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76화 (175/331)

176화 <미세먼지>

그녀는 그냥 말로만 하지 않았다.

대한에게 히릭스에서 관측한 지구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것만 봐도 미세먼지의 주범이 중국이라는 팩트가 드러났다.

‘미세먼지는 어떻게 해결하지?’

―미세먼지 발생 자체를 막아야지요.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테라포밍을 시행하면 가능합니다.

‘테라포밍?’

그는 테라포밍이란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가능한 거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테라포밍을 하면 당장은 미세먼지보다 인류에게 더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럼 안 되지.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알겠습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로 등록시켜놓겠습니다.

‘그래.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천천히 알아봐!’

―예, 마스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대한의 머릿속에는 미세먼지라는 주제가 계속 남아있었다.

그는 고개를 흔들며 입을 앙다물었다.

‘에바!’

―네, 마스터.

‘아무래도 안 되겠어. 그냥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것은 좋지 않아.’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신데요?

에바가 묻자 대한은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오면 중국에서 문제를 해결해야지.’

―어떻게요?

‘황사와 미세먼지가 어떻게 생기고 얼마나 나쁘다는 것을 중국인들이 모두 알게 해야지.’

―뉴스로 만들라는 말씀입니까?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더 좋은 방법은 중국을 이끄는 지도자들이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고 느끼게 해줘야지.’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당장 공작을 시작하겠습니다.

‘언론공작, 선진국의 압박, 중국 내 여론조성 등 사람을 죽이는 것을 빼놓고는 뭐든지 허락할 테니까 화끈하게 한번 사고를 쳐봐!’

―네, 마스터.

대한의 허락이 떨어지자 에바는 바로 움직였다.

중국에서 동쪽으로 바람이 불지 않는 날!

어김없이 중국 동부해안의 공업지대에서는 불이 났다.

특히 공해방지시설이 되어 있지 않은 공장들이 유독 화재가 잦았다.

신기한 것은 그런데도 인명피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우연히 불이 났나보다 했다.

하지만 TV와 신문을 비롯한 매스컴에서 일제히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불이 난 공장에서 나오는 유독가스의 정체와 그동안 만들어낸 미세먼지에 관한 보도가 나오자 여론이 극히 나빠졌다.

매일 여기저기에서 하나둘씩 사고가 터졌다.

중국인들도 점차 이런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베이징은 황사와 스모그 그리고 미세먼지로 인해 대기오염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어떤 날은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옇다.

그런데 이게 거의 독가스 수준이라는 것을 뉴스에서 연일 떠들어대니 민심이 들끓었다.

뒤늦게 공산당에서 모든 뉴스를 틀어막았다.

하지만 오히려 인터넷을 통해 더 빠르게 번져나갔다.

그러다 중국 공산당의 최고 권력층에서 사고가 터졌다.

총서기를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서기처 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과 부주석 및 위원들,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서기와 부서기 및 상무위원들까지.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해 걸리는 각종 병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탈모, 알레르기성 결막염, 알레르기성 비염, 가려움증, 건조증, 피부트러블, 아토피피부염, 중이염, 호흡기질환, 주름과 검버섯!

거기에다 이차적인 피해로 뇌졸중, 치매, 혈액 순환장애, 부정맥, 만성 염증, 폐암, 생식기와 신경계 이상, 태아 뇌 성장과 발달저해 등

온갖 미세먼지 발(發) 질병들이 창궐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

대한민국은 이상하게도 미세먼지가 확 줄어들었다.

중국의 동부해안 공업지대의 공해유발 공장들이 화재로 작동을 멈춘 것만으로도 미세먼지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이쯤 되면 중국도 정신을 차릴 만했다.

그러나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은 끝이 없었다.

공해방지시설을 하거나 미세먼지 발생을 좀 억제해도 좋을 텐데.

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에바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중국 동부해안 공업지대에 화재를 일으켰다.

또한, 중국 공산당 지도층에게 미세먼지를 꾸준히 먹여줬다.

덕분에 건강이 나빠져 당직을 사임하고 낙향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그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대책을 세우려고 노력했다.

사실 대책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미세먼지 발생만 억제하면 된다.

즉 대기오염과 공해를 막는 공해방지시설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돈도 많은 놈이 이런 일에 돈을 쓰는 것은 무척 싫어했다.

그래서인지 공해방지시설을 하는 대신 관시를 핑계로 뇌물을 먹이는 놈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 공산당도 만만치 않았다.

당 지도부에서 초강경대처를 명령한 것이다.

일단 명령이 떨어지자 공안부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거기에다 이 일을 핑계로 당 최고 권력층에서는 그동안 눈엣가시 같았던 정적들까지 쳐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공장을 닫게 하고 통째로 빼앗아버렸다.

뇌물을 핑계로 잡아다가 정치범수용소로 보냈다.

덕분에 산둥성과 베이징, 상하이, 선전에서는 매일 곡소리가 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몽골자치구에 나무를 심자는 여론이 형성됐다.

황사를 막기 위함이다.

또한, 공해유발 공장이나 시설에 공해방지시설을 하고 좀 더 엄격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그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조금은 떨어져 내렸다.

그와 더불어 불평불만을 속으로 삭이기만 하던 인민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중국 공산당을 자득할 정도로 두드러지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변에 깔린 인민들의 공감대는 민주화와 변화를 분명히 요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물결은 밑바닥에서부터 점차 주변으로 빠르게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 * *

차에서 내린 후 고개를 들었다.

20층 높이의 대한타워가 웅장하게 서 있었다.

그새 칠도 새로 했는지 빌딩이 아주 깔끔해 보였다.

전에 보였던 낡고 허름한 이미지는 이미 연기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뚜벅 뚜벅!

대한이 정문을 향해 걸어가자 깔끔한 정장을 입은 비서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H1 제니, H2 야엘, L1 리사, L2 틸란!

업그레이드한 가사용 안드로이드와 레저용 안드로이드들이었다.

그의 뒤쪽으로는 정장을 입은 건장한 경호원들이 따라붙었다.

B1 최강철, B2 강성한, M1 김철수, M2 이영수!

역시 업그레이드한 전투 로봇과 다목적 휴머로이드 로봇이었다.

그들은 정문을 통과해 승강기로 향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대한을 향해 몰려들었다.

여비서들과 경호원들을 한 무리 몰고 다니는 대한!

도저히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대한도 그 사실을 깨닫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시선을 너무 끄네.’

―이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난 관종이 아니야.’

―그래도 익숙해지셔야 합니다.

에바는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대한TV를 통해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대한이다.

거기에다 이제는 지주회사 코레를 세웠다.

자회사만도 10개. 손자회사까지 따지면 앞으로 얼마나 늘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유명해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지금부터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정 불편하시면 다음부터는 지하주차장을 통해 올라가십시오.

‘차라리 거기가 낫겠다.’

전용 승강기를 타고 올라갔다.

모든 승강기는 19층까지만 운행됐다.

단 하나, 전용 승강기만이 펜트하우스로 올라갈 수 있었다.

띵!

승강기의 문이 열리자 밖으로 걸어 나왔다.

“와우!”

자동으로 감탄사가 터졌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유리 투명하게 비치고 있었다.

위를 보자 유리를 통해 하늘이 보였다.

‘에바!’

―네, 마스터.

‘펜트하우스를 만들라고 했더니 이거 전부 유리로 도배를 해버렸네.’

―유리가 아니라 투명금속입니다.

‘투명금속이라니 금속이 투명한 것도 있어.’

대한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볼트 행성에서는 건축자재로 쓰이는 아주 흔한 합금입니다.

‘그래도 밖에서 훤히 보이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언제든지 투명도와 색깔을 바꿀 수 있습니다.

‘올!’

유리처럼 투명하던 벽과 천장이 천천히 불투명해졌다.

그러다가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무지갯빛으로 변해갔다.

그는 살짝 자책했다.

아무래도 스파이럴 대제국은 물론 볼트 행성의 과학기술을 너무 낮춰본 모양이다.

이제는 벽과 천정이 새까맣게 변해 은은한 광택이 났다.

―펜트하우스를 한번 둘러보시죠.

‘그래야지. 에바가 직접 설명해봐!’

―네, 마스터.

에바는 대한에게 펜트하우스에 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대한타워 20층 펜트하우스는 크게 네 곳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개인 공간, 게스트룸, 사무실, 의무실!

그 밖에 로봇과 안드로이드들이 대기하는 공간과 비밀창고도 있었다.

펜트하우스의 공간은 철저하게 대한을 위해 만들어졌다.

기본적으로 그의 허락 없이는 문도 열리지 않는 공간이다.

메인은 역시 개인 공간으로 150평이나 되는 주거시설.

대한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온갖 편의시설로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는 어지간한 피트니스 센터보다 더 좋은 시설이 한쪽에 완비되어있었다.

주거공간을 거쳐서 의무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히릭스의 의무실은 왜 여기다 옮겨놨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히릭스의 의무실 일부를 복제해놓았습니다. 마스터와 부모님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대처할 수 있게 말입니다.

‘아! 그건 참 잘했네.’

그는 에바의 결정을 칭찬했다.

자신은 미처 거기까지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의무실에서 나와 사무실로 들어갔다.

어느 대기업 회장실 못지않은 우아하고 품격이 있어 보이는 공간이었다.

좀 넓은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와 공간을 나누어 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게스트룸으로 들어갔다.

‘이건 그냥 특급호텔 스위트룸이네.’

―목적 자체가 그겁니다. 마스터께서 초대한 손님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니 이 정도는 돼야지요.

한 바퀴 돌고 다시 주거공간으로 이동했다.

소파에 앉아 시선을 밖으로 돌리자 즉시 벽이 투명하게 변했다.

“아!”

다시 감탄사가 터졌다.

대한타워 주변의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건 정말 마음에 드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너무 투명해서 살짝 불안해졌다.

‘그런데 정말 밖에서 안이 안 보이는 거지?’

―지구의 과학으로는 절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밖에서 관측할 수 없습니다.

에바는 장담하듯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제야 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했다.

사실 그가 아니라 누구라도 이렇게 투명하고 맑은 벽과 천장을 모습을 보면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몸에 긴장을 풀고 편하게 누우십시오.

‘알았어.’

에바의 목소리에 대한은 즉시 몸에 힘을 빼고 등을 기댔다.

순간 소파가 반투명한 액체처럼 변하더니 천천히 침대처럼 눕혀졌다.

‘올! 이건 히릭스에 있던 의자로구나.’

―그렇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가구보다 편하고 안락한 물건이었다.

거의 동시에 천장이 변하기 시작했다.

새까맣게 변하더니 순식간에 우주가 되어버렸다.

“우와! 멋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경탄했다.

정말 순식간에 우주의 한가운데로 들어간 기분이었다.

―잠깐 우주여행을 해볼까요?

‘좋지.’

에바의 장난기 가득한 말에 대한이 맞장구쳤다.

그러자 그의 시야가 변했다.

마치 어디론가 빠르게 날아가는 것처럼…….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목적지가 달(Moon)이었다.

―지금 우리는 달기지로 가고 있습니다.

‘아! 거기에다 기지를 만든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달에 가까이 다가갔지만 기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시야가 곧바로 달 표면을 향해 내려갔다.

대한은 순간 놀라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다행히 몸이 달에 부딪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달 표면을 뚫고 들어간 지하 공간이 눈에 보였다.

아직은 엄청나게 크지 않았다.

대신 공상과학영화를 보듯!

상상력을 자극하는 특이한 모습의 기지가 선보였다.

‘저건 뭐지?’

그는 손을 들어 눈에 보이는 특이한 공간을 가리켰다.

―로봇과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시설입니다.

‘로봇과 안드로이드를 만들다니?’

―현재 저희가 보유한 로봇과 안드로이드는 히릭스를 관리하기에도 부족합니다. 마스터를 보호하고 마스터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절대 부족한 숫자지요.

‘그래서 로봇과 안드로이드를 찍어내겠다고.’

―네, 혹시 원하지 않으시면 이 상태로 시설을 봉인하겠습니다.

에바는 조금도 미련이 없다는 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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