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34화 (133/331)

134화 <나나>

대한과 나나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길을 걸었다.

창조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의 두발빌딩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쪽이에요.”

대한은 두 빌딩 중 오른편으로 향했다.

나나는 두발빌딩의 외관을 구경하며 그와 보조를 맞췄다.

두 사람의 뒤에서 케인과 나단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왔다.

“사장님!”

“유아영 대리!”

대한이 두발빌딩 출입구에 도착하자 안에서 문이 열렸다.

그리고 유아영 대리가 밖으로 나왔다.

“어떻게 알고 나왔어요?”

“3층 베란다에서 오시는 거 보고 있었어요.”

“미안해요. 내가 너무 늦었죠?”

“아니에요. 오영아 비서에게 미리 연락을 받았어요.”

대한과 유아영은 잠시 얘기를 나누다가 두발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승강기 앞에서 그녀는 대한의 뒤에 서 있는 나나 히로세와 두 경호원을 쳐다봤다.

“그런데 일행이 계셨네요.”

“이쪽은 오다가 알게 된 분이에요. 저쪽 둘은 공항에서 본 제 경호원입니다.”

“이름이 아마 케인과 나단이었죠?”

“맞아요.”

유아영은 케인과 나단을 바라보며 서로 눈인사를 했다.

하지만 나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살짝 고개를 숙였다.

나나도 미소를 지으며 눈인사를 했다.

그러나 특별히 말을 섞지는 않았다.

도도한 것인지 아니면 낯을 가려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대한도 유아영 대리에게 나나에 관해 딱히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 뒀다.

“다들 점심은 들었어요?”

“사장님 오시면 같이 식사를 하려고 했어요.”

“이런! 그럼 안 되는데. 혹시 근처에 맛집 있어요?”

“이 건물 1층과 2층에 레스토랑이 몇 개 있어요. 그런데 하나 같이 맛이 아주 좋아요. 배달도 해주는데 가끔 베란다나 옥상정원으로 가서 먹기도 해요.”

“베란다나 옥상정원?”

“네, 생각보다 아주 근사한 곳이에요.”

“그럼 일단 올라가서 점심부터 먹도록 합시다.”

“예, 사장님.”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밥부터 먹자니 싫을 리가 없었다.

유아영은 문자를 보내서 사장님이 지금 올라간다고 사원들에게 미리 귀띔했다.

대한도 유아영 대리가 한 말을 나나에게 그대로 옮겼다.

그녀는 베란다나 옥상정원 같은 열린 공간도 좋다고 했다.

승강기가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다섯 명이 승강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유아영의 안내로 사무실로 들어갔다.

“와우!”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발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무실이 넓고 아주 근사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그때 문 옆에 나란히 서서 대기 중인 직원들이 한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대한도 마주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왼쪽부터 차례로 직원들을 살펴봤다.

하나같이 젊고 의욕에 찬 남녀직원들이었다.

숫자는 유아영과 조동혁을 포함해서 딱 열 명이었다.

“사장님.”

“조동혁 매니저는 사무실로 바로 출근했네요.”

“네, 좀 더 쉬시라고 이리로 출근했습니다.”

조동혁의 얼굴은 무척 밝았다.

집에 돌아와 편히 쉬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대한은 고개를 옆으로 유아영 대리와 눈을 마주쳤다.

“사무실 구경 좀 해볼까요?”

“네, 사장님.”

유아영이 앞으로 나와 먼저 앞장섰다.

그리고 대한TV의 사무실을 소개했다.

“이쪽은 방송부, 저쪽은 영업부입니다.”

“계약은 어디서 진행하죠?”

“광고부 안에 계약팀이 있습니다.”

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을 간단히 둘러봤다.

“저쪽이 베란다인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그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베란다로 향했다.

대한의 뒤를 케인과 나단 그리고 나나가 따라왔다.

나나는 두발빌딩의 독특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대한의 사무실에 와보니 밝고, 넓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일한다면 꼭 이런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을 따라 사무실 끝으로 가자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탁 트인 공간이 나왔다.

베란다라고 했는데 이건 무슨 작은 정원 같았다.

물론 10평 남짓의 크지 않는 공간이었다.

예쁜 테이블과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

얼핏 보면 카페로 착각할 정도였다.

“나나! 여기 어때요?”

“참 멋진 곳이에요.”

“이곳에서 잠시 기다려줄래요?”

“네, 전 괜찮아요. 일 보세요.”

나나는 대한을 배려해 이곳에 앉아 책을 보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녀의 계획은 바로 차질을 빚었다.

대한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금세 커피와 홍차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둘 다 가져왔어요.”

“고마워요.”

나나는 대한이 내민 커피와 홍차를 기꺼운 마음으로 받았다.

그 사이 유아영 대리가 노트북을 가져왔다.

“제가 누구인지, 이곳이 뭘 하는 곳인지 궁금하시죠?”

“네.”

“이걸 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아!”

나나는 대한이 열어준 대한TV 채널을 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그럼 좀 보고 있어요. 금방 다시 올게요.”

“네에.”

대답은 했지만, 그녀는 이미 동영상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 모습에 대한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실로 들어갔다.

케인과 나단을 제외한 전 직원이 모여있었다.

대한이 자리에 앉자 그제야 다들 의자에 앉았다.

“케인과 나단은 어디 있어요?”

“두 경호원은 옆방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그의 질문에 조동혁이 빠르게 대답했다.

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좌중을 한번 훑어봤다.

다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장님, 업무보고를 할까요?”

“아닙니다. 업무보고는 이메일을 통해 지속해서 받아왔으니 이 자리에서는 생략합시다. 그것보다 직원들 소개를 부탁합니다.”

“네.”

유아영 대리는 직원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소개한 직원은 자신의 차례가 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숫자가 얼마 되지 않아 직원소개는 금세 끝났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는 대한TV의 설립자이자 사장인 이대한입니다.”

그는 한마디로 자신을 정의했다.

순간 회의실의 분위기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대한이 뭔가를 발표할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낀 것이다.

“먼저 인사발령부터 하겠습니다.”

“…….”

어디선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유아영 대리를 오늘부로 과장으로 승진 발령합니다.”

“저를 과장으로요?”

유아영 대리, 아니 이제는 유아영 과장이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습니다. 그동안 대한TV를 책임지고 온갖 고생을 다 해가며 회사의 기초를 다진 공을 높이 샀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앞으로 더 잘하겠습니다.”

유아영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90도 각도로 고개를 숙였다.

얼마나 좋았으며 머리가 테이블에 닿을 정도까지 고개를 숙였겠는가!

모르긴 해도 아마 이 회사에 죽을 때까지 일하며 뼈까지 묻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물론 대리의 월급과 과장의 월급이 매우 다르리라는 것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요인이 됐을 것이다.

“조동혁 매니저를 오늘부로 대리로 승진 발령합니다.”

“저를요?”

조동혁도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동혁 대리는 나와 같이 브라질과 미국을 돌아다니며 동고동락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누구보다도 대한TV의 일에 관해 정통한 사람이 됐으니 승진하는 게 맞는다고 봅니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조동혁은 충성을 운운하며 살짝 오버하고 있었다.

얼굴을 보니 아주 싱글벙글했다.

대한은 웃음을 지으며 직원들에게 말했다.

“대한TV는 설립된 지 1년도 안 된 신생회사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승진할 기회가 있습니다. 그 점 참고하시고 지금처럼 열심히 그리고 잘해주세요.”

“네.”

“예.”

다들 힘차게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눈앞에서 한 사람이 과장이 되고 다른 한 사람이 대리가 됐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의욕을 불태울만한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미팅은 이것으로 마칩니다. 나가서 점심 맛있게 드세요.”

대한은 바로 미팅을 끝내고 일어났다.

“사장님! 점심은 어떻게 할까요?”

“나는 손님과 베란다에서 간단히 식사할까 생각 중입니다. 조 대리는 케인과 나단을 돌봐주고 유 과장은 직원들과 같이 식사하세요. 오늘 점심은 제가 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아영과 조동혁을 뒤로하고 대한은 베란다로 향했다.

손에는 유 과장에게 받은 맛집의 메뉴들이 들려있었다.

베란다로 나가자 나나가 정신없이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두 손을 가슴으로 모으고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는 그녀의 모습!

무척 귀엽고 신비하고 사랑스러웠다.

“나나!”

“아! 대한!”

대한의 목소리가 들리자 나나는 마치 미망에서 깨어난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거 너무 재미있어요.”

“하하하! 다행이네요. 채널 구독해주실 거죠?”

“물론이죠. 앞으로 저는 대한의 열렬한 팬이 될 거예요.”

“고맙습니다. 이거 이렇게 해서 아름다운 고객 한 분을 확보했네요.”

나나는 그의 말에 손을 들어 자신의 붉어진 볼을 만졌다.

“점심 식사 저랑 같이하실 거죠?”

“네, 물론이죠.”

“그럼 이 메뉴 줄에서 한번 골라보세요. 같은 빌딩에 있는 맛집들입니다.”

“배달해준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은 배달민족입니다.”

대한은 중의적인 뜻을 함축한 농담을 했다.

하지만 미소를 짓고 있는 나나가 알아듣지는 못한 것 같았다.

“전 닭가슴살 샐러드를 먹을래요.”

“그걸로 되겠어요?”

“요새 살이 쪄서 다이어트 중이에요.

“알겠습니다. 음료수는 뭐로 하실래요?”

“크랜베리 주스로 하죠.”

“그렇게 주문할게요.”

그는 스마트폰을 들어 그 자리에서 음식을 주문했다.

물론 자신이 먹을 함박스테이크와 천연 탄산수를 주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한은 정말 대단해요.”

“무슨 말이에요?”

“대한TV를 처음부터 살펴봤어요. 어떻게 그런 몸에서 이렇게 멋지게 변했는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제가 노력을 많이 했죠.”

대한은 뻔뻔하게도 모든 공을 자신의 노력으로 포장했다.

하지만 나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었다.

동영상을 통해 대한의 몸이 변해가는 과정이 그대로 나와 있는데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직 뒤쪽은 보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시간이 없어서 전부 보지는 못했어요.”

아직 앞에만 살펴본 게 다행이었다.

뒤쪽을 봤다면 모니카를 시작으로 고리나, 류연, 하이스로 이어지는 여캠합방 때문에 어떻게 나올지 몰랐다.

“대한의 직업은 개인방송을 하는 거죠?”

“네, 맞아요. 이 회사도 제 개인방송을 위해 설립했어요.”

“그럼 앞으로도 계속 개인방송을 하시겠네요.”

“왜요? 개인방송에 관심 있어요?”

“전혀 없다고는 말 못 하겠네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도 해요.”

나나는 솔직하게 개인방송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했다.

대한도 그녀에게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저도 처음에 고민 많이 했어요. 개인방송을 하려는 목적도 여러 가지였어요. 초고도비만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그 타개책으로 개인방송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렇군요.”

나나는 그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줬다.

그 사이!

주문한 음식이 배달왔다.

테이블 위에 세팅하고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도 둘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나나는 어렸지만, 자기주장이 뚜렷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학교에 다녔고 연극부에서 열심히 활동했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배우가 되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러니까 일본에 가기 전에 한류로 유명한 한국을 관광하러 온 거군요.”

“그런 셈이죠. 같이 오기로 한 친구가 있었는데 갑자기 집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이렇게 혼자 돌아다니고 있어요.”

“지금 묵고 있는 곳은 호텔인가요?”

“네, 원래는 에이앤비로 숙박할 곳을 예약해놨었는데 혼자 지내기는 좀 무서워서 취소하고 그랜드힐튼호텔에 묵고 있어요.”

그랜드힐튼호텔이라는 말에 대한은 같은 호텔에 묵고 있는 올리버를 떠올렸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참 신기한 인연이었다.

“한국에는 얼마나 있을 거예요?”

“새해는 가족과 함께 보내기로 해서 나흘 뒤에는 일본으로 가봐야 해요.”

나흘 동안 나나가 혼자 돌아다녀야 한다는 말에 대한은 좀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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