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10화 (209/331)

210화 <뒤통수>

“아 참!”

그제야 대한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는 에바가 안드로이드를 통해 전달해준 스텔스 망토를 꺼냈다.

마리아나를 덮고 나서 스텔스 모드로 들어가자 그제야 두 사람의 모습이 완전하게 감춰졌다.

그다음부터는 아주 쉬웠다.

가끔 보초들이 지나갔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대한과 마리아나를 발견할 수 없었다.

대한은 올리버의 객실 앞에 도착했다.

그는 바이오풀아머의 배틀모드를 해제하고 스텔스 모드를 껐다.

동시에 스텔스 망토를 수거했다.

똑똑똑!

가볍게 노크하자 올리버가 득달같이 문을 열었다.

“대한!”

“올리버! 받아. 내가 구해왔어.”

“너 어쩌려고 그래?”

“걱정하지만 당사자도 긴가민가할 거야.”

무슨 개가 풀을 뜯어 먹는 소리냐는 올리버의 눈빛.

하지만 대한은 깨끗이 무시하고 마리아나를 올리버에게 넘겼다.

“빨리 안으로 들어가 마리아나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을 알면 곤란해져!”

“알았어. 어쨌든 고맙다. 나중에 얘기하자.”

일단 마리아나를 구출했다는 게 중요했다.

올리버는 고마운 눈빛으로 대한을 한번 쳐다봤다.

그리고는 곧바로 객실 안으로 마리아나를 안고 들어갔다.

대한은 굳이 올리버의 객실 안으로 따라서 들어가지 않고 문을 닫았다.

대신 옆에 있는 자신의 객실로 들어갔다.

다행히 아무도 그들의 행동을 본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사고와 응징!

그리고 납치와 구출이 아무도 모르게 이뤄졌다.

쿨쿨!

침대 위의 지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잘도 자고 있었다.

에바가 아주 깊은 잠에 빠지게 해놓았다.

아마 내일 일어나면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은 욕실 겸 화장실로 들어가 얼굴과 손을 깨끗이 씻었다.

그런 후 지지의 옆에 누워 그녀의 몸을 안았다.

부드럽고 말캉한 여체가 기분 좋게 품속으로 안겨 왔다.

지지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한은 그녀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파도치는 소리가 귓가에 자장가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 * *

카사블랑카.

모로코의 아름다운 항구다.

이름만 들어도 괜히 낭만적 도시.

그것을 배경으로 이클립스가 부두에 우뚝 멈춰 섰다.

하얀 정복을 입은 건장한 승무원들!

서둘러 발판을 내렸다.

러시아 마피아 공격대는 나름 위장을 한다고 애썼다.

하지만 하나같이 우락부락 험상궂게 생긴 놈들이다.

아무리 승무원 정복을 걸쳤다고 당장 승무원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강한 위화감을 조성했다.

“천천히 한 명씩 내리시면 발목이 부러지지 않습니다.”

“우리 다시는 보지 맙시다.”

인사랍시고 하는 말들이 하나 같이 괴랄했다.

하지만 곧 풀려난다는 생각에 다들 입을 조개처럼 꾹 다물고 있었다.

대한은 이들의 경고에도 지지의 손을 꼭 잡고 나란히 걸어갔다.

이클립스에서 내리자 앞에서 대기 중인 대형관광버스를 타야 했다.

“이리 앉아.”

“고마워! 대한.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어딘가 우리를 격리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겠지.”

“왜 당장 우릴 풀어주지 않는 거야?”

“그거야 저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려고 그러는 거지.”

“아!”

대한의 말에 지지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에바!’

―로마와 올가 사이에 드디어 협상이 타결되었습니다.

‘우리 몸값으로 얼마를 냈어?’

―11.9억 달러를 주기로 했습니다.

‘1조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군. 그런데 왜 하필 11.9억 달러야?’

―그게 로마가 가진 재산의 10분의 1입니다.

에바의 설명에 그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로마 아브라함비치가 무사히 탈출하자 올가와 협상을 시작했다.

이클립스를 넘겨받는 것은 아예 기대도 않았다.

워낙 유명한 배라서 쉽게 숨길 수도 없으니 어떻게든 곧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클립스에 타고 있는 셀럽과 귀빈들은 달랐다.

만약 이대로 납치된 상태에서 누구 하나라도 죽으면!

로마 아브라함비치에겐 상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악몽이 시작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호구처럼 단 내어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타결점을 찾은 것이 바로 가진 재산의 10분의 1, 즉 1할을 내놓는 것이다.

납치사건은 잃은 게 많은 사람이 잃을 게 적은 사람보다 약자가 된다.

특히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셀럽과 귀빈들이 인질로 잡혀있다면 협상의 주도권은 이미 납치범들에게 있었다.

그래서 로마는 눈물을 머금고 올가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제 이들이 관광버스에 타고 이동을 시작하면 곧바로 로마는 올가에게 돈을 송금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로마와 올가의 생각의 합의일 뿐이었다.

‘준비는?’

―다 됐습니다. 올가가 지정한 계좌에 로마가 돈을 송금하는 순간! 곧바로 다시 저희가 마련해놓은 페이퍼컴퍼니로 돈이 분산되어 송금될 것입니다.

‘혹시 걸릴 염려는 없겠지?’

―당분간 그들이 보게 될 은행의 화면을 조작해뒀습니다. 나중에 진실을 알고 나면 아마 울화통이 터지게 될 것입니다.

‘크크크! 재미있겠군.’

대한은 속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는 로마나 올가나 용서해줄 마음이 없었다.

일단 로마가 올가에게 송금할 돈을 가로챌 것이다.

풀려난 후 이번 일을 함구하는 조건으로 로마에게 두둑하게 돈을 뜯어낼 것이다.

물론 로마에게 유리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 사이에 대한이 다시 장난질을 칠 테니까.

‘작전은 어디에서 시작하지?’

―소피텔 카사블랑카 투어 블로쉬 호텔 근처 사거리입니다.

‘준비는 잘했지?’

―물론입니다. 코레 실드의 기동타격대가 모든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소피텔 카사블랑카 투어 블로쉬 호텔!

프렌치 럭셔리 스타일의 특급호텔이다.

대한은 작전이 무사히 끝나면 이 호텔의 24층에 있는 프라이빗 펜트하우스 테라스에서 대서양을 바라보며 수영도 하고 축하파티를 열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스터!

‘왜?’

―꼭 직접 하셔야겠습니까?

‘당연하지. 이 버스에 타고 있는 놈은 단둘이야. 내가 한 놈, 올리버가 한 놈을 맡으면 돼. 그리고 에어볼도 있잖아.’

―알겠습니다. 저들이 들고 있는 기관단총이 작동되지 않도록 조치해놓겠습니다.

‘그래. 나머지는 에바에게 맡길 테니 잘 해줘!’

―네, 마스터. 제발 조심하십시오.

에바는 대한에게 신신당부했다.

솔직히 그는 에바의 염려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미 버스 내부에 스텔스 모드로 본체를 숨기고 있는 에어볼만 6개였다.

거기에다 자신은 평상복으로 변형된 바이오풀아머를 입고 있었다.

올가에서 보낸 러시아 마피아 공격대를 다 처치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버스에 같이 탄 두 놈을 제압하는 일에 불과했다.

“올리버!”

“왜?”

“이리 와봐!”

“응.”

올리버는 대한의 부름에 얼른 다가왔다.

온몸에 타박상이 있었지만, 다행히 얼굴은 멀쩡했다.

“내가 저놈들 총에 수작을 부려놨어.”

“뭐?”

“쉿 조용해.”

그의 말에 올리버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대한이 손으로 입을 가로막자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있다가 SWAT팀이 버스의 앞뒤에서 같이 가고 있는 놈들을 공격할 거야. 그럼 너와 나는 한 놈씩 맡아서 빠르게 제압해 야해.”

“우리 풀려나는 거 아니었어.”

“누가 그래? 너 저놈들 말 믿어?”

“아니.”

“나도 안 믿어. 이러다가 중동의 테러리스트들에게 우릴 팔아넘기면 어떻게 되겠어?”

“중동의 테러리스트!”

올리버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래도 올리버의 머릿속에는 인터넷에서 봤던 장면이 떠오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슬람국가를 세웠던 IS 놈들이 얼마나 잔인한가!

사람의 목을 자르는 참수 장면을 몇 번이나 내보냈었다.

그러니 올리버가 이렇게 겁을 먹는 것이다.

“그러니까 기회가 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잡자.”

“어떻게 하자는 거야?”

“맨 앞에 앉아있는 두 놈 중에서 넌 왼쪽 난 오른쪽을 맡는 거야. 안전띠를 하고 있다가 차가 급정거를 하면 바로 튀어 나가서 처리하자.”

“알았어. 그런데 저놈들 총에 수작 부린 거 확실하지.”

“응, 그건 걱정하지마! 설마 내가 내 목숨으로 장난치겠냐?”

“아냐. 나 너 믿어.”

“그래. 나만 믿고 한번 모험을 해보자.”

대한과 올리버는 바로 의기투합을 했다.

그들은 다행히 맨 앞에서 두 개 떨어진 앞 좌석에 앉아있었다.

둘이 속닥거리자 지지와 엠마가 다가와 귀에 대고 물었다.

하지만 둘은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마리아나만 대한을 쳐다보며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그 모습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올리버와 친구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다.

하지만 둘이 얼마 전에 무슨 짓을 했는지 뻔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마리아나는 손절해야 했다.

그녀가 얼마나 대한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간에 말이다.

―마스터! 작전 시작 10초 전입니다.

‘알았어.’

―9, 8, 7.

대한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에바는 이미 초읽기에 들어가있었다.

―6, 5, 4, 3, 2, 1. Bang!

순간 옆에서 대형트럭 2대가 동시에 튀어나왔다.

관광버스의 앞뒤에서 달리고 있는 2대의 미니버스!

대형트럭은 사정없이 미니버스 2대를 들이받았다.

쾅! 콰앙!

끼이익 끼익 끼이익!

“꺄아악!”

“으악!”

정말 순식간이었다.

대형트럭 2대가 미니버스 2대를 정확히 들이받았다.

미니버스가 동시에 옆으로 넘어갔다.

다행히 관광버스는 급정거해서 이 위기를 모면했다.

여자들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여기저기 터졌다.

그런데 관광버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맨 앞에 앉은 두 명의 러시아 마피아 공격대대원은 바로 앞에 설치된 안전판에 그대로 머리를 부딪쳐야 했다.

다다다다!

도도도도!

그때 대한과 올리버가 거의 동시에 복도로 달려갔다.

두 사람은 미리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움직일 수 있었다.

다행히 안전판에 머리를 부딪쳐 골이 울린 탓에 두 놈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한 놈의 목덜미를 후려쳤다.

동시에 분노에 휩싸인 올리버의 큼지막한 주먹이 다른 놈의 목덜미를 파운딩 했다.

퍽! 뚝!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만 들어도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지 대한은 금세 알 수 있었다.

‘무식한 놈!’

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신 서둘러 두 놈이 가지고 있던 기관단총을 빼앗았다.

그런 후 몸을 샅샅이 뒤져 권총과 대검 및 장비 일체를 챙겼다.

타타타탕 타타타탕 타타타탕!

관광버스 뒤쪽에서 총성이 들려왔다.

고개를 뒤로 돌리자 창문을 통해 넘어진 미니버스에서 불이 번쩍거리는 게 보였다.

앞을 보자 넘어진 미니버스를 포위하고 있는 코레실드의 기동타격대가 보였다.

“문 열어!”

대한은 즉시 운전사에게 소리쳤다.

이놈도 한 패인지 자꾸 미적거렸다.

그러자 그는 올리버에게 운전사를 넘겼다.

“이 새끼 수상하다. 한패 같아.”

“뭐라고?”

퍽!

올리버는 일단 말보다 주먹을 앞세웠다.

운전사가 한 대 맞고 나자 정신이 번쩍 든 모양이었다.

곧바로 문이 열리니 말이다.

“올리버! 일단 차 키 뺐어!”

“응.”

대한은 굳이 대답도 듣지도 않고 버스에서 튀어나왔다.

에바가 때마침 홀로그램을 펼쳐 상황을 보여줬다.

미니버스에 타고 있는 놈 중 반은 기절한 상태였다.

나머지 반은 결사 항전을 벌이고 있었다.

‘안드로이드는?’

―앞쪽 미니버스에 타고 있다가 반항하는 놈들을 제압했습니다.

―뒤쪽의 미니버스가 문제입니다.

‘당장 제압해!’

―중화기를 쓰겠습니다.

‘그래야지. 여기서 계속 이렇게 총격전을 벌였다가는 무고한 희생자가 생길 수 있어.’

―네, 마스터.

대낮에 시내 중심가에서 총격전을 벌이면 당연히 주변의 민가로까지 불똥이 튈 것이다.

대한은 그걸 용납할 수 없었다.

투투투투투 투투투투투!

중기관총 소리가 들려왔다.

미니버스의 한쪽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며 갈기갈기 찢어져 나갔다.

“마지막 권고다. 항복해라!”

“하, 항복한다.”

몇 놈이 중기관총에 의해 시뻘건 고깃덩어리가 됐다.

그 모습에 결사 항전의 의지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러시아 마피아들은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바로 항복해버렸다.

“인질을 구해라!”

“경찰들 불러서 뒤처리를 맡겨라!”

대한은 문제가 해결되자 코레실드 대원에게 바로 무기를 넘겼다.

그의 옆으로 올리버가 나타났다.

올리버도 무기를 코레실드 대원에게 넘기며 그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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