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작곡(SS), 프로듀싱(SS)>
투명한 원기둥 모양의 캡슐!
그 안에 레저용 안드로이드 한기가 보였다.
전신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은 무척 아름다웠다.
스캔을 해보니 강화 및 업그레이드가 완벽하게 끝난 상태였다.
거기에다 인공두뇌까지 최신형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남은 것은 며칠 동안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었다.
―우주셔틀 1호에게 명령. 우주탐사선 히릭스로 이동, 의무실에서 레저용 안드로이드 L0를 가져올 것. 드롭 위치는 청담동 리츠빌라 13층 펜트하우스 거실.
―우주셔틀 보고. 모선으로 이동 시작. 마하 10까지 급가속.
스텔스 모드로 움직이는 우주셔틀!
마하 9.8이라는 속도를 내고 태평양 바다로 떨어진 NASA의 연구용 무인 비행기 X-43A의 신기록을 간단히 즈려밟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에바는 잠시 지켜보다가 지주회사 코레와 자회사들을 살펴봤다.
코레는 대한이 보유한 4,000억 원의 75%인 3000억 원을 투자해서 만든 지주회사다.
앞으로 상장할 것도 아니고 상장할 생각도 없었다.
지주회사가 만들어지자마자 3,000억 원의 자본금 대부분은 자회사를 만드는데 들어갔다.
전투 로봇과 다용도 휴머로이드 로봇, 가사용 안드로이드와 레저용 안드로이드가 총동원되어 입수·합병과 뒤처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미 인수·합병이 끝난 회사는 바로 조직개편에 들어갔다.
임원과 사원, 기술자와 연구원들을 꼼꼼하게 조사하고 살폈다.
그렇게 엄선한 자 중에 꼭 필요한 사람만 재계약을 했다.
비리를 저지른 자는 증거와 함께 그 나라의 경찰에 고발했다.
일할 생각이 없거나 능력이 전혀 안 되는 사람은 구조조정을 했다.
그런 다음, 능력이 있고 정직한 전문경영인을 전격적으로 사장에 앉혔다.
부족한 임원들도 미리 검증해놓은 유능한 사람들로 채웠다.
아직 인수 협상이 끝나지 않은 회사는 협상력을 집중시키거나 조건을 변경했다.
미리 정해놓은 마지노선이 있었기 때문에 협상의 진도에 따라 단계별로 변화를 주고 있었다.
코레디펜스에 드론, 위성, 레이저, PMC, 미사일, 레이더, 엔진 등으로 나눠 각각 자회사를 설립했다.
대부분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을 인수·합병했다.
그런 후 회사명을 바꿨다.
이게 가장 효율적이고 시간을 절약할 방법이었다.
먼저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각 자회사에 필요한 기술과 인원은 미리 엄선해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준비가 되면 바로 투입할 수 있었다.
코레의 자회사 중 가장 많은 자본금을 투자한 터라 자금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코레투자는 그레이트원과 휴즈원, BIGONE Company 등 에바가 관리하는 투자회사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1조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조달해 유치시켰다.
당연히 투자금은 비자금 일부였다.
앞으로 자기자본과 투자금을 합쳐 세계 곳곳의 증시와 선물시장에 투자하고 벤처투자와 사모펀드 모집도 병행할 것이다.
특히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는 예멘 후티 반군의 자폭 무인기 공격을 통해 대박을 터트릴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었다.
코레시스템은 IT 인재 영입에 집중하고 안티바이러스 및 시큐리티 시스템을 개발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코레테크는 히릭스에 업로드된 광대한 자료를 분석하여 꼭 필요한 특허를 사들이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기술을 사고파는 중계업무를 시작했다.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거라 많은 직원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다만 계약을 체결할 때는 누군가 직접 가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코레정밀은 당장 코레테크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게 되는 회사다.
부품과 소재 산업의 신기술과 특허 그리고 대체재 개발 등
많은 회사와 소통하느라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되도록 온라인과 전화를 이용해 최대한 사람을 많이 쓰지 않으려고 했다.
단 꼭 필요한 부품이나 소재는 로봇과 안드로이드를 통해 비밀리에 직접 만들어버렸다.
히릭스에 있는 공작실을 통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코레에너지도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끝내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전문경영인을 사장으로 앉히고 임원들을 영입하면서 수소 촉매와 연료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각 분야를 모듈형으로 나눠 서로가 자신의 분야에 집중하게 했다.
당연히 초소형 핵융합로와 수소 촉매와 연료전지의 핵심인 탄소나노공은 히릭스의 공작실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코레메디컬은 은밀하게 병원을 인수하고 이사장을 교체했다.
각종 장비를 수리 및 교체하고 바로 의사와 간호사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지킬 사람은 지키고 내보낼 사람은 빠르게 내보냈다.
그 뒤에 거액의 자본금을 투자하자 큰 혼란 없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갔다.
히릭스 의무실에서 양산하고 있는 나노셀을 가져다 비밀테스트를 봤다.
암 말기 환자와 당장 장기이식을 하지 않으면 위험한 중환자 몇 명을 엄선해 비밀리에 나노셀을 투여했다.
암세포 제거와 세포재생에 탁월한 효능을 보였다.
나노셀 양산이 성공하자 다음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료기기 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을 준비했다.
동시에 만약의 사태를 생각해 동티모르 총리와 접촉해 나노셀을 의료기기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해놓았다.
모르긴 해도 아마 적당히 대가만 낸다면 동티모르에서는 싫다고 할 일이 없을 것이다.
코레재단은 비영리법인으로 불우이웃, 소년소녀가장, 보육원, 양로원, 독립유공자 등을 돕고 장학사업과 환경보존을 위해 설립됐다.
대상은 1차로 대한민국 국민과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를 시작했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대신 확실한 대상을 선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코레엔터는 대한타워로 들어갈 예정이라 대한과 한새롬을 위한 메니지먼트에만 초점을 맞춰서 준비했다.
이번에 계약한 스포츠에이전트도 나중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코레의 자회사 중 유일하게 이름을 바꾸지 않은 게 대한TV다.
특성상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자본금을 대폭 확충해서 방송국으로 발전하기를 모색하고 있었다.
코레실드는 코레의 손자회사, 코레디펜스의 자회사다.
이번에 하청을 받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 탈황·정제 시설인 아브카이크(Buqayq) 단지를 지키기 위해 팀을 급파했다.
하지만 그동안 회사가 어렵다는 소문에 빠져나간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급하게 국내에서 인원을 충원하기로 했다.
특전사, UDT/SEAL, 이라크파병 유경험자 출신 등을 모집했다.
신입 팀원은 연봉 3만에서 4만 달러에 계약하기로 했다.
4년 차 이상의 팀장급은 8만 달러를 주기로 했다.
코레실드는 영어 때문에 한국 용병이 다른 외국인 용병에 비해 2만에서 3만 달러 정도 덜 받는 불이익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모집공고 하루 만에 많은 사람의 문의가 들어왔다.
한편, 납치가 빈번한 멕시코와 이라크 등에 지사를 내기로 했다.
시작은 전투 로봇을 하나씩 배정해 당장 능력부터 보여주기로 했다.
전체적인 정리가 끝나자 에바는 시선을 대한에게 돌렸다.
그는 이미 외출준비를 끝내놓고 있었다.
에바는 대한의 경호를 위해 B2 강성한, M2 이영수를 준비시켰다.
그리고 에어볼 4기로 만약의 사태를 대비시켰다.
대한이 에바를 불렀다.
‘에바!’
―네, 마스터!
에바는 오늘도 그를 위해 완벽한 봉사를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양동철은 갑자기 찾아온 손님을 보고는 눈을 깜빡였다.
“혹시 투자 때문에 오신 분이 맞나요?”
“맞는데요. 왜요? 제가 너무 어려서 그런가요?”
“아니. 뭐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대한은 일단 손을 내밀었다.
“코레투자의 이대한이라고 합니다.”
“용감한형님들, 아니 브레이브브라더스 엔터테인먼트의 양동철입니다.”
양동철도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붙잡았다.
왠지 모르지만 악수한 손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대한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이리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양동철은 슬쩍 손을 빼면서 자리를 권했다.
그는 자신의 거실마냥 편하게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에바를 불렀다.
‘에바!’
―네, 마스터. 피코셀을 주입했습니다. 재능흡수 대상자 양동철의 DNA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작곡은 확실할 거고 작사는 잘 모르겠네.’
―최대 재능이 작곡(SS)과 프로듀싱(SS)입니다.
‘그래?’
작사가 없는 게 살짝 안타까웠다.
하지만 프로듀싱(SS)이라는 재능이 있으니 어쩌면 더 잘 된 것일 수도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당연히 두 개 다 흡수해야지.’
―알겠습니다. 작곡(SS)과 프로듀싱(SS)을 흡수하겠습니다.
‘용감한 형님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작곡가 겸 프로듀서다.
당연히 그의 재능 작곡(SS)과 프로듀싱(SS)을 획득해야 한다.
“그런데 정말 우리 회사에 투자하러 오셨습니까?”
“네, 그런데 투자받을 의사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이런 건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대한도 굳이 투자할 생각은 없었다.
받아들이면 적당히 투자하고 싫다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알아서 거절해주니 고마웠다.
그의 마음은 느긋했다.
이미 가지고 싶은 것은 다 얻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무척 낯이 익습니다. 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나요?”
“혹시 아메리카TV나 유티비 안보세요?”
“어! 인제 보니 혹시 이대한 선수?”
“네, 맞습니다. 내가 그 이대한입니다.”
갑자기 양동철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그의 입가가 쫙 찢어지더니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을 때는 꼭 산적두목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웃음을 지으니 그래도 인상이 좀 나아졌다.
“하하하! 이거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실은 제가 이대한 선수의 팬입니다.”
“어느 쪽이세요? 축구? 아니면 격투기?”
“전부입니다. 이대한 선수, 아니 이대한 가수가 부른 노래들도 다 좋아합니다. 그거 본인이 직접 작사·작곡하셨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정말 보기 드문 명곡이라고 생각합니다. 3곡 모두 트렌드와 상관없이 아주 오래오래 히트할 노랩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좋게 보는 것이 아니라 팩트잖아요. 처음에 나오자마자 단번에 디지털 음반을 백만 개나 팔아치우더니 꾸준히 올라서 지금은 4백만 장을 넘겼다고 들었습니다.”
확실히 작곡가 겸 프로듀서라서 그런지 이런 쪽에 박식했다.
자신도 모르고 있던 디지털 음반 판매량을 알고 있다니 말이다.
“유티비에서 축구도 보고 종합격투기 장면도 봤습니다.”
“혹시 구독도 하셨나요?”
“물론이죠.”
“그럼 고객이시네요.”
“하하하! 맞습니다. 제가 대한 씨의 팬이자 고객입니다.”
양동철은 엄청 친근하게 굴었다.
정말 자신의 팬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언제 투자자가 됐습니까?”
“제가 투자회사를 하나 차렸거든요.”
“투자를 받아서 투자하는 게 아닌가 보네요.”
“제 돈으로 투자만 하고 있습니다. 뭐 아주 투자금을 안 받는 것은 아닙니다만 공식적으로 투자금 유치를 한 적은 없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대한은 양동철이 의외로 자신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헬레나 고메스와는 친하시죠?”
“네, 좀 친한 편입니다. 그런데 중국여행을 오래 해서 요새는 연락이 좀 뜸하네요.”
“마리아나 그란데도 친분이 있으신 것 같던데.”
“몇 번 얼굴을 본 사이입니다. 자꾸 전화가 오긴 합니다만 별로 같이 공연하고 싶지 않아서 빼고 있습니다.”
“그래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니 나름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손가락을 흔들었다.
“참고로 테일러 스위트와는 친하지 않습니다.”
“안 그래도 그걸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왜요? 만나야 할 일이 있나요?”
“곡을 써놓은 게 있는데 테일러 스위트에게 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 연락이 닿으면 한번 물어봐 드리죠.”
“그렇게 해주신다면야 저야 고맙죠.”
물론 연락이 닿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그 전제는 바로 올리버였다.
테일러 스위트가 올리버와 친하게 얘기하는 것을 봤었다.
그러지 올리버가 전화를 주지 않으면 그녀에게 연락할 일은 없는 것이다.
어쨌든 양동철은 대한의 호의에 고마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