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19화 (218/331)

219화 <멱살 캐리>

“우우우우!”

오랜만에 리버풀 선수가 아닌 상대편 선수!

대한에게 거친 야유가 쏟아졌다.

그는 이걸 자신이 너무 잘해서 일어나는 함성이라고 생각했다.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이다.

떨어지는 볼을 향해 대한은 가볍게 발을 가져갔다.

퉁!

그런데 축구공이 허공으로 쑥 튀어 올랐다.

정면에서 대한을 막고 있는 반다이크가 놀라서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 사이!

그는 반다이크의 옆을 스치며 지나갔다.

허벅지로 볼을 받아내자 이번에는 고메즈가 달려들었다.

대한은 그대로 페널티 에어리어 우측 모서리를 향해 밀고 들어갔다.

삐익!

그때 주심의 날카로운 휘슬 소리가 울렸다.

고메즈가 대한의 옷을 잡고 늘어진 것이다.

대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억지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뒤늦게 등이 시원해진 것을 깨닫자 그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냥 내버려 두지. 무조건 골로 만들어낼 수 있었는데.’

대한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주심은 일단 경기를 중단시켰다.

그런 다음 고메즈에게 아낌없이 옐로카드를 선사했다.

고메즈는 대한의 다 찢어진 유니폼을 보고는 감히 항의도 하지 못했다.

그는 급히 코치가 가져다준 새 유니폼을 걸쳤다.

반 이상 찢어져 나가 이대로는 경기를 진행할 수 없겠다는 주심의 판단 아래, 새 유니폼을 받아 갈아입게 된 것이다.

대한은 이내 차분히 프리킥을 준비했다.

페널티 에어리어 우측 모서리.

각도가 좀 나쁘긴 했다.

그렇다고 골을 넣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대한은 자신 있게 앞으로 달려갔다.

오른발을 지렛대 삼아 왼발로 강하게 볼을 감아 찼다.

축구공은 리버풀 수비벽을 넘어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그리곤 급격한 회전을 그리다가 뚝 떨어졌다.

볼은 정확히 골대의 왼쪽 구석으로 날아갔다.

퉁!

“와아아아!”

그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알리송이 몸을 날려 간신히 대한의 프리킥을 막아낸 것이다.

그는 순간 벙찐 표정을 지었다.

‘저걸 어떻게 막아냈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건 자신이 골키퍼라고 해도 쉽게 막을 수 있는 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프리킥 100%의 성공신화는 깨졌다.

역시 프리미어리그 최강의 팀을 지키는 골키퍼가 다르긴 했다.

대한은 알리송에게 아낌없이 손뼉을 쳐줬다.

그 모습에 알리송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안필드의 터줏대감 콥들도 대한의 이 행동에는 박수를 보내줬다.

그래도 왓포드의 공격은 계속됐다.

골라인을 나갔기 때문에 왓포드의 코너킥 기회였다.

대한은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선상에서 대기했다.

그를 마크하기 위해 어느새 반다이크가 다가와 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뻥!

왓포드의 수비수 캐스카트가 찬 코너킥이 빠르게 날아왔다.

대한은 캐스카트가 코너킥을 찬 순간!

무서운 속도로 안으로 뛰어들었다.

반다이크가 그의 옷을 잡으려고 했지만, 그는 대비가 되어있었다.

한번 당하지 두 번은 당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는 자신의 유니폼을 찢어먹고 싶지도 않았다.

가볍게 팔을 뻗어 반다이크의 손을 쳐냈다.

반다이크는 강철을 때리는 것 같은 충격에 입을 딱 벌렸다.

그러든지 말든지!

대한은 앞으로 달려가 공중으로 힘차게 떠올랐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뛰어오른 그 누구보다도 그는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고공에서 폭격하듯 리버풀의 골대를 향해 머리로 볼을 내려찍어버렸다.

퉁!

대한의 헤더는 완벽했다.

알리송은 역동작이 걸려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워낙 방향이 골대 구석이라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거기에다 원바운드가 난 골이었다.

알리송은 깨끗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놈은 괴물이다.’

슛이면 슛, 프리킥이면 프리킥, 헤더면 헤더, 치달이면 치달!

도대체 못 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이다.

그것도 이제 겨우 19살의 어린 동양 선수였다.

이 사실을 깨닫고 있는 것은 비단 알리송 만이 아니었다.

살라와 마네, 피르미누와 반다이크 등, 리버풀 선수 전체가 대한의 존재감에 진한 패배감을 맛봐야 했다.

“와아아아!”

“골이다!”

하지만 왓포드 원정 팬들만큼은 아주 신이 났다.

세상에 리버풀을 상대로 5:0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너무 기쁘고 좋아서 목이 다 쉴 정도로 고함을 질러댔다.

왓포드의 벤치도 대한의 골에 환호성을 터트렸다.

카카 감독은 자신이 이룬 승리 중 이 경기가 가히 역대급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

그들도 이미 목이 다 쉬어서 허스키한 목소리를 냈다.

“골입니다.”

“오늘 다섯 번째 골 이이에요.”

“정말 이건 미쳤습니다.”

“예, 이대한 선수의 경기력이 미처 돌아가고 있어요.”

두 사람은 이미 방송은 포기한 것처럼 막말을 해댔다.

하지만 흥분한 스포츠티비 시청자들은 오히려 이들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고 있었다.

“리그 13호 골이네요.”

“프리미어리그 4경기 13골입니다. 도움은 굳이 거론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왓포드가 승리하면 순위가 10위에서 5위로 껑충 뛰게 됩니다.”

“이대한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꼴찌의 왓포드의 멱살을 잡아 상위권으로 캐리해버렸어요.”

남희진 해설위원은 왓포드가 리버풀을 이겼다고 100% 확신했다.

그래서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었다.

한편 대한TV 채널의 채팅창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대한의 이 미친 활약에 모두 놀라서 경탄해마지 않았다.

[밀크우유: 이게 사람의 헤더냐? ㅎㄷㄷ]

[눈탱이밤탱이: 무슨 경기가 이따위야! 리버풀이 왓포드에게 5:0으로 깨졌어.]

[쏴진핑: 중계하는 사람들이 다 흥분!]

[아직도日정전: 이대한 축구 개잘함]

[내복공짜: 반다이크가 이렇게 못 하는 선수였어?]

[해위: 실화냐! 그냥 제공권 쓸어 담는구나.]

[라스트로맨티스트: 미친! 우리 대한이 헤더까지 장착하면 ㅋㅋ]

[카워시: 개소름! 깔끔하게 5골 넣어버리네!]

[뼈와근육: 골 먹고 기가 막힌 표정의 클롭 감독! 졸라 웃긴다.]

[해병대: 더 놀랄 심장이 없다.]

[허리케인: 난 더 갈아입을 팬티가 없다.]

[어메이징라면: 크크! 난 그냥 화장실에서 안 나가고 핸드폰으로 본다.]

[만수르형님: 졌다. ㅋㅋ]

대한의 헤더가 결정적이었다.

리버풀 선수들은 마침내 뛸 의욕을 잃고 말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남은 시간 안에 5골을 넣는 것은 불가능했다.

경기는 지루하게 흘러갔다.

결국, 그의 헤더가 이 경기의 마지막 골로 기록됐다.

삐이익!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주심의 휘슬.

왓포드와 리버풀의 경기가 마침내 끝났다.

엄청난 이변을 낳은, 이번 경기에 오롯이 빛나는 한 선수.

오늘의 ‘맨 오브 더 매치’가 된 대한이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프리미어리그의 전 구단은 대한의 영입 경쟁에 들어갔다.

특히 프로미어리그의 빅마켓인 빅6는 팀의 사활을 걸고 스카우터들을 닦달했다.

이 분위기는 라리가의 두 강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도 마찬가지였다.

영국 언론은 왓포드와 리버풀의 경기를 대서특필했다.

아니 전 세계의 언론이 이 이변의 경기에 관해 기사를 썼다.

덕분에 대한은 이제 세계적인 인지도와 명성을 얻게 됐다.

이제 프리미어리그에 대한의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었다.

* * *

미국 오클라호마, 윈스타 월드 카지노리조트.

“와아아아!”

경기장은 메인 카드의 시작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수천 명의 관중이 꽉 들어찬 경기장.

다들 벨라코어 FC 라이트헤비급 타이틀매치가 빨리 시작되기만을 바랬다.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잡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지금부터 벨라코어 FC 라이트헤비급 타이틀매치를 시작하겠습니다. 도전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씹어먹고 있는 그라운드의 초신성! 대서양을 건너 도착한 무적의 학살자(Slayer)! 이대한!”

“와아아아!”

아나운서의 자극적인 소개가 끝나기가 무섭게.

관중들은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이미 그들은 대한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얼마나 강한 종합격투기 선수인지, 프리미어리그에서 매 경기 얼마나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 말이다.

대한은 아나운서의 소개에 맞춰 링 중앙으로 나갔다.

두 팔을 위로 번쩍 치켜들며 승리의 V자를 몸으로 만들어냈다.

그는 조금도 긴장하거나 떨지 않았다.

이미 수만 명에 달하는 관중이 야유하는 속에서 경기를 치러봤다.

겨우 수천 명의 관중이 지르는 함성 정도야 대한에겐 애교에 불과했다.

그가 뒤로 물러나자 페드루 코치가 다가왔다.

대한이 입을 벌리자 바로 마우스피스를 끼워줬다.

목을 좌우로 꺾고 팔다리를 쭉쭉 뻗었다.

빠르게 전체적인 자신의 몸 상태를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그 사이!

마이크를 쥔 잘생긴 백인 아나운서가 벨라코어 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을 소개했다.

“현재 벨라코어 FC 헤비급 챔피언!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종합격투기 전적 33전 27승 5패 1무효, 애리조나 챈들러에서 온 다쓰(Darth)! 두 체급 챔피언에 빛나는 라이언 바델!”

“와아아아!”

아나운서의 대놓고 빨아주는 챔피언의 소개!

경기장을 뜨거운 함성으로 달구기에 충분했다.

라이언 바델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링 한가운데로 나왔다.

그는 문신이 가득한 오른팔을 치켜들고 관중을 향해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준비를 잘해왔는지 몸 상태가 아주 좋아 보였다.

초롱초롱한 눈빛만 봐도 얼마나 승리를 예감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하긴 자기관리를 못 했다면, 벨라코어 FC 헤비급과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벨트를 동시에 획득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선수소개가 끝나자 주심이 앞으로 나왔다.

두 선수를 중앙으로 불러놓고 반칙과 주의사항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두 선수에게 글러브 터치를 시켰다.

페어플레이하자는 의미로, 대한과 라이언은 가볍게 글러브를 서로 터치했다.

링에 있던 코치와 세컨드 및 모든 사람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제 링 안은 대한과 라이언 그리고 주심밖에 없었다.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에바!’

―네, 마스터.

‘이번에는 특별한 이상 없어?’

―혹시 저번처럼 부정이 개입됐느냐는 말씀입니까?

‘응.’

―안타깝게도 전혀 그런 상황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다행이었다.

아니 유감이었다.

부정이 개입됐다면 또다시 대박을 터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전혀 그런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내 승률이 어떻게 되지?’

―6:4로 마스터의 승률이 더 높습니다.

‘젠장! 이번에는 스스로 배팅도 못 해 먹겠군.’

―그럼 마스터가 지는데 배팅하실래요?

‘닥쳐!’

―눼에에!

에바는 입술을 삐죽이며 뿅 하고 사라졌다.

리버풀 전이 끝나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넘어왔다.

사흘 동안 체육관에서 휴식과 훈련을 병행한 대한.

그는 온몸에 넘쳐 흐르는 힘을 느끼며 자신감에 가득 찼다.

그런데 상대 선수인 라이언을 보니 자신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사실 종합격투기 시합의 결과는 준비단계에서 거의 결정 난다.

열심히 준비를 잘했다면 근육만 봐도 제대로 각이 잘 잡힌 것을 볼 수 있다.

반대로 훈련도 안 하고 그동안 놀고먹은 놈은…….

근육이 엉성하고 확 퍼진 느낌이 든다.

라이언은 전자였다.

아주 완벽히 준비를 잘해와서 몸도 좋았고 눈에도 자신감이 충만했다.

확실히 2체급을 석권한 챔피언다운 노력과 성실함이었다.

땡!

“Start!”

공이 울리자 주심이 바로 시합을 선언했다.

5분 5라운드의 라이트헤비급 타이틀매치가 시작됐다.

대한과 라이언은 서로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그의 주먹이었다.

툭툭 퍽퍽!

대한은 빠르게 연속으로 잽을 날리고 이어 로우킥을 연달아 찼다.

거칠게 달려드는 라이언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곰처럼 달려들던 라이언은 여우처럼 정타를 피해가며 계속 접근해왔다.

그러다가 기습적으로 왼발을 뻗고 고개를 숙이며 들어왔다.

동시에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훅을 날렸다.

레벨체인지에 의한 레프트 훅!

많은 선수가 라이언의 이 조합 한방에 쓰러졌었다.

머리 높이는 배 쪽으로 낮춰 상대가 태클이나 보디 샷으로 착각하게 만든 다음!

정작 진짜 공격은 턱을 향하기 때문에 막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대한은 자신의 유연한 허리를 이용해 상체를 뒤로 쭉 빼는 동작만으로 이 공격을 피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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