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생일>
“시작합니다. 5, 4, 3, 2, 1 스타트!”
대한의 신호에 에바가 방송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대한TV의 대한입니다. 드디어 새해가 됐습니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여러분의 많은 사랑을 받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먼저 오늘의 특별출연자부터 소개하겠습니다.”
그가 멘트를 끝내고 옆을 봤다.
에바가 한새롬을 풀샷으로 잡았다.
“직접 소개를 부탁할까요!”
“안녕하세요! 한새롬입니다. 제가 누군지 아시겠죠!”
그녀는 귀여운 표정을 짓다가 환하게 웃었다.
대한이 바통을 넘겨받아서 말을 이었다.
“스포츠동해 한새롬 기자냐고요? 맞습니다. 예전에 저를 최초로 인터뷰했던 분이십니다. 그게 인연이 되어서 이렇게 제 방송에 초대할 수 있었습니다. 대한TV에 출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더 고맙습니다. 대한TV에서 언제 저를 초대해주시나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정말요?”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이대한 선수와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니 참 감개무량하네요.”
한새롬은 전혀 떨지 않았다.
방송 시작 전에 긴장했던 그 여자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무엇보다도 말이 청산유수였다.
푸른 산에 물이 흐르듯 대한과의 대화도 자연스러웠다.
이것을 통해 그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예의 있게 먼저 친구들에게 새해 인사를 해보겠습니다.”
“친구라면 누구를 말씀하시는 거죠?”
“제가 요새 만난 친구들이 좀 많아서 일일이 설명하기는 좀 그렇네요. 대신 연락이 닿는 친구들부터 화상통화를 해보겠습니다.”
대한은 한새롬과 같이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방송을 진행했다.
‘에바! 연결됐어?’
―네, 모니터에 한 명씩 띄우겠습니다.
방송 시작 전에, 에바가 미리 전화를 걸어서 섭외를 마쳐놓았다.
대한TV의 화면이 둘로 나뉘었다.
왼쪽은 대한과 한새롬, 오른쪽 화면은 새해 인사를 할 대상이었다.
화면에 나온 첫 번째 손님은 헬레나 고메스였다.
“하이!”
―하이!
대한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헬레나에게 영어로 인사했다.
헬레나도 밝은 얼굴로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헬레나! 새해 인사를 하려고 이렇게 전화했어요.”
―대한! 정말 반가워요. 그리고 이렇게 화상통화를 걸어줘서 고마워요.
“천만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한도 올 한 해 계획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이루게 되길 빌어요.
헬레나는 역시 말을 참 예쁘게 했다.
“고마워요. 요새 어떻게 지내요? 정신없이 바쁘죠?”
―네, 좀 바빠요. 제 앨범이 밀리언셀러가 됐거든요.
“우와! 그거 정말 잘됐네요. 축하해요!”
―이게 다 대한이 제 앨범의 피처링을 해줬기 때문이에요. 정말 당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불가능했을 거예요.
그녀는 아직도 대한의 도움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은혜는 물에 새기고 원한은 돌에 새기는 지금의 세태와는 많이 비견됐다.
그래서 더욱 그녀의 인성이 부각 되었다.
“설마요. 헬레나가 워낙 예쁘고 노래를 잘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호호호!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고마워요. 더구나 대한TV 생방송 중에 그렇게 소문을 내주니까 몸이 하늘로 막 날아갈 것만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천사처럼 훨훨 날아다니세요.”
―푸훗! 알았어요. 노력해볼게요.
대한과 헬레나는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한참 얘기를 나눴다.
옆에서 그걸 지켜보고 있는 한새롬!
그녀는 속으로 적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한TV의 구독자와 팔로워 수가 폭발적으로 는 것 만이 전부가 아니다. 대한 자체도 엄청나게 업그레이드됐어. 얼굴과 몸매는 물론이고 중국어에다 영어까지 완벽하네.’
한새롬은 그제야 자신이 왜 대한을 볼 때마다 가슴이 설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어느새 보기만 해도 밝게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로 변해있었다.
놀란 것은 한새롬만이 아니었다.
대한TV를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만세: 우리 대한이 클래스 좀 보소.]
[패션테러리스트: 무슨 새해 인사에 헬레나 고메스가 나오냐?]
[동백언니: 월클!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닌 거 같은데.]
[남북축구보여줘: 설마 다른 셀럽들도 나오는 거냐?]
[트럼프형아: 부럽다. 헬레나와 엄청 친해 보인다.]
[검찰청장: 헬레나가 대한을 좋아하는 거 같다.]
[실화냐: 미친! 개부럽!]
[개좋앙: 난 처음부터 대한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종이빨대: 대한아! 올해도 지경을 세계로 넓혀라!]
[NO재팬: 대한TV만 보면 유명셀럽들은 다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은 헬레나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녀는 떠나기가 아쉬웠는지 그윽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헬레나! 잘 지내세요.”
―미국에는 언제 오실 거예요?
“글쎄요. 아직 계획이 없어요.”
―그럼 제가 한국에 가야 하는 건가요?
헬레나의 말에 대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국에 올 일이 생겼어요?”
―대한 보러 가야죠.
“아! 그럼 언제든지 오세요. 한국 구경시켜드릴 테니.”
―정말이죠?
“그럼요.”
―꼭 이에요!
“네.”
헬레나는 당장이라도 한국에 오려는지 몇 번이나 다짐을 받았다.
대한과 헬레나는 그렇게 웃는 얼굴로 화상통화를 종료했다.
“헬레나 고메스 양과 아주 친한가 봐요.”
“아까 언급했다시피 그녀의 앨범 피처링에 참여했거든요.”
“대한도 곡을 내지 않았나요?”
“음원으로 3곡을 발표했죠.”
“제가 알기로는 3곡 모두 밀리언셀러가 됐다고 하던데.”
“맞아요. 제 곡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꾸준히 팔리고 있어요.”
한새롬의 질문에 대한은 속이 좀 거북해졌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작사, 작곡하고 노래까지 부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한은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머나먼 우주의 한 은하계의 행성에서 대히트했던 곡들!
그것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발표한 것을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대한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
“다음 친구를 불러보겠습니다.”
에바가 대한의 마음을 읽고 급히 새로운 게스트와 화상통화를 연결했다.
“Hi!”
“Hey! What’s up?”
화면 한쪽에 쿨하게 인사하는 낯익은 미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바로 지지 하이디였다.
“새해가 됐어요. 올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한에게도 멋진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으로 믿어요.”
대한과 지지는 서로를 향해 덕담을 나눴다.
그녀는 연신 미소를 지우지 못하고 그를 따뜻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렇게 시작된 새해 인사 행렬은 자매인 벨라 하이디로 이어졌다.
뒤이어 켄달 제인과 카일리 제인 자매가 나왔다.
이들의 등장은 당장 대한TV의 구독자와 팔로워를 늘려주는 것은 물론.
시청자 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확실히 세계적인 셀럽들이라 효과가 장난이 아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의 다음으로 등장한 스타들이었다.
마리아나 그란데와 테일러 스위트!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알 수 있는 세계적인 스타이자 셀럽들이었다.
대한은 이들이 에바의 섭외에 어떻게 응하게 됐는지 무척 궁금했다.
‘에바! 이건 예정에 없었던 거잖아.’
―저도 그냥 한번 찔러나 보자는 심산으로 전화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둘 다 받아버리네요.
‘대한TV 때문이겠지?’
―예! 마스터. 대한TV의 영향력이 이제는 무시하지 못할 만큼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한동안 이들과 새해 인사 및 덕담을 나눴다.
시간을 확인한 대한은 광고를 내보내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런 다음, 대한은 한새롬과 같이 카메라 앞에서 저녁을 먹었다.
쉽게 말해 둘이 먹방을 한 것이다.
식사하고 난 다음에는 가볍게 게임을 하고 노래도 불렀다.
그런 후, 다시 새해 인사 행진을 이어갔다.
이번에 등장한 게스트는 고리나였다.
그녀는 대한과 화상통화를 하면서 온갖 애교를 다 부렸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고리나의 새로운 매력에 그만 빠져들고 있었다.
예상 분량을 훨씬 초과해 넉넉히 시간을 채워준 고리나!
대한은 속으로 무척 고마워했다.
다음 타자(?)는 류연이었다
류연은 그냥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대한TV에 큰 도움이 됐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냥 달풍선이 터지고 비트가 쏟아지고 후원금이 밀려왔다.
확실히 저 순수한 얼굴과 반비례하는 중력을 무시한 몸매는 역시 가공할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류연은 그냥 가만히만 있지 않았다.
새해 인사로 대한을 위해 춤까지 춰줬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는 성인들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두 명의 동양 미녀의 차례가 지나가자 두 명의 아메리카 미녀의 차례가 왔다.
모니카와 하이스 올리베이라였다.
모니카는 잠깐 나와서 새해 인사만 하고 사라졌다.
하지만 하이스는 고리나 만큼 분량을 충분히 뽑아냈다.
무엇보다 프랑스에서 패션 잡지에 모델로 나오는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떠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말을 재미있게 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번 사진의 콘셉트가 여름 해변을 폭격하는 미녀들의 수영복이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패션쇼를 질주하는 모델들!
화상통화로 대한TV에 나와서 알아서 떠들고 춤까지 춰대니 우리 시청자들의 눈이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한도 속으로 ‘하이스 나이스’를 부르짖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하이스가 기습적으로 그에게 생일축하 인사를 했다.
―대한! 생일 축하해요.
“내 생일 내일인데요.”
―이제 내일이 되려면 한 시간도 남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미리 생일축하 인사하는 거예요.
“고마워요.”
―선물을 나중에 직접 보고 줄게요. 기대하세요.
“그렇게 말하니까 궁금해지네요.”
―아직은 비밀이에요. 대한! 저희는 이만 들어가 봐야겠어요. 아직 촬영할 게 더 남았거든요.
“그래요. 그럼 촬영 잘하고 나중에 또 봐요. 같이 나와주신 슈퍼모델들에게도 꼭 고맙다고 말 좀 전해줘요.”
―네, 알았어요. 대한! 바이!
쪽 쪽 쪽!
하이스는 카메라에 키스를 마구 날리며 그렇게 사라졌다.
하지만 하이스가 언급한 말로 인해 채팅창은 크게 출렁였다.
이제 대한TV의 수많은 구독자와 팔로워 및 시청자들이 대한의 생일이 내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채팅창은 생일케이크 이모티콘으로 도배되어버렸다.
또한, 동시 생방송이 진행 중인 각 플랫폼을 통해 생일축하금이 쏟아졌다.
달풍선이 미친 듯이 밀려들었다.
비트가 쉴 새 없이 떨어졌다.
후원금이 무서운 속도로 쌓이기 시작했다.
보는 사람들이 다 무서워질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대한TV 최초의 생일축하 이벤트!
그것은 마치 천하에 흩어져있는 신하들이 황제에게 공물을 진상하는 것만 같았다.
그만큼 규모가 크고 질과 양이 남달랐다.
이 상황은 12시가 지나 1월 2일, 대한의 생일이 되고 나서도 쉽게 그치지 않았다.
대한은 이 사태에 크게 감동했다.
태어나서 이런 엄청난 생일축하는 처음 받아보는 것이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글썽거렸다.
이걸 보는 시청자들이 또 감동해서 다시 생일축하 공물(?)을 쏴대기 시작했다.
거기에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큰 손들이 움직였다.
이건 개미들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다.
가공할만한 풍력, 비트력, 금력이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쏟아져 내렸다.
이제는 한쪽에서 올라가고 있는 그래프와 액수를 쳐다보는 게 무서울 정도였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대한! 생일 축하해요. 그리고 이건 생일축하선물이에요.”
쪽!
한새롬은 대한의 뺨에 기습적으로 키스했다.
그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재미있다고 깔깔대며 웃었다.
어느새 개인방송에 완전히 적응해버린 한새롬이었다.
얼떨결에 생일축하선물로 뺨에 미녀의 키스까지 받아버렸다.
‘마스터! 생일 축하해요.’
―고마워! 에바! 이 모든 게 에바 덕분이야.
‘아닙니다. 마스터가 없으셨다면 전 이 세상에 이미 존재하지 못했을 겁니다.’
―올해도 잘 부탁해!
‘네, 저도 잘 부탁드려요.’
대한과 에바는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생일축하와 덕담을 나눴다.
―달풍선, 비트, 후원금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이거 생일축하를 너무 거하게 받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정말 억 소리 나네.’
―억을 넘긴 지는 이미 오래전입니다. 지금은 아예 단위가 달라졌습니다.
그는 넘쳐나는 생일축하금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솔직히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신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은 올 한해가 정말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