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200화 (199/331)

200화 <미녀골퍼 하모니>

대한은 호쾌하게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딱!

골프공이 쏜살같이 하늘 높이 날아갔다.

“나이스 샷!”

“고맙습니다.”

그는 프로골퍼 하모니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정말 대단하세요. 진짜 한 번도 골프를 친 적이 없나요?”

“네, 오늘이 처음이에요.”

중국 출신의 미녀골프선수 하모니는 입을 딱 벌리고 놀라워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처음으로 칠 수 있는 솜씨가 아니었다.

자신이 직접 가르쳐주긴 했다.

하지만 정말 무시무시한 속도로 실력이 팍팍 늘고 있었다.

드라이버 샷, 아이언 샷, 심지어는 퍼팅까지!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도 골프에 관해서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그런데 대한은 자신보다 더한 천재가 분명했다.

“운동신경이 좋다는 말이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었네요.”

하모니는 놀람과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한을 쳐다봤다.

그녀의 눈빛이 감탄과 존경의 빛으로 변하더기 기이한 열기를 띄어갔다.

얼핏 옆에서 보면 누군가에게 반한 것으로 오해하기 딱 알맞았다.

대한은 하모니의 시선이 살짝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부지런히 드라이버 샷을 연습했다.

그녀는 중국 청두에서 태어났다.

7살 때 골프에 입문했고, 9살 때 캐나다로 이주했다.

10살 때 세계주니어선수권 2위.

11살과 12살 때 주니어세계골프선수권 대회 각각 2위를 차지했다.

중학교는 캐나다, 고등학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마쳤다.

폴로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우승.

US 여자오픈에서 본선 진출.

하모니는 일찌감치 기량을 인정받았다.

미네소타 인비테이셔널 챔피언십에선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그해 12월, 바로 프로로 전향했다.

LPGA 2부 투어에서도 우승했다.

그러나 막상 LPGA에 데뷔한 뒤의 성적은 그리 썩 좋지 않았다.

그래도 골프 선수보다는 모델 같은 외모로 인해 더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녀가 괜히 25만 명의 원스타그램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매스컴에서도 그녀의 실력보다는 늘씬한 몸매와 예쁜 얼굴에만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20살이 되자마자 LPGA 퀄러파잉을 수석으로 통과했다.

뒤이어 시메트라 투어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때부터 그녀는 계속 순항을 거듭했다.

덕분에 골프 순위도 급상승했다.

하모니는 세계여자프로골프계에 돌풍을 일으킬 차세대 골프여제로 주목받았다.

이제는 미모뿐만이 아니라 실력까지 인정받은 스포츠 스타가 된 것이다.

“드라이버 샷은 그쯤 해도 되겠어요.”

“네.”

“아이언 샷을 조금 더 보강해볼게요.”

“예.”

대한은 하모니의 말에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발갛게 물들어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격한 몸동작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하모니는 은근히 그에게 몸을 부딪쳐왔다.

가끔은 실수인 척 넘어지면서 대한에게 안기기도 했다.

몇 번 이런 일이 반복되자 그는 이게 그린라이트라는 것을 깨달았다.

‘에바! 이거 그린라이트 맞지?’

―네, 맞습니다. 그녀의 행동과 패턴 그리고 신체 반응을 살펴본 결과! 마스터에게 성적매력을 느끼고 있는 게 확실합니다.

‘후훗!’

대한은 하모니를 가만히 바라봤다.

정말 미녀골프선수라는 말이 잘 어울렸다.

늘씬한 몸매와 시원한 마스크가 돋보였다.

무엇보다도 한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그때 에바가 허공에 홀로그램을 하나 띄웠다.

대한만 볼 수 있는 홀로그램에서는 사진 몇 장이 펼쳐졌다.

―미리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 올렸습니다.

‘이게 뭔데?’

―하모니는 성형미인입니다.

‘엥?’

―이건 성형을 하기 전의 사진입니다.

뜬금없는 에바의 행동!

대한은 살짝 뻘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물을 마시는 척하며 허공에 뜬 홀로그램을 살펴봤다.

하모니가 성형하기 전의 얼굴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도 예쁘지만, 성형 전의 얼굴이 더 참하고 예쁜 것 같았다.

솔직히 그녀가 왜 성형을 했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성형하기 전이나 후나!

도저히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에바!’

―네, 마스터.

‘아니, 하모니가 성형 괴물도 아니고, 성형 전이나 후나 둘 다 예쁜데 뭐가 문제지?’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지금 바로 들이대십시오.

에바의 목소리에는 묘하게 날이 서 있었다.

대한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일단 그는 지금 골프를 배우는 데 전념했다.

재능 골프(SS)를 획득했으니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했다.

LPGA에서 상위권에 랭크 된 프로골퍼 하모니!

그녀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울 기회를 결코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모니와 대한은 좋은 스승과 제자였다.

잘 가르치고 잘 배웠다.

말도 잘 통했고 아주 죽이 척척 맞았다.

누군가의 한숨 소리가 얼핏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주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와중에 하모니의 귀엽고도 은근한 대시는 계속 이어졌다.

대한도 호감을 느끼고 다가오는 그녀의 행동을 부드럽게 잘 받아넘겼다.

어찌 됐든 하모니 덕분에 재능 골프(SS)를 획득할 수 있었다.

일단 신세(?)를 졌으니 그녀가 원하는 게 있다면 될 수 있으면 들어주고 싶었다.

그게 무엇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말이다.

“수고하셨어요.”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꼭 전화하세요.”

“네, 물론이죠.”

둘은 가볍게 포옹을 하며 서로 뺨을 맞대고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하모니의 눈을 보니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녀를 이대로 보내야 했다.

그에게는 오늘 꼭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내일 경기를 위한 훈련과 연습이다.

대한은 차를 타고 왓포드 훈련장을 찾았다.

두 시간 정도 선수들과 같이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런 후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했다.

저녁이 되자 그의 집에 처음으로 손님이 찾아왔다.

몸에 착 달라붙는 레드 와인 빛 원피스를 입은 여인!

그녀는 미녀 골퍼 하모니였다.

풀 메이크업으로 잔뜩 힘을 준 그녀의 손에는 샴페인 한 병이 들려있었다.

대한은 반갑게 하모니를 맞이했다.

집에는 둘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테이블 위에는 긴 양초가 켜있었다.

한쪽 탁자에는 H1 제니와 H2 야엘이 만든 요리들로 가득했다.

두 사람은 테이블에 앉아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샴페인을 마시며 서로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대한이 준비해놓은 포도주까지 마시고 나자 둘은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일찌감치 불을 껐다.

그날 밤!

잉글랜드로 이주한 뒤 처음으로 뜨거운 밤을 보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풀려나가는 기분이었다.

하모니도 무척 시원하고 개운한 듯!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몸을 꼭 껴안고 단잠에 빠져들었다.

아침 일찍 하모니는 대한의 집을 나섰다.

평소처럼 운동하고 골프 연습을 하려는 것이다.

그에게 굿바이 키스를 하는 그녀의 눈엔 정감이 가득했다.

아니, 철철 흘러내렸다.

멀리서 수탉이 방정맞게 회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 *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장수원입니다. 지금부터 프리미어리그 제27라운드 왓포드 대 사우샘프턴 경기를 중계방송해드리겠습니다. 옆에는 오늘 저와 함께해주실 남희진 해설위원이 나와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남희진입니다.”

대한이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해버렸다.

이에 놀란 스포츠티비에서는 급하게 방송을 편성했다.

그것도 생방송으로 오직 그를 위한 중계를 결정한 것이다.

장수원 아나운서와 남희진 해설위원은 한껏 기대를 끌어올리며 중계방송을 했다.

“오늘 경기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한 마디로 강등권 팀들 간의 사투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말 적절한 표현이군요. 현재 두 팀의 프리미어리그 순위를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장수원 아나운서가 인정한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희진은 그 모습에 얼굴을 굳히며 진지하게 말했다.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오늘 경기의 여파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 중 18위가 왓포드, 19위가 사우샘프턴입니다.”

“참고로 20위는 왓포드와 일주일 뒤에 경기를 치를 노르위치입니다.”

“그런데 왓포드는 17위인 아스톤 빌라와 승점이 같아졌습니다. 에버튼전에서 승리를 거둬 승점 3점을 챙겼기 때문이죠.”

“그 경기에서 대한민국의 이대한 선수가 해트트릭을 달성했죠.”

“맞습니다. 이대한 선수가 없었다면 이런 얘기도 못했을 겁니다.”

“골득실차로 인해 왓포드가 현재는 아스톤 빌라보다 순위가 하나 아래입니다.”

“만약 왓포드가 이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곧바로 강등권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만약 3골 이상 넣게 된다면 16위인 웨스트햄까지 단번에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남희진의 말에 장수원 아나운서는 일부러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얘기를 듣고 보니 왓포드로써는 반드시 이 경기에서 승리해야겠습니다.”

“맞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이겨야 하는 경기입니다.”

“이 모든 게 1만 파운드의 사나이가 일으킨 기적 때문이로고 생각합니다.”

“당연하죠. 승리와 골 가뭄에 목이 말라 있던 왓포드에게 이대한 선수가 얼마나 큰일을 했는지는 아마 왓포드 구단과 팬들이 더 잘 알 것 같네요.”

남희진 해설위원이 물로 목을 살짝 축이며 목소리를 쫙 깔았다.

“에버튼 전 경기를 분석하면서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왜요?”

“이대한 선수가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나도 노련하고 뛰어난 클래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클래스라면 어느 정도의 클래스를 말하는 겁니까?”

“이대한 선수는 명백하게 월드클래스입니다.”

“네에?”

장수원은 남희진 해설위원의 돌출발언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급히 웃음을 섞어가며 수습에 들어갔다.

“하하하! 그 정도로 활약이 대단했다는 말씀이시군요.”

“아닙니다. 당연히 그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대한 선수의 클래스가 높다는 말이었습니다.”

“…….”

잠시 장수원 아나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걸 받아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됐다.

다행히 딱 시간에 맞게 경기가 시작됐다.

삐익!

주심의 휘슬로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와아아아!”

왓포드 홈경기장인 비커리지 로드는 크나큰 함성으로 진동했다.

팬들은 흥분과 기대가 가득한 시선으로 경기장을 쳐다봤다.

사우샘프턴은 오늘 강등권 탈출을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3―4―2―1 포메이션.

잉스를 최전방에 놓고, 레드몬드와 모레우를 2선에 배치했다.

중원은 버트랜드, 호이베르, 워드, 발레리가 구축하고, 3백은 베스테르가르드, 요시다, 베드나렉이 지켰다.

골키퍼 장갑은 군 앤구스가 꼈다.

“달려!”

사우샘프턴의 공격수 잉스가 재빠르게 중앙을 가로지르며 달려갔다.

왓포드의 수비진들이 급하게 뒤로 물러섰다.

그 틈을 비집고 잉스에게 날카로운 패스가 들어왔다.

잉스는 퍼스트 터치로 멋지게 볼을 전방으로 돌려놓았다.

그런 후 가볍게 왓포드의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그대로 볼을 차버렸다.

뻥!

축구공은 날카롭게 골대 구석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잉스에게 골 맛을 보여주지 않았다.

왓포드의 골키퍼 포스터가 몸을 날려 아슬아슬하게 볼을 골대 밖으로 밀어냈다.

골키퍼의 엄청난 선방이었다.

짝짝짝짝!

왓포드의 팬들은 포스터의 선방에 아낌없이 손뼉을 쳐줬다.

하마터면 경기 시작과 함께 한 골을 먹을 뻔했다.

사우샘프턴의 원톱 공격수 잉스는 아쉬움에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대한은 그 모습에 시껍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축구는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군. 아무리 내가 잘 해봤자 수비가 꽝이면 다 소용없는 거야. 그나마 왓포드의 수비가 그럭저럭 버틸 만한 것이 내게는 행운인 셈인가!’

그는 홀로 생각을 정리하며 빠르게 중앙선을 넘었다.

포스터가 미쳤는지, 갑자기 대한을 향해서 볼을 뻥 차버렸기 때문이다.

속으로 욕을 하면서도, 그는 신나게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활짝 열린 필드가 자유로웠다.

귓가에 이는 바람에 속이 다 시원했다.

대지를 힘차게 밀어대는 두 다리!

번갈아 흔들리는 두 팔의 역동적인 움직임!

그리고 공중에서 사정없이 떨어지는 볼!

대한은 힘을 주지 않고 발을 살짝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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