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04화 (203/331)

204화 <선상 파티>

부우웅 끼익!

리무진이 멈춰 섰다.

정장을 입은 운전사가 급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항구에 기다리고 있던 승무원이 먼저 마중 나와 문을 열었다.

“이클립스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고맙습니다.”

대한과 올리버는 이클립스 승무원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리무진 밖으로 나와보니 하얀 정복을 입은 승무원들이 두 줄로 나란히 서 있었다.

시선을 위로 올리자 그들의 뒤로 초호화요트 한 척이 보였다.

흰색의 거대한 메가요트는 엄청난 위용을 과시하며 서 있었다.

둘은 멋진 정장 차림으로 당당하게 승무원들의 사이를 걸어갔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이클립스의 승무원들은 하나같이 미남미녀들이었다.

그들은 대한과 올리버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환대했다.

두 사람이 마지막 손님이었는지.

대한과 올리버가 요트에 올라타자 승무원들은 곧바로 출항 준비를 서둘렀다.

그들의 앞에 정복이 잘 어울리는 잘생긴 남자승무원이 한 명이 나타났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네.”

둘은 서로의 눈을 한번 마주친 뒤!

조용히 승무원의 뒤를 따라갔다.

“여기가 여러분이 묵으실 숙소입니다.”

건조비가 1조4,000억 원이 들어갔다는 초호화요트답게.

그들의 앞에 열린 객실은 호화스럽기 그지없었다.

다행인 것은 두 사람이 각기 다른 객실을 쓴다는 점이다.

“이클립스에 머무시는 동안 이 카드키를 쓰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대한과 올리버는 각각 검은색 카드키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카드키를 주머니에 쑥 집어넣고 객실의 문을 닫았다.

당장은 요트 안에서 죽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건 올리버도 마찬가지였다.

“밖으로 나가자!”

“그래.”

둘은 오랜만에 의기투합했다.

승무원의 안내를 받으며 그들은 갑판으로 나갔다.

3층 좌우에 옆으로 툭 튀어나온 발코니가 보였다.

난간을 잡고 서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한쪽에는 하얀 의자가 놓여있었다.

그래서 편하게 앉아 주위를 돌아볼 수 있었다.

대한은 강한 햇빛으로 인해 눈을 찡그렸다.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눈에 끼고 다리를 꼬았다.

인제 보니 전망이 아주 끝내줬다.

바아아앙!

메가요트 ‘이클립스’가 길게 경적을 울렸다.

드디어 백색의 초호화요트가 서서히 항구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대한! 이런 거 하나 가지고 싶지 않아?”

“가지고야 싶지. 하지만 엄청 비싸다고 하더군.”

올리버는 아주 대놓고 탐욕의 눈동자를 번들거렸다.

그렇지만 대한은 그저 심드렁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아무리 초호화요트가 비싸고 멋지다고 해도 설마 우주탐사선 히릭스만 하겠는가!

그에게는 콧방귀도 나오지 않을 일이었다.

“너도 돈 꽤 많이 벌었잖아! 이제 이런 메가요트 하나쯤은 장만해야 하는 거 아냐?”

“나 이번에 겨우 방탄차 마련했다. 전용기도 없는 놈이 무슨 요트야?”

대한의 말에 올리버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최고급 자가용과 전용 제트기는 거부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액세서리 중 하나에 불과해. 세계적인 기업의 총수나 중동의 왕자들이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 갖고자 혈안인 게 바로 이 요트야. 그중에서도 ‘메가요트’라 불리는 초호화요트의 경쟁이 나름 치열하지.”

“난 가성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중에 돈이 썩어서 문드러질 정도가 되면 한번 생각해볼게. 그런데 이런 거 가지고 있으면 돈이 뭉텅이로 줄줄 새어나갈 것 같은데.”

올리버는 그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 틀린 말도 아니지. 이클립스의 하루 운항비가 10만 달러나 된다고 하니까.”

10만 달러면 1억 2천만 원이다.

이클립스의 1년 유지비로 1천억 원이 소요된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났다.

가히 돈 지랄의 끝판왕이 아닐 수 없었다.

“전용 제트기야 비즈니스의 목적이라도 있지만, 이건 그냥 파티나 휴가 때 외에는 별 쓸모도 없는 거잖아.”

“그거야 뭐! 초호화 객실이 18개에 VIP 손님만 36명을 태웠다고 하더라. 승무원은 손님의 두 배 가까운 66명이나 된데.”

“초대를 받은 우리한테야 고마운 일이지. 손발이 편해질 테니까.”

“그 초대장을 누가 가져왔는지 기억해라.”

자신의 노고를 알아달라는 올리버!

하지만 대한은 싱긋 웃으며 가볍게 응수했다.

“영국 상류층 파티에 가자고 한 게 누구였더라?”

“크흠, 그건 시간이 안 맞아서 못 간 거야. 나중에 내가 좀 더 알아보고 초대장 구해올게.”

그는 낯을 붉히는 올리버를 더는 쳐다보지 않았다.

대신 시원하게 확 뚫린 넓은 대양을 바라봤다.

절로 호연지기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에바!’

―네, 마스터.

‘이클립스의 제원 좀 올려봐!’

―네, 마스터.

에바는 허공에 대한만 볼 수 있는 홀로그램을 띄웠다.

그런 후, 초호화요트 아니 메가요트 이클립스에 관해 상세한 설명을 시작했다.

―길이 164m, 배수량 13,000t, 4대의 디젤엔진으로 평균 시속 22노트, 최대 시속 25노트로 항해할 수 있습니다. 건조 비용은 1조4천억 원에 달합니다.

‘더럽게 크네. 그런데 건조 비용이 1조 원이 넘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해군이 건조한 이지스함 세종대왕함과 율곡이이함이 7,700t에 선체 길이 166m, 폭 21m로 건조비가 1조 원 들어갔습니다. 그것과 비교해 보면 이클립스가 얼마나 비싼 요트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딱 벌렸다.

세상에 이지스함보다 비싼 요트라니 확실히 이클립스의 주인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에바의 설명이 이어지자 더 기가 막혔다.

―이클립스 후면에 6척의 보급함을 실을 수 있고, 선박의 전면과 후면 두 곳에 헬기 선착장이 갖춰져 총 3대의 헬기를 동시에 실을 수 있습니다.

‘헬기를 3대나!’

―선실과 주요 부문은 무장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장갑판과 방탄유리가 적용됐고, 미사일도 막아내는 강력한 방어 시스템과 레이더, 심지어는 선체 하부에 탈출용 잠수함까지 있습니다. 참고로 잠수함은 해저 488m까지 잠수할 수 있습니다.

‘잠수함까지? 아니 왜 이렇게 방어가 철저한 거야? 무슨 군함에 못지않은 생존수단을 갖추고 있네.’

대한은 올리버로부터 아직 초대한 사람이 누구인지 얘기를 듣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한 것이다.

―메가요트 이클립스의 주인은 러시아의 석유 재벌인 ‘로마 아브라함비치’입니다.

‘아! 그 프리미어리그의 구단주라는 사람?’

―네, 맞습니다.

그제야 왜 이 요트가 이토록 방어가 철저한지 알 것 같았다.

로마 아브라함비치는 푸틴이 러시아의 대통령이 되고 ‘오르가르히’라고 불리는 러시아의 신흥 과두재벌들을 때려잡을 때 제일 앞장을 섰던 인물이다.

특히 한때 동업자였던 ‘보리스 벨조븐스키’까지 뒤통수를 쳐버렸다.

나름 원수진 일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좀 과할 정도로 방어에 신경을 써야 했다.

‘어떻게 보면 참 불쌍한 인간이네.’

―피를 많이 봤으니 그만큼 피를 볼까 두려운 거겠죠.

에바가 오랜만에 아주 명언을 해버렸다.

대한은 옆에 앉아있는 올리버의 옆구리를 툭 쳤다.

“올리버!”

“응?”

“초대장 좀 보여줘 봐.”

“왜?”

“내가 지금 왜 여기에 왔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야!”

올리버는 그의 말에 얼른 초대장을 꺼냈다.

대한은 올리버에게 초대장을 빼앗다시피 해서 살펴봤다.

“이거 생일파티 초대장이잖아! 아리나 아브라함비치? 혹시 로마 아브라함비치의 딸이야?”

“응, 오늘이 그녀의 생일이야. 성인이 됐다고 아버지가 이클립스에서 파티를 열어준 거야.”

“아아!”

생일파티 한번 거창했다.

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의 생일이니 그럴 만도 했다.

“혹시 너 생일선물 준비했어?”

“당연하지. 봐! 예쁘지! 샤넬 팔찌야.”

올리버는 주머니에서 백금으로 만든 모던한 디자인의 팔찌를 꺼내서 보여줬다.

“그럼 나는?”

“어! 아차! 깜빡했다.”

“야! 이 새끼야.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았으면 당연히 미리 선물을 살 수 있도록 얘기를 해줬어야 할 거 아니야.”

“미안해. 내가 급하게 서두르다 보니 깜빡했어.”

“아무리 서둘러도 그렇지. 차라리 두 개를 사던가!”

대한이 짜증을 내자 올리버는 슬쩍 뒤로 물러나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같은 팔찌를 두 개나 사?”

“그럼 그거 나 주던가!”

“안 돼! 난 어떻게 하라고.”

그는 올리버의 통통한 아가리를 쳐다봤다.

한 대만 치며 기분이 좀 나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이 오자 올리버는 슬그머니 몸을 뒤로 뺐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끄응.”

올리버는 대한에게 썩소를 날리고는 바로 내뺐다.

대한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에바! 좀 도와줘!’

―아리나 아브라함비치를 위한 선물을 준비할까요?

‘응, 뭐가 좋을까?’

―러시아 석유 재벌의 딸입니다. 어지간한 선물로는 감동하지 않을 거예요.

‘감동이라. 그럼 무형적인 게 좋다는 말인데. 노래라도 부를까?’

그의 말에 에바가 반색했다.

―볼트 행성에도 ‘아리나’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한때 ‘아리나를 위하여’라는 노래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곡을 지구의 상황에 맞게 현대적으로 편곡을 해서 노래를 불러주면 좋아하지 않을까요?

‘아! 그게 좋겠다.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그녀만을 위한 노래이니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거야.’

마침 편곡과 콘서트에 필요한 재능은 다 가지고 있었다.

기타(SS), 피아노(SS), 프로듀싱(SS), 작곡(SS), 노래(SS), 춤(SS), 매력(SS), 끼(SS)까지.

―그럼 일단 객실로 들어가시죠.

‘오케이.’

대한은 종종걸음으로 자신의 객실로 돌아갔다.

넉넉한 공간에 필요한 것은 모두 초호화판으로 잘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일단 푹신한 소파에 편하게 앉았다.

그리곤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러자 에바가 대한의 생각을 찰떡같이 알아먹고 반응했다.

허공에 볼트 행성에서 크게 히트했던 ‘아리나를 위하여’란 곡을 틀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뮤직비디오 같은 게 아니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으로 느끼고…….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라도 되는 것 같은 체험이 가능했다.

굳이 지구 식으로 억지로 말하자면 ‘4D 혼합현실’이었다.

대한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속으로 세 번을 들었다.

아주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남녀의 사랑 이야기였다.

그는 입꼬리를 살짝 들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에바! 나 감 잡은 거 같아.’

―편곡을 할 수 있도록 음과 도구를 띄워드릴까요?

‘응.’

대한의 주변으로 온갖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그는 에바의 도움을 받아 간단히 곡 하나를 빠르게 편곡했다.

먼저 속도를 조절했다.

원곡은 환상적이긴 한데 너무 느렸다.

그래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조금 빠르게 바꿨다.

톤도 좀 낮아서 살짝 올려봤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현대음악의 트렌드를 조금 가미해 편곡했다.

그러자 자신이 듣기에도 아주 그럴듯한 곡이 하나 탄생했다.

‘어때? 괜찮아?’

―마스터! 정말 대단하십니다. 원곡보다 훨씬 더 좋아요.

‘고마워.’

대한은 고맙다고 말했지만, 에바의 말을 100% 믿지는 않았다.

그래도 귀에 좋게 들리는 곡이니 그럭저럭 나름 괜찮을 것 같았다.

‘이제 이걸 베이스로 노래와 반주를 입혀보자!’

―네, 마스터! 그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에바가 의욕을 가지고 덤벼들었다.

그녀는 허공에 온갖 악기와 소리를 시각적으로 띄웠다.

대한은 즉석에서 노래했다.

그러면서 더할 것은 더하고 뺄 것은 뺐다.

♬ In your eyes I am alive, Inside you’re pretty ♪

♭ Something so grateful In your eyes I know It’s home ♩

생각보다 작업은 순조로웠다.

이미 원곡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어떻게 노래를 부르고 감정을 잡아야 할지 알 것 같았다.

♪ Every tear, every fear Gone with wind through you ♩

♬ Changing what I like I know I’ll be yours forever ♭

그렇게 하나씩 조합을 하다 보니 마침내 경쾌하면서도 몽환적인 노래 한 곡이 탄생했다.

최종 버전을 듣자 눈이 확 떠졌다.

이건 정말 끝내줬다.

단순히 누군가의 생일 노래로 그냥 줘버릴 곡이 절대 아니었다.

‘만들어놓고 나니 오지게 아깝네.’

―굳이 아리나에게 곡을 줘야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널 위해서 만들었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할 겁니다. 디지털 싱글에 그녀를 위해 작곡했다는 문구만 삽입해도 아마 그녀는 좋아 죽을 겁니다.

‘흠! 좋았어. 당장 이 곡으로 디지털 싱글을 내자.’

―예스, 마스터. 음원 등록과 디지털 싱글 발매는 모두 제게 맡겨주세요.

‘오케이.’

대한은 이렇게 간단하게 아리나의 생일선물을 해결했다.

에바가 편곡한 곡에 목소리를 지우고 MR을 만들었다.

그는 이 곡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다운로드를 받은 후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딩동!

그때 누군가 객실의 초인종을 눌렀다.

대한이 나가보니 올리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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