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81화 (180/331)

181화 <구출 작전>

화를 내다가 웃다가 이제는 돈다발 속에 빠져 수영을 하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대한은 놈들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이놈들은 쳐다보는 것만으로 정신건강에 해롭네.’

―저도 동감입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거지?’

―코레실드 대원들과 경찰이 여기까지 오는데 1시간 10분쯤 걸립니다. 하지만 경찰차가 있으니 아마 1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차라리 헬기를 띄우지.’

―그러게 말입니다.

납치범의 추적을 담당하는 게 코레실드 산타페지사장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코레실드의 특수차량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은 나중에 여건이 되면 수송 헬기도 한 대 구해놓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지루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납치범들이 소피아를 건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마구 강간해대는 미친놈들이었다.

하지만 소피아의 할아버지가 워낙 부자에다 거물이라서 후환이 두려웠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소피아에게 상상하기도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지옥 아래에 더한 지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누구도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다.

단언하건대! 그런 일은 그냥 죽을 때까지 모르는 게 좋다.

―도착했네요.

‘다행이다.’

거의 동시에 대한과 에바는 서로를 향해 말했다.

부우웅 끼익!

폐공장이 보이는 근처 골목길에 검은색 차량이 멈춰 섰다.

코레실드의 대원들이 전부 손에 소총을 비롯한 각종 무기를 들고 내렸다.

그들이 한쪽에 모여 대기하자 즉시 산타페지사장 커피가 앞으로 나섰다.

경찰차를 타고 있던 에밀리오 회장의 비서 페드로가 빠르게 다가왔다.

“납치범들은 어디 있습니까?”

“바로 저 폐공장 안에 있습니다.”

“소피아 양도 저기에 같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확실합니까?”

“확실합니다.”

“알았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커피의 말을 듣고 난 페드로는 살짝 고개를 숙이더니 냉정하게 몸을 돌렸다.

그 모습에 대한이 발끈했다.

‘저게 뭐야? 왜 당장 납치범들을 덮치지 않는 거야?’

―그거야 우리가 받은 의뢰가 납치범의 추적과 소피아 양의 신변확인이기 때문이죠.

‘정말 의뢰를 딱 거기까지만 받았어?’

―네, 그것도 무려 3백만 달러짜리 의뢰였어요.

‘3백만 달러!’

생각보다 의뢰비를 많이 받았다.

물론 성공보수까지 포함된 가격일 것이다.

그래도 당장 눈앞에 있는 납치범을 제압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잘 훈련된 특수대원들이 바로 눈앞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에밀리오 회장은 물론, 비서 페드로도 코레실드를 믿지 않았다.

아니 아직은 믿을 수 없었다.

이래서 눈에 보이는 실적이 중요한 것이다.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멕시코시티 경찰특공대가 오기만 기다렸다.

확실히 이렇게 시간을 질질 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마스터! 마음을 좀 비우세요.

‘어휴!’

에바의 말을 듣고도 쉽게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뭘 어떻게 하겠는가!

―의뢰를 받은 것은 깔끔하게 해결했으니 이제 코레실드의 이름이 알려지고 명성이 올라갈 거예요.

‘알고 있어. 그래도 참 안타깝고 억울하네.’

―실력이 검증되면 나중에는 굳이 필요 없다고 해도 의뢰가 밀려 들어올 거예요.

에바가 하는 위로의 말은 당장 대한에게는 전혀 위로되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꾹 참아야 했다.

다행히 멕시코시티 경찰특공대는 오래지 않아 현장에 도착했다.

부우웅 끼익!

검은색 특수방탄 차량이 멈춰 섰다.

뒷문이 활짝 열리자 안에서 완전무장을 한 경찰특공대대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들은 경찰특공대 팀장 호세의 지시에 따라 신속히 폐공장을 포위했다.

“난 호세 팀장이요.”

“반갑습니다. 에밀리오 회장님의 비서 페드로입니다.”

“그런데 납치된 소피아 양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소?”

“저들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페드로의 말에 호세 팀장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망막에는 중무장한 코레실드의 대원들이 보였다.

호세 팀장의 눈빛이 눈에 띄게 서늘해져 갔다.

“이들은 민간군사기업의 용병들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음.”

용병에 대한 인식이 많이 안 좋은 듯했다.

호세 팀장의 눈빛은 점점 사납게 변해갔다.

커피는 뜨거운 커피를 한잔 따라 마시면서 호세를 슬쩍 쳐다봤다.

별 같잖은 놈이 눈에 힘을 주는 꼴이라니!

커피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커피를 홀짝거렸다.

“폐공장 안을 직접 확인해야겠다.”

“탐색 장비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경찰특공대 팀장 호세는 코레실드가 전해준 정보를 믿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 폐공장 안을 탐색하기 위해 준비를 서둘렀다.

대한은 이들이 하는 짓을 쳐다보다가 그만 복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장지휘권이나 작전권이 없으니 그저 눈뜨고 쳐다봐야만 했다.

‘아주 지랄도 풍년이네.’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보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좀 너무하는군요.

‘민간군사기업에 무슨 억울한 일을 당한 사연이라도 있나 보군.’

―그보다는 공명심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납치당한 사람을 무사히 구출하는 거야. 지금 자존심 같은 것을 따질 때가 아니라고.’

―맞는 말씀이긴 한데. 호세 팀장은 어째 우리와 전혀 생각이 다른 것 같아요.

에바의 목소리가 왠지 축 늘어지는 기분이었다.

대한은 원치 않는 방관자가 되자 이를 악물었다.

‘에바! 혹시 모르니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에어볼로 소피아를 보호하라는 말씀이시죠.

‘그래. 혹시 작전이 실패하더라도 소피아가 다치면 안 돼! 그리고 나중에라도 우리가 끼어들 수 있는 틈이 있는지 살펴봐!’

―차라리 에밀리오 회장에게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요?

‘개인방송처럼 생중계하자는 거야?’

―그렇습니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네.’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카메라를 통해 현장의 상황을 직접 본다면 에밀리오 회장도 자기 생각을 바꿀지 모른다.

“알파는 북쪽 빌딩 위로, 베타는 동쪽 집 위로, 감마는 서쪽의 건물 2층으로 올라가!”

에바의 명령에 커피는 즉시 대원들을 움직였다.

코레실드 대원 셋에게 소형 카메라를 주고 폐공장 주변의 빌딩이나 건물 위로 올라가 작전현장을 찍게 한 것이다.

물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에밀리오 회장에게 보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미 폐공장 안팎에 둥둥 떠서 대기 중인 에어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생중계하는 것은 에어볼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마스터! 에밀리오와 통화를 했습니다.

‘뭐라고 그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생중계를 해주겠다고하자 좋다고 했습니다.

‘잘했어. 이제 어떻게 나오는지 좀 보자.’

대한의 말에는 ‘두고 보자’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었다.

호세가 이끄는 경찰특공대의 소피아 구출 작전이 시작됐다.

경찰특공대가 폐공장 안으로 침투하기 위해…….

정문과 뒷문 그리고 창문을 향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주변 건물 옥상에는 저격수들이 자리를 잡았다.

폐공장 안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그들은 문틈으로 미국에서 들여온 와이어 카메라를 밀어 넣었다.

비싼 장비라서 그런지 화질도 아주 좋았다.

그러나 폐공장 안은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했다.

그래서 시야가 좋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호세 팀장은 초소형 드론을 띄우기로 했다.

초소형 드론에는 작은 카메라가 달려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사달이 났다.

납치범 중 한 명인 후안!

그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드론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었다.

미약한 드론의 프로펠러 소리에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다.

당연히 후안은 초소형 드론의 존재를 발견했다.

“드론이다.”

“드론?”

“쉿! 조용히 밖을 살펴보자.”

“알았어.”

후안의 말에 까를로스와 마르코는 즉시 바깥을 살펴봤다.

경찰특공대대원들이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경찰특공대다.”

“여기도 있어.”

“젠장! 포위됐다.”

후안과 까를로스 그리고 마르코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까를로스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뚫고 나가자.”

“좋아.”

까를로스의 말에 마르코가 바로 맞장구를 쳤다.

길게 한숨을 쉰 후안이 손가락을 들어 소피아부터 가리켰다.

“경찰들과 싸우는 건 좋은데 일단 저 아이부터 대피시켜!”

“왜? 옆에 인질로 데리고 있어야지.”

“그러다가 눈먼 총알에 맞아 죽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할 거야?”

“죽으면 죽는 거지.”

“걸리적거리니 그냥 죽여버릴까?”

후안은 답답한 듯 자신의 가슴을 한 대 쳤다.

“이 새끼들아! 아이가 살아있어야 우리가 살아. 평생 쫓기면서 살래?”

“어차피 여길 도망쳐도 경찰에게 쫓기는 것은 마찬가지잖아.”

“까를로스! 차라리 경찰에게 쫓기는 게 낫지. 손녀가 죽으면 에밀리오의 눈이 뒤집힐 거야. 그놈이 가만히 있겠어? 당연히 우릴 잡으려고 현상금사냥꾼들을 보내겠지. 그놈들을 전부 무슨 수로 감당하려고 그래?”

“빌어먹을!”

그제야 후안의 말뜻을 이해한 까를로스가 발로 땅을 세게 내려찍었다.

그 사이로 마르코가 끼어들었다.

“그냥 지하실에 가둬두고 우린 튀자!”

“그래.”

“좋아.”

마르코의 중재안에 그들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피아는 후안의 팔에 이끌려 폐공장 한쪽에 있는 지하실로 내려갔다.

혹시 몰라 지하실 방에 던져두고 녹이 잔뜩 슬어있는 철문을 꼭 닫아뒀다.

납치범들이 지금까지 한 행동 중 가장 현명한 일이었다.

‘후안이란 놈! 나름 엄청 머리 쓰는데.’

―그래도 다행이네요. 보호막이라도 치려고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어요.

‘그래도 에어볼로 철저히 지켜!’

―네, 마스터.

여기서 소피아가 죽거나 다치면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는 격이었다.

그래서 대한은 소피아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했다.

시선을 돌리자 폐공장 안의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 새끼들! 무슨 전쟁을 하려는 거야?’

―드럼통 안에 있는 게 전부 무기네요.

에바까지 조금 놀란 목소리였다.

까를로스와 마르코는 후안이 지하실로 내려갔다 오는 사이!

드럼통을 열었다.

안에는 권총과 소총은 물론 기관총과 수류탄까지 있었다.

“방독면부터 써!”

“알았어.”

“마르코! 저기 드론부터 잡아.”

“이런 쥐새끼 같은 놈이!”

타타타탕 타타타탕!

마르코는 소총을 쏴 허공에 둥실 떠 있는 초소형 드론을 떨어뜨렸다.

경찰특공대는 드론으로 폐공장을 살펴보다가 화면이 꺼지고 총소리가 들리자 일이 틀어진 것을 깨달았다.

“호세 팀장!”

페드로 비서가 호세의 얼굴을 보며 절규하듯 소리쳤다.

호세는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그는 일부러 페드로의 시선을 피했다.

대신 권총을 꺼내더니 힘차게 소리쳤다.

“전 대원 구출 작전 개시!”

―Está bien!

―Está bien!

호세 팀장의 이어피스로 대원들의 목소리가 차례로 들려왔다.

동시에 정문, 뒷문, 창문이 열리고 안으로 섬광탄이 날아갔다.

펑! 펑! 펑! 펑!

강렬한 빛과 함께 견딜 수 없는 소음이 일대를 휩쓸었다.

그리고 삼면에서 경찰특공대대원들이 일제히 폐공장 안으로 난입했다.

하지만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혀 그들이 기대했던 게 아니었다.

쾅! 쾅! 쾅!

세 곳에서 일제히 수류탄이 터졌다.

타타타탕 타타타탕!

트르르륵 트르르륵!

투투투투투 투투투투투!

그 뒤에 이어진 것은 소총과 기관단총 그리고 기관총의 총알 세례였다.

“으악!”

“악!”

“맞았다.”

“수류탄이 터졌다.”

“기관총이다.”

“당장 뒤로 물러서!”

“후퇴! 후퇴!”

경찰특공대대원들은 허둥지둥 뒤로 물러났다.

12명이 들어갔는데 폐공장 바깥으로 나온 것은 6명에 불과했다.

그것도 3명은 유탄에 맞아 온몸에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도와줘!”

“구급차를 불러!”

“부상자를 호송해라!”

“너희들은 뭐해! 빨리 움직여!”

자신만만하던 호세 팀장의 얼굴!

신기하게도 이 순간 탈색이라도 되어버린 듯 하얗게 질려있었다.

강하게 바람이 불어왔다.

폐공장 안팎을 청소하듯 빠르게 한번 쓸고 지나갔다.

덕분에 먼지와 매캐한 화약 냄새 사이로 목불인견의 모습이 드러났다.

폐공장 정문과 뒷문 그리고 창문 근처!

피떡이 돼버린 경찰특공대대원들의 시체가 마구 널브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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