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코레(Coré)>
처음에는 좀 망설였다.
하지만 방송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망가져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대한은 어쩐지 하이스와 이렇게 노는 게 재미있어졌다.
사실, 이 정도는 야한 것도 아니다.
미국이나 브라질에서는 이것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선정적인 게임이 많았다.
어쨌든 그 바람에 그녀는 게임을 핑계로 사심을 꽉꽉 채울 수 있었다.
[LAHanin: 개부럽누!]
[NewYorkUstudent: 이게 실화냐!]
[BirajRai: Wow! 두 분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SweetOmg: 아오! 달달하다.]
[enderzyl: 적당히들 해라! 너희들 사심 채우지 말고.]
[Spirál: 아주 대놓고 키스를 하네.]
[Brian Buroff: 하이스는 빠꾸가 없어.]
[Flash: 용감한 돌직구녀!]
[MyVideos: 장래희망은 역시 대한이지.]
[KidzFuture: 저 뚱뚱보가 이제는 백조가 됐네.]
[Drake xDrDjMonopoli: 빼빼로 게임이 저런 거였구나. 나도 한번 써먹어 봐야지.]
[TheColdFire: 빼빼로 과자 어디서 팔아요?]
[Felix: 이러다 대한과 하이스 존버충 생기겠다.]
채팅 창은 하이스의 직진에 놀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렇게 시작한 게임은 30분 동안 아주 다양하게 진행됐다.
대한은 머리를 써서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농간을 피해갔다.
그러자 하이스는 오히려 더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잠시 광고를 내보내고 휴식을 취했다.
그런 후 이번에는 게임방송을 했다.
종목은 당연히 세계적인 온라인게임 배틀 가디언(Battle Guardian)이었다.
대한과 하이스는 한편이 됐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 파밍을 하고 곧바로 양학을 시작했다.
타타타탕 타타타탕!
신들린 듯한 컨트롤과 완벽한 게임운영!
시청자들은 그저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하이스는 대한의 활약에 힘입어 오랜만에 시원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
그녀는 부지런히 그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대한이 흘려놓은 것을 막타로 쳐서 킬 수를 올렸다.
그의 신기에 가까운 사격과 적중률!
그리고 기상천외한 꼼수들이 난무했다.
보는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웃기 바빴다.
대한이 왜 게임방송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하이스는 오늘에야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다.
배그를 끝내고 나자 이번에는 하이스의 패션특강이 있었다.
세계적인 슈퍼모델로 우뚝 선 그녀다.
전 세계의 런웨이를 좁다 하고 누비고 다니는 패션모델!
그녀의 비법이 아낌없이 공개됐다.
남자들은 조금 지루해했다.
하지만, 여자들은 아니었다.
어디 가서 돈을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꿀팁들이 대가 없이 전수되고 있었다.
대한은 스튜디오 한쪽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하이스의 거침없이 단순명쾌한 강의를 들으며 에바를 불렀다.
‘에바!’
―네, 마스터.
‘지주회사 설립은 어떻게 됐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에바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대한이 힐끗 그녀를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는 허공에 도표를 띄워 그의 이해를 도왔다.
―지주회사의 이름은 마스터가 원하는 대로 코레(Coré)로 했어요.
‘잘했군.’
―지주회사 코레의 밑으로 자회사 10개를 세우고 있습니다.
‘10개씩이나?’
자회사를 10개나 세운다는 말에 대한의 시선이 절로 에바에게 집중됐다.
―사실 그것도 적은 겁니다.
‘일단 어떤 자회사를 세우고 있는지부터 말해봐!’
―코레디펜스, 코레투자, 코레시스템, 코레테크, 코레정밀, 코레에너지, 코레메디컬, 코레재단, 코레엔터, 대한TV 이렇게 총 10개입니다.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그렇지 않습니다. 마스터가 원하는 것을 하려면 최소 이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하긴 뭐 자회사의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
5개쯤 예상했다가 10개가 되자 좀 놀라기는 했다.
하지만 정말 숫자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당연히 내실이 중요했다.
―그럼 하나씩 설명을 하겠습니다.
‘그래.’
대한은 다시 느긋하게 소파에 등을 기대고 에바의 설명을 들었다.
―먼저 코레는 지주회사로 마스터가 100% 지분을 가집니다. 10개의 자회사도 기본적으로 코레에서 100% 지분을 갖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코레에서 100% 투자한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첫 번째 자회사는 코레디펜스입니다. 여기서 드론, 위성, 레이저포, PMC, 미사일, 레이더, 터보팬 엔진을 개발할 겁니다.
‘디펜스란 말이 들어가는 것을 보니 이게 방산업체가 되겠군.’
―네, 회사를 설립하는 것보다는 적당한 방산업체를 인수·합병하는 게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부도 위기에 몰린 방산업체 3곳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에바의 정석적인 진행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자회사는 코레투자입니다. 말 그대로 앞으로 마스터께서 투자하실 때 코레투자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그레이트원이나 휴즈원과 거래하실 때도 코레투자를 거치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게 하지.’
―참고로 오늘 휴즈원에서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소속 왕다오 비서와 1억 달러의 비자금 거래를 성사시켰습니다. 중국 10대 인터넷 기업의 주식을 골고루 받고 대신 스위스 은행에 비자금을 꽂아줬습니다.
‘반응이 궁금하군.’
―아주 좋아하더군요. 상부에 보고하고 나서 반응이 좋으면 앞으로 거래를 늘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아주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왔어.’
대한은 크게 기뻐했다.
왕다오를 통해 중국공산당 최고위층에게 비자금을 만들어 준 것은 단순히 쉽게 돈을 벌겠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나중에 필요에 따라, 이건 그들의 목을 죌 수 있는 올무가 될 수도 있고, 발목을 잡을 족쇄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받은 주식은 어떻게 했지?’
―바이투는 전망이 좋지 않아 바로 팔아서 투자금과 수익금을 회수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주식들은 중국증시의 상황을 지켜보며 최적의 매도 시점을 살피고 있습니다.
그는 중국증시에 관해 잘 몰랐다.
그래서 어떤 이견도 제시할 수 없었다.
에바가 알아서 잘하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갔다.
―세 번째 자회사는 코레시스템입니다. 해킹과 크래킹, 안티바이러스 등 보안 분야를 담당할 겁니다. 특히 앞으로 개발할 전자전에 들어갈 각종 소프트웨어도 여기서 만들 계획입니다.
‘인수할 만한 기업이 있어?’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중소기업 몇 개를 인수해서 합병을 시켜도 좋을 것입니다.
‘그것도 괜찮겠군.’
방법은 많았다.
워낙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기술력이 뛰어나도 자금이 딸려 살아남지 못하고 도산하는 중소기업들도 많았다.
입수·합병을 통해 쓸만한 인재를 골라낸다면 빠르게 회사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 자회사는 코레테크입니다. 특허 및 기술에 관해 전담하는 회사입니다. 쓸만한 첨단기술을 사고파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가 투자하는 중소기업에 기술이전도 담당할 예정입니다.
‘나중에는 특허 괴물과 비슷해질 것 같군.’
―그 정도로 박하게 굴 생각은 아닙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일이다.
괜찮은 중소기업을 골라 투자하고 기술을 전수해줘서 키워놓으면 나중에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또 그렇게 해서 대기업이 된 회사는 자연스럽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에바의 다음 설명이 이어졌다.
―다섯 번째 자회사는 코레정밀입니다. 부품과 소재를 전문적으로 다룰 생각입니다.
‘오! 이거야말로 당장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회사로군.’
―그렇습니다. 이미 선진국이 점령하고 있는 부품과 소재 산업을 살펴봤습니다. 특히 일본이 독점하고 있는 분야나 경쟁력이 높은 기업들은 전부 파악해놨습니다. 어차피 기술이야 차고도 넘치니 적당한 기업과 협력해서 대일 무역역조와 의존도를 해소해보겠습니다.
‘그래. 지금은 이게 꼭 필요한 시점이지.’
일본의 일방적인 억지에서 시작된 한일무역갈등!
그들이 일부러 의도한 것이라 해소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각종 부품과 소재의 수출금지는 대한민국 산업의 근간을 흔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전혀 일본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오히려 빠르게 일본의 의존도를 벗어버리고 수입처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또한, 대체할 부품과 소재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국산화에 박차를 가했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긴 하다.
하지만 대한이 끼어든다면 그 시간이 빠르게 단축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돈도 벌고 나라도 도와주는 일거양득의 노림수였다.
―국산화가 가능한 건 기술료를 받고 기술이전을 해줄 생각입니다. 대체할 수 없다면 일본의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아예 직접 제작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부품과 소재 산업의 강국이 되어있겠지.’
―여섯 번째는 코레에너지입니다.
에너지 분야는 대한도 깊은 관심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벌일 생각입니다. 수소생산, 촉매개발, 연료전지 개발, 초소형 핵융합로 제작 등 벌일 사업이 좀 많습니다.
‘수소생산은 어떻게 할 건데? 천연가스에 포함된 메탄을 수증기와 개질시켜서 얻을 거야? 아니면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부생수소를 얻을 거야? 그것도 아니면 전기분해?’
―일단 초소형 핵융합로를 만들고 발전을 할 겁니다. 거기에서 나오는 전기로 소금물을 전기분해할 생각이에요.
‘아! 핵융합로!’
사실 핵융합로만 만들 수 있다면 얘기는 끝이다.
그런데 에바는 핵융합로를 만들더라도 그걸 굳이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수소 생태계를 만들어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벌이려는 것이다.
―공정 중에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포집해 메탄가스를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매집한다면 지구온난화 방지에 이바지하는 셈이네.’
―그렇죠. 전기분해를 통해 만들어진 수소와 소금을 팔고 연료전지를 생산할 겁니다. 수소 발생을 위한 백금 촉매는 가격이 저렴한 니켈 베이스의 허니컴 탄소나노공 촉매로 대체해 효율을 극대화하려고 합니다.
‘그 정도만 해도 기존의 수소생산과 연료전지의 효율이 크게 개선되겠지?’
―네, 맞습니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00배까지 효율이 향상될 거예요. 그렇게만 된다면 수소와 연료전지의 가격이 엄청나게 내려가겠죠.
‘사실 촉매만 만들어 팔아도 돈은 충분히 벌겠다.’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만들 촉매의 핵심인 탄소나노공은 설사 기술이전을 해준다고 해도 지구의 나노기술이 너무 낮아서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릴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건 저희가 직접 만들어서 판매해야 합니다.
지구의 나노기술은 감히 볼트 행성의 스파이럴 대제국에 비교할 수조차 없다.
그리고 나노기술은 탄소나노공에만 쓰는 것도 아니다.
―일곱 번째 자회사는 코레메디컬입니다. 나노셀을 만들어서 보급할 예정입니다.
‘피코셀을 만들지 않고?’
―피코셀은 저희가 만들어 쓰기도 빠듯합니다. 그러니 차라리 만들기 쉬운 나노셀을 양산해서 세계의 의료계를 점령해버리는 겁니다.
에바는 마치 세계정복을 하는 독재자라도 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노셀이 만들기 쉬운가 보지?’
―물론이죠. 나노셀이 1이라면 피코셀은 100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스파이럴 제국처럼 나이트를 만들 게 아니라면 사실 나노셀만으로도 건강을 지키는 데 충분합니다.
‘그렇군. 이건 좀 빨리 진행해봐!’
세상에 아픈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나노셀만 있다면 아마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고통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나노셀을 양산해서 마구 뿌려대지는 않을 것이다.
한 분야씩 차근차근 정복하며 나가야 한다.
―여덟 번째 자회사는 코레재단입니다. 가난하고 불우한 이웃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장학사업과 독립유공자 후손지원, 환경보존을 위해 힘을 쓸 생각입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재정은 마스터께서 지정해주셔야 합니다.
‘내가 번 돈에서 10분의 1을 투자하지. 그리고 비자금을 통해 번 수익금에서도 10분의 1을 투입하는 것으로 하자.’
―네, 마스터.
코레재단은 절대 사람의 손에 맡겨두지 않을 것이다.
비리 문제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조직의 효율성 때문이다.
이런 사업은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일도 많아지고 직원도 늘어난다.
그럼 어느 순간부터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돈보다 조직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더 늘어나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현상이 생긴다.
그러느니 차라리 인공지능과 안드로이드를 동원해 조직을 최소화하고, 슬림하게 운영하는 게 낫다.
―아홉 번째 자회사는 코레엔터입니다. 연예인 메니지먼트와 볼트 행성에 등록된 여러 명작을 음원으로 등록시키는 일을 하게 될 겁니다.
‘연예인만 할 거야? 그럼 나는?’
―시작을 연예인으로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당연히 스포츠 스타도 포함됩니다. 일단 한새롬과 마스터께서 코레엔터의 첫 고객이 돼주셔야겠네요.
‘그거야 당연히 그래야지. 일단 둘이 시작하고 차츰 늘려나가면 되겠네.’
―맞습니다. 사실 코레엔터는 마스터 때문에 하는 겁니다.
에바의 당연한 말에 대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망의 열 번째 자회사가 발표됐다.
‘마지막 자회사는 대한TV입니다. 역시 마스터의 개인방송을 위주로 방송송출과 광고를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하고 광고 제작에도 손을 대볼 생각입니다.’
―오케이. 그 정도면 됐다.
대충 큰 얼개는 만들어졌다.
이제는 하나씩 꼼꼼하게 일을 실현해나가는 일만 남았다.
이렇게 에바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하이스는 혼자서 열심히 텐션을 올리며 신나게 방송을 했다.
그래도 30분이 지나자 당이 떨어지는지.
급격히 힘이 빠지는 모습이었다.
‘에바! 백두타워와 청담동 강변의 리츠빌라 보강공사 좀 빨리해!’
―네, 마스터. 지금도 24시간 풀로 돌리고 있습니다.
‘그래.’
대한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배터리가 방전된 하이스를 구해주러 가야 할 시간이다.
그가 카메라에 얼굴을 비치자 하이스가 냉큼 다가와 팔짱을 꼈다.
대한은 그녀에게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바통터치를 했다.
오늘도 대한TV는 시청자들의 열화같은 성원 속에서 아름답게 방송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