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99화 (198/331)

199화 <아깝잖아요!>

이제 유명인이 되어버린 나나가 자신을 찾아오는 게 참 신기했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는 나나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이미 알고 지내는 사이였으니까.

대한은 리사와 틸란의 시중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이제는 슬슬 적응되려 하고 있었다.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커다란 테이블을 가득 채운 요리들!

H1 제니와 H2 야엘이 보유한 레시피를 총동원해 정성껏 준비했다.

“와아! 이걸 어떻게 다 먹냐?”

“굳이 다 드시지 않아도 됩니다. 남은 것은 저희가 처리하던가 근처 노숙자쉼터에 가져다주면 됩니다.”

에바의 말을 듣자 음식을 깨끗이 먹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그녀가 접시에 덜어주는 것만 잘 챙겨 먹었다.

격한 운동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요새 식사량이 평소보다 2배로 늘었다.

그래도 전혀 살은 찌지 않았다.

오히려 전신의 근육이 더욱 탄탄해져 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음식이 맛있네. 실력이 더 좋아지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마스터!”

“고맙습니다. 마스터!”

대한의 칭찬에 제니와 야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좋아했다.

에바는 그의 음식 시중을 들며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를 툭 던졌다.

“근처에 농장을 하나 구해놓았어요. 비상시 사용할 수 있는 헬리콥터도 한 대 사놨습니다.”

“잘했어.”

대한은 영혼 없는 대답을 날렸다.

그녀가 어련히 잘 알아서 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청와대에서 마스터를 찾고 있습니다.”

“지주회사 코레의 지분 관계가 드러난 거야?”

“그렇지는 않아요. 국정원을 비롯해 각국의 정보기관들과 여러 재벌이 수차례 그런 시도를 했지만 전부 저희가 막아냈습니다.”

“그럼 뭔데?”

대한은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닭 다리를 소스에 찍어 먹으며 물었다.

“코레 그룹이 가지고 있는 첨단기술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좀 더 적극적인 협조를 얻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코레 디펜스 사장을 보내면 되잖아.”

“대통령이 만나기에는 아무래도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럼 바지사장, 아니 바지 회장을 내세우면 되잖아.”

“알겠습니다. 전문경영인을 회장으로 세워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것으로 해놓겠습니다.”

그는 순식간에 닭 다리 하나를 먹어치우며 천연 탄산수를 마셨다.

“그룹 회장은 누구를 시킬 건데?”

“혹시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아니 전혀 없어.”

“일단 코레 그룹의 회장과 사장단은 전원 안드로이드를 세우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습니다.”

컵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사람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군.”

“그것보다는 소통이 불편합니다. 일 처리가 비효율적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해. 어차피 코레 그룹의 주인인 나도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니니까.”

“방향을 잡아주시는 것만 하더라도 마스터께선 오너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계신 겁니다.”

“에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대한은 폭립(Pork Rib)에 눈이 돌아갔다.

잘 구워진 살코기 위에 소스가 얹어진 모습이 침샘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걸 본 에바가 포크와 나이프로 잘라서 그의 접시에 내려놓았다.

“고고도 무인기의 시제품이 완성됐습니다.”

“글로벌호크급이지?”

“네, 스텔스와 실드 기능을 가진 정찰위성과 레이저포를 단 군사위성도 완성되어 지구 정지궤도 위에 띄워놓았습니다. 이제 당분간 히릭스가 없더라도 충분히 버틸 수 있게 됐습니다.”

에바의 말은 혹시라도 중국과 북한이 동시에 핵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쏘더라도 막을 수 있을 정도는 된다는 의미였다.

“히릭스를 달에 보내려고 그래?”

“달에 들렸다가 화성으로 보낼 겁니다.”

“화성에도 기지를 만들려고?”

“네, 그렇습니다.”

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샐러드를 집어 먹었다.

“코레디펜스와 코레실드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있는 자리에서 각각 계약을 맺었습니다. 한화디펜스와 LIG넥스원도 계약에 참여했습니다.”

“그거 잘 됐군.”

“비호복합 레이더 업그레이드기술 판매는 끝났고, ASEA 레이더와 초공동어뢰의 기술이전을 시작했습니다.”

“받을 것은 잘 받았지.”

“네, 적절한 대가를 받고 넘겨줬습니다.”

에바가 구운 빵에 크림을 듬뿍 발라서 치즈와 함께 넘겨줬다.

그는 눈을 빛내며 입을 벌렸다.

입안에 들어온 빵을 씹자 바삭바삭한 맛이 일품이었다.

“참 터보팬 엔진은?”

“시제품을 만들어놓긴 했는데 아직 한화 에어로스페이스에서 결정을 못 하고 있습니다.”

“아니 왜?”

“터보팬 엔진을 만들면 미국과 영국의 항공기 엔진 제작회사들이 현재 발주한 부품공급 계약을 끊어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전 세계 전투기 엔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들은 더 이상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은밀하게 서로 짜고 이런 못된 짓을 벌이고 있었다.

“걱정하지 말고 계약하라고 해. 여차하면 놈들의 공장에 불을 질러서라도 그런 짓은 못하게 할 테니까.”

“아! 그런 간단한 방법도 있었군요. 불을 지르는 것보다는 해킹하거나 부품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드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어떻게든 우리가 개발한 터보팬 엔진을 KFX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줘!”

“네, 알겠습니다. 제너럴 일렉트릭 F414―GE―400 터보팬 엔진이 아무리 뛰어나도 힘과 효율에서 절대 우리가 만든 터보팬 엔진을 앞설 수는 없을 겁니다.”

에바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대한은 연어 스테이크를 포크로 콕 찍어 먹으며 다시 물었다.

“다른 보고는?”

“미사일과 위성 발사체에 들어가는 고체연료와 액체연료의 제작 및 활용기술을 ADD(국방과학연구소)와 항우연(항공우주연구원)에 판매했습니다. 또한, 현재 개발되어 실전배치 된 미사일에 들어가는 연료도 간단히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했습니다.”

“그럼 기존에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미사일의 사거리가 연장된다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에바는 컵에 우유를 가득 따라줬다.

대한은 목이 말라 입안에 쏟아붓듯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우유가 조금 넘쳐흘러 그의 입가에서 턱으로 흘러내렸다.

그가 컵을 탁자에 내려놓자 에바가 다가와 혀로 턱에서 입가까지 핥아줬다.

대한이 놀라서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는 싱그러운 봄의 햇살처럼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깝잖아요.”

“뭐가? 우유가?”

“네.”

생뚱맞은 에바의 변명에 그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에바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게 뻔히 보였다.

하지만 이내 눈을 돌렸다.

때론 모르는 척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고 자위하면서 말이다.

“코레 테크에서 순조롭게 세계 각국의 첨단기술과 특허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그건 알아서 하고 코레에너지는 어떻게 됐어?”

“수소 촉매와 연료전지 그리고 배터리를 개발했습니다.”

“시제품은?”

“충분히 만들어놨습니다. 테스트를 해보니 너무 효율이 높아서 약간 다운그레이드를 해서 판매하려고 합니다.”

“그래도 확장성은 그대로 남겨놔! 언제든지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도록.”

“그래야죠.”

대한은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시선이 가자 에바가 재빨리 숟가락으로 푹 떠서 한입 먹여줬다.

“초소형 핵융합로는?”

“현재 4개를 만들어서 달기지에 하나, 대한타워 지하에 하나, 동티모르 보보나로 지하에 각각 하나씩 가져다 놨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화성기지에서 사용할 예정입니다.”

“달기지와 대한타워의 지하는 알겠는데 동티모르의 보보나로 지하에는 왜 가져다 놓은 거야?”

그는 혀로 아이스크림을 살살 녹여 먹으면서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보보나로를 제2의 근거지로 만들기 위해서 레이저포와 실드를 설치하려고 합니다.”

“혹시 미국에서 미사일 공격이라도 할까 봐 그래?”

“사람 일은 모르는 것입니다. 트럼펫을 어떻게 믿습니까?”

“하긴 그렇지. IS와의 전쟁으로 사망한 쿠르드 전사만 1만여 명에 달한다고 하던데. 그런 피의 대가를 치른 동맹군을 가차 없이 버려버렸지”

“한번 배신한 놈은 두 번도 배신합니다. 동맹의 가치를 장사꾼의 의식으로 평가하는 게 문제입니다.”

“그건 앞으로 우리가 조심하면 될 일이고, 어쨌든 미국이 숟가락을 얹으려고 하거나 위협하면 제대로 막을 수는 있는 거야?”

“최소한 보보나로 지역은 지킬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럼 됐어.”

동티모르에다 초소형 핵융합로를 가져다 놓는 것은 사실 과잉 오버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만약의 사태를 위해 미래를 대비하겠다는데.

“나노셀은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이제는 부족함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습니다.”

“히릭스에서 생산되는 거지?”

“그렇습니다.”

“혹시 나노셀이 해킹당할 염려는 없지?”

“입력한 값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나노셀은 자가파괴를 시작합니다. 정확한 암호를 집어넣어야만 용도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암호를 해독하는 것은 슈퍼 양자컴퓨터가 있어도 불가능합니다.”

나노셀이 해킹당할 위험이 없다니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음원은 등록하고 있어?”

“코레엔터를 이용해 전 세계에 먼저 100곡만 등록했습니다.”

“연예인 지망생은 영입했고?”

“천천히 알아보는 중입니다. 그와 더불어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중에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영입하는 전략을 쓰기로 했습니다.”

“하긴 병만 낫는다면 당장 수익을 올릴 사람들이긴 하지. 후보자는 있어?”

“당장 국가대표 출신 프로축구 K리그1 감독인 유성철 감독을 초청해 동티모르의 보보나로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합니다.”

“아! 유성철 감독! 췌장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얼핏 들은 것 같았는데.”

유성철 감독은 대한이 가장 좋아하던 국대 출신의 프로축구선수이자 감독이다.

안 그래도 꼭 병을 낫게 해주고 싶어서 에바에게 얘기해놓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녀가 먼저 말하자 마음이 놓였다.

“나노셀이 안되면 피코셀을 투입해서라도 꼭 완치시켜드려!”

“네, 마스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스파이럴 제국에도 신을 믿어?”

대한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에바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당연히 스파이럴 제국에도 신전이 있고, 신을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은 존재한다고 과학적으로 확실히 증명됐습니다.”

“어떻게?”

“신전의 사제들이 신성력을 쓰고 있거든요.”

“그렇구나.”

에바의 말에 그는 즉시 수저를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대한은 유성철 감독의 암을 꼭 완치시켜달라고 정성껏 기도했다.

그 모습에 에바도 옆에서 눈을 감고 손을 모았다.

주변에서 시중들고 있던 로봇과 안드로이드들도 일제히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정말 로봇과 안드로이드가 기도를 드린다고 신이 들어주실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다들 자신의 행동을 따라 하자 대한은 기분이 좋았다.

아마 유성철 감독은 꼭 나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다시 수저를 들었다.

“마스터! 그런데 소원을 말해봐 3부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당장 내가 귀국하는 것은 곤란하잖아. 한지혜 양을 여기로 부르면 어떨까?”

“그럼 중간에 가끔 한지혜 양과 한소망 군의 동향을 전하는 것으로 스토리를 짜보겠습니다.”

“차라리 당분간 소원을 말해봐 코너를 새롬에게 맡기면 어때?”

“한새롬 양 말입니까?”

“그래.”

대한의 아이디어에 에바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스터께서 당분간 영국에 계셔야 하니 그것도 좋겠습니다. 한새롬 양은 이미 소원을 말해봐 코너에 출연한 적도 있고, 마스터께서 안 계실 때는 대한TV에서 메인 MC를 한 적도 있습니다. 스케줄을 적당히 조절하면 될 것 같습니다.”

“새롬이 방송을 할 때 시간이 되면 나도 같이 여기서 방송을 하면 되겠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영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생방송으로 방송한다면 시청자도 좋아할 겁니다.”

“그럼 가끔 그렇게 방송을 하도록 하자.”

“네, 마스터.”

보고를 끝내고 식사도 잘 마쳤다.

대한은 욕실로 들어가 양치질했다.

그런 다음 집 밖에 나가 주변을 산책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의 옆에는 에바가 항상 소리 없이 따라다녔다.

그는 집에 돌아와 잠시 TV를 시청하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잠이 든 대한의 발을 에바가 정성껏 마사지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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