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89화 (188/331)

189화 <첫 수주>

“잘 가!”

“잘 있어!”

승강기 앞에서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역시 이번에도 그녀는 실패했다.

덥석!

류연은 다시 대한의 품으로 돌아와 안겼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꼭 안아줬다.

사흘 동안 정말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고 꼭 붙어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무정하게 흐르는 강물 같았다.

절대 멈추지 않고 순식간에 흘러가 버렸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다.

“나 그냥 여기서 살까?”

“그러던지.”

류연의 말에 대한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그 모습에 그녀는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아니야. 나 가봐야 해.”

“늦진 않았지?”

“호텔에 들러서 매니저와 코디를 데려가야 하니까 조금 서둘러야겠다.”

“우리 회사 경호원이 운전을 참 잘해. 아마 늦지 않게 공항에 데려다줄 거야.”

“고마워!”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 부드럽게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는 다시 꼭 끌어안았다.

그동안 두 자릿수의 사랑을 나눴다.

그런데도 류연을 안자마자 그는 다시 갈증이 일었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그동안 남자친구가 생기면 해보고 싶었던 것을 거의 다 해봤다.

그렇게 온몸을 불태우듯 사랑을 나눴는데도 여전히 류연은 대한이 고팠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진하게 프렌치 키스를 나눴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점차 정신이 몽롱하고 몸이 뜨거워지려고 했다.

“하아! 나 갈게.”

“잘 가!”

“잘 있어. 최대한 빨리 올게.”

“그래. 기다리고 있을게.”

그녀는 독하게 마음을 먹고 승강기를 빠져나갔다.

앞에는 대한이 준비해놓은 고급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류연은 열려있는 차 문으로 쏙 들어가 뒷좌석에 앉았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벌써 대한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지금 보고 있는데 왜 또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걸까?

가슴이 메는 듯했다.

“공항까지 같이 가줄까?”

“아니야. 그냥 나 혼자 갈게. 호텔가서 매니저와 코디도 데려가야 하잖아.”

“응, 알았어. 그럼 또 보자.”

“그래. 연락할게.”

텅!

차 문이 닫히자 그녀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M2 이영수는 대한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하더니 운전석에 앉았다.

부우웅!

류연을 태운 차는 지하주차장 출구를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가 몸을 돌리며 차창으로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대한도 일부러 활짝 웃으면서 마구 두 팔을 흔들었다.

차가 빠져나가자 지하주차장 입구의 문이 자동으로 내려갔다.

“어휴!”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류연이 떠나는 게 못내 아쉬웠다.

아니 그녀가 떠났다는 게 쉽게 믿기지 않았다.

승강기를 타고 펜트하우스로 올라가면…….

당장이라도 그녀가 그를 향해 마중 나올 것만 같았다.

―마스터!

‘응?’

―잠시 시간 되십니까?

‘왜?’

―주문한 방탄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그래?’

에바는 일부러 더 밝게 말했다.

대한도 그녀의 의도를 깨닫고 같이 맞장구를 쳐줬다.

텅 텅 텅 텅 텅!

그런데 갑자기 그의 전용 지하주차장에 일제히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와아!”

대한은 그 모습에 깜짝 놀랐다.

불이 밝게 들어와서가 아니다.

밝은 불빛에 비친 여러 대의 방탄 차량 때문이었다.

SUV 두 종류에 세단 한 종류!

그중 한 대는 정말 어마무시한 비주얼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갔다.

그때 에바가 대한을 붙잡았다.

“마스터!”

“응?”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직접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래? 어!”

그는 순간 멈칫하더니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뇌리에서 들리는 것이 아니라 귀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에, 에바?”

“네, 마스터. 저 에바입니다.”

대한은 입을 딱 벌리고 놀라워했다.

그의 눈앞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가 서 있었다.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게 보통 미모가 아니었다.

몸에 딱 달라붙는 백색의 하얀 원피스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미녀!

얼굴은 필리핀계 미국인 여배우이자 모델인 리사 소베라노를 똑 닮았다.

만약 금발과 푸른 눈이 아니었다면 정말 오해를 했을지로 몰랐다.

“혹시 그게 본 모습이야?”

“…….”

에바는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한은 이 모습이 원래 에바의 모습과 비슷할 거라는데 100만 달러를 걸 수 있었다.

“와! 진짜 예쁘다.”

“고맙습니다.”

그의 칭찬에 그녀는 살짝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대한은 이미 방탄 차량에 관해서는 관심이 사라졌다.

대신 에바에게 다가가 이리저리 살펴봤다.

심지어는 손가락으로 가슴을 쿡 눌러보기까지 했다.

누가 봤다면 기겁을 했을 만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건 그저 안드로이드의 몸을 빌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몸매도 완벽하고 촉감도 끝내주네.”

“최신형 안드로이드라서 그렇습니다.”

“어쨌든 축하해! 드디어 몸이 생겼어.”

“고맙습니다. 마스터!”

에바는 그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옷이 살짝 벌어지면서 가슴에 깊은 계곡이 드러났다.

대한은 뻔히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녀를 볼 때마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억지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에바가 쪼르르 다가오더니 대한의 팔에 냉큼 팔짱을 꼈다.

뭉클!

부드럽고 탄력 있는 그녀의 가슴이 팔에 닿자 대한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이게 의젓한 녀석이라는 것을 깨닫자 금세 얼굴을 굳혔다.

에바는 대한의 반응을 세세하게 살피지 않았다.

그녀는 새로운 몸을 가지게 되어 무척 기뻤다.

그래서인지 살짝 흥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에바의 본래 기능과 역할은 칼 같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 SUV는 세계적인 무장차량 제조업체인 콘퀘스트 비히클 사(社)에서 만든 나이트(Knight)XV입니다.”

“기사(騎士)라! 정말 근사하게 생겼군.”

대한은 눈앞의 방탄 차량의 모습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얼핏 보면 험비와 비슷하다.

하지만 디자인과 박력은 감히 그 무엇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근사했다.

에바가 차 문을 열어 내부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밀리터리 수준의 보호장치와 V10 엔진을 장착했고 다양한 무기체계를 외부와 내부에 장착할 수 있습니다. 내부는 보시다시피 특급호텔 수준의 인테리어를 갖췄고 위성TV, 미니바, 최고급 음향 시설 등이 들어있습니다.”

“가격은?”

“80만 달러입니다. 오늘 환율로 9억 3천만 원이 조금 넘겠군요.”

“설마 그게 전부가 아니겠지?”

대한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에바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당연히 아니죠. 이번에 인도받은 방탄 차량은 전부 히릭스로 가져가서 강화와 업그레이드를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소화기는 물론 지뢰와 대전차 로켓까지 방어할 수 있게 획기적으로 방어력을 올렸습니다. 또한, 무장으로 미니 레이저포 2문을 장착했습니다.”

“레이저포까지!”

그는 지뢰와 대전차 로켓을 막을 수 있다는 것보다 레이저포라는 말 때문에 더 놀랐다.

설마 그녀가 레이저포까지 동원해 무장시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마스터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히릭스는 버릴 수 있어도 마스터는 절대 버릴 수 없습니다.”

“아!”

심쿵했다.

에바의 말이 뇌리로 들려왔다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금발의 미녀가 이렇게 얘기를 해주자 그는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한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에바의 몸을 꼭 껴안았다.

“에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천만에요. 전 진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그 말에 그는 더욱 에바를 세차게 껴안았다.

덕분에 뭉클해진 가슴이 정말 뭉클한 가슴으로 짓눌렸다.

쪽!

대한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했다.

정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에바가 한 말이 너무 예뻐서 상으로 준 것에 불과하다.

진짜다! 100% 레알이다. 꼭 믿어주길 바란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하는 행동은 왠지 조금 당황한 듯 허둥지둥했다.

아니 대한이 그렇게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건 BMW 7시리즈 하이 시큐리티입니다.”

“꽤 유명한 모델이지.”

“그렇습니다. V8 엔진에 400마력으로 꽤 많이 팔려나가기도 했고요.”

“가격이 얼마나 되지?”

“35만 달러! 4억 원입니다. 두 대를 샀습니다.”

겉으로 보면 방탄 차량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자주 애용하게 될 것 같았다.

사실 방탄 차량 중에서 나이트XV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강인하고 야성미가 넘치는 디자인이 아주 매력적인 방탄차다.

그러나 이걸 끌고 나갔다간 아마 왕창 어그로를 끌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나이트XV 보다는 BMW 7시리즈 하이 시큐리티를 더 많이 쓰게 될 확률이 높았다.

“다음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플래티넘입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모델을 무장의 목적을 재설계한 모델로 럭셔리한 인테리어가 일품입니다. 두꺼운 외형 철판과 40mm 두께의 유리로 외부의 화염과 폭탄에도 안전하다고 하죠.”

“가격은?”

“10만 달러! 1억1600만 원입니다. 역시 두 대를 샀습니다.”

벌써 방탄 차량만 5대를 샀다.

합계 170만 달러.

하지만 세금이다 뭐다 해서, 이것저것 들어간 것까지 전부 따지면 거의 200만 달러에 육박하는 거금을 썼다.

그래도 자신과 부모님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돈을 아낄 수는 없었다.

“한 대는 부모님이 타고 다니실 수 있도록 해줘!”

“네, 마스터.”

에바의 밝은 목소리에 대한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은 마음속으로만 대화했다.

그런데 이렇게 입으로 말하고 귀로 목소리를 들어가면서 얘기를 나누자 참 좋았다.

“이제 그만 올라가자.”

“예.”

대한과 에바는 승강기를 타고 펜트하우스로 올라갔다.

그런데 그녀가 그를 사무실로 인도했다.

“이쪽으로 가시죠!”

“왜? 무슨 급한 일 있어?”

“꼭 급한 일이 있어야만 일을 하나요?”

뭔 일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굳이 사무실로 가야 할 이유가 있는 거야?”

“쉬는 공간과 일을 하는 공간은 구분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평상시에 열심히 일하셔야 코레 그룹이 잘 돌아가죠.”

대한은 한마디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하나같이 맞는 말만 골라서 하니 대꾸하기도 민망했다.

“나 류연하고 계속 방송했었어.”

“누가 뭐라고 했나요?”

“아! 아니야.”

그는 괜히 말했다고 후회했다.

에바에게 몸이 생기고 나자 어쩐지 자신이 살짝 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사무실로 들어가자 그런 기분은 바로 사라졌다.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오케이.”

사무실 환경이 사막으로 바뀌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네, 맞습니다.”

“그럼 비호복합이나 레드백 장갑차 얘기겠군.”

“정확합니다.”

에바가 그의 옆에 서서 손을 살짝 뒤집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비호복합과 레드백 장갑차가 나타났다.

그런데 모두 위쪽에 레이저건이 장착된 모델이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에서 코레실드에게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최대 석유 탈황·정제 시설인 아브카이크(Buqayq) 단지와 인근 쿠라이스 유전(Khurais oil field)의 방어를 부탁해왔습니다.”

“예스!”

대한은 주먹을 불끈 쥐며 좋아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PMC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대어를 덜컥 낚아버렸다.

“영국의 PMC ‘이지스 디펜스’와 미국의 PMC ‘블루해클’은 어떻게 됐어?”

“당연히 계약이 해지됐습니다.”

“흐음! 역시 그렇게 됐군.”

사실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이번 후티 반군의 제2차 자폭 무인기 공격으로 두 PMC의 무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럼 조건은 레이저건이겠지?”

“그렇습니다. 우선 레이저건 대공 방어체계 200대를 납품하는 조건입니다.”

“비호복합과 레이저건을 결합한 버전이면 되겠군.”

“그런데 차체를 레드백 장갑차로 해달랍니다.”

“오오! 역시 돈 많은 사우디아라비아라서 그런지 아예 주문하는 클래스부터 다르군.”

그는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나중에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에바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환경을 바꿨다.

눈앞에 레이저건과 레드백이 결합한 모양의 장갑차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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