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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168화 (167/331)

168화 <그녀가 왔다>

그동안 남자를 몇 번 만나봤다.

하지만 전부 시시했다.

그저 어떻게 자신과 몸을 한번 섞어볼까 들이대는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대한이 더욱 보고 싶었다.

중국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그녀는 참을 수가 없었다.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 표를 알아봤다.

다행히 며칠 일정이 비어있어서 이렇게 급하게나마 올 수 있었다.

물론 올리버의 심부름도 겸해서 말이다.

덕분에 그녀는 공짜로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왔다.

그래서인지 하이스는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인천공항에서 여기로 바로 온 거지?”

“응.”

“옷도 안 갈아입었겠네?”

“맞아.”

“그럼 나가서 씻고, 옷이라도 좀 갈아입어.”

“알았어. 금방 올게.”

“아니야. 기왕 방송하는 거 하이스의 매력을 담을 수 있는 옷을 입고 와! 메이크업도 좀 하고 알았지?”

“헤헤! 알았어. 이래 봬도 나 세계적인 슈퍼모델이야.”

“크크, 인정!”

“큭큭큭!”

하이스는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하고 스튜디오를 나갔다.

대한의 말을 듣기라도 했는지 그녀는 곧바로 대한TV의 코디들에게 휩싸였다.

‘에바! 다시 방송하자.’

―네, 마스터.

에바가 카메라를 켜주자 대한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하이스가 오랜만에 만나서 좀 흥분한 모양입니다.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그의 사과에 채팅 창은 불이 났다.

[Rora232: 어떻게 대한의 허락도 없이 키스할 수 있지?]

[Naive: 아니 왜 받아준 거예요. 딱 거절했어야지.]

[Kein: 앞으로 둘이 사귈 건가요?]

[ICE371: 둘이 잘 어울려요.]

[Pujatra: 와우! 하이스가 이렇게 저돌적이네.]

[RobAdrian: 많이 좋아하나 보다.]

[BlitzZPlayz: 많이 보고 싶었겠지.]

[Peppa Pig: 조만간 스캔들 나겠는데.]

[MonkeyDLuffy: 아오! 대한이 너무 부러워!]

[CCM4532: 하이스 파이팅!]

별의별 얘기들이 다 쏟아져나왔다.

특히 해외 팬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하이스의 행동을 못마땅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녀에게 관대했다.

오히려 하이스의 용기에 잘되라고 응원해주는 시청자도 많았다.

“여러분! 조금만 기다리시면 슈퍼모델 하이스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자리를 옮겨서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공지에 올린 것처럼 오늘부터 새로운 콘텐츠를 시작하겠습니다. 제목은 ‘소원을 말해봐!’입니다.”

대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녀시대의 히트곡 ‘소원을 말해봐’ 가 잠깐 흘러나왔다.

“콘텐츠의 콘셉트는 간단합니다. 여러분이 좋은 사연을 적어 보내주시면 저희가 그중 몇 개를 선택해서 투표이벤트를 할 겁니다. 가장 많은 득표를 얻은 사연을 선택해서 제가 소원을 들어주는 겁니다.”

에바는 화면에 이해하기 쉽도록 애니메이션을 섞어서 올렸다.

시청자들은 대한의 말을 듣고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만으로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소원이든지 들어드립니다…라는 말은 못 하겠고, 최선을 다해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그러니 설사 실패하더라도 저를 너무 나무라지는 말아주세요. 아셨죠?”

다들 채팅 창에 알겠다고 ‘OK’나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린 이모티콘을 올렸다.

대한은 잠시 그대로 앉아서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어떤 사연을 올릴지 물어보는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을 해줬다.

대부분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사연을 올리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도 이 부분에 관해서는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밖에서 메모가 올라왔다.

하이스가 준비를 끝마쳤다는 것이다.

대한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러분! 드디어 하이스가 돌아왔습니다. 박수로 맞아주세요.”

환한 미소를 지으면 그는 손뼉을 쳤다.

짝짝짝짝!

신나는 댄스음악이 켜졌다.

사방에서 조명이 돌아가면 불이 번쩍거렸다.

그러자 스튜디오의 문이 활짝 열렸다.

가슴이 반쯤 파인 하얀색 시스루 원피스를 입은 하이스가 패션쇼의 런웨이(runway)를 걷듯 멋지게 걸어들어왔다.

그녀의 워킹은 보는 사람의 눈까지 시원하게 만들었다.

[Ultra: 미친 몸매다.]

[SuperMen: 각선미가 예술이다.]

[LongTime: 저게 사람의 몸매냐?]

[Terrorist Amerikka: 신이 내린 미모다.]

[VariousVideos: 역시 슈퍼모델!]

[Elley: 오우야! 클래스가 다르네.]

[Value2020: 대박!]

[JesusComing: 환상적이다.]

[LoisePOP: 판타스틱하다. 너무 부러워!]

[KPOPLover: 대한은 좋겠다. 저런 미녀와 키스도 하고.]

[KoreanWave: 개부럽!]

[Var: 귀엽고 섹시하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이스는 마치 그걸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감 넘치는 포즈를 취했다.

역시 슈퍼모델은 달랐다.

서 있는 자체가 화보요, 동작 하나하나가 패션잡지의 표지였다.

그녀는 스튜디오를 활보하다가 대한에게 다가왔다.

그의 뒤로 돌아가 돌연 백허그를 했다.

“나 어때?”

“와우! 최고야!”

하이스는 대한의 대답이 맘에 들었는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상이라도 내리는 것처럼 그의 뺨에 뽀뽀했다.

쪽!

대한이 힐끗 쳐다보자 그녀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상이야.”

“풋! 고맙다.”

그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음악과 조명이 꺼지자 대한은 하이스를 자신의 옆에 세웠다.

“여러분! 하이스가 누군지 잘 아시죠?”

“설마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그녀는 정말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당연히 자신이 누군지 다 알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채팅 창을 보니 정말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대한은 하이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유명하다는 것을 그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오늘은 하이스와 패션에 관해 얘기를 좀 나눠보겠습니다. 하이스! 괜찮지?”

“당연하지.”

그녀는 자신의 전공 분야가 나오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탈이었다.

대한은 그녀의 허리를 잡아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는 본격적인 토크쇼를 시작했다.

“그럼 하이스가 어떻게 모델에 입문했는지부터 얘기해볼까요?”

“그거야 당연히 브라질에서부터였죠. 사실 저는 모델이 되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런데…….”

하이스는 뉴욕에서 토크쇼에 나간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렵지 않게 대화를 잘 풀어나갔다.

그녀가 브라질에서 처음 모델을 시작해서 뉴욕에서 슈퍼모델로 성공하기까지.

정말 파란만장한 얘기들이 펼쳐졌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 보니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하이스의 얘기를 듣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광고 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채널 고정!”

대한의 말에 하이스가 재치있게 카메라에 대고 윙크를 날렸다.

카메라가 꺼지자 코디들이 몰려왔다.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이제 뭐 하지?”

“밥 먹어야지.”

“그러고 보니 배가 좀 고프다.”

“그럴 줄 알고 내가 맛있는 거 준비해놨어.”

“뭔데?”

“양 갈비야.”

“우와! 맛있겠다.”

하이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튜디오의 문이 열렸다.

안으로 바퀴가 달린 테이블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 위에는 양 갈비 스테이크가 3개씩 놓인 접시가 두 개 놓여있었다.

꿀꺽!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양 갈비 스테이크는 냄새만 맡아도 미칠 것만 같았다.

하이스가 어린아이처럼 뚫어지게 접시를 보고 있자 대한은 살짝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잠시만 기다려! 광고 끝나서 나서 먹자.”

“광고는 언제 끝나? 곧 끝나.”

그의 말이 신호였는지 코디들이 화면 밖으로 물러갔다.

대한은 카메라가 들어오자 곧바로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이제 먹방 시간입니다. 오늘은 하이스를 위해 양 갈비 스테이크를 준비했습니다.”

“…….”

“보시다시피 하이스의 기대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그제야 하이스는 얼른 고개를 들었다.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벌써 방송을 시작했냐는 원망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대한의 다음 말에 바로 태세전환을 했다.

“이제 같이 먹어볼까?”

“응!”

둘은 사이좋게 나란히 앉아 칼질을 시작했다.

나이프로 양 갈비 스테이크를 먹기 좋게 잘랐다.

그런 후 포크로 한 점 집어 입에 넣었다.

부드러운 육질과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으음! 맛있다.”

“정말 맛있네.”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의 눈도 마찬가지였다.

대한과 하이스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시청자들도 침을 삼키면서 그들이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이스! 그거 알아?”

“뭐?”

“고기는 이렇게 김치와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는 거 말이야. 냠냠!”

“아! 김치!”

그가 양 갈비 스테이크를 김치에 싸서 먹자 하이스도 바로 따라 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김치를 아주 잘 먹었다.

“어! 김치 먹을 줄 아네.”

“물론이지. 뉴욕에 한국식당이 얼마나 많은데.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가서 먹었어.”

“그랬군. 한식 중에서 어떤 게 제일 좋아?”

“갈비, 불고기, 삼겹살, 비빔밥, 잡채, 갈비탕…….”

대한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생각보다 한식을 많이 먹어본 모양이다.

아주 이름을 줄줄 외우고 있었다.

“정말 한식을 좋아하는구나. 그런데 어떻게 한국식당에 가게 됐어?”

“그, 그게.”

하이스는 갑자기 허둥지둥했다.

대한의 눈을 피하는 모습이 아무래도 수상했다.

“뭐야? 빨리 대답 안 해?”

그는 뭔가 낌새가 이상해서 자꾸 독촉했다.

그러자 그녀는 입술을 한번 꼭 깨물더니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사실은 대한이 보고 싶을 때마다 한국식당에 갔어. 한식을 먹고 나면 왠지 기분이 좋아졌어.”

“아!”

그는 카운터펀치를 맞은 사람처럼 얼음 땡이 되어버렸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어떻게 대꾸를 해야 할지 몰랐다.

[Kathy: Holy Shit! 이거 고백이지.]

[Drury: 대박! 한국식당 자주 간 것 같은데 그럼 그때마다 대한이 보고 싶었다는 거야? 응? 그런 거야?]

[GAMES: 지금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냐?]

[1Subscriber: 설마! 하이스가 대한을?]

[Sub2DaRk: 미쳤다. 고백해버렸어.]

[SubZero: 대한아! 이제 너 어떻게 하니?]

[Maria Beghini: LOL! 잭팟이다.]

[RelaxingHoney: ㅋㅋ 이거 아주 재미있어지네.]

[Crystal: 오! 리얼 드라마다. 이제 대한의 반응을 보자.]

[MHHM: WoW! 이게 웬 횡재냐!]

[Weird.O: 이건 사랑한다고 고백한 거나 마찬가지네.]

채팅 창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하이스에게 의외의 일격을 당한 대한!

그는 급히 접시를 향해 고개를 처박았다.

그리곤 열심히 양 갈비 스테이크를 먹는 척했다.

잠시 장내의 분위기가 아주 묘해졌다.

하지만 그녀의 뜬금없는 한 마디에 그만 맥없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대한! 이거 더 없어.”

“양 갈비 스테이크 더 먹고 싶어?”

“응.”

대한은 하이스의 접시를 쳐다봤다.

깨끗했다.

그새 양 갈비 스테이크 3개를 먹어치운 것이다.

이렇게 먹는데도 저런 몸매가 유지된다는 게 참 신기했다.

“이거 먹어.”

“대한은?”

그가 자신의 몫을 덜어서 주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난 네가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

“정말?”

“응.”

하이스는 순진하게도 그 말을 그대로 믿는 눈치였다.

그래서 대한이 주는 양 갈비 스테이크도 맛있게 다 먹어치웠다.

두 사람은 후식으로 케이크와 파이를 먹었다.

당연히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한 잔씩 가져와 곁들였다.

달콤한 디저트가 들어가자 대한과 하이스는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배가 부르자 그녀는 대뜸 게임을 제안했다.

“우리 게임을 하자.”

“어떤 게임?”

“빼빼로 게임!”

사심이 가득 담긴 하이스의 말에 대한은 다시 한번 얼어붙었다.

그런데 조 대리가 얼른 빼빼로를 가져다줬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쳐다봤다.

하지만 조 대리는 결코 그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우리 오늘 그동안 대한이 했던 게임들 하나씩 다 해보는 거야. 알았지.”

“아니 그것보다 봄 패션에 관해 얘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건 내일 해도 되잖아. 지금은 이것부터 하자.”

“내일도 나오려고?”

“그럼. 내가 많이 도와줘야지.”

하이스는 대한의 말에 넘어가지 않고 계속 직진했다.

오히려 닥치라는 듯 빼빼로 하나를 꺼내 그의 입에 물렸다.

“내가 먼저 할게.”

그녀는 곧바로 대한에게 달려들었다.

하이스는 정말 과자를 먹을 줄 몰랐다.

빼빼로 과자를 살살 음미하면서 먹는 게 얼마나 맛있는데.

그걸 전혀 모르고 있다.

아삭아삭 아삭아삭!

그녀의 입술이 마치 팩맨처럼 거침없이 다가왔다.

그러더니 입술은 물론이고 그의 이빨에 낀 빼빼로 과자까지 다 뽑아먹었다.

하이스의 만행에 당한 대한은 어이가 없었다.

“빼빼로 게임 이렇게 하는 게 아닌데.”

“되게 맛있다.”

하이스는 중의적인 표현을 쓰며 그를 쳐다봤다.

빼빼로 하나를 꺼내 이번에는 자신의 입에 물렸다.

“드루와! 드루와!”

“헐!”

어디서 이런 말을 배웠을까!

한류가 요새 애들을 이렇게 물들여놓은 게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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