었다.
그런데 언제 달려왔는지 어깨싸움을 건 다음 바로 볼을 빼앗아갔다.
그의 달리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른 선수라는 것은 짐작도 하지 못했다.
대한에 관한 스털링의 경각심이 최고조를 찍는 사이!
왓포드의 빠른 재역습이 있었다.
이번에도 데울로페우는 대한의 롱패스를 받아서 시원하게 슛을 때렸다.
뻥!
툭!
그러나 아쉽게도 에데르송의 미친 선방에 막혔다.
골대 모서리로 기가 막히게 잘 감아 찬 볼인데도 에데르송이 그걸 막아버렸다.
“아악!”
데울로페우는 하늘을 향해 비명을 지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번 것은 누가 봐도 골이었다.
그걸 놓쳤으니 아쉬울 만도 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왓포드와 맨체스터시티는 한 번씩 공수를 교환하며 서로의 골대를 노렸다.
특히 스털링과 아구에로, 마레즈의 삼각편대는 쉴 새 없이 왓포드의 골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맨체스터시티가 공격할 때 가장 잘 활용하는 하프스페이스 공간을 철저하게 막고 차단하는 왓포드의 밀집 수비를 뚫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대한을 비롯해 왓포드의 미드필더진은 귄도간, 다비드 실바 등
맨체스터시티의 미드필더들을 1:1로 철저하게 마크하면서 붙잡고 늘어졌다.
차라리 왓포드가 정상적으로 경기를 해나갔다면 스털링의 빠른 발과 아구에로의 골 결정력 그리고 마레즈의 왼발 킥이 환상적인 시너지효과를 냈을 것이다.
“대한!”
그때, 아구에로를 향해 가는 패스를 두쿠레가 차단했다.
그리곤 바로 대한을 향해 빠르게 패스했다.
그는 빠르게 날아온 볼을 받아 앞으로 돌리고 주변을 한번 살펴봤다.
데울로페우가 기회라 생각했는지 바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위치가 너무 아래쪽이었다.
데울로페우보다는 자신이 달리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
툭! 다다다다!
대한은 일단 볼을 앞으로 툭툭 치고 달렸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치달이 펼쳐졌다.
왓포드 페널티 에어리어 모서리에서 시작된 드리블!
순간적으로 속도를 더한 대한은 어느새 맨체스터시티 진형으로 넘어갔다.
이때 까지만 해도 맨체스터시티 선수들은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대해 별 경각심이 없었다.
그런데 대한을 둘러싼 채 같이 달리고 있는 맨체스터시티 선수 중 누구도 그의 질주를 막지 못하자 관중들이 먼저 알고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와아아아!”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맨체스터시티의 수비수들이 서둘러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툭! 툭! 다다다다!
그러나 대한은 볼의 방향을 살짝 비트는 것만으로 아주 간단히 그들을 비켜나갔다.
수비수 중 하나가 손으로 그의 옷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대한이 달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뒤로 쳐졌다.
그러는 사이!
그는 맨체스터시티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들어왔다.
여전히 대한의 양옆에는 맨체스터시티 선수들이 죽으라고 달리고 있었다.
에데르송 골키퍼가 자세를 낮추고 앞으로 슬쩍 나왔다.
대한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골키퍼의 우측을 향해 빠르게 볼을 찼다.
퉁!
굴러가는 축구공에 가속도가 더해진 볼은 그대로 골망을 가르고 말았다.
에데르송 골키퍼가 힘껏 몸을 날려보았다.
하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짓이었다.
“와아아아!”
“골!”
경기장은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흔들렸다.
왓포드 팬들은 두 손을 하늘 높이 들고 미친 듯이 흔들었다.
흥분한 그들은 자신의 입에서 괴성이 터지고 있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왓포드 벤치에서도 난리가 났다.
관중들이 지르는 괴성과 다름없는 함성이 터지며 흥분의 도가니가 되어버렸다.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도 역시 그들과 다름없이 괴성을 질러댔다.
아니 왓포드 팬들을 능가하는 호쾌한 괴성을 만들어냈다.
“우왁! 골!”
“이야! 골!”
“골입니다.”
“원더골이에요.”
“이대한 선수가 환상적인 골을 집어넣었습니다.”
남희진은 목청을 올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80m를 11초 만에 질주해서 맨체스터시티 골대에 볼을 박아넣었습니다.”
“엄청난 골입니다. 이건 정말 역대급입니다.”
“오늘 경기를 지켜본 시청자들이 승리자입니다. 이런 레전드급 골을 볼 수 있었다니 말이에요.”
“네, 저도 남희진 해설위원도 그리고 우리 시청자 여러분도 모두 승자네요.”
“하하하! 정말 이대한 선수가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이대한 선수가 프리미어리그를 아주 그냥 씹어 먹고 있습니다.”
“오늘도 멀티골을 기록했습니다. 가공할 득점력입니다.”
“네, 진짜 가공할 골 결정력이에요.”
중계방송을 하는 장수원 아나운서나 남희진 해설위원이나 이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이나 모두 한 마음으로 역전 골에 열광했다.
대한TV 시청자들도 이들의 마음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충성도가 높은 대한TV 구독자나 팔로워들은 오히려 국뽕을 능가하는 대한바라기들이었다.
그래서 채팅창은 대한을 찬양하는 글로 대동단결을 이뤘다.
[―노사연: 이대한 선수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요.]
[Stephanie: Best of the Best!]
[아빠토리: 미쳤다. 정말 대단하다.]
[대한독립만세: 기분 째지겠다.]
[모니카존버: 30년 후에 대한이 영국에 오면 100% 사람들이 알아볼 것이다. 차붐이 2014년에 독일 방문 시에도 알아본 것처럼. 레전드!]
[이러기야: 우리가 저런 골을 보다니 ㅎㄷㄷ]
[한별: 대한이 게임처럼 부스터를 쓰나 보다. ㅋㅋ]
[뜨거운바다: 최고 최고 최고 최고 최고!!]
[이리: 아! 손에 땀을 쥐다가 골 넣는 순간 지릴 뻔!]
[자주국방: 난 이미 싸버렸다. 바닥이 흥건해!]
[난축돌이: 베일도 이런 경우로 레알 갔다. 대한도 가자!]
[화끈한오후: 천재구나!]
[죽어가는재일동포: 인간이 아니무니다.]
대한의 이번 역전 골은 정말 파급력이 대단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영국, 중국, 일본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보는 축구팬들은 하나같이 감탄을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