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원유선물 대박>
‘이번에 비호복합도 나름 선방했어.’
―레드백 장갑차도 차체와 미래형 디자인을 보면 꽤 쓸만합니다.
‘한화디펜스와 LIG넥스원, 이 두 곳과 협상을 좀 잘해봐!’
―네, 한화디펜스는 이미 비호복합과 레드백 장갑차의 파생형으로 우리가 만든 레이저건을 탑재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탐색 및 추적 레이더는 LIG넥스원의 것이니 적당한 값을 받고 업그레이드 및 레이더기술을 넘기겠습니다.
‘그게 싫다고 하면 두 회사와 같이 합작회사를 차리는 것도 좋을 거야.’
사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갑은 코레디펜스다.
두 회사는 코레디펜스가 없으면 안 된다.
하지만 코레디펜스는 두 회사가 없어도 대안이 참 많았다.
―마스터! 아브카이크(Buqayq) 정유시설단지와 쿠라이스 유전(Khurais oil field)이 예멘의 후티 반군에게 자폭 무인기 공격을 받아 큰 피해를 보았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쿠라이스 유전이 대파됐다고 소문 좀 크게 내봐. 반대로 아브카이크에 대한 정보는 최대한 감추고.’
―네, 정보 교란을 하겠습니다.
대한의 명령을 받은 에바는 즉각 정보를 교란하기 시작했다.
먼저 쿠라이스 유전의 피해를 최대한 부풀렸다.
그러면서 마치 아브카이크까지 엄청난 피해를 본 것처럼 정보공작을 했다.
전 세계의 기레기들이 직접 확인도 해보지 않고 즉각 이에 부화뇌동(附和雷同)했다.
복사하기와 붙여넣기 신공을 써서 재빨리 기사를 내보내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국제원유가는 38%나 올라버렸다.
후티 반군의 첫 번째 자폭 무인기 공격 때와 비교하면!
2배나 되는 놀라운 폭등세였다.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23.46달러 오른 83.68달러로 38%나 올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선 브렌트유(Brent)가 배럴당 22.70% 상승한 77.86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0.57달러로 전장보다 30% 이상 급등해버렸다.
에바는 유가가 최고점에 올랐다고 판단하자 바로 원유선물과 파생상품을 청산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긁어모은 정유회사의 주식도 미련 없이 던져 버렸다.
대한의 돈과 비자금을 합쳐서 주식과 선물에 투자한 돈은 무려 75억 달러!
여기에 증거금 10%를 적용받아 10배의 레버리지를 걸었다.
워낙 거액이라서 원유선물을 청산하는 데만 거의 하루가 걸렸다.
그러고 나자 손에 들어온 것은 자그마치 360억 달러였다.
투자원금 75억 달러를 빼면 수익이 285억 달러에 달했다.
‘이야! 완전히 미쳤다.’
―축하합니다. 마스터.
대한은 눈앞에 드러난 놀라운 결과에 입을 딱 벌렸다.
에바도 신이 났는지 허공에서 살랑살랑 춤을 춰댔다.
그런데 이게 투자의 끝이 아니었다.
‘이제 역으로 투자하자.’
―네, 마스터! 싹쓸이할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GOGO!’
―Roger that!
대한과 에바는 서로를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보유한 360억 달러나 되는 거금을 그들은 이제 유가 하락에 전부 베팅했다.
선물시장은 엄청난 자금이 유입되자 정신없이 요동쳤다.
하지만 현재 유가는 고공행진 중이었다.
다들 잠시 고민을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윽고 미친 듯이 받아먹었다.
대한의 돈과 비자금은 순식간에 피라냐 떼에 뜯기듯 거덜이 나는 듯했다.
바로 그때!
에바가 막고 있던 정보 교란을 일거에 풀어버렸다.
아니 오히려 아브카이크(Buqayq) 정유시설단지가 코레디펜스에서 개발한 레이저건에 의해 완벽하게 방어됐다는 사실을 대서특필하게 했다.
거기에다 이번에는 인터넷까지 동원했다.
에어볼에서 찍은 선명한 동영상이 전 세계로 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방부도 자존심 회복과 유가안정을 위해 이 사실을 공식 확인해줬다.
그에 더해 아브카이크 단지의 멀쩡한 모습을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뜨겁게 요동치던 국제원유가!
갑자기 차가운 얼음물이라도 뿌려진 듯 얼어붙었다.
주춤하던 국제유가가 반전했다.
미친 듯이 급등하던 유가는 올라가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주저앉았다.
순식간에 이틀 전의 가격을 회복했다.
그리곤 쥐구멍이라도 찾는지 오히려 바닥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360억 달러의 달콤한 거대 파이를 나눠 먹던 피라냐들이 입을 딱 벌렸다.
그리고 이제까지 먹어치웠던 것들을 모조리 게워 냈다.
달콤했던 파이가 사실은 먹이가 아니라 레버리지까지 걸려있는 무시무시한 낚싯바늘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들은 그동안 열심히 창고에 모아둔 피 같은 자금까지 전부 토해내야 했다.
‘에바! 청산하자.’
―예, 마스터.
대한은 더 기다리지 않았다.
정해둔 선에 이르자 원유선물과 파생상품을 모조리 청산하기로 했다.
급락하는 국제원유가였지만 벌어들인 돈이 너무 많았다.
360억 달러를 투자하고 증거금 10%를 적용받아 10배의 레버리지를 걸었다.
그래서 벌어들인 총액은 1440억 달러였다.
청산하는 데만 무려 일주일이 걸렸다.
시간을 두고 했다면 더 큰 이익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대한은 충분하다고 여겼다.
360억 달러의 투자원금을 빼면 1080억 달러가 수익이었다.
처음에 투자했던 75억 달러로 1365억 달러를 벌어들였으니 결국, 18.2배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마스터! 1440억 달러에서 얼마나 가져가시겠습니까?
‘그걸 내가 정하면 가져갈 수 있는 거야?’
에바의 말에 대한은 눈에 힘을 주면서 물었다.
―당연하죠. 어차피 비자금의 주인은 마스터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4천억 원의 재산 중에서 3천억 원을 코레 그룹을 설립하는데 써버렸잖아. 남은 천억 가지고 투자를 했다고 하면 18배의 수익을 올렸으니까 1조8천억을 벌었다고 하면 되겠네.’
―너무 소심한 것 아니에요? 이런 방법도 있습니다. 마스터가 코레 그룹을 담보로 저희에게 돈을 빌렸다고 하는 겁니다. 남은 자금과 함께 대충 20억 달러쯤 빌렸다고 하면 18배를 벌었으니 360억 달러를 가져가면 되겠네요.
대한의 돈과 비자금을 전부 투자해 벌어들인 돈이 1,440억 달러!
이 중에서 360억 달러를 빼도 남은 돈은 1,080억 달러나 됐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너무 억지스러웠다.
―이건 상식적으로 말이 좀 안 돼.
‘너무 많다는 말씀입니까?’
―응, 아무리 코레 그룹의 자산가치가 높다고 해도 그건 미래에 생길, 우리만 아는 가치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특혜나 비리로 보일지 몰라. 코레 그룹은 현재 갑자기 툭 튀어나온 회사나 다름없어.
‘갑툭튀라 이거죠. 그럼 2배 정도 빌린 것으로 하죠. 자본금 3천억 원의 2배면 6천억 원. 지금 가지고 계신 현금 천억 원을 합치면 모두 7천억 원입니다. 투자한 당일 환율로 계산하면 6억 달러쯤 되겠네요.’
―그럼 6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해서 18.2배의 수익을 올렸다고 하면 109.2억 달러를 번 게 되겠네.
‘맞습니다. 원금과 함께 돌려드리면 115.2억 달러입니다. 오늘 환율로 따지면 대략 13조5천억 원입니다.’
13조5천억 원.
정말 엄청난 거금이었다.
이건 코스피 시가총액 23위인 KT&G의 시가총액과 비슷했다.
시가총액 순위 24위가 카카오라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큰 돈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돈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이제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고 사십시오.
‘세금도 어마어마하게 내겠네.’
―115.2억 달러 중에서 딱 10%만 국내로 가져오세요. 나머지 100억 달러는 그냥 이대로 미국과 영국의 조세회피처에 놔두시는 게 좋습니다. 어차피 계속 투자할 것이니 굳이 대량의 달러를 반입해서 세금폭탄을 맞을 필요는 없습니다.
‘알았어. 그럼 11.5억 달러(1조3,500억 원)만 반입해줘!’
―네, 마스터.
에바가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한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고개를 내려보니 기쁨과 흥분으로 인해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와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 * *
“안녕하세요! 대한TV의 대한입니다.”
“안녕하세요! 류연입니다.”
두 사람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쳐다봤다.
“오래간만이에요. 대한!”
“반가워요! 류연!”
대한과 류연은 서로를 향해 팔을 활짝 벌렸다.
그들은 카메라가 있건 없건 상관하지 않는 듯.
서로를 꽉 부둥켜안았다.
물컹!
그는 류연의 한없이 부드럽고 풍만한 감촉에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
그래서 얼른 포옹을 풀려고 했다.
하지만 격정에 휩싸인 류연의 두 팔은 그를 쇠사슬처럼 꽁꽁 묶어놓았다.
마치 다시는 놓지 않겠다는 듯 말이다.
“여러분! 소원을 말해봐! 1탄입니다.”
대한은 그녀를 안은 채 카메라를 보며 멘트를 쳤다.
에바가 눈치껏 오늘의 출연자에 대한 소개 영상을 올렸다.
일단 시간은 좀 벌어놓은 셈이다.
그는 류연을 힘주어 안으며 손으로 등을 토닥거렸다.
류연의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좀 흐르자 그녀도 정신을 차렸다.
살짝 부끄러웠는지, 류연은 슬그머니 팔을 풀며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보고 싶었어요.”
“나도 보고 싶었어요.”
“정말요?”
“네, 류연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보고 싶었어요.”
대한의 말에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마치 아침이슬을 먹고 햇살 아래 활짝 피어난 꽃처럼 말이다.
둘은 서로를 향해 그윽한 눈빛을 발했다.
말없이 쳐다보는 두 개의 시선에는 정감이 가득했다.
이들의 이런 모습은 그 자체로 화보나 마찬가지였다.
에바는 스튜디오 안에 설치된 카메라와 에어볼을 이용해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다.
온갖 각도에서 찍어대자 몇 장은 정말 미친 듯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유티비 썸네일 각을 뽑아낸 에바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스튜디오 안은 두 사람이 뿜어내는 포스에 쥐죽은 듯 조용했다.
아무도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였다.
대한의 멋짐이 폭발하고 있었다.
류연의 선한 인상과 꽉 차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유혹 덩어리가 요동치고 있었다.
‘예전에 내가 알고 있던 그 류연이 아니네.’
―명실상부한 대륙의 사대 여신 중 하나입니다.
대한과 에바는 류연의 폭발적인 존재감에 적이 감탄했다.
한류를 좋아하는 뷰티 아나운서에다 모델을 하던 류연.
이제는 중국을 대표하는 인기 여배우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어젯밤 비밀리에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프랑스 남부에서 첩보영화를 찍다가 촬영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가지 않고 대한을 보러 급하게 날아온 것이다.
물론 그녀의 행적은 이미 에바에게 간파된 상태였다.
하지만 대한은 일부러 속아줬다.
자신을 깜짝 놀라게 하려는 류연의 앙큼한 계획을 모른척한 것이다.
그렇게 류연은 자연스럽게 대한TV에 전격 출연하게 됐다.
“나 대한에게 할 말 있어요.”
“나도 류연에게 할 말 많아요.”
“한국에 며칠 있을 거예요.”
“그렇게 해요. 내가 같이 있어 줄게요.”
대한이 같이 있어 준다고 하자 그녀의 얼굴이 살짝 발그레해졌다.
그는 손을 뻗어 류연의 가늘고 부드러운 손을 잡았다.
그녀는 곧장 깍지를 끼고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렸다.
자신이 해놓고도 좀 부끄러웠나 보다.
예전과는 다른 류연의 직진 드라이브 행보였다.
그렇다고 놀라거나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보자 그녀는 무척 기뻐했다.
아니 안심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한없이 이어질 것만 같던 두 사람의 감정교류!
그러나 에바의 한 마디에 바로 깨지고 말았다.
―마스터! 소개 영상이 끝나가요.
‘응, 알았어.’
대한은 에바의 조언을 받아 옆으로 몸을 돌렸다.
그가 카메라를 보자 류연도 금세 눈치챘다.
그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어깨를 맞대고 카메라를 봤다.
거액을 들여 제대로 꾸며 놓은 스튜디오다.
이제는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에 지지 않는 화질을 선보이고 있었다.
“스튜디오에 오늘 방송의 주인공 한지혜 양을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한이 말을 마치고 오른쪽으로 팔을 뻗자 카메라가 옆으로 돌아갔다.
스튜디오 한쪽의 문이 열리고 교복을 입은 소녀가 들어왔다.
소원을 말해봐 1탄의 주인공 한지혜였다.
그녀는 카메라와 조명이 가득한 스튜디오를 보고는 주춤했다.
아무래도 크게 긴장한 모양이었다.
그는 우물쭈물 걸어오는 한지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한쪽에 준비된 소파로 데려갔다.
“이쪽에 앉으세요.”
“네.”
대한은 이미 한지혜와 몇 번 만났다.
방송하기 전에 그녀와 교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지혜는 비록 어리지만 당찬 소녀 가장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그녀는 하루가 무척 바빴다.
새벽에는 신문을 돌리고 낮에는 학교에 간다.
저녁에는 병원으로 가서 백혈병에 걸려 투병 중인 남동생을 간호했다.
모두 소개 영상에 나온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