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화 <돌직구 인터뷰>
“한 분씩 말씀해보세요.”
“대한 오빠를 보고 싶어요.”
“저도요.”
“네에? 그게 소원이에요?”
“네, 소원이에요.”
“맞아요. 제 소원이에요.”
새롬은 의도적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거라면 얼마든지 들어드려야죠. 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씹어먹고 계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이대한 선수를 만나보겠습니다.”
“와아!”
“와!”
한지혜와 한소망 남매는 대형 LED 모니터에 대한의 얼굴이 나오자 환호성을 질렀다.
―안녕하세요. 이대한입니다.
대한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우자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대한TV의 시청자들은 전과는 달리!
이제는 일주일이 한 번밖에 개인방송을 하지 않는 그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영국에 있는 대한이 이렇게 잘생긴 얼굴을 비치자 격렬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논두렁깡패: 대한아! 보고 싶었다.]
[보스맨: 얼굴 자주 보자.]
[하바나: 바쁜 거 이해한다. 5분이라도 좋으니 하루에 짧게라도 방송해줘!]
[꼭한번보자: 프리미어리그 씹어먹느라 고생 많다.]
[축구하는언니: 크크! 대한이 나왔네. 해위!]
[축구인생: 여윽시 얼굴이 존잘이네. 부럽다.]
[성난늑대소녀: 장래희망 대한이! 이의 없지?]
[선인장: ㅇㅈ 대한아! 인제 그만 무료봉사해라. 빅마켓으로 이적하자.]
[일제강점기잊지말자: 국대는 왜 안 들어왔어? 아직 힘드냐?]
[고사리손: 영양가 1도 없는 국대 올 필요 없다. 그냥 넌 프리미어리그 발라버려! 그게 애국이다.]
[서울의하늘: 맞다. 국대는 개뿔! K리그 선수로 채워도 충분하니까 전략도 전술도 없는 감독이나 바꿔라! 우리 대한이는 잘하고 있다. 그냥 계속 이대로만 해라!]
[프리미어리거: 스크롤 압박충! 꺼져! 대한 만세!]
대한TV의 시청자 수가 순간적으로 폭증했다.
소문을 들었는지 엄청난 숫자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한TV는 조금도 느려지거나 터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떤 방송보다도 화질이 깨끗하고 잘 나왔다.
“이대한 선수! 반가워요.”
―반가워요! 한새롬 씨!
한새롬은 화면 가득 보이는 대한의 얼굴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겉으로는 예쁜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동안 바쁘셨죠?”
―네, 좀 바빴습니다.
솔직히 별로 안 바빴다.
리그 경기 뛰고 남는 시간엔 모니카 뒤치다꺼리를 했다.
물론 그것도 대부분 구경만 했다.
실질적으로 일은 에바가 주도했다.
―지혜와 소망도 나왔네!
“안녕하세요. 오빠!”
“형! 반가워요.”
―그래. 나도 반갑다.
대한이 한지혜와 한소망 남매를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에 오히려 새롬의 얼굴이 발갛게 변해갔다.
마치 자신에게 보내는 미소라는 착각이 들었다.
그녀는 두 손을 가슴으로 모으며 얼른 멘트를 쳤다.
“요새 프리미어리그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고 계셔서 너무 기뻐요.”
―감사합니다. 이게 전부 대한TV 시청자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입니다.
대한의 말에 시청자들이 모두 박수 아이콘을 올렸다.
그의 말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형! 그런데 이적은 언제 하실 거예요?”
그때 한소망이 갑작스런 질문을 던졌다.
다들 궁금했지만, 일부러 모른 척하고 있던…….
뜨거운 감자를 건드린 것이다.
대한은 살짝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일단 왓포드 구단과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고 있어.
“프리미어리그 빅6로 안 갈 거예요?”
―그건 아직 몰라. 왓포드와 얘기가 잘 되면 눌러앉을 수도 있고, 얘기가 잘 안 되면 이적할 수도 있지.
“그래도 1만 파운드는 형한테 너무 적은 거 아니에요?”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한소망의 질문.
시청자들은 쾌재를 부르며 좋아했다.
하지만 새롬은 돌발적인 한소망의 행동에 조금 당황했다.
그러나 대한이 잘 대처해주고 있었다.
―적지. 적어도 아주 적지.
“제가 조사해보니까 25골이면 리그 득점왕 수준이더라고요. 형은 그들보다 경기 수도 적고 훨씬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으니 주급도 더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살라, 허리케인 등도 주급으로 20만 파운드를 받더라고요.”
―와아! 소망이 너 프리미어리그에 대해서 조사 많이 했구나.
“형이 걱정돼서 한번 알아봤어요.”
방송은 한소망이 대한을 인터뷰하는 분위기로 변해버렸다.
시청자들은 당연히 한소망이 쏟아내는 질문에 열광했다.
누구보다도 그들이 더 알고 싶었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소망이 하는 말이 전혀, 틀린 말도 아니었다.
지금 대한은 말 그대로 프리미어리그를 씹어먹고 있었다.
3월 30일 사우샘프턴 원정경기.
1:1로 비기고 있는 후반에 교체되어 극적인 역전 골을 넣어 2:1로 승리했다.
4월 2일 노르위치 홈경기(X)
4:1로 이기고 있어서 아예 출전도 하지 못했다.
4월 7일 아스톤빌라 FA컵 홈경기.
1:2로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후반전에 선수 교체되어 나와 멀티 골을 터트리며 왓포드의 승리를 견인했다.
최종 스코어는 3:2
4월15일 웨스트햄 홈경기.
1:4로 대패하는 경기를 대한이 원맨쇼를 보여주며 뒤집었다.
3골 1어시스트로 후반전만 4골을 몰아넣어 5:4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4월 20일 아스톤빌라 원정경기.
1:2로 지던 후반전 중반, 대한이 프리킥과 페널티 킥으로 멀티 골을 넣어 3:2로 역전승했다.
프리미어리그 9경기 21골.
FA컵을 포함하면 11경기 23골이나 됐다.
이러니 왓포드에서 주급 1만 파운드를 받고 뛰는 대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대한도 한소망과 비슷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더 큰 대어를 잡기 위해 지금은 손해를 좀 보더라도 뜸을 들이는 것이 좋았다.
그렇다고 이런 전략을 공개하면 영입을 원하는 빅마켓만 이득을 얻는다.
그래서 그는 살짝 정보를 흘리기로 했다.
―적긴 하지. 하지만 지금 영입을 원하는 구단들은 대부분 주급 20만 파운드보다 훨씬 많이 주겠다고 제안하고 있어.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거참 반가운 소리네요. 혹시 프리미어리그를 떠나서 라리가로 갈 생각도 있어요? 물론 가게 된다면 바르셀로나 아니면 레알 마드리드겠지요?”
―프리미어리그만 고집할 생각은 전혀 없어. 난 라리가도 좋아해. 거긴 세계 최고의 선수도 있잖아.
“아! 메시 말이죠.”
한소망은 아직 어려서 그런지 걸러서 얘기하는 법을 몰랐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가 돌직구처럼 날리는 질문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대한은 대답할 수 없었다.
세계 최고라는 말은 아주 민감한 주제였다.
모두 인정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그의 입으로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
―라리가의 두 강호 말고도 뛰어난 명문구단에서 영입제안이 들어왔어. 계속 고민해볼게.
“네, 형이 잘 알아서 결정하세요. 그런데 왜 요새 풀타임으로 안 뛰세요? 계속 후반전에만 나오네요.”
쿵!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안 그래도 다들 이 문제에 대해서 말이 많았다.
프리미어리그 최강의 공격수로 평가받은 대한을 왜 후반전에만 내보내고 있을까?
누가 생각해도 뭔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언론은 왓포드가 대한에게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축구기자들은 대한이 왓포드의 제안을 거절하자 구단에서 길들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축구전문가들은 이미 대한의 마음이 왓포드에게서 떠났다고 보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계속 1만 파운드라는 헐값에 저렇게 열심히 뛰고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왓포드는 절대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카카 감독도 왓포드의 보물인 대한의 체력과 선수 보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대한의 괴물 같은 힘과 체력은 이미 같이 뛰는 선수들이 잘 알고 있었다.
두 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산소탱크 박지성 선수보다 심장이 하나 더 있다는 농담이 올라오곤 했다.
그 정도의 선수에게 체력문제라니!
말도 되지 않는 핑계다.
거기에다 선수 보호 차원은 무슨 개가 풀을 뜯어 처먹는 소리인가?
―내가 선발로 뛰던 후반전부터 뛰던 큰 문제는 없어. 내가 나오면 무조건 승리했으니까.
“정말 그러네요. 아니지. 그게 더 대단한 거 아니에요?”
한소망은 고개를 끄덕이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맞다. 그게 더 대단한 거다.
겨우 후반전만 뛰고도 팀에 승리를 안겨주는 선수!
이런 선수를 자신의 팀에 영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대한과 한소망의 인터뷰 같은 대화는 실시간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전 세계의 명문구단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리고 더욱 가열차게 영입전을 벌였다.
한소망이 대한의 말이 끝나자 뭐라고 더 말을 하려는 찰나!
한새롬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이대한 선수! 한국에는 언제 오세요?”
―당장은 영국을 떠나기가 좀 곤란합니다. 아무래도 전 이제 갓 프리미어리그에 들어온 새내기라서 말이죠. 아무래도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네요.
“그렇겠군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당연히 진실이 아니다.
대한은 사실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하고 말고 할 게 없었다.
남들보다 월등한 힘과 체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축구 재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응도 안 된 선수가 어떻게 프리미어리그를 이렇게 탈탈 털고 있을 수 있겠는가?
그가 하는 말은 그저 왓포드 구단과 입을 맞춘 것에 불과하다.
―그러는 한새롬 씨는 영국에 언제 오세요?
“제가 가도 될까요?”
―물론이죠. 오시면 제가 잘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대한TV 시청자들도 좋아하실 겁니다.
“그럴까요?”
―물론이죠.
시청자들은 둘의 대화에 사심이 잔뜩 껴있다고 야유를 보냈다.
그러나 대한과 새롬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호호호! 조만간 한번 들를게요. 저도 이대한 선수가 뛰는 경기를 직관하고 싶었어요.”
“저도요.”
“나도요.”
새롬의 말에 한지혜와 한소망 남매도 동참했다.
―너희들도 방학 때 한번 찾아와!
“정말요?”
“정말이죠?”
대한의 제안에 남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응. 당연하지.
“고마워요.”
“앞으로 용돈 열심히 모을게요.”
그는 남매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소리야? 용돈 모아서 언제 영국에 오니? 시간 되면 말해. 내가 항공권 보내줄게.
“와아!”
“최고다.”
한지혜와 한소망 남매는 너무 기뻐서 벌떡 일어나 방방 뛰었다.
시청자들은 잘됐다는 생각 반, 부러움 반으로 미소를 지었다.
할 수만 있다면 자신도 꼭 영국에 가서 이대한 선수의 경기를 직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는요?”
그때 한새롬이 끼어들었다.
대한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새롬 씨는 당연한 말을 왜 물으세요. 언제든지 오실 수 있을 때 말씀하세요. 항공권 바로 보내드릴테니까요.
“헤헤! 고마워요. 아싸!”
한새롬은 카메라를 보면서 주먹을 꼭 쥐었다.
방송 분위기는 한마디로 축제 분위기였다.
대한이 등장해서 그런지 시청자 반응도 호감 일색이었다.
물론 가끔 헛소리해대는 인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바로 집중포화를 맞거나 소리 없이 묻혀서 사라졌다.
그렇게 대한TV의 방송은 오늘도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훈훈하게 이어졌다.
* * *
“이탈리아 혼돈의 도가니 속으로?”
“나폴리는 지금 전쟁 중!”
“마피아 전쟁! 시작됐다.”
“이탈리아 4대 마피아 중 하나. 카모라 마피아 내전발발!”
“카모라 마피아 최대 조직, 피의 복수!”
“카모라 마피아! 내전 종료.”
“나폴리 밤의 새 주인은 카셀레시!”
“카모라 마피아 최대 조직 카모라 일통!”
“카모라 마피아의 새로운 보스는 미모의 미망인.”
“마약과 피조가 사라진 나폴리!”
“이탈리아 마피아의 새로운 변신! 카모라!”
“카모라 보스! 마약, 피조, 인신매매 엄단 선언!”
“나폴리에 새 시대가 도래했다.”
이탈리아는 나폴리와 인근 도시에서 시작된 마피아 내전에 진저리를 쳤다.
탈법과 죽음의 상징 마피아.
그것도 이탈리아 4대 마피아라는 카모라 마피아에서 내전이 벌어졌다.
하루에도 수십 명이 죽어 나가고 거리에는 총성이 그치지 않았다.
모든 뉴스와 매스컴은 마피아 내전에 관한 소식에 함몰되어 버렸다.
특히 나폴리와 인근 도시는 공포와 충격으로 몸을 떨었다.
나폴리 경찰은 비상 경계령을 발동했고 모든 학교에는 휴교령이 떨어졌다.
카모라는 1980년대 조직이 분열되어 세력 다툼 과정에서 조직원 수천 명이 사망한 전례가 있었다.
사람들은 예전의 망령이 되살아날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카모라 내전은 예상외로 빠르게 종결됐다.
그것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