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75화 (174/331)

175화 <지구 환경>

―꼭 석유나 천연가스가 아니라도 산 전체를 스캔해보면 뭔가 쓸만한 지하자원이 하나쯤은 나올 겁니다. 정 안되면 희토류라도 캐죠.

‘차라리 시추권이나 유전개발권을 사면 어떨까?’

―같이 하면 최소한 손해를 보지는 않겠네요.

에바의 말을 듣고 보니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인프라 구축에 돈이 좀 들어가겠지만, 그거야 병원에서 나노셀만 팔아도 얼마든지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과 동티모르 사이에 매일 직항만 띄워도 돈 좀 벌겠다.’

―그러려면 저가 항공사라도 하나 인수해야 합니다.

‘말이 그렇다는 얘기잖아.’

―인프라도 굳이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노셀에 대한 소문이 나면 아마 투자하겠다고 각국에서 투자자들이 몰려올 것입니다.

“와아아아!”

갑자기 안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고개를 빼고 안을 들여다보니 윤보라와 그녀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이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천만 원이다.”

“누가 천만 원짜리 자기앞수표를 넣었어.”

“아이고. 이렇게 고마울 때가.”

“정말 감사하네.”

“이 정도면 대학등록금을 낼 수 있겠죠?”

“충분하지는 않아도 보육원 애들이 대학을 가는데, 어느 정도 보탬은 되겠지.”

대한은 보육원 얘기가 나오자 산둥성 칭다오(靑島) 지모시(即墨市)에 있는 사랑의 집이 생각났다.

그래서 가만히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에바! 저들이 말하고 있는 보육원이 어떤 곳인지 알아봐! 그리고 혹시 등록금을 못 내서 대학 포기한 보육원 학생이 있는지도 좀 확인해보고.’

―네, 마스터.

‘상황이 어려우면 우리 코레재단에서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알겠습니다. 그렇게 일을 추진하겠습니다.

에바는 대한의 말에 즉시 보육원의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장과 원생들의 이름과 숫자 및 재정상태와 생활환경까지 한꺼번에 정보를 쓸어모을 수 있었다.

그때, 반가운 공명음이 뇌리를 스쳤다.

우웅!

에바의 목소리가 기다렸다는 듯 들려왔다.

―윤보라의 재능 피아노(SSS)와 기타(SS)를 흡수했습니다.

―윤보라의 재능 피아노(SS)와 기타(SS)를 획득했습니다.

대한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있다가 가만히 혀를 찼다.

일단 윤보라의 재능을 모두 획득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데 그중에서 피아노의 등급이 한 단계 내려가 있었다.

트리플 S와 더블 S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두 사람의 싱크로율이 만족할 만한 정도가 아니었다.

사실 이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동안 운 좋게 너무나 쉽게 재능을 얻은 감이 없지 않았다.

살다 보면 가끔은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일도 생기는 법이다.

그는 윤보라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몸을 돌렸다.

어쩐지 곧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에바, 돌아가자.’

―네,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콘서트 살롱을 떠나자 딱 시간에 맞춰서 차가 도착했다.

부우웅! 끼익!

M2 이영수가 다가와 차 문을 열어줬다.

대한이 차에 타자 B2 강성한이 운전해서 골목을 빠져나갔다.

“어디로 모실까요?”

“방송하러 가야지.”

“네, 그럼 스튜디오로 모시겠습니다.”

그를 태운 차가 큰길로 방향을 틀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대한의 눈동자에 파란 하늘이 비추고 있었다.

* * *

인천 국제공항 VIP 라운지.

“대한! 가기 싫어.”

“나도 보내기 싫어.”

대한과 하이스는 서로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그녀는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며 입맞춤을 했다.

“아! 나 어떻게 해?”

“왜?”

“벌써 대한이 보고 싶어.”

“아이! 그럼 곤란한데.”

하이스는 대한의 말에 그의 품에 무너지듯 안겨들었다.

둘은 마치 신파극이라도 찍는 양 겁나게 오버해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이 보는 관점이고, 하이스는 나름 심각했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 거야! 사흘이 벌써 다 지나가 버렸어.”

그녀는 볼을 잔뜩 부풀렸다.

불만 있다는 것을 대놓고 보여주는 어리광이었다.

대한은 하이스의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또 보면 되잖아.”

“언제 봐?”

“그거야 하이스의 스케줄 사정에 달렸지.”

“에고.”

스케줄이란 말에 그녀는 꼬랑지를 확 내렸다.

안 그래도 그녀의 매니지먼트사에서는 당장 돌아오라고 난리였다.

하지만 워낙 하이스가 완강하게 나와서 그나마 사흘간 푹 쉬라고 내버려 둔 것이다.

이제 가면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

그래서 그녀는 더욱 불안했다.

사흘 동안 대한과 함께 보낸 시간은 정말 꿈만 같았다.

낮에는 그와 함께 방송하며 놀았고, 밤에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매일 마사지와 동양의 신비한 묘약으로 치료를 해줘서 그런지.

이제는 발목과 허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아니 다시 태어난 것처럼 피부가 뽀얗게 변했고 잡티도 다 사라졌다.

거기에다 만성적인 위장병도 씻은 듯이 나아버렸다.

하이스는 이 모든 게 대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가기가 싫었다.

정말 자신이 슈퍼모델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냥 이곳에 눌러살았을 것이다.

“하이스 올리베이라 양! 탑승시간이 됐습니다.”

아쉽게도 승무원이 다가와 그녀에게 탑승하라고 종용했다.

하이스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쪽!

그녀는 마지막으로 대한에게 키스하고는 몸을 돌렸다.

“하이스! 잘 가! 또 보자.”

“대한! 안녕!”

하이스는 끝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대한도 그녀의 모습을 보자 괜히 가슴이 뭉클해졌다.

“도착하면 연락할게!”

“그래. 언제든지 전화해!”

“대한! 건강하게 잘 있어.”

“응, 하이스도.”

하이스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억지로 웃었다.

그리고는 입국장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퍼스트 클래스라서 보안검색대 앞에 그녀의 말고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출국 심사를 마치고 그녀는 게이트로 사라져갔다.

대한은 하이스의 뒷모습이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스터! 갔습니다.

‘나노셀은 투여했어?’

―네, 앞으로 하이스 올리베이라 양은 잔병 없이 잘 지내게 될 것입니다.

‘수고했어.’

―천만에요.

에바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대한은 몸을 돌려 출구로 걸어갔다.

‘안드로이드를 업그레이드해서 몸을 가진다고 하지 않았어?’

―맞습니다.

‘그런데 왜 사흘이 지났는데도 몸은 없고 내 눈앞에 가분수 모습뿐이야?’

―몇 가지 테스트를 할 게 남아서 그렇습니다.

‘심각한 문제야?’

―아닙니다. 그냥 사소하고 자잘한 것들입니다.

‘그럼 다행이고.’

대한이 인천공항의 여객터미널을 빠져나오자 그의 앞으로 차가 섰다.

문이 열리자 B1 최강철, M1 김철수의 모습이 보였다.

차 문을 열어주자 그는 뒷좌석에 올라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일단 집으로 가자.”

대한은 먼저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어머니 김혜영을 만나기 위해서다.

나노셀을 투여한 지 이틀이나 됐다.

이제 얼마나 변했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리고 현재 그의 집은 청담동이다.

보강공사와 개보수가 끝난 한강 변의 고급빌라!

리츠빌라 13층 펜트하우스가 대한의 새집이었다.

―마스터! 혹시 어머니를 만나시려는 겁니까?

‘응, 왜?’

―펜트하우스 집으로 가는 것이라면 모를까, 아래층은 방문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왜?’

그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러자 에바가 조심스럽게 이유를 설명했다.

―두 분이 지금 좋은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좋은 시간?’

―직접 보시겠습니까? 욕조에 장미꽃을 뿌려놓고 두 분이 지금…….

‘거기까지. 이제 알았어. 무슨 말인지.’

도저히 더는 들을 수 없었다.

아니, 보고 싶지도 않았다.

‘이러다 늦둥이 생기는 거 아니야?’

대한은 왠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도 과히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형제자매가 없는 그에게 동생이 생긴다면 아주 기쁠 것이다.

문제는 동생이 생긴다기보다는 아들이나 딸 같은 느낌일 것 같아서 걱정이었다.

―확실한 거 하나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게 뭔데?’

―마스터의 어머니께서 아주 미인이 되셨습니다. 아버지의 눈이 확 돌아가실 정도로요.

‘아!’

그럼 된 거다.

사실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것을 빼면.

나노셀을 주입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대한타워는 어떻게 됐어?’

―보강공사는 끝났고 일부 개보수 공사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대한타워 20층 펜트하우스는 이미 모든 공사가 끝났습니다.

‘인테리어도 다 된 거야?’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20층 전체를 강화하고 보호막을 쳐놓았습니다. 미사일이 날아와도 버틸 수 있습니다.

에바는 자신감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대한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내가 지금 그거 묻는 거야? 인테리어가 얼마나 잘됐냐고 묻는 거지.’

―아! 그렇습니까? 그럼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볼트 행성 최고의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만든 설계도를 참조해 인테리어를 마쳤습니다.

‘오오! 그으래?’

그제야 그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럼 가봐야지.’

―알겠습니다. 목적지를 청담동 펜트하우스에서 테헤란로의 대한타워 펜트하우스로 돌리겠습니다.

에바는 즉시 B1 최강철과 M1 김철수에게 목적지 변경을 알렸다.

대한을 태운 차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갔다.

창문 밖을 멍하게 바라보던 그는 심심해서 차 안에 있는 TV를 틀었다.

마침 뉴스가 나왔는데 일본의 포경선이 고래를 잡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들을 막으려고 해양 환경보호단체의 선박 시셰퍼드(Sea shepherd)가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다.

“아니, 이놈들이 미쳤나? 왜 전 세계가 고래멸종을 막기 위해서 사냥을 금지하는 것을 굳이 포경하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거야?”

대한은 일본의 포경 뉴스를 보자 절로 짜증이 솟구쳤다.

그런데 다음 뉴스를 보자 더 화가 났다.

“세상에.”

그는 입을 떡 벌리고 놀라야 했다.

북태평양에 무려 한반도의 7배의 크기에 달하는 쓰레기 섬이 존재했다.

그중 대부분이 플라스틱이었다.

전체 쓰레기의 양은 8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한은 그걸 쳐다보다가 에바를 불렀다.

‘에바, 지구 환경 보존을 위해서 저것 좀 치우자.’

―쓰레기 수거 선박을 보내시겠습니까?

‘그래야 할 것 같아. 가능하겠지?’

―물론입니다. 적당한 배를 사서 약간의 개조를 거치면 해상 부유 폐기물을 수거할 수 있습니다. 쓰레기를 수거한 후 곧바로 태워버릴 수 있습니다.

‘유독가스가 나오는 거 아니야?’

―플라스틱이 자외선을 받아 미세화하는 게 인류에게는 더 위험합니다.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이용하면 유독가스 배출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돈은 얼마나 들어갈 것 같아.’

―그거야 마스터의 의중에 달렸지요.

‘그럼 우리 비자금으로 지구에 좋은 일 좀 하자. 1억 달러로 시작해봐!’

―네, 마스터.

즉흥적이긴 했지만 이런 것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좋았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자외선을 받아 미세화가 되고 작은 물고기들이 그걸 먹이로 착각해 먹는다.

작은 물고기는 큰 물고기가 잡아먹고 결국 인간이 마지막 먹이사슬에서 물고기를 먹게 되면 몸에 미세화된 플라스틱이 쌓이게 된다.

어떤 나라가 이득을 보고 누가 피해를 주느냐를 따지는 것보다 그냥 당장 액션을 취하는 게 중요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해양 환경보호단체에도 좀 기부하자.’

―네, 얼마나 할까요?

‘거기도 1억 달러만 보내.’

―알겠습니다.

대한의 말에 에바는 즉각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내 선박회사에 해양부유쓰레기 수거 선박을 발주했다.

그리고 해양 환경보호단체에도 기부금을 보냈다.

그의 이런 결정으로 전 세계의 바다에 고래가 뛰어노는 날이 수십 년이나 앞당겨졌다.

부우웅!

차는 한강을 옆에 끼고 올림픽대로를 타고 달렸다.

그런데 하늘이 뿌옇게 변해있었다.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였다.

‘아오! 정말 오늘 왜 이러냐.’

―미세먼지 때문에 그러십니까?

‘응.’

―현재 서울특별시 전역에 미세먼지 경보가 내렸습니다.

‘에바! 확실하게 얘기해줘. 미세먼지 어디서 오는 거야?’

―중국에서 오는 겁니다.

에바의 대답에 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중국에서 자기들과는 무관하다고 그렇게 억지를 부렸지.’

―사실 중국의 주장은 말이 안 됩니다. 그들도 위성이 있으니 분명히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그렇게 발표하면 나라의 체면도 구겨지고 피해보상을 해줘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으니 오리발을 내미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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