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화 <리버풀전>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났다.
도호쿠 대지진(JMA 진도 7, 규모 9.0)과 쓰나미 그리고 도쿄전력 때문에…….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인류 역사상 2번째 7등급 원자력 사고다.
원자로 3기가 노심용융을 일으켰다.
연료봉에서 발생한 수소 가스로 인해 원전 건물 4개가 폭발했다.
이로 인해 태평양을 포함한 일대를 방사능을 오염시켰고 사고 수습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금도 대량의 방사성 낙진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던데.”
“그렇습니다. 체르노빌은 사고 발생 후 1주일도 안 돼 노심의 핵반응을 정지시켰고 완전 냉각시키는 데 성공해 빠르게 석관을 만들어 원자로를 봉인했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는 아직도 노심을 냉각시키지 못했고 멜트스루가 발생했습니다.”
“거기다 체르노빌은 단 1기의 원자로만 폭발했잖아.”
“맞습니다. 그런데 후쿠시마는 손상된 4개의 원자로 중 3개가 폭발했고, 또한 노심의 핵반응을 정지시키지도 못했습니다.”
후쿠시마의 원자로 3기에서 아직도 노심의 핵반응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하루에 방출되는 방사능의 양은 체르노빌보단 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나는 동안 방사성 물질이 나오는 것을 봉쇄하기는커녕 아직 끄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 어마어마한 양의 방사능이 아직도 쏟아져 나오고 있겠군.”
“네, 그렇습니다. 하루에 발생하는 방사능의 양이 체르노빌의 100분의 1이라도 100일이 지나면 동급이 됩니다. 심지어 후쿠시마는 원자로가 3개나 터졌으니 3배가 됩니다. 거기에다 1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진행형이었으니 얼마나 방사능 오염이 심하겠습니까? 이건 일본만 방사능에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 나아가서는 인류에 크나큰 해악을 끼치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일본은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나라군. 그런데 왜 이게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지 않는 거지?”
“2013년 12월 5일, 일본의 참의원에서 날치기 통과된 특정비밀보호법에 따라 일본 정부가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방사능 계측조차 막아버려서 의심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한은 에바의 설명에 입을 딱 벌렸다.
“얘들 미친 거 아냐?”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세슘이나 아이오딘, 방사성 3중수소나 각종 가벼운 원소들의 오염은 체르노빌과 비교해 아득히 추월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2011년 말에 이미 세계 기상기구의 보고서에서 언급되어 있습니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오염수 중 수백 톤이 바다로 흘러가고 있고, 태풍이 불 때마다 방사능 폐기물이 대량으로 누출되고 있습니다.”
“이건 전혀 통제가 안 되고 있잖아.”
“맞습니다. 거기에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 원전에 쌓여 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t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놀란 그린피스가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고 IAEA(국제원자력기구)도 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대한은 에바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났다.
세상이 어떻게 이런 나라가 존재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에바!”
“네, 마스터.”
“그런데 내가 왜 일본을 위해 방사능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지?”
그는 굳이 자신이 이런 부도덕한 나라를 도와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면 절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방사성 물질 중 가장 독성이 강한 플루토늄의 반감기가 무려 24,110년입니다.”
“그럼 후쿠시마는 이미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보는 것이 맞겠군.”
“그렇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의 양이 공식적으로 핵무기 6,000개를 제조할 수 있는 47t입니다.”
“공식적이라면 비공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플루토늄도 있다는 말이네.”
“물론입니다. 일본은 비밀이 아주 많은 나라입니다.”
어쩌면 일본 어딘가에 이미 핵탄두가 만들어져 비밀리에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대한은 잠시 생각을 해보다가 결단을 내렸다.
“좋아.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
“잘 생각하셨어요. 아무리 일본이 미워도 방사능 오염은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지. 하지만 공짜로 해줄 수는 없어.”
“당연하죠. 도쿄전력이 국유화되었으니 일본 정부를 상대로 최대한 뜯어내겠습니다.”
에바는 자신감을 표출했다.
하지만 그는 조심스러운 접근을 원했다.
괜히 잘못되면 남 좋은 일만 해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을 없애버릴 방법을 찾아봐! 그리고 일본이 비밀리에 숨겨놓은 핵탄두나 플루토늄이 있는지도 조사해줘!”
“알겠습니다.”
대한과 에바는 이를 위해 자회사를 하나 설립하기로 했다.
방사능 폐기물 소멸처리, 해독 및 중화 그리고 방사능 백신을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누구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
이것도 우주탐사선 히릭스를 이용하면 소멸처리가 가능하다.
히릭스는 반물질로(Antimatter Reactor)로 초광속 엔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물질로는 반양성자나 양전자 등 반입자들과 물질의 입자가 반응해 감마선 등 높은 에너지의 빛(광자)을 내면서 사라지는, 이른바 쌍소멸(Pair annihilation) 현상을 이용한 반응로이다.
물론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을 우주로 날려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우주탐사선 히릭스의 존재가 드러나는 위험을 감수한다면 말이다.
어쨌든 이건 지구에서 대한과 에바만이 유일하게 성공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둘은 이밖에도 지구환경보존에 관해 심도 있는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 * *
삐익!
주심의 휘슬로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경기가 시작됐다.
“와아아아!”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Anfield)를 가득 메운 관중!
그들의 뜨거운 함성에 경기장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이어지는 리버풀 FC의 서포터즈, 콥(Kop)들의 열정적인 응원!
원정팀의 사기를 깎아 먹는 일등공신이었다.
이 모습을 바라보며 장수원 아나운서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안필드가 콥으로 꽉 찼습니다. 정말 이들의 축구에 대한 열기 하나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남희진 해설위원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54,074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입니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라도 이렇게 많은 관중의 응원 속에서 경기를 뛰고 싶을 겁니다.”
“오늘 경기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데이터로만 보면 살라, 마네, 피르미누, 반다이크, 알리송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리버풀이 왓포드를 5:0으로 이긴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왓포드엔 프리미어를 씹어먹고 있는 초신성 이대한 선수가 있다는 것이 변수예요.”
오늘도 남희진 해성위원은 대놓고 편파방송을 이어나갔다.
장수원 아나운서도 즉각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렇죠. 누가 봐도 리버풀의 압승이 예상되는 경기입니다. 그러나 공은 둥글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겁니다.”
“맞습니다. 공이 둥글어서 얼마든지 예상을 깨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특히 월드클래스 이대한 선수라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이번 경기를 어떻게 뒤집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부디 왓포드 선수들이 안필드 경기장의 함성과 야유에 주눅이 들지 않길 바랍니다.”
“그렇게만 되도 경기는 아마 팽팽해질 겁니다.”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은 안필드에서 이변이 일어나길 간절히, 아니 노골적으로 기대했다.
다행히 왓포드 선수들을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았다.
리버풀의 게겐 프레싱에 맞서 오히려 더 강하게 전진 압박을 가했다.
특히 최전선에서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상대를 압박하는 어린 선수!
대한의 활약에 다들 전의를 불태웠다.
‘우와! 이거 대박이네. 하나같이 재능 충들이야.’
그는 신이 나서 세계 최고의 수비수인 리버풀의 센터백 반다이크를 마구 압박했다.
반다이크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선수다.
그렇지만 대한과 몸을 한번 부딪치고 나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몸이 강철처럼 단단하고 묵직해서 아무리 밀어도 밀리지 않았다.
게다가 어린 선수가 무게 중심까지 낮고 엄청 빨라서 몸싸움을 해봤자 자신만 손해였다.
다시는 그와 부딪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반다이크는 결국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하고 말았다.
―반다이크의 재능 수비(SSS)를 흡수합니다. 수비(SS)를 획득했습니다.
‘아싸!’
대한의 재능 사냥은 이게 시작이었다.
프리미어리그 하위권이나 강등권에 있는 팀과는 달리!
프리미어리그 1위 리버풀은 확실히 클래스가 달랐다.
선수들이 하나같이 재능이 넘쳐났다.
그만큼 대한은 축구에 관한 재능을 흡수하기 좋았다.
―살라의 재능 골결정력(SSS)을 흡수합니다. 골결정력(SS)을 획득했습니다.
―마네의 재능 드리블(SSS)을 흡수합니다. 드리블(SS)을 획득했습니다.
―피르미누의 재능 전술이해도(SSS)를 흡수합니다. 전술이해도(SS)를 획득했습니다.
에바가 전해주는 희소식에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축구 관련 재능의 획득이 정체됐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버풀 선수들은 달랐다.
그냥 존재 자체로 대한에게는 노천광산이자 잭팟이나 마찬가지였다.
“우우우우!”
덕분에 대한은 콥들에게 거센 야유를 들어야 했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미친 황소처럼 뛰어다니는 대한!
리버풀 선수들에게 마구 들이대며 공격의 맥을 탁탁 끊어버리니 콥들이 좋아할 리 없었다.
그로 인해 초반 강하게 밀고 들어오는 리버풀의 공세가 한풀 꺾이고야 말았다.
리버풀과 왓포드는 똑같이 4―3―3 진형을 썼다.
게겐 프레싱을 기반으로 한 빠르고 역동적인 압박축구를 하는 리버풀!
함께 공격하고, 함께 수비한다.’라는 리버풀의 감독 클롭의 토탈사커 철학이 고스란히 그들의 플레이에 녹아있었다.
거기에다 리버풀은 최후방 수비수부터 최전방 공격수까지 아주 좁은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주변에 같은 팀 동료 선수가 많아지는 장점이 있었다.
이에 맞서는 왓포드의 카카 감독은 전방위 압박축구를 들고 나왔다.
카카는 힘과 체력을 바탕으로 전반전에 총력전을 펼치는 초강수를 썼다.
그런데 생각보다 왓포드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최전방 공격수인 대한!
그가 그레이, 데울로페우와 함께 리버풀 선수들을 전방에서 거세게 압박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살라의 재능 슛(SSS)을 흡수합니다. 슛(SS)을 획득했습니다.
―마네의 재능 축구기본기(SSS)를 흡수합니다. 축구기본기(SS)를 획득했습니다.
―피르미누의 재능 개인기(SSS)를 흡수합니다. 개인기(SS)를 획득했습니다.
대한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필드가 좁다며 뛰어다녔다.
마침 오버래핑을 시도하려는 로버트슨을 막아섰다.
어느새 따라잡힌 로버트슨은 그의 태클에 그대로 공을 빼앗기고 말았다.
피르미누, 마네, 살라가 수비에 헌신적으로 가담하고, 로버트슨과 아놀드가 적극적으로 오버래핑해서 크로스를 날려주는 게 리버풀 공격의 핵심 중 하나다.
그런데 이렇게 중간에서 탁 끊겨버리니 측면수비수 로버트슨의 자리가 텅 비었다.
뻥!
대한은 강하게 볼을 차버렸다.
날카롭게 직선으로 뻗어 나간 축구공은 신나게 골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그레이에게 정확히 배달됐다.
그레이는 볼을 잡자마자 몸을 돌리고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반대편에서 데울로페우가 대각선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잠깐 망설이는 사이 반다이크가 달려들었다.
그레이는 이를 악물고 데울로페우에게 낮고 빠른 패스를 했다.
퉁!
리버풀의 수비수 고메즈가 황급히 다리를 뻗어 막았다.
발끝에 살짝 걸린 볼은 방향을 틀어 알리송 골키퍼에게 굴러갔다.
데울로페우는 그걸 보고는 급히 방향을 바꿔 골키퍼를 향해 달려들었다.
퉁!
아깝게도 미세한 차이로 리버풀의 골키퍼 알리송이 먼저 볼을 밖으로 쳐냈다.
살짝 발만 가져다 댔어도 골을 넣을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가 날아가 버렸다.
데울로페우는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아직 공격이 끝난 게 아니었다.
알리송이 쳐낸 볼을 차지하려고 양 팀 선수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