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67화 (166/331)

167화 <청담동 집>

“대한아! 여기 몇 평이라고 했지?”

“분양면적 196㎡(59평)에 전용면적 172㎡(52평)이에요. 실제로는 베란다를 넓혀서 더 크다고 하네요. 지상 13층에 지하 1층, 총 13세대가 살고 있다고 했어요. 방 4개에 욕실 2개라는 거 알고 계시죠?”

“야! 너 머리 참 좋다. 어떻게 그걸 다 기억하니?”

“하하! 보통이죠. 참! 이곳 13층 펜트하우스는 거의 완벽한 복층 개념에다 전용면적이 80평 정도에요.”

“난 나가서 부엌을 좀 더 살펴봐야겠다.”

“난 옆방 좀 봐야겠다.”

“네, 그렇게 하세요.”

두 사람 모두 이곳이 마음에 들었는지 집을 더 둘러보기를 원했다.

문이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부동산 중개인이 다가왔다.

삼십 대 초반의 인상 좋은 얼굴을 한 여자는 유미래 실장이었다.

“어떻게 마음은 정하셨어요?”

“네, 두 분이 아주 마음에 들어 하시네요. 그런데 가격이 좀.”

“이거 급매로 나와서 5천이나 깎아드린 거예요.”

“5천만 더 깎아주시면 현찰로 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유미래 실장의 눈에 기광이 흘렀다.

“정말이죠?”

“네, 그리고 아까 이곳 리츠빌라에 매물이 더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곳 13층 펜트하우스 빼고, 아래층인 12층과 11층도 매물로 나와 있어요.”

“나란히 3개 층이네요.”

“그렇죠.”

대한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봤다.

펜트하우스인 13층 복층은 자신이 쓰고, 12층은 부모님, 11층은 안드로이드와 로봇을 들여놓으면 좋을 것 같았다.

“집주인이 전부 다른가요?”

“달라요.”

“그럼 매매가격이 어떻게 되죠?”

“둘 다 25억에 나왔어요.”

“음! 그거 전부 제가 살게요. 대신 가격은 좀 협상해봐야겠네요.”

“얼마나 생각하시는데요?”

“딱 1억씩만 깎죠. 그럼 바로 살게요.”

“알겠어요. 제가 힘 좀 써볼게요.”

유미래 실장은 잠시 밖으로 나가 전화를 걸었다.

30분 동안, 그녀는 집주인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그런데 밀고 당기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래도 다들 기본적으로 1억 정도는 깎아줄 용의가 있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거래가 성사되었다.

―마스터! 펜트하우스는 직접 사세요. 나머지 2개 층은 BIGONE에서 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왜?’

―그래야 세금을 적게 냅니다.

‘알았어. 법무법인 율율의 정반석 변호사와 유화정 회계사 불러!’

―네, 이미 불러서 이리로 오고 있습니다.

‘이제 법무법인 율율은 우리가 인수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것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먼저 마스터의 지주회사부터 세워야 합니다. 그런 후 법무법인 율율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게 순서입니다.

‘그래. 알아서 잘해봐!’

대한이 굳이 나설 일은 없었다.

에바도 있고, 그들의 직업이 변호사와 회계사니 알아서 잘할 것이다.

그가 창문을 통해 한강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에바가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마스터!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부탁이란 말에 대한의 귀가 쫑긋했다.

‘천하의 에바가 나한테 부탁할 게 뭐가 있어? 이미 히릭스까지 장악해놓고서.’

―한 가지 꼭 들어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게 뭔데?’

―저 몸을 가지고 싶습니다.

‘몸이라니?’

에바의 파격적인 말에 대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말 그대로 제가 쓸 몸이 필요합니다.

‘분신을 만들어 현신이라도 하겠다는 거군.’

―네에?

그녀는 그의 말을 단번에 알아듣지 못했다.

대한도 굳이 에바를 비꼬려는 의도는 없었다.

‘아니야. 그럼 어떤 몸을 가지려고? 안드로이드? 아니면 로봇?’

―현재 우주탐사선 히리스의 의무실에는 사망한 히릭스의 승무원들의 DNA와 생체정보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설마 복제를 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안 될까요?

‘복제인간이라!’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문제였다.

신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기에.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이건 너무 위험했다.

복제인간을 양산했다가 나중에 제어가 안 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다.

―마스터가 어떤 걱정을 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대량으로 복제하는 것도 아니고 딱 제가 쓸 몸 하나만 복제하겠습니다.

‘몸을 만들면 거기에 영혼이 들어가는 거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건 당연히 불가능하지요. 몸을 만든 후에는 안드로이드나 로봇에 들어가는 인공두뇌를 삽입할 겁니다.

‘완벽한 복제인간은 아니군.’

―완벽한 복제인간은 스파이럴 제국의 황실연구소도 못 만듭니다. 복제인간에 영혼을 안착시키는 건 신의 영역이라고 이미 판명 난 지 오랩니다.

그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됐다.

정말 마구 복제인간을 찍어 낼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신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역시 몸에 영혼을 불어넣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없는 절대 불가의 영역이었다.

그래도 대한은 함부로 대답하지 못했다.

논란의 여지를 없애려면 이런 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그럼 그동안은 어쩌려고?’

―레저용 안드로이드 1기를 개조해서 쓰려고 합니다.

‘음, 알았어. 일단 몸을 만들어봐! 결정은 그걸 보고 나서 할게.’

―예, 마스터! 감사합니다.

‘천만에. 그리고 아직 허락한 일도 아니잖아.’

―이미 허락하셨잖아요. 제가 안드로이드 1기 써도 된다고요.

‘아! 그게 그런 의미였구나.’

대한은 활짝 웃으면서 에바와 대화를 마쳤다.

에바는 대한에게 한국식으로 큰절을 올렸다.

그리곤 당장 히릭스 의무실을 가동했다.

레저용 안드로이드 1기를 데려와 히릭스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성능으로 업그레이드를 시작했다.

계산해보니 모든 과정이 끝나는데 무려 사흘이나 걸렸다.

하지만 에바는 일단 몸이 생긴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쁘기 그지없었다.

안드로이드를 업그레이드하고 나면 부함장의 몸을 복제할 것이다.

부함장의 신체는 스파이럴 제국에서도 최상위급이었다.

단 얼굴만은 확실히 다른 모습으로 성형하는 게 좋다.

계속 대한의 관심을 받으려면 이건 필수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당장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

대한은 유미래 실장과 부동산회사로 갔다.

이태산과 김혜영은 케인과 나단의 경호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차 한잔을 마시고 있자 집주인들이 한 명씩 나타났다.

어린 대한을 보고는 의구심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법무법인 율율의 정반석 변호사와 유화정 회계사가 도착하자 분위기가 일변했다.

호르륵!

대한은 굳이 집주인들과 말을 섞지 않았다.

고고하게 그저 홍차만 홀짝거릴 뿐이었다.

정반석과 유화정은 대한을 대신해 부동산매매 계약을 진행했다.

일단 집의 부동산등기부등본을 열람했다.

소유권이나 근저당권 설정 여부를 확인했다.

부동산 권리관계 등도 꼼꼼히 따졌다.

아무런 문제가 없자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펜트하우스는 비어있는 상태라 당장 자신의 계좌에서 매매대금을 한방에 냈다.

11층과 12층은 BIGONE에서 샀다.

그래서 계약금을 내고 중도금과 잔금을 내는 날짜를 상의했다.

대한이 두개 층을 임대해서 사용하겠다는 것은 나중에 따로 서류를 만들기로 했다.

거액의 돈이 폰뱅킹으로 이동했다.

정반석과 유화정은 빠르게 매매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소유권이전 등기와 전입신고 및 자동차 주소 변경과 양도소득세, 지방소득세, 취득세, 인지세, 지방교육세 납부도 대행해주기로 했다.

대한은 정반석과 유화정에게 이에 대한 위임장을 써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두 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천만에요.”

“새집을 사신 것 축하드립니다.”

정반석 변호사와 유화정 회계사는 나이 어린 대한에게 깍듯하게 대했다.

정반석은 그가 자신의 보스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유화정도 점점 커지고 있는 대한의 사업을 보며 절대 대한의 눈 밖에 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미 두 사람은 그가 얼마나 대단한 재력가가 됐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두 분과는 따로 할 얘기가 많으니 시간 내서 한번 보도록 하죠.”

“네,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저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정반석과 유화정의 고개가 더욱 유연하게 굽혀졌다.

유미래 실장도 얼굴이 환했다.

단번에 무려 3건이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자신에게 떨어질 중개수수료를 생각하니 절로 신이 났다.

그러면서도 대한의 정체가 무척 궁금한 눈치였다.

하지만 셋 다 입을 꼭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집주인들도 만족한 얼굴로 돌아갔다.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에바!’

―네, 마스터!

‘펜트하우스는 언제 손볼 거야?’

―로봇과 안드로이드를 지금 즉시 내려보내서 보강공사와 개보수를 진행하겠습니다.

역시 에바는 유능했다.

그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부동산회사를 나왔다.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의 물결이 오늘따라 무척 정겹게만 느껴졌다.

* * *

“안녕하세요! 대한TV의 대한입니다.”

대한은 카메라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면서 말했다.

“어때요? 저 캐주얼 정장도 나름 괜찮지 않나요?”

채팅 창을 보자 시청자들이 멋지다며 엄지 이모티콘을 올렸다.

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향해 얼굴을 살짝 들이댔다.

“잘 어울린다는 의견이 많아서 다행이네요. 사실 오늘 특별출연자가 오거든요. 그래서 제가 좀 차려입었습니다. 누구냐고요?”

대한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윙크를 했다.

“직접 보시죠.”

그가 손을 한쪽으로 펼치자 문이 열리면서 갑자기 누군가 쌩하고 달려왔다.

“대한!”

“어이쿠!”

사슴처럼 품에 안기는 하이스 올리베이라!

그녀를 품에 안으며 대한은 앓는 소리를 했다.

이건 그냥 안기는 레벨이 아니었다.

온몸을 허공으로 띄워서 날아오는 수준이었다.

하이스는 방송이고 나발이고 별 상관이 없는 듯했다.

그녀는 대한의 얼굴 전체에 마구 키스를 해버렸다.

그는 급히 자신의 몸을 돌려서 카메라에 얼굴이 찍히지 않게 했다.

하지만 하이스가 대한의 입술에 키스하는 장면은 이미 시청자들에게 캡처되어 올라오고 있었다.

대한은 에바를 동원해서 막을까 하다가 그냥 내버려 뒀다.

대신 크게 소리쳤다.

“여러분! 잠시 광고 보고 가실게요.”

그말에 에바가 즉시 광고를 띄웠다.

“하이스! 진정해!”

“대한!”

“나 여기 있으니까 진정… 흡!”

대한의 시도는 하이스의 키스 때문에 바로 원천봉쇄됐다.

잠시 반항을 해보던 그도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할 수 없이 그녀와 함께 진한 프렌치키스를 했다.

유아영 과장이 급히 안으로 들어와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조동혁 대리도 나서서 코디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그들의 도움으로 스튜디오는 오직 두 사람만 남게 됐다.

그걸 눈치챘는지 하이스가 더욱 열정적으로 달라붙었다.

만약 여기가 스튜디오가 아니었다면 아마 둘은 이미 사고를 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한동안 설왕설래가 오갔다.

욕심껏 대한의 입술을 탐한 하이스!

그제야 좀 살겠다는 표정을 하며 내려왔다.

“하이스! 살이 좀 쪘는데. 무거워서 죽는 줄 알았어.”

퍽!

하이스는 대한의 명치에 즉각 주먹을 휘둘렀다.

그는 허리를 굽히며 아파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자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그녀는 금세 얼굴을 펴고 냉큼 대한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보고 싶었어.”

“나도.”

“그런데 왜 그렇게 여행을 오래 했어? 기다리다가 지쳐서 죽는 줄 알았잖아.”

“그러게 말이야.”

“앞으로 여행하려면 나하고 같이하자.”

“그럴까?”

“응.”

그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칭얼댔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하이스!

어떤 면에서는 하이스의 이런 성격이 참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에는 어떻게 온 거야?”

“당연히 대한을 보러왔지.”

“정말?”

“응.”

대한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눈을 쳐다봤다.

살짝 동공이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하이스는 이내 이실직고를 했다.

“올리버가 나에게 부탁한 것도 있고.”

“그게 뭔데?”

“자기 대신에 대한에게 전해줄 물건이 있다고 해서 가져왔어.”

“아! 그렇구나.”

“그렇다고 올리버 심부름 때문에 온 건 아니야. 나 정말 대한이 많이 보고 싶었단 말이야.”

“알아. 그리고 믿어.”

“히잉! 진짜인데.”

하이스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비벼대며 애교를 부렸다.

대한은 그런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해줬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자. 지금은 방송해야 해.”

“알았어. 내가 도와줄게.”

“고마워!”

하이스는 그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이미 행복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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