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화 <북극 탐험>
그동안 같이 지낸 탐사대원들로부터 나름 꽤 쓸만한 재능들을 수집했다.
사격(SS), 궁술(SS), 잠수(SS), 특공무술(SS)!
이렇게 네 가지였다.
또한, 정신 재능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투지(S), 의지(S), 열정(S), 침착(S), 집중(S)!
모두 다섯 가지 정신 재능이었다.
스탯은 근력, 민첩, 체력, 지력이 모두 2개씩 올랐다.
마력도 4개가 올라 120이 됐다.
그런데 전처럼 마력 스탯이 빠르게 오르지 않았다.
이것도 110대를 넘자 다른 스탯처럼 늘어나는 속도와 폭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모든 스탯이 100대를 넘어가자 재능흡수와 획득에 시간제한이 사라진 것이다.
이제 어떤 재능이든 필요하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얻을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재능을 흡수하는 동안에는 다른 재능을 동시에 흡수할 수 없었다.
대신 재능을 흡수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례해 등급이 상승했다.
쉽게 말해서 본인이 알아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재능을 흡수 및 획득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좋아진 것은 칭호의 능력과 사용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칭호 크러쉬는 공격력이 200%로 상승했다.
칭호 가호는 보호막·방어력이 300%로 증가했다.
칭호 워크라이도 스탯 증폭이 40%가 됐다.
칭호 투지의 신병도 재능 부스터가 40%로 적용됐다.
마지막으로 칭호의 사용시간이 기존의 30분에서 40분으로 늘어났다.
‘대박이다.’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재능을 획득하고 능력이 올랐네요.
‘북극 공동에 들어가서 생존할 확률이 조금은 더 높아졌어.’
―절대 마스터가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북극 공동까지만 가주세요.
‘걱정하지마! 내가 에바의 수명을 꼭 연장해줄 테니까.’
―고맙습니다. 마스터!
대한과 에바는 서로를 향해 뜨거운 눈빛을 날렸다.
옆에서 보고 있던 유운비!
왠지 글썽거리는 관우의 눈빛을 보고는 괜히 덩달아 울컥했다.
이런 심성을 가지고 있는 놈이 어떻게 북경 군사지역 특종대대인 동방신검 부대의 최정예 요원이 됐는지 의문이었다.
휘파람 화살표 부대로 더 잘 알려진 이 부대의 성격과 훈련과정에 상당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식사가 끝났으면 모두 2층에 준비된 숙소로 이동한다.”
“예.”
황수센 탐사대장의 말에 탐사대원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식사를 마친 이들은 곧바로 자신이 먹던 그릇을 주방의 설거지 기계에 내려놓았다.
그들은 2층으로 올라가 분대별로 준비된 침대를 하나씩 차지했다.
대한도 유운비와 같이 제1분대로 올라갔다.
그는 창가에 놓인 침대를 하나 골랐다.
여기까지 오면서 다들 몇 번씩 손을 섞어봤다.
그래서 그런지 누구도 감히 관우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당연하다는 눈치였다.
역시 특수부대 출신 남자들은 싸워서 서열을 정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다.
“여긴 아주 후끈하네.”
“연료를 아낌없이 써대는 것 같아.”
대한과 유운비는 서로를 향해 웃음을 날리며 좋아했다.
아무리 넓은 전략수송기라고 해도 지상의 침대만 못했다.
그동안 춥고 흔들려서 불편했던 잠자리!
오늘만큼은 아주 따뜻하고 편할 것 같았다.
다들 끼리끼리 모여 수다를 떨다가 하나둘씩 잠들었다.
대한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내일부터 시작될 강행군을 위해!
미리 체력을 비축하는 의미로 에바의 도움까지 받아 꿀잠을 자버렸다.
아침이 돼도 해가 뜨지 않는 극야의 북극!
오늘도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날짜가 바뀌었다.
* * *
“출발!”
부릉 부릉!
부르릉 부르르릉!
대형 스노비히클 4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뒤에 꼬리처럼 달린 트레일러가 뒤뚱거리며 딸려갔다.
그 뒤를 스노모빌 8대가 빠르게 달려가 따라잡았다.
대한도 대당 2만 달러나 하는 최신형 스노모빌 한 대를 타고 움직였다.
스노비히클 안에 타는 것이 편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혼자 타는 스노모빌을 선택했다.
제1 분대장인 유운비도 이런 대한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솔선수범한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역시 국정원 요원들이 따라오려고 합니다.
‘몇 명이나 되지?’
―겨우 둘입니다.
‘아예 죽으려고 작정을 했군.’
중국 탐사대는 왕천과 황수센을 제외하고도 32명이다.
그것도 전부 중국에서 난다 긴다는 특수부대 최정예 요원들!
이런 놈들을 상대로 달랑 두 명만 보내다니!
도무지 국정원 수뇌부의 대가리에 뭐가 들어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저놈들만 아니었어도 스노비히클을 타고 편하게 갈 수 있었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앞으로 일이 걱정이네요.
에바의 말에 대한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국정원의 행사를 그가 나서서 막을 수는 없었다.
대한은 지금 설표돌격대 출신 탐사대원 관우다.
그래서 움직이는데 많은 제약이 따랐다.
물론 보는 눈도 많아서 당장 국정원 요원들과 접촉할 수는 없었다.
‘에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경고는 해줘!’
―알겠습니다. 국정원 요원들의 위성 전화로 경고메시지를 보내놓겠습니다.
중국의 탐사대는 빠른 속도로 설원을 가로질렀다.
극야로 인해 세상은 온통 어둠의 장막으로 뒤덮여있었다.
대형 스노비히클의 헤드라이트가 아니었다면!
아마 암흑에 당장 잡아 먹혀버렸을 것이다.
첫 번째 스노비히클 안!
국안부의 부국장 왕천과 황수센 탐사대장이 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맨뒤에서 따라오는 스노비히클에서 무전이 들어왔다.
누군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결국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국정원 요원들이 탄 스노모빌이 발각당한 것이다.
“누가 우리를 쫓아오는 거지?”
“모르겠습니다. 니알슨에서부터 따라온 것 같습니다.”
“일본놈들인가?”
“한국일 수도 있습니다.”
“누가 됐든 미리 처리하는 게 좋겠지.”
“그렇습니다. 다만 여기는 니알슨과 너무 가까우니 몇 시간 더 가서 처리하죠.”
“그렇게 하게.”
왕천은 황수센의 세심함에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들의 대화는 당장 에바를 통해 대한에게 알려졌다.
‘제기랄! 피곤하게 됐네. 차라리 총을 쏴서 멀리 쫓아버리면 쉬울 것을.’
―자신들이 어디로 탐사 가는지 밝히고 싶지 않나 보죠.
‘그래봤자 유럽연합 때문에 벌써 북극 공동에 대한 정보가 줄줄 새고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탐사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들이 죄다 북극으로 몰려들 거야.’
―아마도 그렇겠죠.
대한은 스노모빌을 몇 시간 동안 타고 가다가 유운비와 교대를 했다.
스노모빌을 오래 타면 강추위로 인해 체력이 빨리 소진된다.
그걸 잘 알고 있는 황수센은 분대별로 돌아가면서 스노모빌을 타라고 명령했다.
덕분에 그는 대형 스노비히클 뒷좌석을 몽땅 차지하고 편하게 누워버렸다.
담요를 덮자 솔솔 잠이 몰려왔다.
‘한숨 자야겠다.’
―푹 쉬십시오. 일이 터지면 즉시 깨우겠습니다.
‘그래. 고마워! 에바만 믿는다.’
대한은 에바의 말을 뒤로하고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1분대 대원들은 모두 그의 이런 대담한 행동에 감탄했다.
사실 이건 지극히 현명한 행동이다.
북극황하연구기지에서 북극 공동이 있는 북극점까지!
거리가 무려 1300km가 넘는다.
50km 속도로 26시간을 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도 스노비히클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가면서.
영하 수십 도의 어둡고 차가운 밤!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날에 눈보라를 뚫고 달리는 일이 결코 쉬울 리 없었다.
이제부터는 체력싸움이었다.
―마스터! 마스터!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잠을 깨우는 에바의 다급한 목소리에 대한의 정신이 서서히 돌아왔다.
‘에바! 무슨 일이야?’
―이제 일어나셔야 합니다.
‘내가 얼마나 잤지?’
―4시간입니다.
꽤 많이 잤다.
아니 푹 잤다.
‘특이사항은?’
―국안부 부국장 왕천과 황수센 탐사대장이 국정원 요원들을 지금 제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벌써 시간이 꽤 흘러갔다.
낮이 없는 밤만 있는 극야다.
아차하면 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잘 느낄 수가 없었다.
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마침 앞자리에 앉아 있던 유운비가 그를 보더니 반색했다.
“관우! 일어났어?”
“응. 별일 없지?”
“별일 있는 것은 또 어떻게 알았냐?”
“뭔 소리야?”
유운비의 말에 대한은 시치미를 뚝 뗐다.
“아까부터 누군가 우리를 뒤쫓고 있어. 그래서 황수센 대장이 놈들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었어.”
“심심한데 잘됐다. 내가 가야겠다.”
“정말?”
“응.”
그의 말에 유운비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도 분대별로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었어.”
“거기에 내 이름을 넣도록 해!”
“알겠어.”
대한은 방한복을 단단히 동여매고 무기를 확인했다.
혹시라도 낙오될 상황을 대비해 비상식량과 신호탄까지 꼼꼼히 챙겼다.
하지만 그의 준비는 모두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관우!”
“응?”
“미안하게 됐다. 이번 섬멸작전은 4분대에서 처리하기로 했어.”
“뭐야?”
그는 유운비에게 대놓고 짜증을 냈다.
아무리 그가 1분대 분대장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대한은 화가 나자 자신도 모르게 배틀푸르나(SSS)를 운용하고 있었다.
거기에다 살기를 흘리고 있으니 서늘한 기운이 스노비히클 안을 싸늘하게 얼렸다.
“과, 관우! 이건 황수센 대장의 명령이야.”
“어! 알았어.”
유운비의 떨리는 목소리에 그는 급히 기운을 갈무리했다.
하지만 1분대가 타고 있는 스노비히클 안은 이미 야수의 흉성에 떠는 토끼장 분위기가 됐다.
대한은 인상을 찌푸리며 털썩 자리에 앉았다.
‘이거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네.’
―어떻게 할까요?
‘이제와서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그냥 운에 맡겨야지.’
―차라리 이들의 계획을 국정원 요원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어떨까요?
‘아! 그게 좋겠다. 즉시 실행해!’
―예, 마스터!
에바의 말에 그의 눈에서 기광이 흘렀다.
잘 하면 이거 아주 일이 재미있게 돌아갈 것 같았다.
중국의 탐사대를 뒤따라오는 국정원 요원들!
그들이 가진 위성전화가 갑자기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훈은 급히 스노모빌을 멈추고 위성전화부터 확인했다.
‘이게 뭐지? 아까부터 누가 자꾸 이런 정보를 보내주는 거야?’
뒤에 타고 있던 박종필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CIA에서 보낸 건가? 그런데 어떻게 국정원의 암호체계를 뚫었지?’
둘 다 진한 의문이 일었지만 당장 눈 앞의 사안이 급했다.
“종필아! 놈들이 눈치챘어.”
“나도 봤어.”
“어떻게 할까?”
“차라리 함정을 파고 저격을 하자.”
“죽이자고?”
“응. 놈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오고 있다니 우리도 그대로 상대를 해줘야지.”
박종필은 스노모빌 뒤에 놓아둔 길쭉한 가방을 손으로 툭툭쳤다.
한때 특전사 최고의 저격수였던 그 다운 생각이었다.
이훈은 잠시 생각해봤다.
나중에 중국의 국가안전부와 국정원 사이에 분쟁의 위험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냥 죽여달라고 얌전히 목을 내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역시 지금으로썬 박종필이 제안한 방법이 제일 좋았다.
“할 수 없군. 그렇게 하자.”
“아까 지나쳤던 눈 언덕 사이에 숨어 있는 게 좋겠어.”
“알았어.”
이훈은 스노모빌을 움직여 뒤로 돌아갔다.
그들은 두 개의 눈 언덕 사이에 있는 공간에 숨어들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앞쪽에서 스노모빌 4대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우와! 정말 중국 애들은 겁이 없구나. 이렇게 대놓고 달려들다니 말이야.”
“우리가 어지간히 만만하게 보였던 모양이군.”
국정원 현장요원인 이훈과 박종필!
둘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싱긋 웃었다.
박종필은 저격총에 소음기를 달고 야간투시경을 쳐다봤다.
북극이라는 특별한 장소였다.
당연히 광증폭식과 열영상식이 합쳐진 복합열상조준경을 준비했다.
그들이 숨어 있는 언덕을 제외하고 일대는 완벽하게 평지였다.
저격총 아래 숨어있을 곳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때부터 박종필의 원맨쇼가 펼쳐졌다.
퉁 퉁 퉁 퉁!
저격총의 총구에서 불을 뿜어져나왔다.
“크억!”
부아앙!
장웨이가 가슴을 부여잡고 스노모빌에서 떨어졌다.
스노모빌은 혼자 한참이나 달려가다가 멈춰 섰다.
그가 들고 있던 저격총도 눈 속에 파묻혀버렸다.
“장웨이!”
“저격이다. 피해라!”
“왕웨이, 어디야?”
“언덕이다. 리웨이! 우회해라!”
중국 탐사대 4분대 4명!
그들은 장웨이가 총에 맞아 즉각 대응했다.
확실히 특수부대 출신이라서 그들의 움직임은 기민했다.
하지만 워낙에 위치가 너무 나빴다.
한쪽은 언덕 사이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저격을 했다.
다른 한쪽은 사방으로 퍼져서 우회했다.
주구장창 밤만 이어지는 극야의 환경!
게다가 지금은 눈보라까지 치고 있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