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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207화 (206/331)

207화 <나포>

“따라와!”

지지는 망설이지 않았다.

전에는 간을 보느라 망설였다.

그래서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바다를 순항하고 있는 요트!

자신을 피해 도망갈 곳이 없었다.

대한도 전혀 빼는 느낌이 아니었다.

여자의 예리한 직감으로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대한은 지지의 손에 이끌려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아쉽게 바라보는 여자들의 한숨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용감한 자가 사랑을 쟁취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지지는 칭찬해줄 만했다.

지지는 대한을 자신의 객실로 끌어들였다.

쿵!

문이 닫혔다.

철컹!

아니, 문이 잠겼다.

* * *

대한은 지지의 객실을 나섰다.

갑자기 기절해버린 지지 때문에 솔직히 좀 놀랐다.

에바가 에어볼로 그녀를 스캔했다.

잠시 정신을 잃은 것뿐이라는 말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자신의 객실로 돌아오자 황당하게도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당황한 이클립스 승무원들의 얼굴이 보였다.

“무슨 일이죠?”

“죄송합니다. 금방 치워드리겠습니다.”

그들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급히 침대보를 돌돌 말았다.

그러고 보니 뭔가 시큼한 냄새가 나는 듯했다.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을 쳐다보자 뒤에서 올리버가 불렀다.

“대한!”

“올리버! 무슨 일이야?”

“일단 이쪽으로 와봐!”

올리버는 대한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는 순순히 올리버를 따라 옆 객실로 들어갔다.

방에서 은은하게 여자 화장품 냄새가 났다.

아무래도 조금 전까지 누군가와 함께 있었던 것 같았다.

“여기 누가 왔었어?”

“크크크!”

대한의 말에 올리버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야?”

“맞춰봐라!”

“마리아나 그란데? 엠마 왓손? 카라 델레비네? 설마 너 꼬맹이나 그 친구들은 아니겠지?”

“미쳤냐! 내가 걔들을 건들게. 마리아나야!”

“헐! 이 새끼 계 탔네.”

그는 순간 올리버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올리버는 좋아서 죽는 표정을 지었다.

“아주 좋았나 보네.”

“응, 끝내줬어.”

대한은 올리버가 좋았다니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보다 내 방 문은 왜 활짝 열려있는 거야?”

“꼬맹이가 와서 너를 기다리다가 오바이트를 했거든.”

“내 침대에다 토를 했단 말이야?”

“응, 네가 그 꼴을 봤어야 했는데. 울고불고 토하고 아주 난리가 났었어.”

올리버의 상세한 설명에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지와 같이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자칫 꼬맹이와 엮였다면 로마 아브라함비치에게 미움을 살뻔했다.

뭔가 쌔 한 기분을 느끼고 미리 피해버렸던 게 신의 한 수였다.

“여긴 침대가 둘이네.”

대한은 자신의 객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이미 침대 위에다 아리나가 토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고도 그 위에서 누워 잠을 자고 싶겠는가!

그런데 올리버는 기가 막힌 대답으로 응수했다.

“그냥 너 다 써라!”

“뭔 소리야?”

“난 약속이 있어서 지금 나가봐야 해!”

“설마 너?”

“크크크!”

대한은 올리버의 패기만만한 얼굴을 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아주 힘이 남아도는구먼.”

“이럴 때 안 쓰면 언제 쓰냐?”

“헐! 그런데 누구인지 물어봐도 돼?”

“엠마!”

쿵!

올리버의 한마디에 그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세상에 엠마가 올리버에게 넘어가다니.

대한은 왠지 급하게 피로가 확 몰려드는 기분이었다.

그의 이런 다 죽어가는 얼굴에 올리버는 잔잔히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철컥!

냉정하게 객실 문이 닫혔다.

올리버의 그림자가 사라지자 방안은 침묵에 휩싸였다.

대한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침대에 발라당 누웠다.

지금이라도 지지에게 다시 돌아갈까 고민됐다.

하지만 일단 나왔는데 다시 기어들어 가는 건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잠이나 자기로 했다.

불을 끄고 가슴에 손을 댔다.

그러자 정장이 단번에 잠옷으로 변해버렸다.

침대에 눕자 다행히도 금세 수마가 밀려왔다.

그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잠에 빠졌다.

쿵!

얼마나 잤을까?

어디선가 폭음이 들려왔다.

대한은 반사적으로 번쩍 눈을 떴다.

‘에바!’

―네, 마스터.

‘지금 이게 무슨 소리지?’

―수상한 자들이 이클립스를 나포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해적이라도 나타났다는 거야?’

―먼저 이걸 한번 보시죠.

대한의 물음에 에바는 즉시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웠다.

어두운 밤바다 위, 난데없는 경주가 벌어지고 있었다.

초호화요트 이클립스가 파도를 가로지르며 질주했다.

그 뒤로 3대의 날렵하게 생긴 모터보트가 바짝 따라붙었다.

그런데 모터보트의 속도가 장난 아니게 빨랐다.

그는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왜 날 깨우지 않았지?’

―저들의 무기로는 마스터에게 해를 끼칠 수 없습니다.

‘에어볼로 실드라도 쳐놓은 거야?’

―그렇습니다.

‘그럼 올리버와 지지는?’

―당연히 올리버와 지지 양에게도 에어볼을 하나씩 붙여놓았습니다.

에바는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대한은 가슴에 살짝 손을 댔다.

그러자 그의 잠옷이 다크 브라운의 평상복으로 변해버렸다.

바이오풀아머의 놀라운 변신능력이었다.

‘아까 폭음이 들리던데……. 저들이 쓴 무기가 뭐야?’

―RPG-7입니다.

‘알라의 요술 방망이라는 러시아의 대전차화기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제야 에바가 왜 여유를 부렸는지 알 것 같았다.

RPG-7이 아무리 로켓 추진 유탄이라고 해도 이클립스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너무 오래전에 만들어진 무기고 흔들리는 배 위에서 쏴봤자 명중률도 형편없었다.

게다가 이클립스에 대응할 무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쾌속 모터보트에 타고 있는 자들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푸르르륵 푸르르륵!

아니나 다를까!

후위에서 중기관총이 난사되는 소리가 들렸다.

이클립스를 따라오던 모터보트들이 일제히 라이트를 끄고 좌우로 흩어졌다.

그러자 그들은 마치 어둠 속에 스며들기라도 한 듯 모습을 감췄다.

‘이클립스에서 구조신호는 보냈어?’

―일대에 강력한 전파방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파방해를 할 정도면 보통 놈들이 아니네. 당장 어떤 놈들인지 알아봐!’

―이미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라는 건데?’

―로만 아브라함비치를 노리고 있는 레드 마피아입니다.

‘레드 마피아라면 러시아 마피아라는 말이네.’

―그렇습니다.

‘이런! 로만에게 당한 올리가르히의 복수에 우리가 말려들었군.’

―그런 셈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이클립스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어?’

―이미 로만 아브라함비치와 그의 딸 아리나가 잠수함을 타고 탈출했습니다.

‘젠장!’

그 말에 대한은 갑자기 화가 났다.

이클립스에는 초대된 귀빈들은 로만의 딸 아리나의 생일을 축하하러 왔다.

하나같이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명인사들이다.

그런데 위기가 닥치자 로만은 자신의 딸만 데리고 주저 없이 도망쳤다.

남은 이들이 어떻게 되든 말든 전혀 상관없다는 냉정한 태도였다.

‘아! 이 괘씸한 씨 발라 먹을 놈의 스키!’

―그것보다 이클립스를 포위하고 있는 모터보트들을 보십시오.

에바의 말에 시선을 다시 홀로그램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3차원 지도가 나타났다.

이클립스를 중심으로 일대를 포위하고 있는 모터보터들이 보였다.

대한은 지도를 잡아 위쪽으로 밀어 올렸다.

그러자 해저로 도망치는 잠수함의 모습이 보였다.

열이 받은 대한은 잠수함을 침몰시켜버리고 싶은 강한 유혹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기분이 풀릴 것 같지는 않았다.

‘어디 두고 보자.’

원수는 돌에 새기고 은혜는 물에 새기는 세상이다.

물론 그는 반대로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가끔 예외는 있을 수 있었다.

대한은 이를 갈며 지도를 다시 밑으로 내렸다.

그리고는 지도를 옆으로 홱 돌렸다.

한쪽에 대기하고 있는 커다란 화물선!

갑판 위에서는 무장한 헬기 2대가 서서히 떠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어! 저기 헬기 옆에 달린 거 로켓포드 아냐?’

―맞습니다. 20발의 S―8 로켓이 채워져 있네요.

‘이놈들이 로만을 잡아 죽이려고 아예 작정했구나.’

―어떻게 할까요?

‘글쎄.’

대한은 당장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솔직히 양측의 싸움에 전혀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로만은 이미 도망쳤다.

그걸 모르고 있는 놈들이 어떻게든 이클립스를 나포하려고 했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로켓포드로 무장한 헬기가 아니라 세계 최강의 공격헬기라는 미국의 AH―64 아파치나 러시아의 Ka―52 엘리게이터가 와도 당장 바다로 처박아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 사람들을 굳이 죽이고 싶지 않았다.

물론 자신을 먼저 건든다면야 상황은 크게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일단 좀 두고 보자.’

―네, 마스터.

‘에어볼은 충분히 있지?’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이클립스 상공에 우주셔틀을 배치해뒀습니다.

‘잘했어.’

대한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레이저포로 무장한 우주셔틀이 대기 중이라면!

굳이 에어볼 따윈 쓸 필요도 없었다.

‘일단 레드 마피아를 움직인 놈들이 누군지부터 알아내.’

―현재 이들의 스마트폰을 전부 추적해서 배후를 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은 정보로 볼 때, 영국에서 수상한 죽임을 당한 올리가르히의 대표적인 인물인 보리스 벨조븐스키의 아들 글랩 벨조븐스키가 배후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큽니다.

‘역시 복수가 맞군.’

―지금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글랩 벨조븐스키와 함께 사주한 자들이 있습니다.

‘혹시 올리가르히 잔당인가?’

―그렇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을 ‘올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올리가르히’든 ‘올가’든 일단 전부 파악해놔!’

―네, 마스터.

대한은 굳이 객실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대신 편히 소파에 앉아서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워놓고 일대를 살폈다.

그러다가 올리버가 생각나서 작게 홀로그램 하나를 띄웠다.

올리버는 현재 엠마의 방에 있었다.

엠마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올리버의 품에 안겨있었다.

복슬복슬한 올리버의 등이 보이자 갑자기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그는 급히 홀로그램을 옆으로 집어 던지듯 치워버렸다.

그런 후 지지를 확인했다.

그런데 그녀는 무슨 생각인지 대한의 객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얘는 왜 나한테 오는 거야? 그냥 자기 방에 가만히 있지.’

―그러게 말입니다.

에바가 바로 맞장구를 쳤다.

그는 할 수 없이 벌떡 소파에서 일어났다.

객실의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그러자 지지가 대한을 발견하고 반색했다.

“대한!”

“지지! 빨리 이리와!”

도도도도!

운동했던 얘라서 그런지.

확실히 달리는 속도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녀는 날쌘 다람쥐처럼 빠르게 뛰어왔다.

그러다가 대한의 바로 앞에서 힘차게 점프를 했다.

“어이쿠!”

대한은 온몸을 내던지다시피 날아온 지지를 받았다.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두 손으로 꽉 붙잡고 뒤로 넘어지지 않도록 두 다리에 힘을 줬다.

나름대로 충격이 있었다.

하지만 모델을 한다고 살을 많이 빼서 그런지 무게는 얼마 나가지 않았다.

쪽쪽쪽!

문제는 그를 안자마자 지지가 정신없이 키스를 해댄다는 것이다.

대한은 급히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바로 문을 잠갔다.

그 사이!

이클립스는 서서히 속도를 늦췄다.

미사일 방어가 가능하다는 초호화요트!

하지만 이미 주인은 무사히 도망쳤다.

그리고 하늘엔 로켓포드로 무장한 헬기 2대가 떠 있었다.

중기관총으로 헬기를 잡는 것은 사실 무리였다.

괜히 자극했다가 오히려 로켓포를 난사하기라도 한다면!

이클립스 안에 있는 승무원들과 귀빈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었다.

선장은 절대 모험을 할 수가 없었다.

로마 아브라함비치는 돈이 많은 사람이다.

당장은 해적인지 마피아인지 모를 자들에게 잡혀가겠지만.

나중에 몸값을 지급하면 무사히 풀려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믿고 순순히 투항하기로 했다.

이클립스에서 백기가 올라왔다.

그러자 사방에서 이클립스를 향해 모터보트들이 다가왔다.

대한은 결국 러시아 마피아에 의해 요트가 나포되는 현장을 보면서 혀를 찼다.

“대한! 혹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

“우리가 탄 요트가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나포당했어.”

“나포? 혹시 해적들에게 요트를 탈취당한 거야?”

“응.”

“아!”

지지는 대한의 말에 입을 딱 벌렸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녀의 놀라는 모습은 무척 귀여웠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공포로 질려버리게 될 것이다.

“걱정하지마! 내가 지켜줄게.”

그는 그녀의 몸을 꼭 껴안으며 말했다.

그러자 지지는 너무도 쉽게 대한의 말을 믿어버렸다.

“응. 나 대한 믿어!”

“혹시 중요한 소지품 놓고 온 거 있어?”

“아니. 없어.”

“그럼 지금부터 나와 같이 있자.”

“좋아.”

대한은 지지의 복장을 살폈다.

다행히 노출이 심하지 않은 옷에 패딩까지 걸치고 있었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자꾸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호가 안 잡혀.”

“전파방해를 하는 것 같아.”

“전파방해를 하면 전화가 안 되는 거야?”

“응, 전화가 안 돼.”

“그럼 앞으로 우린 어떻게 되는 거야?”

“글쎄. 그냥 풀어줄 수도 있고 몸값을 내라고 할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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