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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145화 (144/331)

145화 <북극황하연구기지>

가로등이 도로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래도 둘은 일부러 빛을 피해 어두운 골목길만 찾아 움직였다.

말없이 걸어가던 그들의 앞에 대로의 밝은 불빛이 보였다.

대한은 걷는 것을 멈추고 돌아봤다.

여자도 반사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시오.”

“네, 은공.”

“이것을 가져가시오.”

“흐익!”

그의 손에 들린 것을 보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

100달러짜리 돈뭉치가 자그마치 다섯 개나 있었다.

여자는 대한과 달러 뭉치를 번갈아 쳐다봤다.

“이게 있어야 어디로든 도망쳐서 새 삶을 살 수 있을 것 아니요?”

“은공!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이렇게 돈까지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그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물론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대한의 웃는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양심적인 여자의 말에 그는 한층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이건 내 돈이 아닙니다. 관우가 위구르인의 고혈을 빨아서 모은 돈이니 걱정하지 말고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은공! 이 은혜는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조심히 가시오.”

그녀는 몇 번이나 머리를 조아렸다.

대한은 돈을 넘기자 홀가분한 기분이 되었다.

몸을 돌려서 가려는데 여자가 그의 옷깃을 살짝 붙잡았다.

“이렇게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은공의 이름이라도 가르쳐주고 가세요.”

“오늘, 날 본 것과 관우를 죽인 일은 죽을 때까지 비밀로 간직하세요. 그것만 약속해주신다면 은혜를 갚은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약속하겠습니다.”

여자는 약했지만 멍청하지 않았다.

그녀는 대한의 말에 뭔가 사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입을 조개처럼 꾹 다물었다.

이름 모를 위구르 여인!

그녀는 대한의 말대로 우루무치를 탈출해 인도로 넘어갔다.

그리고 갖은 고생 끝에 큰 성공을 거뒀다.

나중에 그녀는 위구르의 독립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비밀단체의 수장이 되었다.

물론 이 모든 일은 나중에 일어날 일이다.

대한은 위구르 여인을 떠나보내고 곧바로 호텔로 돌아왔다.

일대의 모든 CCTV와 카메라를 통제한 에바 덕분에!

그는 누구에게도 걸리지 않고 무사히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호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대한은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기까지 기다렸다.

그런 후 조용히 체크아웃하고 호텔을 나왔다.

조동혁과 케인은 아침이 되자 대한으로부터 한 통씩 전화를 받았다.

홀로 여행을 하고 싶으니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케인과 나머지 세 명의 경호원들까지 위험하다고 극구 말렸다.

하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매일 개인방송을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대답뿐이었다.

할 수 없이 조동혁과 네 명의 경호원은 체크아웃하고 호텔을 나왔다.

그리곤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다행히 대한은 약속대로 매일 개인방송을 했다.

중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일기장 같은 브이로그를 남겼다.

그의 기행은 부모님을 비롯해 고리나와 류연 및 많은 사람의 우려와 염려를 자아냈다.

특히 EPL의 빅식스(Big6)와 라리가의 2강(强) 스카우터들, 그리고 UFC에서 매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반대로 대한의 결정을 용기있다며 감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쨌든 이미 만시지탄(晩時之歎)이었다.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쳐서 안타까워하는 한탄이란 뜻이다.

대한의 긴 여행은 이렇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시작되었다.

* * *

북극황하연구기지(Arctic Yellow River Research Station).

노르웨이령 스발바드 군도(Svalbard Islands), 스피츠베르겐 섬(Spitsbergen Island)에 위치한 니알슨(Ny―Alesund) 과학기지촌에 건립된 중국의 연구기지다.

여름의 백야와 비견되는 겨울의 극야!

니알슨 일대를 밤과 어둠의 장막으로 뒤덮었다.

여름에는 평균 3℃에서 7℃까지 오른다.

그러나 겨울철에는 −13℃에서 −20℃까지 내려갔다.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 서슬 시퍼런 동장군의 기세다.

부아아앙!

닿으면 바로 얼어버릴 것 같은 차가운 한풍을 헤치며 중국의 대형 전략수송기 시안 Y―20 4대가 니알슨 루푸탄 공항(Ny Ålesund Lufthavn Airport)의 비포장 활주로에 차례로 내려섰다.

수송기는 활주로에 착륙하자마자 한쪽으로 나란히 정렬했다.

크릉 텅! 기이이잉!

곧이어 화물칸의 도어가 차례로 열렸다.

안에서 방한복으로 중무장한 사람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들은 수송기에 실려있는 각종 장비와 물자를 내렸다.

이들 중에는 우루무치에서 온 관우라는 설표돌격대 대원도 섞여있었다.

“관우! 일단 무기부터 옮기자!”

우루무치에서 같이 수송기를 타고 온 유운비.

그가 관우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알았어.”

관우는 방한복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스노모빌을 이용해 스키가 달린 트레일러들을 북극황하연구기지로 옮겼다.

기지 안에서도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그들은 커다란 창고 문을 열고 대형 스노비히클을 꺼냈다.

그리고 스노비히클을 이용해 막대한 양의 각종 장비와 물자들을 날랐다.

수십 명이 한꺼번에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러자 다행히 한쪽에 산처럼 쌓였던 물자들이 모두 사라졌다.

수송 작전이 끝나자 대형 전략수송기 시안 Y―20 4대는 즉시 활주로를 타고 날아갔다.

사람들은 잠시 하늘을 쳐다보다 모두 기지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꼭 닫자 찬바람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살 것 같았다.

“왕천 부국장님, 어서 오십시오.”

“장춘센 연구소장! 이렇게 추운 곳에서 고생이 많소.”

“아닙니다. 나라일을 하시느라 불철주야 노고가 많으신 부국장님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북극황하연구기지 장춘센 연구소장은 국안부 제1국 구미정보국 부국장 왕천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국안부 부국장이면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번 비밀작전에 적극 협력하라는 당의 명령까지 내려왔던 터라 장춘센 연구소장은 절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중국의 극지 연구는 국가해양국(SOA: State Ocean Administration) 산하의 중국극지연구국(Chines Arctic & Antarctic Administraion)에서 총괄하고 있다.

장춘센은 전 중국극지연구국장이었다.

“하하하! 이러다 밤새겠소. 그만 안으로 들어가 술이라도 한잔 합시다.”

“네, 부국장님.”

왕천은 뒤를 돌아보며 황수센 탐사대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황수센은 즉시 탐사대원들을 모아 식당으로 갔다.

그들의 숫자는 소대 병력인 33명이었다.

관우는, 아니 관우의 모습을 한 대한은 황수센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그의 옆에는 어느새 단짝이 되어버린 유운비가 있었다.

‘이것들이 아주 단단히 작정했네.’

―그러게 말입니다. 각종 장비는 물론이고 무기까지 대량으로 가져가려는 모양입니다.

‘얼핏 창고를 보니까 가지고 있는 대형 스노비히클만 10대가 넘어.’

―대형 전략수송기를 4대씩이나 동원하는 것을 보면 정말 북극 공동 탐사 의지가 대단합니다.

‘이렇게 중국이 날뛰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도대체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한은 속으로 낙심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니알슨은 원래 탄광촌이다.

그런데 지금은 북극 환경연구를 위한 국제기지촌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운영 주체는 과거 탄광회사였던 노르웨이의 킹스베이사!

시설 관리를 비롯한 모든 편의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기지촌 안에는 현재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노르웨이,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일본, 이탈리아, 중국 등 10개국이 기지를 운영하는 중이다.

이렇게 여러 국가가 니알슨에 둥지를 튼 것은 1925년에 가입안 스발바르 조약에 근거한다. 북극점에 가까운 스발바르 제도에 대한 노르웨이의 영유권을 인정하는 대신 조약 가입국들이 광물 채취와 상업행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대한민국의 다산기지 건물은 프랑스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대 수용인원은 16명에 불과했다.

그것도 여름 한 철에 연구 목적상 원하는 기간만 체류하며 현장조사를 한다.

이래서 과연 북극 연구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었다.

―마스터!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산기지에 국정원 요원들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그래! 이게 어쩐 일이지?’

―국정원에서도 뭔가 눈치를 챈 모양입니다. 미국에서 중국의 탐사를 방해하는 공작을 진행 중입니다. 아무래도 CIA에서 국정원으로 모종의 정보를 흘린 것 같습니다.

‘결국, CIA가 국정원을 이용하고 있다는 말이군.’

대한은 잠시 생각을 해보다 머리를 흔들었다.

지금 국정원 요원들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든 북극 공동으로 무사히 침투하는 게 더 중요했다.

“이쪽으로 앉자!”

“네.”

넓은 식당에 도착하자 다들 한쪽으로 모여 앉았다.

황수센 탐사대장을 제외하면 8명씩 4개의 분대로 나뉜 것이다.

관우의 행세를 하는 대한도 4개의 분대 중 제1분대에 속해있었다.

제1분대의 분대장은 고맙게도 유운비였다.

덕분에 대한의 활동반경이 어느 정도 자유롭게 보장됐다.

물론 그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정보를 황수센과 유운비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오늘 이곳 주방장이 우리를 위해서 뜨거운 국수를 준비했다고 하니, 딱 한 잔씩만 같이 마셔라!”

황수센은 그동안 엄격했던 태도와는 달리!

분대별로 위스키 한 병씩을 돌렸다.

8명당 한 병씩 마시는 것이다.

그러니 정말 딱 한 잔씩밖에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들 그게 어디냐며 좋아했다.

“벌써 1월의 마지막 날이 됐다. 내일 2월 1일 오후에 작전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 엉뚱한 짓 하지 말고 일찍 잠자리에 들기 바란다.”

“예!”

황수센의 말에 다들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가 자리에 앉자 주방장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를 내놓기 시작했다.

분대마다 2명씩 움직여 국수를 날랐다.

국수는 그럭저럭 맛이 괜찮았다. 하지만 매콤한 김치 한 조각이 간절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역시 한국인은 김치 없이는 못 사는가 보다.

“많이 먹어둬! 이게 우리가 먹는 마지막 국수일지도 모르니까.”

“너 어디 죽으러 가는 놈처럼 얘기한다.”

그의 말에 유운비는 순간 울컥했다.

하지만 관우가 뇌종양으로 6개월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유운비는 그만 고개를 국수 그릇에 처박고 열심히 퍼먹었다.

‘에바! 이놈이 뭔가 아는 눈치인데.’

―그런 것 같습니다. 어디서인지는 모르지만, 비밀이 조금씩 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한은 에바와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며 탐사대원들을 하나씩 쳐다봤다.

다들 중국의 국익을 위해 희생도 감수하려고 온 특수부대 출신 대원들이었다.

아무리 인구가 많다고 해도 이런 고급인력을 마치 자살특공대처럼 사용하는 중국공산당의 인명 경시 풍조에 그는 영 비위가 상했다.

우웅!

그때, 익숙한 공명음이 뇌리를 스쳤다.

―마스터! 축하합니다. 특공무술(SS)을 획득하셨습니다.

‘고마워.’

대한은 에바의 축하를 받으며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이대한

등급: 나이트(S)

칭호: 크러쉬(공격력↑200%), 가호(보호막·방어력↑300%), 워크라이(스탯 증폭↑40%), 투지의 신병(재능 부스터↑40%)

나이: 만 18세

업: 종합격투기 선수(UFC/벨라코어 FC)

재능 ▶ 사격(SS), 궁술(SS), 잠수(SS), 정력(SS), 수영(SS), 탄탈러스(SSS), 크루세이더(SSS), 배틀푸르나(SSS), 지구력(SS)

정신 ▶ 투지(S), 의지(S), 열정(S), 침착(S), 집중(S), 끈기(S), 인내(S)

연예 ▶ 연기(SS), 노래(SS), 춤(SS), 매력(SS), 끼(SS), 미모(SS)

언어 ▶ 일본어(S), 중국어(S), 러시아어(S), 아랍어(S), 프랑스어(S), 스페인어(S), 독일어(S), 포르투갈어(S), 이탈리아어(S), 영어(S)

축구 ▶ 전술 이해도(S), 몸싸움(SS), 순간 돌파(SS), 양발잡이(S), 넓은 시야(SS), 축구 지능(SS), 축구 재능(SS), 프리킥(SS), 축구 기본기(S), 드리블(S), 개인기(S), 패스(S), 골 결정력(S), 주력(SS), 스프린트(SS), 수비(S)

격투 ▶ 특공무술(SS), 킥복싱(SS), 레슬링(SS), 무에타이(SS), 복싱(SS), 주짓수(SS), 태권도(SS), 격술(SS), 검술(SS), 종합격투기(SS)

스탯: 근력 113, 민첩 100, 체력 103, 지력 101, 마력 120

신장 187cm, 몸무게 84kg

우루무치에서 소집된 날부터 북극황하연구기지에 오기까지 3주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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