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79화 (178/331)

179화 <레이저건>

사무실 전체가 순간 환하게 변하더니 사막으로 변해갔다.

물론 사무실이 진짜 사막으로 변했다는 말은 아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합쳐진 혼합현실과 홀로그램의 합작품이었다.

‘여기는 혹시 사우디아라비아?’

―맞습니다. 예멘 후티 반군의 자폭 무인기가 공격할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 탈황·정제 시설인 아브카이크(Buqayq) 단지입니다.

보기만 해도 땀이 줄줄 날 것만 같은 사막!

그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거대한 아람코의 석유정제 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남쪽으로 어디서 많이 보던 장갑차량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비호복합 대공체계와 신형 장갑차인 레드백이네.’

―정확히는 비호복합과 레드벡에 레이저건을 달아 업그레이드한 것입니다.

에바의 말대로 비호복합은 예전의 모습과는 좀 달랐다.

30mm × 170mm 기관포 2문과 신궁 지대공미사일(사거리 5km) 2연장 발사대가 달려있던 것이 사라졌다.

대신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레이저건이 달려있었다.

레드백 장갑차는 디자인 자체가 워낙 미래형 장갑차라서 큰 변화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미 12.7mm 원격조정 기관총(RCWS)을 떼고 대신 레이저건으로 교체된 상태였다.

‘레이저건의 출력과 사정거리가 얼마나 되지?’

―100kW에 5km를 유효사거리로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개조를 거치면 20km까지는 너끈합니다.

‘일부러 다운그레이드를 시켰군.’

―우주탐사선 히릭스에 있는 플라스마포는 말할 것도 없고, 우주셔틀에 달린 레이저포와 비교해도 이건 진짜 레이저건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다운그레이드가 아니라 그냥 흉내만 낸 것뿐이에요.

에바의 한탄하는 듯한 말이 어쩐지 듬직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대한이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대단하단 의미이기도 했다.

‘비호복합과 레드백을 인수하는데 350억 원이 들었어.’

―레이저건으로 업그레이드한 가격은 포함하지 않으십니까?

‘아! 그것도 있었지.’

생각해보니 그저 350억 원만 투자한 게 아니었다.

당장은 돈으로도 따질 수 없는 레이저건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셈이었다.

―마스터! 이제 곧 레이저건의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하늘을 봐! 지금 서서히 모래바람이 부는 것 같은데 괜찮겠어?’

―탐색 레이더 및 자동추적 열상 광학장비를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레이더에 추적 기능을 추가시키고 광학장비들도 전부 하나로 체제 통합시켰습니다. 그래서 이 정도는 전혀 문제없습니다.

에바의 설명을 들으며 그는 주변을 살펴봤다.

아람코와 계약한 영국의 PMC ‘이지스 디펜스’에 하청을 받은 여러 PMC가 사방을 철통같이 경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의 공격은 지상이 아니라 하늘이다.

백날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자폭 무인기를 막지 못하면 말짱 헛수고라는 얘기다.

그들에 비하면 ‘바이럴 시큐리티’, 아니 이제는 ‘코레실드’가 된 PMC는 이미 장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물론 원청인 PMC ‘이지스 디펜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미국에서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기관포, 미사일과 함께 레이저(5kW)무기를 장착한 복합 대공체계를 들여왔다.

거기에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미국 최고의 방산 업체에서 중형트럭에 60kW급 레이저무기를 단 것을 가져왔다.

‘이지스 디펜스’의 관계자들은 처음에 ‘코레실드’의 복합비호와 레드백 장갑차를 보고는 매우 놀랐다.

그러나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별거 아니라는 듯 무시해버렸다.

그러나 복합비호(신궁) 자주대공포와 레드백 장갑차를 개발한 한화디펜스와 LIG넥스원의 기술진들은 ‘코레실드’의 요청에 ‘코레디펜스’가 업그레이드 한 레이저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시연도 하기 전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인도 및 호주 등에 같이 수출해보자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휘이이잉!

잠깐 사이에 바람이 더 거칠어졌다.

그냥 바람이 아니라 모래가 섞인 바람이다.

하늘은 금세 거대한 모래바람에 먹혀가고 있었다.

‘이거 너무 바람이 심한 거 아니야?’

―이 정도 열악한 상태에서 드론을 잡아야 진정한 레이저건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대한은 살짝 말끝을 흐렸다.

에바가 워낙 자신 있어 하니 더는 걱정하는 게 이상해졌다.

―5km 밖에서 10대의 드론을 띄우겠습니다.

‘유효사거리가 5km라고 했잖아.’

―맞습니다. 정확하게 5km 안으로 들어오면 레이저건을 쏠 겁니다.

3, 2, 1, 발사!

허공에 숫자가 나타나더니 빠르게 줄어들었다.

발사라는 글자가 뜨자 비호복합 자주대공포와 레드백 장갑차에 달린 레이저포가 몇 번씩 번쩍거렸다.

놀랍게도 5km 안으로 빠르게 날아든 10대의 드론이 순식간에 떨어져 내렸다.

―성공입니다.

‘오오! 이거 아주 쓸 만한데.’

―지금 사용한 것은 약간의 업그레이드를 한 쾌속 드론입니다. 최대 속도가 600km/h에 달하는 놈들이죠.

‘상당히 빠르네!’

대한도 놀라긴 했지만, 한화디펜스와 LIG넥스원의 기술진들이 더 놀라고 있었다.

강한 모래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지금 그들이 레이저건을 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미리 설치해둔 카메라와 레이더를 통해 레이저건이 빠르게 날아가는 드론을 정확히 타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한화디펜스와 LIG넥스원이 레이저건에 관심을 두도록 일부로 에바가 시연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번 드론은 개조에다 방어력까지 보강한 버전입니다. 마찬가지로 10대를 띄우겠습니다.

대한은 에바의 신호와 함께 드론이 빠르게 날아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공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드론을 향해 레이저건이 움직였다.

3, 2, 1, 발사!

번쩍번쩍!

소리도 없었다.

불빛도 사실 잘 보이지 않았다.

미리 알고 있어도 얘기를 안 해주면 모르고 넘어갈 정도였다.

그러니 이런 모래바람 속에서 누가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한화디펜스와 LIG넥스원의 기술진을 빼고는 전혀 없었다.

예상대로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방어력을 보강한 드론 10대가 레이저건에 맞고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재미있는 것은 그사이 에바가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레이저건의 출력을 10kW씩 올려 발사했다.

10kW, 20kW, 30kW……90kW, 100kW.

그렇게 10가지로 실험을 해본 결과!

어지간한 드론은 10kW에도 쉽게 파괴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연히 다른 회사가 개발한 레이저무기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코리아디펜스에서 개발한 레이저건은 다른 레이저무기와는 달리 독특한 특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빛이 뭉쳐서 날아간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속도가 조금 떨어져 빛의 속도에는 이르지 못하는 단점이 생겼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빛의 속도에 근접하는 빠른 속도였다.

레이저건은 속도라는 단점보다는 빛이 뭉쳐서 날아가는 특성으로 생긴 강한 파괴력이라는 장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

물론 이러한 레이저건의 특성을 알고 있는 것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다.

―마스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 맞는 모양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에바의 뜬금포에 대한이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즉시 화면을 바꿔서 남쪽 하늘을 보여줬다.

저공으로 날아가는 수백의 새떼들이 보였다.

‘저건 새떼……가 아니라 드론이구나.’

―그렇습니다. 조만간 공격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게 마침 오늘이었네요.

‘거리와 속도가 어떻게 되지?’

―800km입니다.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경에서 발사됐습니다. 드론의 속력은 300km/h입니다.

‘적어도 3시간 안에 목포에 도착하겠군.’

―네, 그렇습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는 창과 방패의 정면 대결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새떼처럼 보이는 드론 무리는 어느 순간 크게 두 개로 나뉘었다.

한 무라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최대 석유 탈황·정제 시설인 아브카이크(Buqayq) 단지를 향해 날아갔다.

다른 한 무라는 인근의 쿠라이스 유전(Khurais oil field)를 목표로 날아가고 있었다.

―공격방법이 첫 번째와 하나도 다르지가 않네요.

‘그러게 말이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처를 보며 예멘의 후티 반군이 자신감을 가진 것 같아. 오히려 이런 대낮에 예멘 동부로 이동해 대량으로 무인기를 발사하는 게 정말 놀라울 지경이야.’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을 처음 공격했을 때!

그들이 사용한 드론은 채 20대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날아가고 있는 드론은 수백 대나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보망과 방공망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런 일을 버젓이 저지르겠는가!

―하긴 사우디아라비아가 처음에는 놀라서 당장이라도 비호복합을 가져다 쓸 것처럼 굴더니 어느 순간 은근슬쩍 태도를 바꾸긴 했지요.

‘모르긴 해도 미국의 압력을 받았을 거야. 비호복합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미 2017년에 테스트를 한 무기체계야. 이번에도 몇 대를 가져다가 테스트만 하고 말았어.’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사우디아라비아의 테스트를 마친 비호복합과 레드백 장갑차를 잘 써먹고 있지 않습니까!

‘푸훗! 그래 맞다.’

에바의 능청에 대한은 실소를 흘렸다.

그녀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겉으로는 코레실드가 쓸데없는 곳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가며 일을 벌인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뚜껑이 열리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대한과 에바는 그렇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쪽 벽이 모래처럼 무너져내렸다.

대신 그곳에 세계 각국의 증시와 선물거래소의 상황이 보였다.

그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문뜩 질문을 던졌다.

‘이미 원유선물과 파생상품에 투자해놓지 않았어? 정유회사 주식에도 투자했고.’

―그렇습니다. 브렌트유 선물과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에 투자했습니다. 다국적 정유회사의 주식에도 꽤 투자했고요.

‘그럼 이건 뭐야?’

―이것을 좀 보십시오. 바로 전에부터 저희와 비슷하게 투자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어! 정말 그러네. 갑자기 원유선물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어. 거기에다 정유회사 주식도 마구 사들이고 있네.’

에바가 몇 군데를 짚어주자 그는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혹시 예멘 반군과 연관이 있는 놈들이야?’

―최소한 그들로부터 정보를 받은 자들이겠죠. 그리고 우리에게 곧 털릴 녀석들이기도 합니다.

대한을 향해 에바는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장은 떼돈을 번다고 아주 좋아하겠군.’

―지금은 그럴 겁니다. 주식은 모르지만, 파생상품에 투자한 것은 저들의 패착이 될 것입니다. 사실 저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피해를 늘릴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다 약간의 장난을 치면 아마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될 겁니다.

‘놈들의 배후도 같이 알아봐!’

―물론이죠. 자금출처를 캐서 누가 뒤에 있는지 확인해놓겠습니다.

그의 귀에는 자신만만한 에바의 목소리가 천사의 합창 소리처럼 들려왔다.

그녀는 작전명 ‘워털루’를 실행했다.

대한이 지어준 것이 아니라 에바 스스로 지은 이름이다.

그런데 작전명이 뭔가 절묘하게 지금의 상황과 어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후티 반군의 이차 사우디아라비아 드론 공격!

아마 이번 사건의 여파는 첫 번째보다 훨씬 파장이 클 것이다.

그로 인해 큰 이득을 보게 될 자들도 꽤 나올 것이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뭐하지?’

―뭐하긴요? 일하셔야죠.

‘뭔 일이 끝도 없이 계속 나와?’

―그동안 널널하게 지내셨잖아요. 이제는 일도 좀 하시면서 경험도 쌓고 능력도 개발하셔야죠.

맞는 말이다.

어째 갈수록 에바는 말을 참 잘한다.

아니 원래 잘했는데 그동안은 잘 못 하는 척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녀에 의해 사무실의 환경이 또다시 바뀌었다.

사막이 사라지고 대신 열대성 몬순기후로 변했다.

‘여기는 동티모르?’

―정확합니다. 수도인 딜리의 대통령궁입니다.

장소가 바뀌자 대한은 의자에 편히 앉았다.

바로 앞에는 동티모르의 대통령 프란시스 쿠텐, 총리 타울 마탄 그리고 외교장관 디오 수아레스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반대편에는 40대 중년 꽃미남, 서희 코레에너지 사장이 앉아 있었다.

물론 서희는 안드로이드다.

―보보나로(Bobonaro) 전체는 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개발을 하려면 주 전체를 맡아서 하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저희가 인도네시아와 접하는 국경선의 반을 담당하게 됩니다. 혹시 따로 국방비라도 지원해주실 겁니까?

‘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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