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47화 (146/331)

147화 <장강 기지>

아무리 숫자가 두 배라고 해도 이쪽은 이미 적이 올 줄 알고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건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퉁 퉁 퉁 퉁!

다시 저격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류웨이가 뒤로 넘어갔다.

스노모빌이 뒤집히며 눈보라를 일으켰다.

“류웨이가 맞았다.”

“제길, 왕웨이! 언덕을 쏴라!”

“알았다. 크악!”

장웨이와 류웨이에 이어 왕웨이까지 저격에 당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우회하고 있는 리웨이뿐이다.

그런데 리웨이는 우회하다가 갑자기 반대로 달아났다.

이미 동료들이 당한 것을 알고는 도망을 치는 것이다.

4분대 안에서도 가장 친했던 ‘포(4) 웨이’다.

중국에서 가장 흔한 이름에 속하는 장웨이, 왕웨이, 리웨이, 류웨이!

이들 넷은 마치 형제처럼 뭉쳐 다녔었다.

하지만 막상 죽음 앞에 서자 리웨이는 복수 대신에 도주를 선택했다.

“의리 없는 놈이군.”

“동료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도 안 하고 그냥 가네.”

“마무리해!”

“알았어.”

이훈과 박종필은 리웨이를 보면서 욕을 했다.

박종필이 잠시 숨을 멈추고 방아쇠를 당겼다.

퉁 퉁!

스노모빌이 뒤집히며 리웨이가 쓰러졌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봤자 저격총의 사정거리 안이면 끝이다.

이훈과 박종필은 한동안 그대로 숨어서 쓰러져 있는 4명을 살펴봤다.

저격을 당했지만, 혹시라도 죽은 척 연기를 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10분이 지나자 처음 저격을 당했던 왕웨이가 꿈틀거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스노모빌로 기어갔다.

하지만 왕웨이의 행동은 이미 이훈에게 발각당한 상태였다.

“저놈은 직업을 바꿔야겠다.”

“연기하면 아주 대성하겠어.”

이훈과 박종필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왕웨이를 살폈다.

어느 순간 왕웨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스노모빌을 잡고는 시동을 켰다.

퉁 퉁!

그러나 눈보라를 뚫고 날아온 총알에 그대로 머리가 뚫려 버렸다.

왕웨이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앞으로 꼬꾸라졌다.

“한방씩 더 박아주고 움직이자.”

“조금 더 기다리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다가 놓치면 어떻게 해?”

“그것도 그렇네.”

이훈의 말에 박종필은 네 구의 시체를 향해 다시 한번 저격총을 발사했다.

이미 시체라서 전혀 미동이 없자 그들은 스노모빌을 타고 내려갔다.

둘은 이들의 소지품과 무기, 식량과 연료를 챙겼다.

“이거 부수입이 짭짤하네.”

“싸게 팔아도 좋으니까 들키는 않는 게 중요해.”

그때, 다시 한번 위성전화가 진동했다.

이훈과 박종필은 동시에 위성전화를 꺼내 확인했다.

“제기랄!”

“놓쳤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욕을 했다.

이훈과 박종필이 네 명의 중국 특수부대원들과 드잡이를 벌이고 있는 사이!

중국 탐사대는 빠르게 북극점을 향해 달려갔다.

이젠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눈보라가 치는 극야의 환경!

중국 탐사대를 쫓아가는 것은 이제 불가능에 가까웠다.

게다가 정보를 보내준 쪽에서 더 쫓아오면 위험하다고 거듭 경고했다.

“어쩔 수 없군.”

“그만 돌아가자.”

이훈과 박종필은 결국 눈물을 머금고 스노모빌을 돌렸다.

그래도 2인용이라 둘은 외롭지 않았다.

부아아앙!

시끄러운 소리가 일었지만 금방 눈보라에 먹혀버렸다.

스노모빌은 헤드라이트를 켜고 왔던 길을 빠르게 되돌아갔다.

한편, 대한은 에바를 통해 국정원 요원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보냈다.

그러면서 속으론 길게 탄식했다.

‘이 새끼들! 정말 지독하네.’

―그러게 말입니다.

‘어떻게 4분대 대원 4명을 미끼로 던지고 그냥 갈 생각을 했을까?’

―발생이 아주 쓰레기네요.

‘왕천과 황수센은 인간이 아니야. 다른 놈은 몰라도 이 두 놈은 어떻게든 응징을 해야겠다.’

―제가 좋은 방법을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대한과 에바는 의기투합해서 국안부 부국장 왕천과 황수센 탐사대장을 엿 먹일 방법을 의논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탐사대원들의 반응이었다.

4분대 대원 넷을 미끼로 버려두고 가는 일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한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유운비에게 슬쩍 물었다.

“운비! 인민해방군 특수부대 대원들에겐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풋, 특수부대원들에게 이 정도는 약과지. 아마 그들은 적을 처리하고 기지로 돌아갔을 거야.”

유운비가 4분대 대원 넷이 이미 죽었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이었다.

“난 설표돌격대 출신이라서 잘 모르겠다. 이렇게 대원들을 희생시켜도 되는지 말이야.”

“쉿! 말조심해. 우리 분대원 중에도 당에서 내려보낸 감시자가 있을 수 있어.”

“설마 그게 너는 아니겠지?”

“크크! 나였다면 넌 당장 이거야!”

유운비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그러면서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계속 웃고 있었다.

어쨌든 대한은 유운비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아무리 화가 나도 지금은 폭발시킬 수 없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뭐니 뭐니 해도 북극 공동 탐사였다.

부우우웅!

4대의 대형 스노비히클은 부지런히 눈보라를 뚫고 달려갔다.

어두운 세상에 뿌려지는 몇 개의 빛줄기는 그 자체만으로 큰 위안이 됐다.

헤드라이트와 스포트라이트마저 이 세상에 없었다면 아마 다들 회까닥해버렸을 것이다.

‘눈보라가 정말 지독하다.’

―기온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대한과 에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결국, 스노비히틀 한 대가 퍼지고 말았다.

“스노비히클로 고장이 난 스노비히클을 둘러싸!”

“뭐 하고 있어? 당장 저거 고쳐야지!”

“시간 없다. 응급처리만 하고 바로 이동하자!”

“빨리빨리 움직여!”

왕천과 황수센의 고함이 스노비히클 안까지 쩌렁쩌렁하게 들려왔다.

대한은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 그들이 하는 양을 지켜봤다.

각 분대에 스노비히클을 수리할 전문가가 한 명씩 존재했다.

그래서인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고장 났던 스노비히클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고장 나면 그냥 버리고 가면 되지.”

“지금 스노비히클이 문제가 아니야. 뒤에 연결된 트레일러의 짐이 문제지.”

“아참! 그렇지.”

유운비의 말에 대한은 자신의 머리를 한 대 쳤다.

확실히 그의 말이 맞았다.

스노비히클 따위야 기지촌에만 가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노비히클 뒤에 연결된 트레일러 안에 있는 장비를 잃어버린다면 탐사대에게는 치명적이었다.

부웅 부웅 부우우웅!

스노비히클은 다시 힘차게 설원을 달려가기 시작했다.

4대의 스노비히클 옆으로 4대의 스노모빌이 호위하듯 따라붙었다.

“좀 쉬어라!”

“그래. 난 좀 자야겠어.”

유운비는 대한의 말에 바로 맨 뒷좌석으로 갔다.

담요를 뒤집어쓰자 가늘게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 스노모빌을 타고 와서 북극 공동까지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스노모빌 4대를 뒤에 놓고(?) 와서 더더욱 그의 차례는 없었다.

스노비히클도 운전사가 따로 있어서 대한은 할 일이 없었다.

‘에바! 장비 좀 살펴보자.’

―무슨 장비요?

‘트레일러 뒤에 실린 장비들 말이야.’

―첫 번째 트레일러에는 고성능 소형기중기와 드론이 담겼네요.

‘드론?’

―네, 원래 중국이 드론 강국 아닙니까?

‘드론으로 북극 공동을 탐사할 생각이군.’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드론을 먼저 날려보고 다음으로 특수부대원들을 탐사대라는 이름으로 내려보내게 될 것이다.

대한은 시간이 갈수록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그만큼 북극 공동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나머지 대원들은 춥고 지루한 여정에 지쳐갔다.

그 와중에도 대원들은 스노비히클 안에서 먹고 마시고 싸고 잤다.

살을 에는 북풍에 스노비히클의 창문이 점점 차갑게 얼어붙고 있었다.

* * *

“도착했다.”

“와아아아!”

탐사대장 황수센의 말에 다들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렸다.

대한은 그들 사이로 날카로운 눈빛을 빛냈다.

대형 스노비히클 창문을 통해 전방에 불빛이 반짝였다.

북극 공동을 탐사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각국의 베이스캠프였다.

미국은 동쪽, 러시아는 남쪽, 유럽연합은 서쪽, 중국은 북쪽에 있었다.

니알슨에서는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것과는 달리.

이곳은 다들 소가 닭 보듯 한다.

절대 협력하지도 않고, 도와주지도 않는다.

아니 오히려 가까이 다가오면 상대방을 향해 무기를 겨누는 살벌한 곳이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던 황수센은 곧바로 차량을 우회시켰다.

“장강기지를 향해 서쪽으로 크게 우회한다.”

“예.”

장강기지는 중국의 베이스캠프다.

북극 공동을 탐사하기 위해 마련한 중국의 전진기지인 것이다.

부아아앙 부아아앙!

대형 스노비히클 4대가 차례로 크게 원을 그리며 나아갔다.

장강기지에서도 그들이 오는 것을 봤는지 안에서 불빛을 반짝여댔다.

그 모습에 국안부 부국장 왕천과 황수센 탐사대장의 안색이 활짝 펴졌다.

길쭉한 삼각기둥을 옆으로 늘어놓은 것 같은 기지.

한쪽 끝에서 불이 들어오고 커다란 문이 활짝 열렸다.

4대의 스노비히클과 4대의 스노모빌은 그대로 열린 문을 통해 기지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 끼익 끼익!

브레이크를 잡는 소리가 연이어 이어졌다.

뒤쪽으로 커다란 문이 서서히 닫혔다.

찬바람이 막히자 천정에서 차고를 밝히는 조명이 일제히 켜졌다.

“모두 내려서 트레일러를 분리해라!”

“차량을 정비하고 장비를 점검하라!”

왕천과 황수센은 스노비히클에서 내리자마자 신나게 소리쳤다.

안쪽의 문이 열리고 서너 명의 사내가 다가왔다.

“왕천 부국장님! 장강기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관더싱 부장! 수고가 많네.”

“황수센 대장님도 오셨군요.”

“관 부장! 반갑습니다.”

셋은 서로 안면이 있었는지 서로의 손을 잡고 밝게 웃었다.

왕천은 키가 작고 얼굴이 동그랗지만, 눈빛이 매서웠다.

황수센은 키가 크고 체격이 건장하며 선이 굵었다.

그에 반해 관더싱은 마른 얼굴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었지만 의외로 그들은 서로 궁합이 잘 맞았다.

“나라를 위해 노고가 큽니다.”

“저보다는 두 분께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고 계신 거죠.”

“이 값진 희생과 노력은 역사에 기록되고 만대에 길이 빛나게 될 것입니다.”

“당에서도 이번 일에 거는 기대가 아주 큽니다.”

“반드시 성공시켜서 위국 보은하겠습니다.”

“우리 힘을 합쳐 멋진 작품을 하나 만들어봅시다.”

“예!”

대한은 이들의 말을 듣다가 욕이 나올 뻔했다.

온갖 미사여구를 써가면서 서로의 얼굴에 금칠해댔다.

세 놈은 절대 북극 공동 안으로 기어들어 가지 않을 것이다.

목숨이 달린 일이니, 먼저 대원들을 들여보내 희생시킬 것이다.

그러다가 뭐라도 하나 건지면 자신의 공로인 양 포장해버릴 것이 분명했다.

‘어디를 가나 쓰레기들은 존재하는군.’

―이놈들을 따끔하게 혼내줄까요?

그의 말에 에바가 감정이입을 해왔다.

하지만 대한은 조용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아직은 때가 아니니 그냥 내버려 둬! 그것보다 뭐 건진 것 없어?’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연합의 베이스캠프에 있는 서버에 접촉해서 정보를 읽어 들이고 있습니다.

역시 에바는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벌써부터 북극 공동에 관한 데이터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뭔가 특별한 내용이 있는 거야?’

―아닙니다. 제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네 개의 베이스캠프 중앙에 공동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어디야!’

―맞습니다. 이제 공동 안으로 내려가서 확인만하면 됩니다.

이제 9부 능선을 넘었다.

대한은 긴장되려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장비들을 열심히 옮겼다.

물론 힘을 다해서 하는 게 아니라 도와주는 척만 했다.

“모두 수고했다. 기지 안으로 들어가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해라!”

“예.”

황수센의 말에 다들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특수콘크리트로 지어진 장강기지는 생각보다 좁았다.

그래서 북극황하연구기지와는 달리 모두가 한 방에 모여 식사를 했다.

숙소도 침대가 나란히 있는 것이 아니라 3층 침대를 사용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들 피곤해서 바로 곯아떨어졌다는 것이다.

대한도 딱히 할 게 없어서 밥을 먹자마자 곧바로 침대에 올랐다.

‘에바! 나 좀 재워줘!’

―네, 마스터! 편히 주무십시오.

에바의 도움을 받은 대한은 침대에 눕자마자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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