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26화 (225/331)

226화

에바와 대화가 끝나자 대한은 모니카를 쳐다봤다.

그녀는 어느새 그의 몸 위로 올라왔다.

전신이 차갑고 부드러운 여체에 짓눌렸다.

모니카는 대한의 입술을 비롯해 얼굴 전체에 마구 키스를 퍼부었다.

두 사람은 잠시 뜨거운 프렌치키스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대한과 모니카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수영장 한쪽에 있는 테이블로 갔다.

곧 조각 케이크와 파이, 과일 파르페와 과일주스가 풍성하게 나왔다.

둘은 포크를 들고 서로 먹여주기 바빴다.

그러다가 마음이 동하면 그대로 키스를 했다.

에바가 둘을 지켜보다가 벽에 걸린 LED TV를 틀었다.

대한은 에바의 소심한 복수에 속으로 고소를 지었다.

그러다 문뜩 시야에 어떤 장면 하나가 휙 지나갔다.

“잠깐!”

대한이 에바를 향해 급히 외쳤다.

모니카는 무슨 일인가 하고 그에게서 입술을 뗐다.

그러다가 별일 아닌 것으로 보이자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는 대한의 목과 가슴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에바! 방금 나왔던 채널로 다시 돌려봐!”

“난파선 나오는 거요?”

“응.”

에바가 리모컨을 만지자 바로 전 채널로 돌아갔다.

대한은 그걸 보자마자 자신의 무릎을 쳤다.

“바로 저거야.”

“네! 뭐가요?”

에바는 그의 말뜻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난파선 말이야.”

“난파선이 왜요?”

“바다에 침몰한 난파선은 대부분 보물선이야. 우리가 저걸 인양하면 어떨까?”

“아! 트레져헌터가 되자는 말이군요.”

“트레져헌터도 좋고 트레져 회사도 좋으니까 우리가 저 보물선을 차지하자.”

“좋아요. 그것참 재미있겠네요.”

대한이 흥미를 느끼자 에바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모니카는 두 사람의 말에 잠깐 TV를 쳐다봤다.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조금씩 더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대한의 말도 그에 따라 차츰 빨라졌다.

“내가 듣기로는 발트해의 핀란드 해역에만 항해하다 가라앉은 배가 6000척이 넘는다고 하더라.”

“숫자가 엄청 많네요.”

“그렇지! 그것만 다 찾아서 인양해도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발트해만 있는 게 아니야. 남중국해, 말라카해협, 필리핀해상, 카리브해 등에도 수많은 무역선과 군함이 침몰해있어.”

“목적이 난파선 인양입니까? 아니면 난파선에 담긴 보물을 노리는 겁니까?”

에바는 목적을 좀 더 명확하게 하길 원했다.

그에 따라 준비해야 할 배와 장비 및 비용이 천지 차이로 바뀌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보물이지. 다 썩어빠진 난파선을 인양해서 뭐에다 쓰게.”

“그럼 굳이 인양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무슨 좋은 수가 있나 보지?”

“인양이 아니라 보물만 꺼낸다면 당장 우주셔틀을 조금만 손봐도 바로 심해 잠수함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저희가 쓰고 있는 드론을 개조해 무인 잠수정으로 만들고 거기에다 로봇팔만 결합해서 보물만 따로 챙길 수도 있고요.”

에바의 말을 들어보니 망설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더구나 심해 잠수함이나 무인 잠수정을 따로 구할 필요도 없어졌다.

남은 것은 히릭스를 이용하면 바닷속에 뭐가 들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일이다.

침몰한 보물선의 위치만 알고 있다면 보물을 챙기는 것은 사실 일도 아니었다.

“당장 추진하자!”

“네, 마스터.”

대한과 에바는 바로 의기투합했다.

“먼저 전문 보물선 인양업체를 세우자.”

“코레투자의 자회사로 하나 만들면 되겠네요.”

“회사명은 ‘코레트레져’ 어때?”

“참 좋습니다.”

에바의 말에 그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히릭스에서 우주셔틀 1대를 더 꺼내 개조를 시작하겠습니다.”

“심해 잠수함으로 쓸 수 있게 말이지?”

“네, 그리고 드론도 3대를 무인 잠수정으로 개조하겠습니다.”

“로봇팔을 달아서?”

“당연하죠.”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며 귀엽게 웃었다.

“아까 내가 말했던 해역들, 잊지 말고 스캔해서 침몰한 보물선들을 찾아봐!”

“당장 히릭스의 센서를 가동하겠습니다.”

“준비되면 나한테 알려줘!”

“네, 그럴게요.”

대한은 인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짜릿한 쾌감으로 인해 정신이 다 몽롱해지고 있었다.

그러다 문뜩 에바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아무리 신경이 둔해도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모니카를 일으켜 세웠다.

“모니카!”

“응?”

“안으로 들어가자.”

“좋아.”

모니카는 대한의 말에 신이 났다.

뭐가 좋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침실로 향했다.

한 몸처럼 붙어서 다정하게 걸어가는 선남선녀!

에바는 두 연인의 모습을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었다.

* * *

CIA는 특정 부처에 속하지 않은 미국의 독립 정보기관이다. 본부는 워싱턴 D.C. 인근이고, 전 세계에 걸쳐서 2만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직원의 상당수의 신분이 숨겨져 있고, 예산이 기밀이라 대략적인 규모만 알려져 있다.

버지니아주 랭글리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 중앙정보국) 본부.

톡톡톡!

체리 워커 CIA 국장은 보고서를 읽으며 손톱으로 마호가니 책상을 두드렸다.

회의실 한쪽에 앉아있는 바운 비숍 CIA 부국장은 그녀가 보고서를 다 읽기만을 기다렸다.

툭!

체리 국장이 보고서를 책상 위에 던지고 안경을 벗었다.

그리곤 손으로 눈을 비비면서 물었다.

“그래서 요점이 뭡니까?”

“좀 디테일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 회사가 우리 미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나요?”

“그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코레디펜스 때문에 국익에 손해가 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체리 국장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국익이 아니라 군산복합업체의 이익이겠지요.”

“그것도 사실입니다.”

의외로 바운은 순순히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체리 국장은 왠지 찜찜한 생각이 들었다.

보고서를 읽는 내내 더러운 음모와 돈 냄새가 풀풀 났다.

“대한민국 국가정보원(NIS)에 정식으로 협조 요청을 하는 건 어때요?”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자체적으로 조사 중입니다.”

“2017년에 창설한 코리아 임무센터(KMC)를 통해서 말입니까?”

“실질적으로는 CIA 한국지부에서 주도하고 있습니다.”

체리 국장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동맹국의 회사를 적대시하는 보고내용.

아무래도 누군가 대형사고를 칠 것 같은 불길함!

본능적으로 작성자의 차갑고도 끈적끈적한 저의가 느껴졌다.

“국토안보부(DHS)와 국가안보국(NSA)의 정보공유요청은 또 뭡니까?”

“말 그대로 그쪽에서 코레 그룹에 대한 정보공유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군산복합업체가 벌써 거기까지 손을 쓴 모양이군요.”

“모든 것을 떠나서, 코레 그룹의 정체가 수상합니다.”

바운 부국장은 체리 국장을 향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수상하게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세금도 잘 내고 있고 기술도 정당하게 사들여서 응용하는 것 같던데.”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는 비호·레드백 대공방어 체계 200대와 군수지원 및 훈련 패키지로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와 34억 달러에 계약해버렸습니다.”

이 건은 이미 보고를 받은 일이다.

“놀랄 일이긴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미국기업의 안일한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보고서를 받았습니다. 아닙니까?”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레이저건입니다. 비호·레드백 대공방어 체계에 들어가는 이 레이저 무기는 아직 미국도 제대로 상용화시키지 못한 첨단무기입니다. 거기에다 사거리가 최대 10km나 된다고 합니다. 한국의 과학기술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었던 무기체계입니다.”

“흥! 결국, 돈이 문제로군요.”

체리 국장은 바운 부국장의 말을 통해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대충 감을 잡았다.

미국의 군산복합업체가 시나리오를 쓰고, 미국 정부가 주연, 미국 정보기관이 조연을 맡은 한편의 더러운 드라마였다.

바운 부국장의 말이 이어졌다.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의 중장거리 대공 방어체계에 이 레이저건이 활용된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일명 한국형 레이저 방공체계(KALD)가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흐음.”

“거기에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에 깊이 관여해 능동전자주사식(ASEA) 레이더의 개발과 각종 미사일의 사거리 연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도움을 받아서 만든 FA-50 경공격기에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대신 이 레이저건이 장착될 거라는 정보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초공동어뢰 제작기술까지 제공했다고 합니다.”

“혹시 코레디펜스가 한국 방산업체에 그 기술들을 공짜로 줬다고 합니까?”

“그럴 리가 있나요! 당연히 대가를 받고 넘겼습니다.”

“그럼 우리도 대가를 지급하고 무기를 사 오던가 기술이전을 받으면 될 거 아닙니까?”

“그, 그거야…….”

바운 부국장은 체리 국장의 말에 갑자기 말을 더듬었다.

설마 체리 국장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미국의 사기업의 이익을 위해 정부의 리소스를 쓸 수는 없어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결국 코레 그룹에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겠죠. 저들의 로비력이면 얼마든지 백악관과 국방부, 국토안보부 등을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난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이 보고서를 승인할 수 없어요. 또한 이 보고서를 기초로 작전을 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어렵게 가신다고 하니 그렇게 해드리죠.”

바운 부국장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체리 국장이 안경을 쓰면서 그를 쳐다봤다.

“그런데 이 보고서의 내용 중에 코레디펜스의 자회사 중에 PMC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코레실드라는 자회사를 가지고 있지요.”

“그 회사가 요즘 특수부대 출신 대원들과 정보부 출신 요원들을 스카우트 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까?”

“거기까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내가 부국장에게 한가지 충고를 하죠. 너무 깊게 개입하지 마세요. 특수부대 출신 대원과 정보부 출신 요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라면 로비는 물론 공작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으음.”

바운 부국장은 무거운 침음성을 냈다.

그제야 코레디펜스가 만만한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미국 정부에 반하는 행동은 쉽게 하지 못하겠지만 마음에 들지 않은 미국인 몇 명쯤은 얼마든지 교통사고로 위장해서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은 있어 보이네요.”

“조금 더 정보를 모아보겠습니다.”

“적당히 하세요. 저들이 뒤를 봐줄 거로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아차 하는 사이에 옷 벗게 됩니다. 물론 그 정도로 끝나면 아마 다행이겠지만.”

“…….”

바운 부국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 자리에 섰다.

체리 국장이 그런 그를 보다가 손을 휘휘 저었다.

“그만 가서 일 보세요.”

“네, 국장님. 그리고 충고 고맙습니다.”

바운 부국장이 나가자 체리 국장은 책상 위에 놓인 보고서를 노려봤다.

CIA 한국지부의 요원들이 총동원됐다.

코리아 임무센터(KMC)까지 움직였다.

그런데도 꼭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이 쏙 빠져있었다.

회사의 소유주나 지분구조, 자금력과 기술척도 등

기본적으로 보고서에 나와야 할 정보가 없었다.

일부러 채우지 않았다면 아마도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미국보다 오히려 정보를 얻기 쉬운 나라가 동맹국 한국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보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흐음, 나 몰래 블랙요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국토안보부(DHS)의 요원이나 국방부의 국가안보국(NSA) 요원들이 움직이겠군.”

체리 국장은 작게 독백하며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

그녀는 복도를 걸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한쪽 벽에 ‘국가의 사업, 정보의 중심(The Work of a Nation. The Center of Intelligence)’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체리 국장은 잠깐 그걸 쳐다보다가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머리 위!

존재감을 완전히 숨긴 에어볼 하나가 두둥실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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