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화 <맨 오브 더 매치>
코레실드는 대한과 거래하는 경호업체로 소개했다.
그가 탄 이클립스가 나포되고 인질로 잡혀있는 걸 알자, 전격적으로 기동타격대를 동원해 모나코의 카사블랑카에서 납치범들을 기습하고 제압한 것으로 미리 입을 맞춰놓았다.
덕분에 코레실드는 로마 아브라함비치로부터 아주 넉넉하게 보상금을 받아 챙길 수 있었다.
나중에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대가를 내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3,000만 달러에 이클립스를 되찾아 주는 계약도 맺었다.
카사블랑카에 정박 중이던 메가요트 이클립스!
에바가 재빨리 빼돌려 공해상에다 은폐시켜놓았다.
그래서 로마 아브라함비치가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었다.
코레실드는 이 틈을 노리고 계약을 체결해 간단하게 거액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화룡점정은 역시 미리 준비해놓은 동영상이었다.
처음에는 로마의 보상금을 받고 나서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이라는 것은 없다.
모나코 경찰에게 인수인계된 납치범들은 로마가 재빨리 손을 써서 끌고 갔다.
하지만 한 놈이 화장실을 가느라 빠져서 나중에 현지언론에 자신들이 한 일을 털어놓고 말았다.
그러자 당장 특종을 노리는 기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결국, 이클립스에서 일어난 일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다행히 로마가 돈을 아끼지 않은 덕에 코레실드를 이용해 납치범들을 기습해서 인질들을 구한 건 그의 공로가 되고 말았다.
오히려 이번 일로 로마의 강한 이미지가 부각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어쨌든 이클립스 사건의 전모가 세상에 알려졌다.
대한이나 코레실드나 이제 더는 함구할 필요가 사라졌다.
그래서 에바를 통해 코레실드에 관한 홍보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전 세계 유수의 언론사에 PMC 코레실드의 기동타격대가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장면을 실감 나게 편집한 동영상을 보냈다.
이걸로 코레실드는 단박에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세계 곳곳에서 각종 의뢰가 코레실드에게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대한은 거액을 벌어들였다.
먼저 로마가 올가에게 보낸 11.9억 달러를 가로챘다.
개인 배상금으로 3,606만 달러를 받았다.
코레실드가 이클립스를 찾아주고 받은 3,000만 달러 또한 그의 몫이 됐다.
모두 합하니 무려 12억 5,606만 달러나 됐다.
거기에다 지지 하이디의 전폭적인 사랑과 신뢰를 얻었다.
마리아나 그란데는 그를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했다.
엠마 또한 대한이 목숨을 걸고 찾아가 마리아나 그란데를 구해온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큰 호감을 느끼게 됐다.
이렇듯 이클립스 사건을 통해 누구는 전 재산의 10분의 2를 날렸다.
하지만 누구는 거액과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끈끈한 인맥을 만들었다.
“대한!”
“어?”
“뭐 하고 있어. 후반전 안 뛸 거야?”
“당연히 뛰어야지.”
미드필더 휴즈의 말에 대한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과거를 회상했는데 벌써 휴식시간이 다 끝나있었다.
몸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그는 성큼성큼 경기장을 향해 걸어갔다.
삐익!
주심의 휘슬로 후반전이 시작됐다.
노르위치는 예상을 깨고 게겐 프레싱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대한은 잠시 노르위치의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에 갇혀 볼 구경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되자 점차 노르위치의 기세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날뛰기 전까지 말이다.
대한은 얼른 왓포드의 미드필더진에 합류했다.
순간 진형은 4―4―2에서 4―5―1이 되어버렸다.
데울로페우는 그가 뭔가 수를 쓸 것을 알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그 기회는 생각보다 무척 빨리 찾아왔다.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대한이 볼을 잡은 순간!
데울로페우가 영리하게 노르위치 수비진의 뒤쪽으로 달려갔다.
그걸 확인하자마자 대한은 데울로페우에게 바로 킬패스를 넣어줬다.
뻥!
볼은 낮고 강하게 날아들었다.
대지를 가르는 멋진 롱 패스!
데울로페우는 볼을 잡자마자 골대를 한번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강슛을 때려버렸다.
뻥!
그런데 아쉽게도 골대에 맞고 볼이 튀어나왔다.
텅!
허공으로 흐르는 볼을 향해 왓포드와 노르위치 선수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볼을 잡은 것은 역시 대한이었다.
데울로페우는 전처럼 실망하지 않았다.
얼른 뒤로 물러나 노르위치의 수비들과 거리를 벌렸다.
어떻게 알았는지, 이번에도 대한은 빠르게 대각선으로 패스를 넣어줬다.
퉁!
노르위치 수비진은 그 한방의 패스로 뻥 뚫렸다.
데울로페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퍼스트 터치를 했다.
골키퍼가 각도를 줄이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데울로페우는 골키퍼의 오른쪽으로 빠르게 볼을 찼다.
그런데 아쉽게도 점점 볼이 오른쪽으로 꺾였다.
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 번개같이 달려들어 축구공을 사정없이 차버렸다.
뻥! 출렁!
텅 비어있는 골대에다 누가 그렇게 볼을 세게 차나 했다.
바로 대한이었다.
그는 골 세레모니도 하지 않고 데울로페우에게 걸어갔다.
둘은 기분 좋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끌어안았다.
“와아아아!”
다시 한번 왓포드 원정 팬들의 거센 함성이 터져 나왔다.
대한은 왓포드 선수들을 이끌고 원정 팬들이 있는 관중석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곤 두 손을 힘차게 하늘로 들고 고함을 질렀다.
“으아아아!”
“우아아아!”
다들 그를 따라서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원정 팬들은 좋다고 같이 소리를 질러대며 흥분해 마지않았다.
스코어는 이제 3:1.
어느새 노르위치는 패색이 짙어졌다.
그다음부터는 아주 쉬웠다.
의욕을 잃은 노르위치.
공격은 고사하고 수비하기에 급급했다.
이게 바로 ‘위닝 멘탈리티’가 없어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파크 감독은 마구 화를 내며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해 뛰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노르위치가 괜히 꼴찌가 된 것이 아니었다.
아니 최소한 지금의 경기에선 사기가 바닥이 나 있었다.
결국, 노르위치는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두 골이나 더 먹었다.
그것도 모두 대한이 뿌려준 킬 패스를 데울로페우와 두쿠레가 각각 하나씩 거저 주워 먹은 결과였다.
최종 스코어 5:1.
왓포드의 짜릿한 역전승이자 대승이었다.
대한은 이날 경기의 ‘맨 오브 더 매치’에 올랐다.
2골 3어시스트.
왓포드가 넣은 모든 골에 관여한 그가 ‘맨 오브 더 매치’를 받는 것은 당연했다.
데울로페우도 멀티 골을 넣어서 행복해했다.
왓포드 팬들도 프리미어 10위로 껑충 올라서게 되어 너무 신이 났다.
대한TV를 지켜본 시청자들도 짜릿한 역전승에 환호했다.
일부는 진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듯했다.
[씹인싸: 아! 대한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
[킴제이: 부럽고, 멋지고 자랑스럽네요. ^^]
[대한독립만세: 역시 대한! 기회의 사나이!]
[방사능일본NO: 아깝게도 오늘은 해트트릭이 아니야.]
[진짜 개 잘한다. 스트레스 쫘악 풀린다.]
[객석: 플레이 시원시원! 역대급 공격수다.]
[눈꽃변태: 멋지다 이대한! 최고!]
[갓대한: 정말 멋진 친구네.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어. ㅎㅎ]
[이를악물어라: 데울로페우가 2골 주워 먹었다.]
[설상가상: 2골 3어시스트! 실화냐?]
[설왕설래: 국뽕 주입 완료! 정신이 혼미해진드앗!]
이날 영국언론들은 왓포드의 역전 대승을 일제히 머리기사로 다뤘다.
방송에서도 이날 최고의 활약을 한 대한에게 초점을 맞췄다.
카카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대한이 없는 왓포드는 상상하기도 싫다고 했다.
데울로페우는 대한의 킬패스는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이라고 엄지 척을 선보였다.
노르위치 감독도 한마디 했다.
대한만 없었다면 아마 오늘 승리는 왓포드가 아니라 노르위치였다고 말이다.
대한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메가요트 이클립스 나포 사건이 수면 위로 부상하며 대폭발했다.
* * *
―마스터!
‘왜 또?’
―올리버와 엠마 왓손의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그게 무슨 스캔들이야? 로맨스지.’
―어쨌든 타블로이드지에는 그렇게 나왔어요.
이제는 짜증이 났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들!
무턱대고 마이크부터 들이대는 기자들!
미친 듯이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파파라치들!
‘조금 있으면 나와 지지의 스캔들도 터지겠네.’
―그건 이미 퍼질 대로 퍼졌어요. 지지 양이 자신의 원스타그램에 마스터와 수영하는 모습과 다정하게 얼굴을 맞대고 있는 사진을 여러 장 올렸어요.
‘헐!’
대한은 에바가 보여주는 사진들을 보며 입을 딱 벌렸다.
이건 누가 봐도 둘이 사귀는 분위기였다.
지지의 성격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전에 양해도 없이 자신과 같이 찍은 사진을 막 올릴 줄은 몰랐다.
그것도 자극적인 자신의 수영복 사진까지 겸해서 말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렇다고 뭐라고 따질 수도 없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찍은 사진을 올렸다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아! 이런 단무지 같은 지지. 나중에 뭐라고 변명을 하려고 이러지.’
―지지 양은 변명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마스터가 너무 멋있고 좋다고 동네방네에 떠들고 다니고 있어요.
‘컥!’
숨이 턱 막혔다.
대책이 서질 않았다.
솔직히 지지를 너무 과소평가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그녀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
지지의 스타일이 원래 이랬기 때문이다.
―이슈는 이슈로 틀어막는 게 좋습니다.
‘무슨 이슈?’
―디지털 싱글 ‘아리나를 위하여’를 발매했습니다.
‘그거 잘됐군.’
―그런데 지금 마스터에 관한 관심 때문인지 판매량이 벌써 백만 장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나쁘지 않군.’
대한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전에 발매한 곡 3개도 이미 5백만 장을 훌쩍 넘긴 상태였다.
하지만 에바는 좀 달리 해석했다.
―마스터, 그건 시간을 두고 판매한 경우에요. 이번 디지털 싱글은 발매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 상태로 가면 일주일 만에 3백만 장은 너끈하게 팔릴 것 같습니다.
‘그으래?’
자신이 부른 곡이 인기가 있다니 대한은 기분이 좋았다.
―차라리 지금 메가요트 이클립스에서 찍어놓았던 동영상을 뿌리면 어떨까요?
‘아리나 생일파티 말이야?’
―네, 편집본을 아리나 아브라함비치을 비롯 셀럽들과 귀빈들에게 보내서 양해를 구한 다음 내보내는 게 좋겠어요.
‘그럼 지지가 더 이슈가 되지 않을까?’
―춤추고 노는 것을 보내면 오히려 이슈가 이슈를 먹어치울 겁니다. 마리아나 그란데와 엠마 왓손에게만 허락을 받으면 아마 메가톤급 위력을 낼 수도 있을 거예요.
‘혹시 나한테 집중된 관심을 다른 셀럽들에게 나누려고 그러는 거는 아니겠지?’
―맞는데요.
에바는 지지처럼 뻔뻔하게 굴었다.
아무래도 못된 것은 누구라도 빨리 배우는 모양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두에게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셀럽은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산다.
대중도 당연히 이클립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지 알고 싶을 것이다.
‘원하지 않는 사람은 모자이크 처리해주고 원하는 사람들만 내보내도록 해!’
―예, 마스터. 제가 아주 새큼하게 영상을 잘 뽑아서 대작을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너무 오버하지 말고 적당히 하자.’
―눼에에.
대한의 경고에 에바는 입술을 삐죽였다.
그러다가 뭐가 생각났는지 얼른 말했다.
―마스터! 식사하러 내려오세요.
‘알았어.’
안 그래도 배가 출출했다.
대한은 자신의 방에서 나와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식탁 위에는 H1 제니와 H2 야엘에 정성을 다해서 요리한 요리들이 가득했다.
맛있는 냄새와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 결합했다.
그 강렬한 유혹에 배가 밥 넣어달라고 꼬르륵댔다.
에바가 미소를 지으며 의자를 뽑아줬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고마워.”
그녀를 향해 대한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에바는 그의 앞자리에 앉아 요리들을 떠먹여 줬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먹는 식사시간이 참으로 즐거웠다.
“오늘 나나 히로세 오는 거 아시죠?”
“응. 알고 있어. 벌써 히스로 공항에 도착한 거야?”
“아직 도착하지는 않았어요. B2 스트롱과 M2 영이 공항에 나갔으니 알아서 잘 데리고 올 겁니다.”
“그럼 괜히 이걸 먹었나?”
대한은 요리를 먹은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에바가 가만히 고개를 흔들었다.
“비행기 안에서 식사는 충분히 했을 겁니다. 도착하면 씻고 한숨 재우는 게 좋을 거예요. 긴 비행시간에 많이 피곤해할 겁니다. 대화는 나중에 저녁때 나누세요.”
“알았어.”
그는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