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화 <돌변>
어쨌든 대한은 원하는 자유시간을 얻었다.
그래서 모니카와 재미있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웬걸!
나폴리의 카모라성에 오자마자 모니카는 돌변했다.
마르첼로와의 악연과 재산문제, 카셀레시 패밀리의 후속 조치 및 집안 문제까지.
그녀는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하고 싶어 했다.
대한은 끈질기게 말렸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오히려 도와주기 싫으면 제발 가만히만 있어 달라고 애원했다.
모니카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에 그의 가슴은 무너져내렸다.
결국, 대한은 그녀를 도와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눈앞에 보이는 홀로그램들이었다.
“일주일 만에 도대체 얼마나 죽어 나간 거야?”
“나폴리 전투로 카셀레시 패밀리의 조직원 3,630명 중 130여 명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상대는?”
“카모라 12대 패밀리 중 빈첸죠(Vincenzo) 패밀리의 보스와 중간보스들이 전멸했고 나머지 조직원들은 항복했어요.”
“빈첸죠 패밀리를 힘으로 병합했다는 말이군.”
대한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에바는 계속 부드럽게 마사지를 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맞아요. 또한, 마르첼로의 복수 및 병합을 선언한 지 이틀 만에 2개의 패밀리가 카셀레시 패밀리로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왔어요.”
“합류라면 카셀레시 패밀리로 복속되겠다는 뜻인가?”
“네, 그렇습니다.”
“일주일 만에 카모라 마피아의 25%를 카셀레시 패밀리가 집어삼켰네.”
“그런 셈이죠.”
어디서나 명분이 중요하다.
카모라 마피아의 6대 패밀리의 보스들!
카셀레시 패밀리의 보스 마르첼로를 불러내어 몰래 참살해버렸다.
그런데 그 장면이 우연히 카셀레시 조직원의 스마트폰에 찍혀 발각당했다.
이 동영상은 당장 카모라 마피아의 12대 패밀리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6대 패밀리 보스들은 영상이 조작된 거라고 일제히 발뺌했다.
하지만 그들의 중간보스들조차 그 말을 믿지 않았다.
S 사(社)에서 만든 신형 스마트폰의 화질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이때 마르첼로 마리노의 미망인이 전면에 등장했다.
카셀레시 패밀리의 보스인 마르첼로 마리노의 아내 모니카 로렌!
그녀는 남편의 복수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그리고 카모라 마피아의 6대 패밀리를 응징하고 병합하겠다고 당당히 선언했다.
보스를 죽인 자들을 응징하는 것은 마피아 조직원들의 로망이자 후계를 잇는 자들이 주장하는 전형적인 클리셰다.
카셀레시 패밀리의 조직원들은 일제히 이에 환호했다.
카셀레시 패밀리를 제외한 11개 패밀리는 다들 모니카가 미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새로 태어난 모니카라는 존재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
모니카의 보복과 응징이 시작됐다.
그녀에게는 아무도 몰랐던 무시무시한 암살단이 존재했다.
카셀레시 패밀리의 조직원들이 중무장한 채 6대 패밀리를 정면에서 맞서는 사이!
암살단은 그녀의 명을 받고 6대 패밀리의 대가리를 모조리 날려버렸다.
패밀리의 보스와 중간보스들이 순식간에 목이 잘려 나폴리 시내 곳곳에 내걸렸다.
이 소식에 카셀레시 패밀리의 조직원들은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모니카를 마르첼로의 미망인에서…….
카셀레시 패밀리의 진정한 보스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투는 의외로 화끈하고도 싱거웠다.
적들의 보스와 중간보스가 죽어 나가자 상대 패밀리가 지리멸렬한 것이다.
물론 아직도 강하게 저항하는 패밀리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미 ‘카모라 내전’이라 불리는 이 피의 전쟁은 9부 능선을 넘어섰다.
카셀레시 패밀리의 일방적인 승리라는 푯대를 향해서 말이다.
“으음. 공작이 잘 먹혔군.”
“6대 패밀리의 보스와 마르첼로가 만난 것도 사실이고, 또한 그 자리에서 마르첼로로 분장한 안드로이드가 폭사했으니 누가 뭐라고 해도 범인은 6대 패밀리의 보스와 중간보스들입니다.”
“다음 차례는 뭐야?”
“6대 패밀리를 병합한 다음은 나머지 6개 패밀리를 하나씩 각개격파하는 거예요.”
“이미 안드로이드 6기로 나머지 보스들을 대체했잖아.”
“그렇죠. 하지만 싸워보지도 않고 병합하자고 하면 절대 고분고분 말을 들을 놈들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약간의 유혈 충돌은 꼭 필요하죠.”
“좋아. 한번 지켜보지. 흐읍!”
쩌릿한 쾌감에 그는 급히 숨을 들이켰다.
그 모습에 에바가 재미있다는 듯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더욱 손끝에 신경을 집중했다.
“모니카 양이 상속받은 마르첼로의 재산관리를 저희에게 모두 일임했습니다.”
“그게 얼마나 되는데?”
“83억 유로입니다.”
“엄청 많네.”
“오늘 환율로 10조7,464억 원입니다. 지난번에 챙겨놓은 카셀레시 패밀리의 비자금 100억 유로와 합쳐서 관리할게요.”
“으음, 그렇게 해.”
대한은 고개를 끄덕이다 눈을 감았다.
이제 홀로그램은 사라지고 에바는 육성으로만 보고했다.
“모니카 양이 이탈리아의 총리 주세페 콩트와 비밀협약을 체결했습니다.”
“…….”
“절대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사법부의 판사 및 검사들과 교감을 나누는 데 성공했습니다.”
“음…….”
“상원의장과 하원의장도 만나서 서로 협조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흡!”
“나폴리의 시장과 인근 캄파냐 시장과도 면담했습니다.”
대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입만 딱 벌리고 눈썹을 찡그릴 따름이었다.
그때 에바가 급히 리사를 불러들였다.
리사가 빠르게 다가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에바는 리사의 뒤통수를 잡아 내리눌렀다.
그러자 리사가 앞으로 고개를 깊숙이 푹 숙였다.
“크윽!”
잠시 후!
대한은 화려하게 분출하고 말았다.
시원하게 몸을 푼 그는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후우 후우!”
에바가 예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카모라가 보유한 비자금의 총액은 400억 유로가 넘습니다. 조만간 이것도 정리해서 보고드릴게요.”
“그렇게 해.”
대한도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에바! 오랜만에 상태창 좀 확인하자.”
“네, 마스터.”
에바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탁!
그러자 허공에 상태창이 둥실 떠올랐다.
이름: 이대한
등급: 나이트(S)
칭호: 크러쉬(공격력↑200%), 가호(보호막·방어력↑300%), 워크라이(스탯 증폭↑40%), 투지의 신병(재능 부스터↑40%)
나이: 만 19세
직업: 축구선수(EPL 왓포드), 종합격투기 챔피언(벨라코어 FC 라이트헤비급/UFC)
재능 ▶ SSS급: 탄탈러스, 크루세이더, 배틀푸르나 / SS급: 반사신경, 동체시력, 공간지각, 유연성, 감각, 회복, 궁술, 잠수, 정력, 지구력 / S급: 화술
정신 ▶ S급: 매혹, 투지, 의지, 열정, 침착, 집중, 끈기, 인내
연예 ▶ SS급: 기타, 피아노, 프로듀싱, 작곡, 연기, 노래, 춤, 매력, 끼, 미모
언어 ▶ S급: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아랍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영어
스포츠 ▶ SS급: 골프, 육상, 피트니스, 양궁, 승마, 사격, 수영,
축구 ▶ SS급: 연계, 탈압박, 몸싸움, 순간돌파, 넓은시야, 축구지능, 축구재능, 프리킥, 주력, 스프린트, 전술이해도, 양발잡이, 축구기본기, 드리블, 개인기, 패스, 골 결정력, 수비
격투 ▶ SS급: 특공무술, 킥복싱, 레슬링, 무에타이, 복싱, 주짓수, 태권도, 격술, 검술, 종합격투기
스탯: 근력 118, 민첩 106, 체력 108, 지력 106, 마력 130
신장 187cm, 몸무게 84kg
직업이 살짝 변했다.
전에는 종합격투기 선수였는데 이제는 종합격투기 챔피언이 됐다.
벨라코어 FC 라이트헤비급 벨트를 획득한 결과였다.
스포츠 칸에 SS급 재능 골프, 육상, 피트니스가 추가됐다.
축구 칸에는 SS급 재능 연계와 탈압박이 새로 생겼다.
그동안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통해 재능을 흡수하고 업그레이드한 결과!
S급 재능 전술이해도, 양발잡이, 축구기본기, 드리블, 개인기, 패스, 골 결정력, 수비가 모조리 SS급으로 승급했다.
스탯도 근력, 민첩, 체력, 지력이 모두 2개씩 올랐다.
마력은 4개가 올라 130이 됐다.
전반적으로 꾸준히 스탯이 상승하고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대한은 자신의 상태창을 자세히 살펴보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리사가 아직도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리사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다.
리사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손등으로 입가를 닦았다.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조용히 성안으로 들어갔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대한의 뒤로 리사의 인공두뇌에 에바의 절대적인 명령이 빠르게 새겨졌다.
‘만약을 대비해 플랜C를 가동해놔!’
―예.
카모라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대한은 남은 오렌지 주스를 원샷했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에바를 쳐다봤다.
“도대체 모니카가 왜 저렇게 광분하는 거야?”
“아무래도 이대로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요?”
“이대로 살 수 없다니? 내가 무슨 잘못 했어?”
대한이 선글라스를 벗으며 따지듯 물었다.
그러자 에바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그런 뜻이 아니에요. 과거의 악몽을 피하는 것보다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는 말이에요.”
“아직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말이야?”
“아무리 새로운 몸을 가지게 됐다고 해도 기억이 남아있는 이상!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악몽은 아니지요. 더불어 더는 마스터의 품 안에 숨어서 사는 약한 존재로 살고 싶지 않다는 의지도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대한은 모니카의 이런 행동이 아주 섭섭했다.
굳이 그녀가 나서서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이 싫었다.
“에바는 모니카가 이럴 것을 미리 알고 있었어?”
“아니요. 저도 카모라 성의 집사였던 루카를 처단할 때 처음 알았어요.”
카모라 성의 집사 루카는 모니카가 증오하는 대상 중 하나다.
그녀에게 수도 없이 마약을 주사했으니 원한이 쌓이지 않을 수 없었다.
모니카가 나름대로 결심을 세우고 난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루카를 제거한 것이다.
“어쨌든 이번에 투입한 암살단은 아주 훌륭했어.”
“러시아 마피아로 이탈리아 마피아를 처단하니까 일거양득입니다.”
“쓰레기로 쓰레기를 치우니 골치 아픈 일이 없어서 좋네. 멋진 이이제이(以夷制夷) 수법이야.”
에바의 말에 대한은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사실 암살단은 올가의 부하인 러시아 마피아들을 거세하고 세뇌와 암시로 개조한 것이다.
이들을 이용해 나폴리와 캄파냐 지역을 석권하고 있는 카모라 마피아의 보스와 중간보스들을 제거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효과가 뛰어났다.
죽음의 두려움을 모르는 인간 백정들!
앞으로도 꾸준히 소모품으로 써먹을 생각이었다.
나폴리에는 이런 후보들이 꽤 많아서 아마 숫자가 부족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한가지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뭔데?”
“마약중독 치료제입니다.”
“아!”
그는 에바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모니카가 아무리 철권을 휘두르고 마약근절을 외쳐도 마약중독 자체를 치료하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다.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마약중독 치료제까지 만들자고 하는 것이다.
“최대한 빨리, 그리고 왕창 만들어서 뿌려버리자!”
“네, 코레메디컬에 즉시 양산체제를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나노셀을 대량생산하는 중이다.
이제는 마약중독 치료제의 양산시설을 갖출 차례였다.
“한 가지 더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데?”
“로시(Losi) 그룹을 기억하십니까?”
“로시?”
대한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러다 모니카의 얼굴이 떠오르자 기억이 났다.
“아! 모니카의 아버지 파울로 로렌과 어머니 안나 해서웨이가 세운 회사 아니야?”
“맞아요.”
“아니 그런데 그게 왜?”
“모니카 양이 로시 그룹을 차지하려는 모양이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 왜 자기 부모가 고생해서 일으킨 회사를 뺏으려는 거야?”
“복수 아닐까요?”
“복수?”
복수라는 말에 그의 뇌리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모니카가 저렇게 된 게 따지고 보면 부모의 책임도 전혀 없는 게 아니겠군.”
“마스터! 어떻게 할까요?”
“흐음, 이거 곤란한데. 하지만 자식보다 회사를 택했으니 부모의 자격이 없다고 봐야겠지. 그들이 정말 목숨을 걸고 달려들었다면 최소한 모니카가 저렇게 처참한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을 거야.”
“그럼 제가 조금 도와줘도 된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