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11화 (210/331)

211화 <악몽을 잊는 법>

“도대체 이들은 누구야? 모나코 경찰은 아닌 것 같은데.”

“있어. 나중에 소개해줄게. 일단 우리 저 호텔로 들어가서 좀 쉬자.”

“그래.”

대한의 제안에 다들 찬성했다.

아무리 이클립스가 초호화요트라고 해도…….

육지에 세워진 특급호텔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인질에서 풀려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에바도 수고했어.’

에바의 놀리는 말에 대한은 가볍게 응수했다.

아무리 혼자 살아남을 자신이 있었다고 해도, 역시 억류보다는 자유가 좋았다.

누군가에게 인질이 된다는 건 확실히 기분 나쁜 경험이었다.

부우웅!

관광버스는 곧장 사고 현장을 벗어났다.

그리고 도로를 따라 소피텔 카사블랑카 투어 블로쉬 호텔 입구로 들어갔다.

대한이 프렌치 럭셔리 스타일의 특급호텔이라고 말하자 다들 좋아했다.

호텔 프런트에서 그는 24층에 있는 프라이빗 펜트하우스의 키를 받았다.

지지 하이디는 당연히 대한을 따라왔다.

올리버와 엠마도 곧 그들의 뒤를 쫓았다.

“방 얻었어?”

“응, 23층에 임페리얼 스위트룸으로 얻었어.”

“난 그 옆에 프리스티지 스위트룸이에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엠마가 끼어들었다.

그런데 그들의 뒤로 마리아나가 다가왔다.

“전 주니어 스위트룸이에요.”

역시 아무도 물어본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왜 같은 스위트룸인데 저렇게 풀이 죽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의문은 금세 당사자의 입에 나온 말로 해소됐다.

“주니어 스위트룸은 바다가 보이지 않고 시티뷰만 있데요.”

“아!”

그제야 다들 마리아나가 왜 저러는지 알게 됐다.

승강기를 타고 프라이빗 펜트하우스로 올라갔다.

카드키로 문을 열자 1,292 스퀘어피트(36.3평)의 공간이 활짝 펼쳐졌다.

“야호!”

지지는 소리를 지르며 테라스로 돌진했다.

바다와 항구가 훤히 보이는 전경!

그저 보는 것만으로 속이 후련했다.

거기에다 투명한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아주 근사한 수영장이 있었다.

여기서 수영을 한다면 정말 끝내줄 것 같았다.

“나 수영하고 싶어.”

“수영복은?”

“당연히 가져왔지.”

메가요트 이클립스에서 내릴 때 각자의 짐을 가지고 내릴 수 있었다.

지지도 자신의 여행용 가방을 챙겨 관광버스에 실어놓았다.

“일단 우리 샤워부터 할까?”

“내가 먼저 할게.”

“그래.”

대한은 그녀에게 욕실을 양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벨보이가 지지의 여행용 가방을 가지고 올라왔다.

넉넉히 팁을 건네주자 벨보이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지지! 캐리어 왔어.”

“이쪽으로 좀 가져다줘!”

그는 지지의 여행용 가방을 욕실 앞에 가져다 놓았다.

“문 열면 바로 앞에 있어.”

“고마워!”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욕실의 문이 열렸다.

눈앞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지지의 아름다운 나신이 보였다.

미처 물기를 다 닦지 않은 그녀의 발가벗은 몸!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지금 말고 나중에 하자.”

“내가 뭐라고 했어?”

“대한, 너 말고 네 주니어 말이야.”

고개를 숙여보니 이놈이 허락도 받지 않고 어느새 잔뜩 성을 내고 있었다.

부풀어 오른 바지를 손으로 살짝 가리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지지는 오히려 귀엽다는 듯 녀석을 손으로 톡톡 쳤다.

“이거 입어야겠다.”

지지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았다.

대한의 앞에서 트로피컬 네온 비키니를 입었다.

그 모습에 절로 침이 삼켜졌다.

살짝 윙크한 그녀는 곧바로 테라스를 가로질러 수영장으로 향했다.

대한은 지지가 잠시 수영을 하는 것을 쳐다보다가 욕실로 들어갔다.

문을 닫자 그는 가슴에 손을 댔다.

대한의 옷이 순식간에 사각 수영복으로 변했다.

대충 몸을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바로 풀장을 향해 몸을 날렸다.

풍덩!

“꺄악!”

커다란 물살이 지지를 덮쳤다.

그녀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내 대한을 향해 다가왔다.

제법 수영을 잘했다.

그는 슬쩍 지지를 피해 도망쳤다.

그녀가 맹렬하게 쫓아왔다.

대한은 이리저리 도망치다 결국은 잡혀주고 말았다.

“잡았다.”

“이크!”

지지는 그의 머리를 잡고 물속으로 집어넣었다.

대한은 순순히 물속으로 들어갔다.

대신 물속에서 그녀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 두 발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꺄악!”

허공으로 붕 치솟았다 떨어지는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풍덩!

지지는 급히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손으로 머리를 쓸었다.

그런데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재미있다고 한 번 더 해달란다.

그렇게 대한은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해서 열 번도 넘게 지지를 허공에 집어 던져야만 했다.

풍덩!

한참 신나게 놀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올리버와 엠마, 마리아나가 서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귀엽기는 하지만 살짝 부실한 느낌의 엠마!

키는 작지만 풍만한 몸매를 자랑하는 마리아나!

거의 몸이 다 드러나는 야릇한 디자인의 비키니가 자꾸 시선을 끌어당겼다.

“뭐야?”

“여기 풀이 근사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연락도 없이 쳐들어온 거야?”

“응.”

둘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

엠마와 마리아나는 이미 풀장으로 들어가 지지와 합류했다.

“꺄악!”

“호호호!”

비명과 웃음소리가 혼재했다.

대한은 올리버와 같이 테라스로 나갔다.

그는 호텔 전화로 룸서비스를 신청했다.

“이거 파티를 해야겠네.”

“이미 시작된 것 같은데.”

“그런가?”

둘은 테라스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여자들이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대한의 귀로 에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11.9억 달러를 가로채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중에 올가가 이 사실을 알면 피눈물을 흘리겠군.’

―서로를 의심해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쨌든 수고했어. 코레실드가 인질을 구하는 모습은 잘 찍었지?’

대한은 로마에게 거액의 몸값을 뜯어낸 올가에게 돈을 가로챈 것보다 코레실드가 유명해질 기회를 더 중요시했다.

―물론이죠. 예쁘게 편집해서 준비해뒀어요.

‘로마 아브라함비치는?’

―뒤늦게 소식을 듣고는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전용기를 준비시켰습니다. 곧 모로코로 날아올 겁니다.

‘하긴 조금만 빨리 이 사실을 알았다면 굳이 거액의 몸값을 주지 않아도 됐을 텐데. 이래서 마음을 곱게 써야 해.’

만약 로마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올가에게 잡혀 죽었을 것이다.

물론 대한이 중간에 나서서 로마를 구해줄 수도 있다.

그런 후, 목숨값을 두둑이 받아내는 것은 당연히 거쳐야 할 수순이다.

어느 쪽이 됐든 결국 로마는 그에게 돈을 뜯겼을 것이다.

―로마가 도착하기 전까지 다들 이곳에 머무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려고. 이따 식사하면서 다 같이 모여 로마로부터 얼마나 배상금을 받아내야 할지 의논할 거야.’

―좋은 생각이십니다.

‘올가는?’

―승리의 축배를 들고 있습니다.

‘크크크, 사흘만 그대로 놔둬!’

―네, 달콤한 꿈을 꿀 수 있도록 사흘 천하를 허락하겠습니다.

‘사흘 천하라! 멋진 말이군. 아마 놈들에겐 잊을 수 없는 멋진 경험이 될 거야.’

에바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룸서비스가 줄줄이 들어왔다.

테라스에 있는 테이블 위는 금세 먹을 것과 마실 것으로 가득 찼다.

남은 것은 안쪽 식탁에 빼곡하게 채워놓았다.

“뭘 이렇게 많이 시켰어?”

“너한테 다 먹으라는 소리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마.”

올리버의 말에 대한이 불퉁하게 대답했다.

당장 올리버는 태세전환을 했다.

“하긴 모자란 것보다 넉넉한 게 낫지.”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우리도 수영이나 하자.”

“오케이!”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올리버는 대한과 함께 풀장으로 뛰어들었다.

풍덩! 풍덩!

이제 수영을 하는 사람이 다섯으로 늘었다.

그러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향해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물속으로 빠뜨리기도 하고 반대로 끌어내기도 했다.

가끔은 남몰래 야한 손장난도 쳤다.

그들은 풀장과 테라스를 오가며 이처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마치 악몽을 이렇게 해서라도 깨끗이 씻겨나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서스펜스하고 스펙타클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 * *

“와아아아!”

“골!”

캐로우 로드(Carrow Road) 경기장이 노란빛으로 들끓었다.

골은 넣은 공격수 푸키는 두 손을 불끈 쥐고 경기장을 질주했다.

그의 뒤로 노르위치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와 서로의 몸을 얼싸안았다.

노르위치 팬들은 그런 선수들을 보며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원정팀인 왓포드의 벤치는 침묵에 휩싸였다.

전반 시작 10분 만에 노르위치에게 거하게 일격을 얻어맞았다.

카카 감독은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골을 먹은 것보다 노르위치의 사이드백 아론스가 빠르게 오버래핑해서 올라와 날린 얼리크로스에 주목했다.

푸키가 그걸 받아 골을 집어넣은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봤다.

벤치에 앉아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대한의 모습!

‘안 좋은 일을 겪었는데 이렇게 빨리 경기에 내보내도 괜찮을까?’

카카는 살짝 갈등했다.

나이 어린 선수가 혹시 멘탈이라도 나가지 않았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왠지 지금 이대로 경기가 진행된다면, 프리미어리그 강등권에다 맨 꼴찌인 노르위치에게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것만큼은 꼭 막아야 했다.

또다시 이전투구인 강등권 싸움에 휘말릴 수는 없었다.

카카 감독은 결국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대한!”

감독의 부름에 대한이 고개를 돌렸다.

“몸 풀어!”

“옛설!”

대한은 카카의 말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카카 감독은 그 모습에 불안했던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삐익!

주심의 휘슬로 다시 경기가 시작됐다.

왓포드는 심기일전해서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번번이 노르위치의 조직적인 수비에 막혀 볼을 빼앗겼다.

더 무서운 것은 공격 중심의 축구를 구사하는 노르위치의 무시무시한 공수전환이었다.

빠르게 오버래핑해 올라간 사이드백들이 중앙으로 뿌려주는 크로스!

몇 번이나 골을 먹을 뻔했다.

만약 골키퍼 포스터의 선방이 없었다면 아마 노르위치의 푸키 선수는 이미 해트트릭을 달성했을 것이다.

“와아아!”

그런데 이때!

응원하러 온 왓포드의 원정 팬들이 힘찬 함성을 내질렀다.

전반전이 채 20분도 지나기 전.

왓포드가 선수교체를 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선발에서 제외됐던 초신성 이대한 선수!

바로 그가 그레이를 대신해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왓포드 원정 팬들은 마치 경기에서 이기기라도 한 것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신난 것은 원정 팬들만이 아니었다.

대한TV의 시청자들!

새벽잠을 마다하고 스포츠티비를 보고 있는 한국의 시청자들!

그리고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까지.

모두 반색하고 대한의 투입을 반겼다.

아니 이들 모두가 손뼉을 치면서 승리를 예감했다.

그들은 하나 같이 기대가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카카 감독이 결국 이른 시간에 이대한 카드를 꺼냈군요.”

“이건 아주 잘한 겁니다. 괜히 아끼다가 똥 되는 수가 있습니다. 지금 물이 한창 올라있는 우리 이대한 선수를 쓰지 않으면 도대체 누굴 쓰겠습니까?”

“그래도 방송에서 똥 된다는 소리는 좀!”

“똥을 똥이라고 하는데 뭐가 잘못됐습니까?”

“아닙니다. 똥이 될 뻔했지만, 곧 황금으로 변할 것을 확신합니다.”

장수원 아나운서는 남희진의 똥 발언을 급히 황금으로 승화시켰다.

그의 뛰어난 순발력과 재치로 인해 시청자들은 다들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카카 감독이 그레이 선수를 이대한 선수로 교체했을까요?”

“그건 노르위치의 공격적인 성향 때문입니다. 게다가 노르위치 선수들의 공수전환과 오버래핑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쉽게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잔뜩 흥분한 남희진 해설위원의 말에 장수원 아나운서가 미소를 지으며 부탁을 했다.

하지만 테이블 밑에서 자꾸 발로 툭툭 치며 눈치를 줬다.

다행히 남희진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뇌피셜을 쉽게 풀어서 해석해줬다.

“먼저 양측의 포메이션을 한번 비교해보죠. 왓포드는 4―4―2, 노르위치는 4―4―1―1을 들고 나왔습니다. 뭐 따지고 보면 거기서 거기인 포메이션입니다.”

“4―4―2에서 4―4―1―1로 바꾸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니 그렇다고 봐도 되겠죠.”

“문제는 노르위치의 양쪽 사이드백인 루이스와 아론스입니다.”

“왜요? 이들의 오버래핑과 크로스가 위협적이라서 그런 겁니까?”

“그렇습니다. 최전방 공격수인 푸키를 향해 양쪽 사이드백이 날려주는 얼리크로스는 상당히 위협적입니다. 거기에다 빠른 공수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니 지금 왓포드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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