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03화 (202/331)

203화 <테이크다운>

땡!

“파이트!”

심판의 선언으로 5분 5라운드의 UFC MMA 시합이 시작됐다.

존 위태커는 한 손을 들고 다가왔다.

페어플레이하자는 말이었다.

대한도 한 손을 들고 다가가 그와 손을 터치했다.

휙 휙 휙 휙!

그때부터 존의 맹공이 시작됐다.

미들급 최고의 테크니션답게 존의 주먹은 빠르고 매서웠다.

하지만 대한은 위빙과 더킹 그리고 빠른 스텝으로 모조리 피해냈다.

그 모습에 존의 눈빛이 살짝 당황으로 물들었다.

툭 투툭 툭 투툭!

이번에는 대한이 공격했다.

잽을 넣고 원투!

다시 잽을 넣고 원투!

하지만 대한의 공격은 대부분 존의 방어에 가로막혔다.

확실히 방어가 좋은 선수였다.

183cm로 대한보다 4cm가 작고 리치가 짧은 존!

기회를 엿보다가 기습적으로 휙 밀고 들어왔다.

왼손으로 턱을 노리고 곧바로 오른손으로 연타를 뻗었다.

왼손은 잽이나 거리를 재는 용도이고 주공격은 오른손 훅이었다.

문제는 대한이 워낙 빨라서 그의 공격을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존은 꾸준히 대한을 밀어붙였다.

이제는 주먹만이 아니라 킥을 섞어서 들어왔다.

나중에는 로우킥과 돌려차기를 섞어 쓰는 등 온갖 다양한 공격을 보여줬다.

그는 이렇게 다양한 방식의 공격을 처음 받아봤다.

나름 배울 게 있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습적인 공격과 위협적인 하이킥이 들어와도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대한은 적당히 간을 보다가 드디어 제대로 된 공격을 터트렸다.

존이 빠르게 치고 들어오며 왼손을 뻗었다.

대한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서 피했다.

이어진 오른손 훅은 더킹으로 피하고 짧게 어퍼컷을 날렸다.

덜컥!

마치 필름이 멈춘 듯 존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그대로 뒤로 넘어가는 존!

대한은 따라가서 끝장을 내려다가 멈칫했다.

어쩐지 그의 반응이 좀 이상했다.

‘에바! 존 위태커를 스캔해봐! 뭔가 이상해!’

―네, 마스터.

“와아아아!”

존이 다운을 당하자 관중들은 크게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대한이 따라가서 파운딩으로 끝장을 보지 않자 야유를 하기 시작했다.

심판은 좀 당황한 얼굴로 대한과 존을 번갈아 쳐다봤다.

대한은 존을 바라보며 일어나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존이 벌떡 일어났다.

그때 에바의 목소리가 뇌리를 울렸다.

―존 위태커는 현재 몸이 정상이 아닙니다.

‘부상을 입은 상태란 말이야?’

―그렇습니다. 펀치를 맞으면 뇌가 작동을 멈출 정도로 충격이 누적되어 있습니다. 턱도 잔금이 많이 가 있어서 잘못하면 골절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대한은 옥타곤에 나오기 전!

존이 치렀던 시합을 전부 찾아서 살펴봤다.

그래서 턱이 약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스캔을 해보니 약점을 넘어 부상을 입고 있었다.

그는 즉시 작전을 변경했다.

존은 지금 자신의 펀치를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얼굴 대신 복부를 공격하거나 서브미션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이건 스스로 제약을 건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존 위태커의 선수 생활, 아니 인생을 끝장내는 것보다는 나았다.

휘익! 펑 펑 펑!

“와아아아!”

대한은 좌우로 정신없이 매서운 미들킥을 날렸다.

갑자기 그가 격렬한 공세로 돌변하자 관중들은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존은 미들킥이 빠르게 파고 들어오자 계속 팔로 막아냈다.

그런데 얼마나 파워가 강한지 막는 팔이 죄다 부러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급히 뒤로 물러섰다.

매에는 장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도 물러서는 존을 급하게 따라붙어 로우킥을 날렸다.

다리가 풀리며 존의 몸이 휘청했다.

순간 대한이 쏜살처럼 몸을 숙이고 들어 두 다리를 잡고 넘겼다.

존은 단번에 테이크다운을 당하며 뒤로 꽈당 넘어졌다.

너무나도 번개 같은 움직임이라 방어할 틈도 없었다.

상위포지션을 주지 않기 위해 존은 몸을 옆으로 틀었다.

그리고는 바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한쪽 팔이 옆으로 홱 돌아갔다.

대한이 이 상황에서 기무라를 건 것이다.

존은 힘을 주어 반항하며 옆으로 돌았다.

그런데 그게 실수였다.

대한이 그 순간을 노려 존의 뒤를 확 잡아챘다.

이어진 것은 리어 네이키드 초크였다.

존은 얼른 고개를 숙여 턱으로 방어했다.

두 손으로 그의 팔을 잡고 격렬히 저항했다.

하지만 대한은 오히려 두 다리를 앞쪽으로 뻗어 존의 가랑이 사이로 밀어 넣었다.

마치 자물쇠를 채우듯 락을 걸어버린 것이다.

이윽고 무지막지한 힘으로 밀고 들어왔다.

서서히 목이 조이고 꺾이기 시작했다.

존은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간 초크에 걸려서 기절하기 전에 목이 부러질 것 같았다.

“크억!”

그러다가 대한의 팔이 목 안까지 깊게 파고들었다.

이건 기술도 아니고 뭣도 아니었다.

그냥 무지막지한 힘으로 목을 조이고 틀어버리는 것이었다.

그제야 존은 대한이 얼마나 강하고 힘이 센 선수인지 깨달았다.

‘이건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점점 더 강하게 조여오는 대한의 팔!

발버둥을 쳐봤지만, 결코 풀어낼 수 없었다.

그걸 깨닫자 존은 자신이 기절하기 전에 얼른 탭을 쳤다.

심판이 옆에서 보고 있다가 얼른 대한을 만류했다.

그러자 그는 즉시 팔을 풀고 존을 쳐다봤다.

“존! 괜찮아?”

“어! 괜찮아.”

심판이 물어봐야 하는데 어째 상대 선수가 물어보고 있었다.

“너 많이 아픈 것 같다. 여기 나가면 바로 병원으로 가서 정밀 검사 좀 받아봐! 특히 뇌와 턱을 집중적으로 검사해!”

“뭐?”

존은 황당했다.

아니 화가 났다.

시합에 진 것도 열이 받는데 이런 소리까지 들어야 한다는 게 치욕스러웠다.

하지만 화를 낼 수 없었다.

대한의 눈빛을 보는 순간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이 뭐라고 대화를 하자 심판이 중간에서 막았다.

말싸움하고 있다고 오해를 하는 모양이었다.

대한은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이미 할 말은 다 했고 시합은 이겼다.

KO가 아니라서 좀 찜찜했다.

하지만 선수 보호 차원(?)에서 일부러 서브미션을 노린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의 승리는 당당했다.

대한은 두 손을 번쩍 들고 관중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시합을 보는 대한TV 시청자들은 난리가 났다.

[낭만자객: 우와! 개 소름!]

[8090: 그냥 상대가 안 되네. 이대한의 완승이다.]

[황금사자: 나는 무슨 영화 촬영하는 줄 알았다.]

[오키도키: 어떻게 한 대를 안 맞냐!]

[봄볕: ㅋㅋ 존이 나와서 지금까지 한 게 뭐 있지?]

[자연여행: 더킹과 위빙으로 다 피하고 미들킥 쏘는 거 봤냐.]

[멍멍따: 테이크다운 지렸다. 무슨 탱크가 밀고 들어가는 줄 알았어.]

[노니나: 그라운드 기술 쩌네.]

[황제격투가: 기무라가 안 들어가니까 바로 포기하고 리어 네이키드 초크로 바꾸는 게 보통 실력이 아니다.]

[검은틀니: 존 위태커! 이제 은퇴해야겠다.]

[개념미탑제: 타격 스페셜리스트의 주먹이 한 대를 못 맞추네. 대한이 최고!]

시청자들은 대한의 완벽한 회피와 그라운드 기술에 감탄하고 말았다.

그때, 아나운서가 들어와 마이크를 들었다.

심판이 얼른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았다.

“UFC 런던 MMA 메인 카드! 1라운드 3분 30초 만에 리어 네이키드 초크로 서브미션을 따낸 이대한 선수의 승리입니다.”

“와아아아!”

심판이 대한의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대한은 묵묵하게 관중석을 쳐다보며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관중들은 대한의 폭풍 같은 공격에 이은 서브미션 승에 열광했다.

남자 둘이서 서로의 몸을 껴안고 낑낑대거나, 서로의 땀을 비비고 힘을 쓰면서 헉헉대는 그런 그라운드 플레이가 아니었다.

날카롭게 파고 들어가 단번에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고, 그라운드 기술을 걸어 빠르게 탭을 받아낸 멋진 승리였다.

KO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시원한 경기였다.

그래서인지 열광하는 관중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때,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들이댔다.

“이대한 선수! 승리를 축하합니다. 오늘 처음으로 테이크다운을 걸고 그라운드 기술을 성공시켰는데 원래 이걸 노린 건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타격으로 끝장을 보려고 했는데 얼핏 틈이 보여서 테이크다운을 한번 걸어봤습니다. 막상 그라운드 기술을 걸어보니 충분히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혹시 축구를 그만두고 종합격투기 선수로 전향할 의사는 없습니까?”

대한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아나운서를 쳐다봤다.

“오늘부터 왓포드 팬들을 보면 무조건 도망가십시오. 길거리에서 만나게 되면 아마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이고!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왓포드 팬들에게 사과합니다. 제 입이 방정이네요.”

아나운서는 급히 손으로 자신의 입을 때렸다.

마치 장난을 한번 쳐봤다는 몸짓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눈에 띄게 땀을 흘리고 있었다.

대한은 얼른 마이크를 빼앗아 카메라를 바라봤다.

“UFC에 경고합니다. 다음 경기가 타이틀매치가 아니면 난 다시는 옥타곤에 서지 않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챔피언 벨트입니다.”

“와아아아!”

그의 도전적인 말에 관중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러댔다.

젊은 선수의 이런 패기 넘치는 도전에 싫어할 관중은 없었다.

인터뷰를 끝내자 대한은 페드로 코치와 함께 옥타곤을 내려갔다.

선수대기실까지 가는 길에 관중들이 어떻게든 그의 시선이라도 한번 받아볼까 하고 소리를 지르고 팔을 내뻗었다.

그러나 안전을 이유로 경호원들이 철통방어했다.

선수대기실로 돌아온 대한은 일단 시원하게 샤워부터 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올리버가 기다리고 있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녀석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 좋은 일 있냐?”

“글쎄!”

올리버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너 나한테 배팅했구나! 그렇지?”

“억! 어떻게 알았어?”

대한의 말에 올리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많이 땄으면 나한테 세금 내라!”

“헐! 그러는 법이 어디 있어?”

“맞고 줄래? 그냥 줄래?”

“눼에! 세금 바치겠습니다.”

그가 주먹을 들자 올리버는 장난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생각보다 크게 배팅을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베팅해도 대한만큼 많이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에바! 배팅으로 얼마나 벌었어?’

―천만 유로를 베팅해서 900만 유로를 벌었습니다.

‘소소하게 벌었네.’

900만 유로면 오늘 환율로 계산해서 117억 원이다.

이제 대한에게 117억 원은 소소한 돈이 된 것이다.

대한은 재빠르게 다가가 팔로 올리버의 목을 졸랐다.

“너 솔직히 말해! 얼마나 배팅했어?”

“크윽, 백만 달러밖에 안 했어.”

“정말이야?”

“그래.”

“그럼 얼마 벌었는데?”

“90만 달러 벌었어.”

“와! 많이 벌었다.”

“이거 놔줘! 내가 너한테 세금 낸다고 했잖아.”

그는 슬쩍 팔을 풀어주며 물었다.

“얼마나 낼 건데?”

“차라도 한 대 사줄까?”

의외로 올리버가 크게 나왔다.

“됐어. 그러면 남는 것도 얼마 없겠다.”

“이야! 이제 너 간이 겁나게 커졌다. 난 딱 10만 달러만 쓰려고 했어.”

“그러냐? 그럼 그걸로 그냥 골프채나 한 세트 사줘!”

미녀 프로골퍼 하모니 때문이라도 골프채를 사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공짜로 얻을 좋은 기회가 생겨버렸다.

“좋아. 내가 최고급 골프채 한 세트 선물할게.”

“혹시 중고는 아니지?”

“뭔 개소리를 그렇게 참신하게 하냐? 사놓고 아직 껍질도 벗기지 않은, 브랜드뉴(brand new) 골프채 세트야.”

“알았어. 뭘 그렇게 열을 내고 그래!”

역시 올리버와 화해하기를 잘했다.

녀석은 확실히 놀리는 맛이 있다.

하이스도 좀 그런 편인데.

아무래도 올리베이라 가문의 전통인 것 같았다.

‘에바! 이번 경기로 내가 얼마를 벌게 되지?’

―UFC 기본수당 100만 달러, 승리 수당 100만 달러, 스폰서 후원금 100만 달러, 최고의 퍼포먼스 보너스 100만 달러를 받기로 했습니다.

‘400만 달러, 오늘 환율로 계산하면 47억 2천만 원이군.’

―거기에다 페이퍼뷰 수익금을 더하셔야죠.

‘페이퍼뷰 수익금은 3분의 1을 받기로 했지.’

이건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좋았다.

수익 배분율이 아주 짭짤했다.

―맞습니다. 마스터의 경기를 보기 위해 판매된 페이퍼뷰는 총 300만 뷰입니다. 그중 25달러짜리 온라인 스트리밍 동영상이 120만 개, 50달러짜리 케이블TV가 180만 개입니다.

‘많이 팔렸네.’

―마스터의 인기가 높아져서 꽤 많이 팔렸습니다. 온라인 스트리밍 동영상 판매 3,000만 달러, 케이블TV 유료채널 판매가 9,000만 달러입니다. 합치면 총 1억2000만 달러나 됩니다. 여기서 페이퍼뷰 수익금 정산 비율 3분의 1을 적용하면 4000만 달러가 마스터의 수익이 됩니다.

‘오늘 환율로 계산하면 472억 3천만 원이네.’

―맞습니다. 여기에 47억 2천만 원을 더하면 총 519억 5천만 원입니다.

경기 한번 뛰고 519억 5천만 원을 벌었다.

UFC 최고의 악동이자 흥행메이커였던 ‘코난 맥드리거’가 부럽지 않았다.

“올리버! 집으로 가자.”

“너희 집으로?”

“응.”

“거기 가서 뭐하게?”

“뭐하긴 뭐해? 밥 먹어야지.”

“차라리 오늘 저녁 파티에 참석하자.”

“무슨 파티?”

“너 혹시 파티 안 가봤어?”

“무슨 파티를 말하는 건데? 수영장 파티는 너랑 같이 해봤잖아.”

“그거 말고 영국의 상류층 파티 말이야.”

“남자는 정장 입고 여자는 드레스 입는 그런 파티?”

“너 진짜 파티 한 번도 안 가봤구나.”

대한은 굳이 대답할 이유가 없었다.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의 팔을 잡았다.

“나만 믿고 따라와. 내가 다 책임져줄게.”

“그게 제일 무서워!”

“크크, 재미있을 거야.”

그는 어째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상류층 파티에 관한 호기심이 더 컸다.

대한은 얼떨결에 올리버를 따라 파티에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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