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95화 (194/331)

195화 <기자회견>

대한은 유니폼을 입은 후 구단주 지로 포조와 악수를 했다.

파파파파팟!

엄청난 플래시 세례가 터져 나왔다.

덕분에 기자회견장은 순간 대낮처럼 환하게 밝아졌다.

대한은 자신이 입은 왓포드의 유니폼을 내려다봤다.

가슴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검은색 왼쪽은 노란색!

썩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별 상관은 없었다.

프리미어를 점령하러 가는 일보를 내딛기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기자들이 벌떼처럼 손을 들었다.

대한은 당연히 구단주 지로 포조에게 양보했다.

“계약금과 연봉이 얼마나 됩니까?”

“계약 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이대한 선수를 주전으로 기용할 생각입니까?”

“포지션은 무엇입니까?”

“주급과 수당은 어떻게 되나요?”

“왜 이대한 선수와 계약했습니까?”

“프리미어에서 강등되면 이대한 선수를 이적시킬 겁니까?”

쏟아지는 기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지로 포조는 시종일관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를 통해 기자들과 대한TV의 시청자들은 대한이 어떤 마음으로 왓포드를 선택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대한은 계약 기간 1년의 프리미어리그 정식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없었고 주급만 1만 파운드였다.

1년이 52주니 연봉은 52만 파운드가 되는 셈이다.

마이크가 대한에게 넘어왔다.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시작됐다.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만 선수의 주급이 14만 파운드로 알고 있습니다. 프리미어 선수 평균 주급도 5만 파운드가 넘습니다. 그런데 이대한 선수는 그에 비해 20%밖에 되지 않는 겨우 1만 파운드입니다. 너무 싼 값에 자신이 팔려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첫 번째 기자의 질문부터 사정없는 팩폭이었다.

하지만 대한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기 위해선 영국 노동부에서 발급하는 취업 비자(Work Permit)가 필요합니다. 취업 비자 허가 요건이 까다로워서 외국 선수를 영입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은 편입니다. 유명 선수들을 영입하는 건 별 제약이 없지만 하위 팀에서 명성이 낮은 선수 외국 선수를 영입하려고 하면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눈물을 머금고 선수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혹시 취업 비자는 받으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전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전 축구유망주로 성인 무대에서 뛰어본 경험이 없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자연히 주급은 그만큼 오르기 마련입니다.”

대한의 담담한 대답에 기자들의 타자속도가 빨라졌다.

다음 기자가 바통을 넘겨받아 포화를 열었다.

“영국 물가가 비싸다는 건 세계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주급 1만 파운드는 생활비로 다 나갈 것 같은데, 혹시 다른 구단에서 더 좋은 제안을 하지는 않았습니까?”

이건 선수를 너무 헐값에 사가는 왓포드를 노리고 한 말이었다.

그래도 대한은 은은한 미소를 띠며 조근조근 대답했다.

“계약 기간에 전 왓포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프리미어리그로 입성하게 해준 왓포드 팬들에게 골 맛이 어떤 건인지, 승리가 얼마나 달콤한지 다시 느끼게 해줄 생각입니다. 1만 파운드가 아주 적은 돈이라는 뉘앙스로 말씀하셨는데, 오늘 환율로 따져보니까 1512만 9940원이더군요. 여기에 4주를 곱하면 한 달에 6천만 원이 넘는 돈입니다. 생활비로 이걸 다 어떻게 써야 할지 연구해보겠습니다.”

“하하하하!”

“푸하하하!”

장내는 순간 웃음바다가 되었다.

질문했던 기자까지 피식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분위기가 한결 나아지자 대한은 살짝 자신의 계약서에 있는 일부 사실을 공개했다.

“먼저 여러분이 알아두셔야 할 게 주급 1만 파운드는 인센티브와 수당을 제외한 것입니다. 전부 공개할 수는 없지만 제가 골만 많이 넣으면 당장 프리미어리그 선수 평균 주급을 능가하는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다 주거비와 교통비 지원, 개인 트레이너 제공, 초상권, 한 시즌 7회 선발보장에 7회 프리킥 보장입니다.”

듣고 보니 그리 나쁜 계약은 아니었다.

물론 이건 대한이 시합에서 골을 잘 넣어줘야 수지타산이 맞는다.

그리고 대한이 공개하지 못하는 계약조건이야말로 그에게 아주 중요했다.

자유시간 개인사업(유튜브 방송) 허가, 자율시간 보장, 이적할 때 이적료 50% 지급, 임대 요청 시 무조건 허용, 이적료 제한 없음 등이다.

그렇다고 이게 일방적으로 대한에게만 좋은 계약은 아니었다.

왓포드는 대한이 마음에 안 들면 3개월 단위로 언제든지 방출할 수 있는 조항을 가지고 있다.

구단으로서는 싼 맛에 데려다가 3개월쯤 써보고 방출하던가 아니면 다른 구단에 이적시켜서 돈을 챙길 계산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은 3개월은커녕.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얼마든지 잘할 자신이 있었다.

그 자신감 하나로 계약 기간을 1년으로 짧게 잡은 것이다.

물론 대한의 가치가 올라간다면 왓포드에서는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재계약을 추진하려고 할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 짧은 계약 기간으로 인해 나중에 왓포드가 얼마나 고생을 할지 이때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토트넘이 손흥만 선수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엄청난 이득을 얻고 있다. 우리라고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구단주 지로 포조는 차분하게 인터뷰를 하는 대한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왓포드의 감독 카카 프로레스는 매일 전화로 대한을 빨리 데려오라고 난리였다.

하지만 지로 포조는 굳이 서두르려고 하지 않았다.

카카 감독의 성화로 대한과 계약을 하긴 했다.

하지만 그리 큰 기대를 하고 온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강등되면 대한을 이용해 아시아마케팅을 해서 부족해진 수입을 채울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었다.

“이대한 선수! 왓포드가 지금 강등권이라는 걸 알고 계십니까?”

“물론이죠.”

“만약 팀이 강등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인생에 만일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하루라도 빨리 가서 왓포드를 수렁에서 구해낼 겁니다. 제가 왓포드의 포화를 열기 시작하면 강등권 탈출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든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중앙에 세워진 대한TV의 카메라를 보면서 강하게 말했다.

다들 대한의 자신감에 입을 쩍 벌렸다.

마치 그가 가기만 하면 강등권에서 헤매는 왓포드가 당장 승승장구할 것처럼 들렸다.

아니 사실 그것이 맞았다.

대한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생방송 인터뷰를 보고 있던 대한TV의 시청자들은 다들 환호성을 질렀다.

[축알못: 패기 지리고요. ㅋㅋ]

[축돌이: 헐! 패기 쩐다. 역시 자신감 하면 대한이지.]

[발바리: 와! 이렇게 대형사고를 쳐버리네. 나중에 안 되면 어떻게 하려고 저러냐?]

[너는내꺼: 말로는 그냥 프리미어리그 다 씹어먹을 기세다!]

[대한바라기: 대박! 진짜 프리미어리그 씹어먹었으면 좋겠다.]

[대한만세: 대한은 할 수 있다.]

[방빼라: 대한 파이팅!]

[NO재팬: 대한아! 보여줘라! 네가 여자만 잘 후리는 게 아니라 볼도 잘 찬다는 거!]

[은교: ㅋㅋ ㅇㅈ 대한이 축구 잘해!]

[한산대첩: 어이 주모! 국뽕에 취한다.]

[마라도주민: 국뽕이 아니라 팩트가 될 테니까 두고 봐라!]

[EPL대왕: 이러다가 여기 성지 되겠다.]

기자들은 일단 젊은 선수의 패기를 높이 샀다.

워낙 기대가 컸던 선수라서 일단 두고 보자는 심리도 컸다.

하지만 대한은 알고 있었다.

앞에서 아무리 빨아줘도 조금만 못하면 축구팬들은 바로 돌아선다.

인내심이 없기로 유명한 대한민국 국대 빠들은 축협을 까는 것보다 선수를 까는 걸 더 즐긴다.

그러니 아직도 축협이 저 모양 저 꼴이지.

대한체육회 산하 모든 체육협회는 전부 양궁협회처럼 변해야 한다.

혈연, 지연, 학연 등이 아니라 오직 실력으로만 선수를 뽑아야 한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양궁이 괜히 세계 최강이 아니다.

이미 세계양궁계의 넘사벽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양궁협회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영국으로는 언제 갈 겁니까?”

“지금 바로 갈 겁니다.”

“네에?”

대한의 대답에 기자보다 왓포드의 구단주 지로 포조가 더 놀랐다.

며칠 동안 대한을 데리고 다니면서 아시아마케팅을 펼쳐보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계획이 다 엉클어졌다.

그렇다고 지로 포조가 대한과 미리 의논했다거나 돈을 주겠다고 의뢰한 것도 아니었다.

오직 그 혼자만의 생각일 따름이었다.

그래서 지로 포조는 대한을 향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빨리 갈 수 있습니까?”

“이미 취업 비자는 받았어요. 왓포드가 이거 하나는 정말 잘 처리했네요.”

대한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향해 엄지 척을 선사했다.

“서두르는 이유가 혹시 왓포드의 강등 때문인가요?”

“전혀 관련이 없다고는 말 못 하겠네요.”

그가 한 말은 곧장 영국으로 전해져 왓포드 팬들의 환심을 사게 될 것이다.

대한은 적당히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해준 후!

기자회견을 마쳤다.

파파파파팟!

출구를 향해 당당히 걸어가는 대한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가 엄청나게 터져 나왔다.

또다시 일대가 환하게 밝아졌다.

부우웅 부우웅!

대한은 밖에 준비된 차를 타고 즉시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그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한새롬이었다.

“이렇게 공항까지 바래다주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아니에요. 꼭 제가 같이 가고 싶어서 그래요.”

대한은 그녀의 적극적인 행동에 살짝 양심이 찔렸다.

한새롬은 아직도 긴가민가했다.

갑자기 기절해서 병원에 입원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병원에서 별의별 검사를 다 받아봤다.

그렇지만 결과는 너무 건강해서 탈이란다.

‘에바! 한새롬의 눈빛이 보통이 아니다.’

―그러게요. 그냥 적당히 상대해주고 보내세요. 어차피 비행기 타면 끝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

속으로 대화를 나누며 대한은 앞자리에 앉아있는 에바를 슬쩍 쳐다봤다.

그러자 어떻게 알았는지.

지이이잉!

한새롬이 버튼을 눌렀다.

앞 좌석과 뒷좌석 사이의 차단막이 올라가 완전히 분리돼버렸다.

“우리 다시 해봐요.”

“네? 뭘요?”

“아이참!”

그녀는 애교를 뿜뿜 뿜어내며 달라붙었다.

달착지근한 그녀의 향기가 코로 스며들었다.

한새롬은 춥지도 않은지 반팔 티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덕분에 풍만한 그녀의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거 완전히 작정했구나.’

대한은 한새롬의 저돌적인 행동에 속으로 혀를 찼다.

그렇다고 그녀가 싫다는 것은 아니었다.

한새롬은 매력적인 미인이다.

묻지도 요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알아서 그냥 바치겠다는데 굳이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이상했다.

그리고 그녀가 순순히 이대로 물러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결심했다.

한새롬의 뜻을 숭고하게 받아들이기로 말이다.

“나를 원해요?”

“네에? 아! 네.”

대한의 돌직구에 그녀는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굳힌 듯 눈을 빛냈다.

둘은 서로를 바라봤다.

뜨거운 열정이 이글거리는 눈빛!

굳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대한은 그녀의 몸을 잡아 자신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

그리곤 두 손으로 한새롬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앙!”

묘한 비음을 흘리며 그녀가 대한에게 쓰러졌다.

목이 마른 사슴이 우물을 찾는 것처럼!

한새롬은 애타게 그의 입술을 찾았다.

한 치의 틈도 없이 두 개의 입술이 밀착했다.

하얀 성문이 열리고 설왕설래가 시작됐다.

그러면서도 두 개의 손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반팔 티 가운데로 나 있는 지퍼를 잡아당겼다.

그대로 두 쪽으로 쪼개지며 벗겨졌다.

참 이상하게 생긴 반팔 티였다.

미니스커트의 지퍼도 내렸다.

그러자 옆으로 단번에 툭 떨어져 나갔다.

순식간에 브래지어와 손바닥보다 작은 팬티만 남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새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한의 스웨터를 잡아 올렸다.

그리스의 조각 같은 그의 멋진 상체가 드러났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무릎을 꿇으려고 하자 대한은 얼른 수건을 바닥에 깔았다.

그 모습에 한새롬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잠시 그녀를 쳐다보다가 스스로 바지를 벗었다.

당연히 속옷도 함께 벗겨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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