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화
“이게 앞으로 납품해야 할입니다.”
“새로운 대공 방어체계가 나타났군. 기관포와 신궁은 아예 빼버린 건가?”
“네, 빼는 게 좋습니다. 괜히 복잡하게 만들어봐야 문제만 커집니다. 다만 사거리를 8km에서 최대 10km까지 늘여달라고 해서 돈을 좀 더 받기로 했습니다.”
“그럼 레이저건의 출력을 더 늘려야 하는 거 아니야?”
대한은 합리적인 의구심을 드러냈다.
“아닙니다. 저희가 개발한 레이저건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개발한 레이저 무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무기입니다. 100kW 출력이면 충분합니다. 거기에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팩까지 있습니다.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전부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에너지팩까지 만들어서 납품하려는 생각이었군.”
“그렇습니다. 에너지팩은 코레에너지에서 만들 겁니다. 나중에는 국내 대기업에 로열티를 받고 기술을 이전하거나 라이선스를 해줄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한화디펜스와 LIG넥스원과는 얘기해봤어?”
“네, 마스터. 앞으로 협력해서 시장을 개척해나가기로 했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가 도출됐다.
이제는 세계 각국의 대공 방어시장으로 진출해 돈을 쓸어 담기만 하면 됐다.
“그래서 얼마에 계약했는데?”
“대공 방어체계 비호·레드백 레이저건 버전으로 200대를 주문했습니다. 군수지원과 훈련 등 패키지로 4조 원입니다.”
예상보다 훨씬 큰 금액의 계약이었다.
“그럼 우리에게 얼마나 떨어지는 거야?”
“최대 1조 원입니다.”
“그럼 대당 50억씩 챙긴 거잖아?”
“그런 셈이지요.”
“이야! 엄청나게 뽑아먹었네.”
대한은 레이저건 200개, 에너지팩 400개를 만들어 주고 1조를 챙긴다는 말에 혀를 내둘렀다.
“저희가 이번 계약의 핵심인 레이저건과 에너지팩을 만들어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그 정도는 받아야죠.”
“한화디펜스와 LIG넥스원에서는 별말 없어?”
“그들도 장갑차 차체와 탐색·추적 레이더 등 각종 무기와 장비를 팔아먹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죠. 거기에다 저희가 레이더의 업그레이드와 체제통합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잘됐다. 이걸로 세계 근거리 대공 방어시장은 우리가 모두 먹겠군.”
“근거리만이 아닙니다.”
“무슨 소리야?”
“벌써 방사청과 국방부에서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어떤 요청?”
“레이저건의 사거리를 늘려서 중거리 대공 방어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알려달랍니다.”
“아! 북한의 장사정포와 단거리 미사일 방어를 위해서군.”
대한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바로 간파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장거리 대공 방어체계도 개발할 수 있다면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건 탄도미사일과 핵미사일 용이군.”
“그렇습니다.”
“레이저건으로 가능한 거야?”
단거리와 중거리는 모르겠지만 장거리는 좀 다를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에바에게 확실한지 물어봤다.
“중거리 대공 방어체계까지는 가능합니다.”
“하긴 그걸 수도권 전역에 깔아버리면 북한이 아주 난감해지겠군.”
“그럴 겁니다.”
“혹시 장거리 대공 방어체계를 개발하려면 레이저포를 써야 하는 거야?”
“그렇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레이저포를 장착한 전투 위성을 운용하는 겁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겠군. 하지만 그건 우주조약에 어긋나니 대한민국으로썬 취할 수 없는 방법이야.”
확실히 좋은 방법이긴 했다.
그러나 우주조약 제4조에 의거, 지구 주변의 궤도에 핵무기 또는 기타 모든 종류의 대량파괴 무기를 설치하지 않으며, 천체에 이러한 무기를 장치하거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이러한 무기를 외기권에 배치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위반하게 된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닙니다.”
“무슨 뜻이지?”
“우주조약의 적용 범위는 외기권(지상 100km에서 10,000km 사이) 이상입니다.”
“아! 그러니까 외기권 안쪽인, 영공으로 인정하는 지상 100km 내로 전투 위성을 운용한다면 된다는 소리네.”
“저궤도 위성은 보통 250km에서 2000km 사이를 말합니다. 그 이하면 지상과 너무 가까워서 궤도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럼 전투 위성이 아니라 고고도 무인 전투기 버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사실 그 정도만 돼도 중국의 핵미사일과 탄도미사일까지 전부 방어가 가능합니다.”
“아! 중국도 있었지.”
북한도 북한이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중국이었다.
최소 300여 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가지고 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미사일을 쏟아붓는 새로운 타입의 인해전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하늘로 날아오는 핵미사일은 방어할 수 있습니다만 사람이나 잠수함으로 몰래 운반하는 소형 핵무기는 막기 어렵습니다.”
“그것까지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북한과 중국의 핵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한 일이야.”
레이저건과 레이저포를 이용한 중장거리 대공 방어체계!
대한은 당장 이것만 구축해놓아도 좋을 것 같았다.
북핵의 위협이 사라진다면 대한민국은 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북한의 핵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대한민국은 당연히 자체적인 핵무장을 해야 한다.
물론 북한을 잘 달래서 핵무기를 없애고 한반도를 비핵화하는 게 제일 좋다.
힘들고 어렵고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래도 평화통일을 위해선 꼭 거쳐 가야만 하는 단계이다.
그런데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강대국들의 상황을 보면!
아마 이것도 오래가진 못 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말은 참 그럴듯하다.
북한이 얌전하게 있어 주면 우리야 고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과 일본이 가만히 있으리라는 보장은 절대 없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때문에 한반도의 긴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 군사력 순위 1, 2, 3, 6위가 모두 한반도 주위에 포진해있다.
대한민국도 일본 다음인 7위에 랭크되어 있고, 북한도 18위다.
미국과 러시아는 수천 개의 핵탄두를 가진 전통적인 핵 강대국이다.
중국도 30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도 30기에서 최대 100기까지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대한민국만 핵무기가 없다.
이래선 말발이 서질 않는다.
물론 대한민국과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수의 핵탄두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이 있다.
그러나 가능성과 실제 보유하고 있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한반도 비핵화 정책은 폐기하는 게 좋다.
우리 손으로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짓을 왜 해야 하는가?
게다가 이미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어서 실전배치를 해놓은 상태다.
그런데도 한반도 비핵화를 부르짖는 것은 좀 난센스다.
제발 좀 이런 개소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한은 갑자기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
이제 이딴 거지 같은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 상공에 레이저포로 무장한 우주셔틀이 떠 있다.
지구 정지궤도에는 우주탐사선 히릭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북한과 중국이 동시에 보유한 핵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쏴도 전부 막아낼 자신이 있다.
아니 사전에 그런 징후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과감하게 선제타격을 해버릴 생각이다.
때론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북한까지!
대한민국에 지금 어떤 괴물이 살고 있는지 그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만약 누구든 대한민국을 노리고 전쟁이 벌인다면 그땐 아마 지옥을 보게될 것이다.
“한 가지 요청이 더 들어온 게 있었습니다.”
“뭔데?”
“방사청과 국방부에서 KFX에 참가하여 기술지원을 해달랍니다.”
“KFX면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 아냐?”
“네, 맞습니다. 지금 시제기를 제작하고 있는데 센서와 항전 장비 및 무장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긴 FA―50 경공격기만 만들어봤으니 4.5세대에서 스텔스 전투기까지 개발할 목적으로 진행하는 KFX 개발이 쉬울 리는 없겠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대한은 일단 대답하지 않고 속으로 생각부터 해봤다.
만약 기술을 넘겨버린다면 미국으로 넘어가거나 딴지를 걸 확률이 있었다.
그렇다고 코레 그룹에서 전부 만들어서 납품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한창 발전하고 있는 대한민국 방산업체 생태계를 위해서도 이건 지양해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 가장 중요한 핵심기술과 부품·소재는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KFX에 들어갈 센서와 항전 장비는 어떤 것이 있지?”
“일단 제일 중요한 것은 능동전자주사식(ASEA) 레이더입니다.”
“하긴 그게 눈이니까.”
“다른 것은 적외선 탐색 추적장비, 전자광학 표적 추적장비, 통합전자전 장비 등이 있습니다.”
적당히 기술이전을 해주고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체제통합을 도와주기 좋은 분야였다.
“무장은 어떤 부분이 문제지?”
“단·중·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중·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그리고 초음속 미사일과 소형화입니다.”
“국내에서 만들 수 있으면 제값 받고 기술 지원해주고, 만들 수 없다면 우리가 개발을 주도하도록 하자.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으니 급한 것부터 우선 지원해주도록 해! 한국형 방공미사일 방어체계(KAMD: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아니지. 가칭 한국형 레이저 방공체계(KALD: Korea Air and Laser Defense)도 계약하고.”
“아! 한국형 레이저 방공체계(KALD)! 이름 참 좋네요. 알겠습니다.”
대한의 결정으로, 코레 그룹은 이렇게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과 한국형 레이저 방공체계사업(KALD)에 전격 참여하게 됐다.
“가만 이렇게 되면 굳이 새로 개발하게 되는 전투기에 미사일을 달 필요가 있을까?”
“대신 레이저건이라도 다시게요?”
“어떻게 생각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에바의 말에 그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봤던 우주 전투기들이 서로 레이저를 쏘면서 전투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하지만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 급격한 무기 개발은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 같아서다.
그것보단 미국의 경우를 벤치마킹하는 게 더 좋다.
적당히 앞선 군사기술을 이용해 첨단무기와 장비를 개발해 팔아먹는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세계방산 시장에 빨대를 꽂고 단물을 쪽쪽 빨아먹을 수 있다.
그런데 왜 굳이 황금알을 넣는 거위의 배를 갈라버려야 하는가!
“아니다. 당분간 레이저 무기는 방어용으로 좋다는 인식을 심어주자.”
“그렇게 해서 우리가 개발한 레이저건을 많이 팔아먹겠다는 거네요.”
“그렇지.”
대한은 에바를 쳐다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무기가 얼마나 많은가!
그동안 엄청나게 돈을 가져다 바친 것뿐만 아니라!
온갖 굴욕을 다 겪어야 했다.
복수는 아니라고 해도 이제 미국에도 골탕을 먹일 기회가 왔다.
당장 레이저건과 에너지팩만 하더라도 아마 코레 그룹으로 찾아와 애걸복걸을 해야 할 것이다.
그 사이에서 국익을 챙기고 이익을 얻을 방법은 정말 무궁무진했다.
“일단 KFX 사업 성공시키자. 그러면서 방사청과 국방부를 휘어잡고 국방과학연구소 및 국내의 방산업계와 협력을 하자.”
“알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방산업계를 이끌어나갈 방도를 세우겠습니다.”
역시 에바다.
이제는 착하면 척이다.
쿵 하니까 벌써 옆집 담장에서 호박 떨어지는 소리라고 알아들었다.
“코레시스템, 코레테크, 코레정밀, 코레에너지 그리고 코레디펜스와 자회사들을 투입해서 KFX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마구 퍼주면 곤란해.”
“물론이죠. 받을 것은 다 받아내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줘.”
말은 KFX 사업의 지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방산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당장 KFX에 참여할 코레 그룹의 자회사만 5개다.
손자회사까지 합하면 열 개도 넘어갈 것이다.
코레디펜스만 하더라도 드론, 위성, 레이저, PMC, 미사일, 레이더, 터보팬 엔진 등을 연구·개발하는 자회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빠르게 세워지고 있었다.
코레시스템은 안티바이러스와 시큐리티를 담당하는데 전자전 장비를 개발할 능력이 충분했다.
코레테크에서 특허와 기술판매를 담당하니 협상을 맡기는데 적격이다.
코레정밀은 부품과 소재를 담당하니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
코레에너지도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팩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