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66화 (165/331)

166화 <반가운 얼굴>

“왜 안 따라 하세요?”

“그, 그거 말고 다른 거로 하죠.”

“오늘 변덕이 참 죽 끓듯 하네요.”

“…….”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했다.

그제야 그는 주변을 돌아봤다.

한새롬은 물론이고 스튜디오에 있는 모든 여자가 대한의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볼은 사과처럼 붉게 달아오른 채 말이다.

‘에바! 내가 뭐 잘못했어?’

―아닙니다. 마스터가 춤을 너무 매력적으로 추셔서 그런 모양입니다.

‘너무 야했단 말이야?’

―아주 섹시했다는 말입니다.

에바의 말을 듣고 나서야 어떻게 된 사정인지 깨달았다.

대한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췄던 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그러고 보니 정말 천천히 춤을 추니까 선정적인 느낌이 물씬 났다.

앞으로 춤을 출 때 이 동작을 넣을지는 두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대한은 아직 전혀 모르고 있었다.

춤 자체가 야한 것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이젠 누구보다 잘생긴 얼굴에 멋진 몸을 가지고 있는 대한이다.

그 몸으로 퇴폐적인 눈빛에 끼가 넘치는 춤을 춰대니 치명적인 매력이 터져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한의 몸짓에는 그가 의도하지 않아도 재능 춤(SS) 끼(SS), 매혹(S)이 칵테일처럼 섞여서 흘러나왔다.

“이건 어때요?”

“좋아요.”

이번에는 좀 산뜻한 느낌의 댄스를 선택했다.

덕분에 대한과 한새롬 모두 즐겁게 춤을 따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여러 가지 콘텐츠를 가지고 2시간 가까이 방송했다.

시간이 되어 마무리 인사를 했다.

채팅 창은 너무도 아쉬워하는 팬들이 가지 말라는 이모티콘을 도배했다.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자며 냉정히 방종했다.

“다들 수고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대한은 스튜디오에 있는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한새롬과 코디들도 서로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수고하셨어요.”

“고생 많았어요.”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고 유아영 과장과 조동혁 대리가 들어왔다.

그들도 이 대열에 기꺼이 합류해 분위기를 띄웠다.

그때, 한새롬이 대한에게 다가와 예쁘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 멋졌어요.”

“뭐가요?”

“전부요.”

“새롬 씨도 잘했어요.”

“정말요?”

“물론이죠. 이제는 프로가 다 됐네요.”

프로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한새롬은 대놓고 즐거워했다.

“반은 용서해드릴게요.”

“반씩이나요?”

그녀의 말에 대한은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러자 한새롬은 고개를 위로 치켜들더니 그냥 한번 던져본다는 듯 말했다.

“근사한 저녁이라도 사주시면 나머지도 용서해드릴 용의가 있어요.”

“그거야 당연히 제가 사드려야지요. 우리 대한TV의 마스코트이신데.”

“그럼 다음 주 주말 어때요?”

“좋아요.”

그는 그녀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한새롬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대한을 바라봤다.

그녀는 그의 옆으로 다가와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약속 절대 어기기 없기에요.”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대한의 장담에 그녀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한새롬은 하얀 손으로 그의 가슴을 한번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런 후! 멋지게 180도 회전을 하며 몸을 돌렸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삼단 같은 머리카락!

그녀의 동작을 따라 허공에 물결처럼 휘날렸다.

미약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녀로부터 전해진 상큼한 샴푸 냄새가 향기로웠다.

의도된 연출이지만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사장님! 오늘 최고였어요.”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유아영 과장과 조동혁 대리였다.

그들은 마치 주인을 만난 강아지처럼 반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도 반갑게 악수를 하며 잠시 얘기를 나눴다.

대한이 없었던 지난 1년 동안!

두 사람은 대한TV의 입지를 반석으로 다지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건 에바가 자신의 보조 모듈을 분석하고 확인한 사실이었다.

물론 보조 모듈이 어지간한 제안은 다 받아들였다.

손해를 봐도 몇억 정도였기 때문에 기획안은 다 받아들였다.

그래서 두 사람의 입지가 넓어지고 활동반경이 커진 점도 있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유 과장과 조 대리가 없었다면.

아마 대한TV는 기초가 흔들려 사상누각이 됐을 수도 있었다.

그 순간, 뒤에서 사내의 목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왔다.

“보스! 수고하셨습니다.”

“보스, 오랜만입니다.”

“보스! 살아계셨군요.”

“정말 보스네요.”

고개를 돌리자 케인, 나단, 데럴, 라이스가 대한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동안 그의 부모님을 경호하고 대한TV의 경비를 책임진 이들이다.

그런데 다들 얼굴이 뽀얀 것을 보니 놀고먹은 티가 났다.

“모두 반가워요.”

“보스!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전 잘 지냈어요. 그런데 여러분은 그동안 거저먹은 티가 나네요.”

“그럴 리가 있습니까! 대한민국의 치안이 좋은 덕분이지요.”

대한은 네 명의 백인에게 에워싸여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뭘 하고 다녔는지 물을 게 참 많았다.

그는 에바가 불러주는 대로 대충 이들의 질문에 대꾸해줬다.

그러다가 슬쩍 운을 뗐다.

“내가 PMC를 하나 열려고 하는데 혹시 관심 있는 사람 있어요?”

“PMC라면 Private Military Company를 말하는 겁니까?”

“맞아요. 민간군사기업을 하나 차리려고 합니다.”

“오마이갓!”

대한의 말에 다들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한국에서의 편안한 생활이 좋긴 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특수부대 출신의 요원이었다.

근본적으로 전사라는 말이다.

평화에 젖어 사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매캐한 화약과 총성이 난무하는 전장의 향기를 잊을 수는 없었다.

살 떨리는 그 긴장의 시간을 이제는 그리워하고 있었다.

눈빛이 활활 타오르는 네 명의 사내!

대한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더는 자극하지 않았다.

“다들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한번 추진해보렵니다.”

“언제, 어디에 차릴 생각입니까?”

“자세한 것은 나중에 따로 만나서 얘기하도록 하죠.”

“예, 보스.”

다들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모두 웃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은 케인과 나단, 데럴과 라이스를 뒤로하고 스튜디오를 빠져나갔다.

사무실로 들어가자 유 과장과 조 대리가 따라왔다.

“우리 잠깐 회의 좀 합시다.”

“네, 사장님.”

그들은 퇴근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좋다고 회의실 문을 열었다.

유 과장이 커피를 타왔다.

조 대리가 냉장고에서 과일과 음료수를 가져왔다.

“내 가방 좀 가져다주세요.”

“여기 있습니다.”

조 대리가 센스있게 대한의 가방을 옆에 가져다 놓았다.

그는 자신의 가방 안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냈다.

테이블 중앙을 치우고 그 위에다 활짝 펼쳐놓았다.

“어!”

“빌딩이네요.”

조동혁은 뭔가 눈치를 챈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유아영 과장은 이게 뭔가 하고 쳐다봤다.

대한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둘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건 미국의 BIGONE Company라는 곳에서 이번에 구매한 강남의 빌딩입니다.”

“…….”

“백두타워는 강남역과 역삼역 사이의 테헤란로의 한 모퉁이에 있습니다. 지상 20층에 지하 5층으로 꽤 크고 넓은 빌딩이에요.”

“혹시 우리 강남으로 이사 가는 건가요?”

조동혁 대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유아영 과장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리곤 이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대한은 살짝 뜸을 들이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백두타워의 관리를 내가 맡기로 했어요. 그래서 저렴한 가격에 몇 개의 층을 우리가 사용할 수 있게 됐어요.”

“와아!”

“드디어 우리가 강남으로 진출하게 됐군요.”

유 과장과 조 대리는 신이 난 표정이었다.

그는 한 손을 들어 이목을 집중시키고는 보충설명을 했다.

“당장 이사를 하는 것은 아니에요. 먼저 보강공사와 개보수를 할 거예요. 그런 다음 우리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할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앞으로 어떤 실내장식을 할지 결정하기만 하면 되는 거네요.”

“맞습니다.”

유 과장은 확실하게 감을 잡았다.

그러자 자연히 의욕이 폭발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가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보강공사부터 해야 한다는 말에 들뜬 마음을 꾹 눌러서 참고 있었다.

“앞으로 무척 바빠질 거예요. 대한TV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 중이거든요.”

“그럼 백두타워의 다른 층도 필요하겠는데요? 빌딩관리회사도 세워야 하고요.”

“맞아요. 그리고 백두타워는 앞으로 대한타워라고 부를 거예요.”

“오오! 멋있네요. 대한타워라니!”

빌딩을 소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리를 맡았다고 했다.

최소한 남의 집에 얹혀사는 느낌을 가지진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니 어떻게 계약하느냐에 따라 집주인 행세도 가능했다.

“지금까지 두 분이 아주 잘 해주셨습니다.”

“천만에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희야 그저 사장님의 이름 가지고 먹고산 건데요.”

“그렇지 않아요. 제가 오랫동안 여행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대한TV의 수익이 줄지 않고 오히려 회사가 커진 데에는 두 분이 노력이 지대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한의 칭찬에 유아영과 조동혁은 순간 울컥했다.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하지 않던가!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감는다고 그들의 숨은 노고를 알아주는 그의 말 한마디는 무척 임팩트가 컸다.

두 사람은 그동안의 고생과 스트레스가 뙤약볕 아래 놓인 눈처럼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이 부분은 제가 조만간 확실하게 보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유 과장과 조 대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대한이 어떤 보상을 해줄지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결코, 섭섭하게 보상하지는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충성도는 소리 없이 맥스를 찍어버렸다.

“앞으로 대한TV는 개인방송에서 벗어나 종합방송국으로 탈바꿈해나갈 것입니다. 이에 맞춰 여러분도 미리미리 준비를 좀 해주세요. 자금은 충분하게 투입하겠습니다. 그러니 인재를 영입하고 필요한 방송 장비를 갖추도록 합시다. 최상의 콘텐츠를 뽑을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네, 사장님.”

“예, 알겠습니다.”

유 과장과 조 대리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분명히 창대할 것이다.

대한은 그런 믿음으로 두 사람과 손을 꼭 잡고 파이팅을 외쳤다.

차가운 북풍한설에도 두발빌딩 3층은 뜨거운 열정으로 전혀 춥지가 않았다.

* * *

“어떠세요?”

“좋구나.”

커다란 통짜 유리를 통해 보이는 한강의 모습!

김혜영은 마치 뭔가에 홀린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저 아래 신청담나들목을 통하면 바로 한강공원으로 갈 수 있어요.”

“한강을 보면서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면 참 좋겠다.”

“아마 끝내주겠죠.”

대한과 김혜영은 신이 나서 한강 변의 삶을 마구 상상했다.

하지만 이태산은 옆에서 자꾸 뭐라고 혼자 구시렁거렸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이거 아무리 못 줘도 20억은 줘야 할 것 같은데. 아니냐?”

“맞아요. 매매가가 26억이에요.”

“뭐야?”

아들의 말에 놀란 김혜영이 크게 소리쳤다.

“아이고 깜짝이야. 애 떨어지는 줄 알았네.”

“당신은 애도 못 낳으면서 무슨 애가 떨어진다고 그래요?”

“좀 작게 말해. 밖에 부동산 중개인도 있잖아.”

“알았어요.”

이태산의 설명에 그제야 김혜영은 놀란 마음을 좀 가라앉혔다.

“대한아! 진짜 이 빌라가 26억이나 해?”

“예, 청담동에다 한강이 보이는 전망이 좋은 빌라라면 그 정도 하는 게 이상한 것도 아니죠.”

“그래도 너무 비싼 거 아니니? 서울 근교로 가면 이 돈으로 큰 저택도 짓겠다.”

김혜영은 아직 대한이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지 모른다.

대충 수십억의 돈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짐작만 하고 있었다.

만약 그가 보유한 현금이 4천억이라고 말한다면.

아마 당장 기절해버릴 것이다.

“집 커봐야 손만 많이 가요. 그러니까.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들어와 사세요. 나중에 마음에 안 들면 팔고 나가도 되잖아요. 청담동은 어지간하면 집값 잘 안 내려가요.”

“그으래?”

김혜영의 귀가 솔깃해졌다.

지금 사는 곳도 좋지만, 청담동 고급빌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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