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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182화 (181/331)

182화 <아바타>

“저격수들은 뭐 하고 있어? 빨리 놈들을 제거해!”

―시야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타깃이 보이지 않습니다.

―몸을 은폐해서 잡을 수 없습니다.

호세는 괜히 엄한 저격수들만 닦달했다.

그의 눈은 어느새 핏발이 잔뜩 서 있었다.

눈앞에 드러난 아비규환의 참상!

대한은 절로 혀를 찼다.

―납치범들이 이렇게 잘 싸울 줄은 몰랐네요.

‘이러면 우리가 호세 팀장에게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에바가 빠르게 이번 구출 작전에 대해 평가했다.

―저들이 눈치채기 전에 바로 들이닥쳤어야 했어요.

‘맞아. 너무 뜸을 들이다가 절호의 기회를 놓쳤어.’

―발각됐다는 것을 알았으면 신중하게 대처했어야 했는데……. 페드로 비서가 놀라서 소리를 치는 바람에 호세가 패닉에 빠진 것처럼 작전을 무리하게 강행했어요.

‘폐공장의 위치가 저격수들이 활약하기에 별로 좋지 않았어.’

―납치당한 소피아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해 경찰특공대대원들이 함부로 총을 쏠 수 없었던 것이 실패의 요인 중 하나에요.

‘결론적으로 지지리 운도 없는, 무리하게 진행한 실패한 작전이었네.’

―맞습니다.

상황이 개판으로 돌아가자 페드로 비서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코레실드 대원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왔다.

커피가 페드로를 보더니 슬쩍 옆으로 몸을 돌렸다.

“도와주십시오.”

“당신과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

페드로의 말에 커피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이미 에바가 에밀리오 회장과 직통으로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뭐하러 굳이 급이 낮은 비서와 말을 섞겠는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나는 이번 일을 의뢰한 의뢰인입니다.”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저리 꺼지쇼! 상부에서 지금 에밀리오 회장과 의논 중이니까.”

커피의 차가운 말에 페드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때부터 페드로는 정신없이 눈을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이번 구출 작전의 실패가 자신에게 어떤 식으로 돌아올지…….

미리 계산이라도 하는 모습이었다.

―마스터! 에밀리오 회장과 합의했습니다.

‘어떻게?’

―당장 코레실드의 대원들을 구출 작전에 투입해달랍니다.

‘조건은?’

―소피아를 무사히 구출해주면 5백만 달러를 내겠답니다. 그리고 납치범들을 일망타진하면 2백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잘됐군. 그럼 즉시 작전을 실행하도록 해.’

―네, 마스터.

대한은 현장을 쳐다보며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휴! 코레실드의 첫 번째 작전에 내가 참여했어야 했는데.’

그의 말을 들은 에바가 그의 눈앞에 뿅 하고 튀어나왔다.

―그럼 참여하시면 되잖아요.

‘어떻게?’

―지구에서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개발하고 있는데 모르세요?

‘알지.’

―설마 제가 그것보다도 못하겠어요?

‘아! 나보고 가상현실게임처럼 따라다니면서 구경하라는 거구나.’

에바는 아주 섭섭한 표정을 지으며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같은 게 아닙니다. 쉽게 말하자면 그냥 일종의 아바타를 움직이는 거로 생각하세요.

‘아바타!’

아바타란 말이 가슴 속으로 푹 쑤시고 들어왔다.

같은 이름의 유명했던 영화가 생각났다.

그러자 대한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구출 작전을 하려고 준비하는 안드로이드 커피를 향했다.

―맞아요. 지금부터 마스터는 안드로이드 커피의 몸으로 들어가 조정하게 될 거예요.

‘우와!’

대한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진짜 그럴 수만 있다면 정말 대박이었다.

에바는 그의 발밑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딱!

바닥에서 투명한 물방울같이 생긴 커다란 구체가 위로 솟구쳤다.

―저 안으로 들어가세요.

‘응.’

대한은 에바의 말대로 얌전히 투명하고 커다란 구체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의 몸이 마치 빨려들기라도 하듯 안으로 쏙 들어갔다.

손으로 표면을 만져보니 젤리처럼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그렇다고 뭐로 만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바이오풀아머를 아바타복으로 바꿔주세요.

‘아바타복?’

―가슴에 손을 대고 마음속으로 아바타복이라고 강하게 외치시면 돼요.

‘알았어. 아바타복!’

에바의 설명대로 대한은 그대로 따라했다.

가슴에 손을 대고 아바타복이라고 마음속으로 강하게 외친 것이다.

그러자 그가 입고 있던 옷이 즉시 투명하게 변했다.

스르륵!

동시에 목 뒤에서 투명한 헬멧이 차르르 올라왔다.

헬멧은 이마까지 덮어지고 얼굴 전체는 그보다 얇은 마스크가 씌워졌다.

시선을 내리자 바닥에서부터 젤리 같은 투명한 액체가 무서운 속도로 차올랐다.

대한은 빠져 죽기라도 할까 봐 살짝 겁이 났다.

하지만 쪽팔리게 에바 앞에서 겁먹은 강아지 꼴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빨을 앙다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둥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젤리 같은 투명한 액체는 몸에 아무런 압박도 주지 않았다.

아니 분명히 액체로 가득 차 있는데 그런 느낌 자체가 아예 없었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은 자신의 몸이 바닥에서 위로 살짝 떠 있다는 점이다.

―마스터! 안드로이드 커피와 동기화를 시작합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응, 허락할게.’

―그럼 아바타 동기화를 시작합니다. 몸에 긴장을 풀고 마음을 편하게 하세요.

‘알았어.’

―셋, 둘, 하나! 동기화!

스팟!

눈을 깜빡거리는 찰나!

대한은 일순 자신의 의식이 어디론가 쑥 빨려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멕시코시티의 우범지역에 있는 한 폐공장 앞에 서 있었다.

“아!”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두 손을 들자 커피의 손바닥이 보였다.

아니 이건 그냥 자신의 손이나 마찬가지였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가슴속으로 공기가 빨려들어 오는 게 느껴졌다.

매캐한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도 같이 콧속으로 확 딸려왔다.

잠시 안드로이드 커피의 몸을 움직여봤다.

신기하게도 자신의 몸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안드로이드 커피의 몸은 현재 마력을 쓰지 않는 마스터의 몸 상태로 맞춰져 있습니다.

‘그럼 마력은 전혀 쓰지 못하는 거야.’

―당연하죠. 안드로이드가 마력을 쓴다면 그건 더 이상 안드로이드가 아닙니다.

‘그렇겠군. 하지만 그 이상의 힘을 쓰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지?’

―강한 의지로 몸을 움직이시면 저절로 봉인이 풀립니다.

대한은 자신의 아바타가 된 안드로이드 커피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런 좋은 방법이 있는 줄 알았다면 진즉에 써먹었을 것이다.

마치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안드로이드가 있는 곳은 어디든지 바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만족한 미소를 짓고 있는 대한을 향해 에바가 다급히 말했다.

―마스터! 아바타 감상은 그만하시고 바로 작전에 들어가셔야 합니다.

‘알았어. 내가 뭘 하면 되지?’

―코레실드 대원들은 제가 움직일 테니까 마스터는 소피아만 구출하세요.

‘오케이!’

―루트는 폐공장 뒷문을 통해 지하실로 내려가게 표시해놓았습니다.

에바는 친절하게도 허공에 화살표를 그려놓았다.

이것만 따라가면 바로 소피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마스터! 구출 작전을 시작하게 육성으로 한번 명령을 내려주세요.

‘알았어.’

대한은 그녀의 요청에 따라 묵직하게 외쳤다.

“구출 작전을 시작한다.”

―로져!

―로져!

―로져!

그가 한마디 하자 이어피스를 통해 코레실드의 대원들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부터 작전지휘는 제가 맡겠습니다. 마스터는 바로 출발해주세요.

‘알았어. 에바! 잘 부탁해!’

―네, 마스터.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대한은 에바의 대답을 듣자마자 곧바로 이동했다.

폐공장 뒷문을 향해 빠르게 걸어가며 자신의 무기와 장비를 확인했다.

상·하의 일체형 작전 복에 방탄복과 전투 조끼를 걸쳤다.

머리에는 방탄 헬멧을 썼고 신발은 소리가 나지 않은 무음 전투화를 신었다.

손에는 소음기가 달린 기관단총이 들렸고 허리에는 권총집이 있었다.

전투 조끼의 가슴 부분에는 대검 두 자루가 나란히 매달려있었다.

납치범들의 주의를 분산시키려고 에바가 코레실드 대원들을 움직였다.

정문과 창문 밖에서 폐공장 안으로 소총이 발사됐다.

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탕!

그 사이 대한은 거침없이 폐공장 뒷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폐공장 안은 구멍 난 천장과 벽틈을 통해 빛줄기가 새어 들어왔다.

그렇다고 야시경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안드로이드 커피의 시야는 인간과는 달리 어둠 속을 잘만 뚫어봤다.

그는 지하실을 향해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때, 납치범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쾅! 쾅! 쾅!

정문, 뒷문, 창문 쪽으로 다시 수류탄이 터졌다.

타타타탕 타타타탕!

트르르륵 트르르륵!

투투투투투 투투투투투!

이어 소총, 기관단총, 기관총이 난사됐다.

하지만 대한의 몸은 이미 지하실 입구에 도착해있었다.

계단을 타고 빠르게 뛰어 내려갔다.

이미 소피아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지하실 맨 끝방으로 곧장 걸어갔다.

끼이이익 쿵!

힘을 주고 철문을 열어젖혔다.

듣기 역겨운 소리가 귀청을 자극했다.

대한은 그보다 소피아의 상태를 급히 확인했다.

“흑, 흐흑, 흑흑흑!”

어린 소피아는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소피아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소피아!”

“헉! 누구세요?”

놀란 소피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한을 쳐다봤다.

안쓰러운 마음에 그는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에밀리오 회장님이 보낸 사람이야. 널 구출하려고 왔어.”

“정말 할아버지가 보냈어요?”

“그럼. 가만히 있어 봐! 곧 풀어줄게.”

할아버지가 보냈다는 말에 소피아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검을 꺼내 소피아를 묶어놓은 줄을 모두 잘랐다.

자유의 몸이 되자 소피아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덥석 대한의 품에 안겼다.

이런 소피아에 모습에 대한은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잠시 그대로 소피아를 꼭 안아줬다.

하지만 이내 방해꾼이 나타났다.

―마스터! 납치범 하나가 지하실로 내려갑니다.

‘알았어.’

대한은 급히 소피아를 밀어내고 입술에 검지를 댔다.

그러자 소피아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는 소리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뚜벅 뚜벅 뚜벅!

대한은 지하실 방 입구 앞에 서서 벽을 쳐다봤다.

그러자 벽이 반투명하게 변하더니 까를로스의 모습이 보였다.

눈에 핏발이 잔뜩 서 있고 호흡은 거칠게 씩씩대고 있었다.

살기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막 나가려고 작정을 한 것 같았다.

슬쩍 고개를 뒤로 돌리자 소피아가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대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에바를 불렀다.

―에바! 까를로스의 무기를 망가뜨려!

‘네, 마스터.’

그녀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총알처럼 밖으로 튀어 나갔다.

놀란 까를로스가 총구를 번쩍 들었다.

대한은 순간적으로 몸을 낮추며 옆으로 피했다.

총구가 그를 빠르게 따라왔다.

하지만 대한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총구의 옆으로 쳐버렸다.

탁! 턱!

두 개의 각기 다른 소리가 들렸다.

하나는 대한이 까를로스의 총구를 치는 소리다.

나머지 하나는 까를로스가 당긴 방아쇠가 뭔가에 딱 걸려버린 소리였다.

그것으로 그는 까를로스의 무기가 먹통이 된 것을 확신했다.

휘익 퍽!

대한은 주저 없이 앞차기를 날렸다.

까를로스의 몸이 허공으로 붕 뜨더니 뒤로 날아갔다.

그는 번개처럼 몸을 움직여 까를로스를 따라붙었다.

쿵!

등부터 바닥에 떨어지자 까를로스는 즉시 몸을 옆으로 한번 굴렸다.

창자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고통이 문제가 아니었다.

곧바로 날아드는 대한의 사커킥에 맞는다면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간신히 그의 공격을 피한 까를로스!

급히 몸을 일으키며 단검을 빼 들고 찔렀다.

그러나 마치 네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

대한의 발차기가 이어졌다.

빡!

“큭!”

까를로스의 손목이 위로 들렸다.

들고 있던 단검도 허공으로 떠올랐다.

손목이 부서지는 고통 속에도 까를로스는 급히 품속으로 나머지 한 손을 집어넣었다.

숨겨둔 권총을 꺼내려는 것이다.

‘에바!’

―권총은 발사되지 않습니다.

그녀를 부르자 에바는 대한이 무엇을 물어보는지 알아채고 빠르게 대답했다.

그는 급히 까를로스에게 다가가 어깨로 가슴을 받아버렸다.

쿵!

“악!”

대한의 강력한 차지(Charge)!

품속에 넣은 까를로스의 손가락이 부러지고 가슴 움푹 파이듯 안으로 함몰됐다.

참혹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까를로스가 뒤로 나동그라졌다.

뒤를 슬쩍 보자 소피아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까를로스의 발목을 밟아버리려다가 그만뒀다.

대신 발로 배를 세게 걷어찼다.

퍽!

까를로스는 숨이 턱 막히는 고통에 바닥을 박박 기었다.

대한은 소피아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소피아는 냉큼 달려와 그의 다리를 꼭 끌어안았다.

그녀는 몸을 덜덜 떨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까를로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를 납치한 놈이야. 살인, 강도, 강간, 납치, 폭행, 협박, 마약판매 등 온갖 죄를 저지른 중범죄자야.”

“…….”

대한의 말에 소피아는 알겠다는 듯 눈을 깜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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