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화 <승마(SS)와 양궁(SS)>
후반전에 들어온 그는 힘이 남아돌았다.
그래서 미친 황소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상대를 압박했다.
에버튼의 미드필더들은 전부 한 번씩 대한과 몸을 부딪쳐봤다.
강철같이 단단한 그의 몸!
한 번 부딪힌 선수는 다시는 부딪치려고 하지 않았다.
대한과 아예 몸싸움을 회피하는 것이다.
밀리지도 않을뿐더러 부딪친 몸은 멍이라도 들었는지 너무 아팠다.
이러니 공격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오히려 대한을 피해 패스하다가 중간에 볼을 커트 당했다.
뻥!
“대한! 달려!”
잉글랜드 축구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게 뭔지 아는가?
바로 뻥 축구다.
수비수 캐스카트는 에버튼의 공격수 히샬리송에게 볼을 빼앗았다.
그리고는 무조건 대한의 앞을 향해 볼을 뻥 차버렸다.
뒤늦게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대한은 이미 달리고 있었다.
그가 볼을 빼앗은 순간!
절호의 기회라는 걸 알고 스프린트를 시작한 것이다.
굳이 볼을 보지 않아도 어디로 날아오는지 알 수 있는 대한이었다.
그의 감각은 이미 그 정도로 활짝 열려있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눈으로 힐끗 한번 쳐다봤다.
정확한 낙하지점을 찾은 대한은 정말 무지막지한 속도로 질주했다.
누군가 지금 그가 달리는 속도를 쟀다면!
아마 당장 육상선수로 데려가야 한다고 거품을 물었을 것이다.
대한의 달리기는 그 정도로 놀라운 빠르기였다.
다다다다!
에버튼의 수비수 디뉴와 미나가 양쪽에서 그와 함께 달려갔다.
어떻게든 어깨로 대한을 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그의 등만 바라보고 있었다.
픽포드 골키퍼가 놀라서 급히 달려 나왔다.
허공에서 볼이 떨어지고 있었다.
대한은 픽포드 골키퍼와 부딪치려는 순간!
발을 앞으로 내밀어 축구공을 살짝 위로 걷어찼다.
퉁!
그리곤 옆으로 슬쩍 피했다.
픽포드는 손을 내밀어 대한의 옷을 잡았다.
어떻게든 못 가도록 막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유니폼이 찢어지는 것을 감수하며 거침없이 달려갔다.
대한은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 바깥으로 나가려는 볼에 기어이 발을 가져다 댔다.
퉁! 데굴데굴!
그러자 축구공이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데굴데굴 굴러서 골대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와아아아!”
“골!”
비커리지 로드가 순간 광란의 도가니가 변해버렸다.
뜨거운 함성이 일며 지진이 일어날 듯 흔들렸다.
왓포드 팬들은 방방 뛰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들의 얼굴엔 오랜만에 환희가 넘쳐 흘렀다.
아니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간 듯 개운한 표정이었다.
심지어 어떤 팬은 대한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지간히 좋은 모양이었다.
대한TV 시청자들도 난리가 났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밤늦게 잠을 설치고 있던 축구팬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힘차게 환호성을 질렀다.
[나인볼: 아오! 해트트릭이다.]
[꼬마대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선수가 우리나라 선수 맞지?]
[최배달: 개 시원!]
[자주국방: 난 독일전의 손흥만을 보는 줄 알았다.]
[낮도깨비: 대한이 졸라 빠르다.]
[Sydney: 이제 난 대한의 빠다. 개소름!]
[삶은달걀: 햐아! 미친 거 아냐? 무슨 데뷔전에 해트트릭을 해버리냐! ㅋㅋ]
[클릭하지마라: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앞으로 우리 대한이 프리미어리그를 씹어 먹을 거다.]
[추천좀해줘: 날강두! 메시! 니들 어디 갔냐? 잘 보고 있어라.]
[에긔겅듀: 워메! 개 후련! 15분 만에 3골 ㅎㄷㄷ]
[DragonJin: 에버튼 팬들은 개빡돌듯]
[LUVLUV: 씹간지 볼 컨트롤!]
대한은 손가락 세 개를 펴는 것으로 간단히 골 세레모니를 대신했다.
그리고는 카카 감독에 의해 바로 교체당했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취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에버튼은 이미 추격의 의지를 상실했다.
이어진 경기는 맥없이 시간만 보내다가 끝나고 말았다.
최종 스코어는 3:0.
왓포드의 완승이었다.
이번 경기의 ‘맨 오브더 매치’는 만장일치로 대한이 됐다.
데뷔전에 3골을 시원하게 터트려 해트트릭했다.
그런데 그가 뽑히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일이었다.
게다가 그가 뛴 시간은 단 15분에 불과했다.
한동안 대한이 ‘15분 3골 맨’으로 불리기도 할 정도로 에버튼과의 경기는 큰 파란을 일으켰다.
이날 영국의 모든 매스컴이 왓포드의 경기를 하이라이트로 편집해서 방송했다.
특히 대한이 누군지, 어떤 사람선수인지 지들이 알아서 마구 홍보해줬다.
덕분에 더는 늘어날 것 같지 않았던 개인방송 플랫폼의 구독자와 팔로워가 급격히 늘어나는 경사가 일어났다.
재미있는 것은 다음날!
영국과 대한민국의 모든 포털에서 대한이 일면 머리글을 차지해버렸다는 것이다.
[영국에 한국산 토네이도가 상륙하다.]
[이대한 선수! 데뷔전 해트트릭!]
[프리미어리그를 씹어먹은 코리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1만 파운드.]
[왓포드, 이대한의 영입은 신의 한 수!]
[에버튼, 우리는 왓포드에게 지지 않았다. 대한에게 졌다.]
[빅식스가 노리던 황금알을 낳는 거위! 왓포드의 품에 안기다.]
[왓포드, 강등권 탈출을 시작했다.]
[이대한! 그는 누구인가? 차세대 메시의 등장!]
[유망주가 아니다. 이대한은 이미 완성된 월드 클래스 선수!]
[환상의 프리킥! 날카로운 킬패스! 우사인 볼트의 주력! 그리고 1만 파운드!]
[왓포드 대박치다! 1만 파운드로 15분 만에 100만 파운드 효과!]
[손흥만이 끝이 아니었다. 한국에는 또다른 월드클래스가 있었다.]
온갖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마구 쏟아졌다.
심지어는 대한과 같이 합방했던 미녀들까지 크게 주목을 받았다.
덕분에 하이스를 비롯한 고리나와 류연, 나나와 한새롬까지 주가가 급상승해버렸다.
단 한 번의 경기!
이것으로 그는 프리미어리그 왓포드 FC에서 부동의 스트라이커가 되어버렸다.
* * *
따가닥 따가닥!
따가닥 따가닥!
대한은 리버 콜론을 따라 말을 달렸다.
그의 옆에는 에바가 바짝 뒤따라오고 있었다.
전신이 까맣게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강인한 흑마!
그에 반해 눈송이처럼 전신이 하얀 우아한 백마!
흑과 백의 상반된 대비가 유난히도 눈이 부셨다.
말은 무척 예민한 동물이다.
그러나 대한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였다.
부드러운 마력을 퍼트리자 말은 그에게 순순히 순종했다.
재능 승마(SS)를 획득하고 승마를 배운지 이제 겨우 사흘!
하지만 승마를 한 10년은 배운 사람처럼…….
그는 익숙하게 말을 타고 다녔다.
그것은 에바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한과는 좀 다른 경우지만.
그녀는 승마를 단번에 마스터해버렸다.
북쪽으로 달리다 보니 오른쪽에 부셰이 홀 골프 클럽이 보였다.
마침 골프도 배우려고 했는데 이곳에 와서 배우면 좋을 것 같았다.
“돌아가자.”
“네.”
에바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얀 승마복을 입고 백마를 타고 있는 그녀!
너무나 잘 어울려서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었다.
대한은 말고삐를 잡고 비스듬히 옆으로 돌았다.
앞에는 더 나아갈 길이 없었다.
빠르게 말을 몰아 신나게 대지를 달려가고 싶었는데.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한계를 맞이했다.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달리는 속도를 좀 줄이자 주변의 환경이 그림처럼 눈앞에 다가왔다.
사방에 골프코스와 공원 그리고 묘지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쪽으로는 주택가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대한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B1 스틸과 B2 스트롱이 다가와 말고삐를 잡았다.
그는 말위에서 바닥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말의 키가 커서 시점이 굉장히 높았다.
그러니 말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컸다.
“과녁은?”
“뒷마당에 설치해놓았습니다.”
대한은 몸에 땀이 좀 흘렀다.
하지만 집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는 바로 활쏘기를 하고 싶었다.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스틸의 말대로 양궁과 국궁이 나란히 벽에 걸려있었다.
반대편에는 어느새 멋진 과녁이 만들어져 있었다.
에바가 얼른 가서 양궁 활을 가져왔다.
그는 활을 잡고 능숙한 자세로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팽팽한 시위가 쫙쫙 늘어났다.
그녀가 다시 가서 화살집을 가져왔다.
대한은 스트롱이 만들어놓은 과녁을 향해 거침없이 활을 쏘기 시작했다.
핑 핑 핑 핑!
그냥 성의 없이 대충 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화살은 전부 과녁의 정중앙에 팍팍 꽂혔다.
이것은 보유하고 있는 궁술(SS)과 더불어 이번에 재능 양궁(SS)을 획득한 결과다.
아직 국궁은 재능을 획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궁술과 양궁 재능이 있으니 그럭저럭 기본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은 딱 100발을 쏘고 98발을 명중시켰다.
그리곤 미련 없이 활을 내려놓았다.
“내일 아침에는 골프를 배워보자.”
“네, 마스터. PGA 프로골퍼를 초청하겠습니다.”
“응, 그렇게 해.”
남들은 어렵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돈도 충분했고 유명세도 누구에게 쉽게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어느 쪽을 이용하든 다들 대한을 만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승마와 양궁 재능도 쉽게 획득할 수 있었다.
내일 모래는 사우샘프턴과 리그 경기가 있는 날이다.
오후에는 가볍게 몸을 풀러 훈련장에 나갈 생각이었다.
사우샘프턴과 리그 경기가 끝내고 나면 사흘 뒤에 바로 UFC 시합이다.
다행히 이번 UFC 경기는 런던에서 열린다.
전(前) UFC 미들급 챔피언 ‘존 위태커’와의 시합은 당연히 그날의 메인 카드이다.
벌써 그 사실을 알게 된 축구팬들이 미쳤다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대한은 종합격투기 시합을 취소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종합격투기 시합이나 축구경기나 그저 일상이었다.
쏴아아아!
대한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온몸이 물에 녹아나는 느낌이었다.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물세례!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 피로가 쫙 풀리는 기분이다.
‘에바!’
―네, 마스터!
‘오랜만에 상태 창 좀 보자.’
―예, 상태 창을 띄우겠습니다.
대한의 요청에 에바는 허공에 투명한 상태 창을 띄웠다.
그는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름: 이대한
등급: 나이트(S)
칭호: 크러쉬(공격력↑200%), 가호(보호막·방어력↑300%), 워크라이(스탯 증폭↑40%), 투지의 신병(재능 부스터↑40%)
나이: 만 19세
직업: 축구선수(EPL 왓포드), 종합격투기 선수(UFC/벨라코어 FC)
재능 ▶ SSS급: 탄탈러스, 크루세이더, 배틀푸르나 / SS급: 반사신경, 동체시력, 공간지각, 유연성, 감각, 회복, 궁술, 잠수, 정력, 지구력 / S급: 화술
정신 ▶ S급: 매혹, 투지, 의지, 열정, 침착, 집중, 끈기, 인내
연예 ▶ SS급: 기타, 피아노, 프로듀싱, 작곡, 연기, 노래, 춤, 매력, 끼, 미모
언어 ▶ S급: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아랍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영어
스포츠 ▶ SS급: 양궁, 승마, 사격, 수영,
축구 ▶ SS급: 몸싸움, 순간돌파, 넓은시야, 축구지능, 축구재능, 프리킥, 주력, 스프린트 / S급: 전술이해도, 양발잡이, 축구기본기, 드리블, 개인기, 패스, 골 결정력, 수비
격투 ▶ SS급: 특공무술, 킥복싱, 레슬링, 무에타이, 복싱, 주짓수, 태권도, 격술, 검술, 종합격투기
스탯: 근력 116, 민첩 104, 체력 106, 지력 104, 마력 126
신장 187cm, 몸무게 84kg
직업에 종합격투기 선수와 더불어 축구선수가 등록됐다.
스포츠 종목이 많아지자 새로운 카테고리로 분화했다.
그동안 배웠던 재능 작곡, 프로듀싱, 피아노, 기타, 승마, 양궁을 차례로 확인했다.
스탯은 근력, 민첩, 체력, 지력이 모두 2개씩 올랐다.
마력은 4개가 올라 126이 됐다.
대한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등급이 나이트(S)가 된 후 스탯이 오르는 게 더뎌졌다.
하지만 그만큼 더 강해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힘에 대해 완숙한 경지에 올랐다.
그래서 힘 조절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L1 리사와 L2 틸란이 수건을 들고 다가왔다.
그는 가볍게 두 손을 옆으로 들었다.
리사와 틸란은 대한의 몸을 반으로 나눠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줬다.
아래쪽을 맡은 틸란이 발바닥까지 꼼꼼히 닦아준 후!
잠시 대한에게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는 굳이 안드로이드에게 힘을 빼고 싶지는 않았다.
즐길 여자가 없다거나 섹스에 환장한 것도 아니고.
“에바! 나나가 언제 온다고 했지?”
“다음 주쯤에 시간이 난다고 했어요.”
“그렇군.”
나나를 생각하자 절로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녀가 출연한 일본의 드라마가 공전의 대히트를 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