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31화 (130/331)

131화 <끝까지 탈탈>

전의를 다지는 카알을 보며 대한은 싱긋 웃었다.

오늘은 무조건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중앙으로 오세요!”

심판이 양 선수를 중앙으로 불러 주의사항을 전했다.

둘 다 고개를 끄덕이자 페어플레이를 위해 글러브를 터치했다.

양쪽 코너로 돌아가자 심판이 중앙에 서서 공이 울리기를 기다렸다.

땡!

“경기 시작!”

공이 울리자마자 심판이 경기 시작을 선언했다.

대한이 천천히 카알에게 다가갔다.

카알도 그를 향해 두 주먹을 들고 접근했다.

―마스터! 심판들이 매수당했습니다. KO로 끝내야 합니다.

‘지랄! 알았어.’

대한은 심판을 싸늘한 눈동자로 한번 노려봤다.

심판은 영문을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며 몸을 떨었다.

공격은 카알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휘익 휘익 휘익!

라이트헤비급의 묵직한 주먹이 날아왔다.

하지만 한 대도 맞지 않았다.

대한의 스피드가 워낙 빨랐다.

카알의 주먹이 뻗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는 바로 뒤로 빠졌다가 들어왔다.

그 바람에 카알은 엉뚱한 허공만 죽어라고 팼다.

관중들이 그 모습에 실소를 터트렸다.

카알 알브렉슨은 젊고 강한 사자와도 같은 종합격투기 선수였다.

아니 종합격투기 선수 중에 ‘King’이라고 말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문제는 오늘 상대를 잘못 만났다는 것이다.

대한은 더 이상 탐색전을 벌이지 않고 바로 끝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두 팔을 내리고 정면으로 걸어 들어갔다.

순간 카알은 이게 웬 횡재냐며 가드를 완전히 내린 대한에게 회심의 펀치를 날렸다.

퍽! 쿵!

그런데 쓰러지는 것은 대한이 아니라 카알이었다.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그보다 리치가 더 긴 대한의 앞발이 정확히 카알의 턱을 차버린 것이다.

세상이 온통 검게 변하는 것을 미처 확인할 겨를도 없이 카알은 그대로 기절했다.

경기장이 떠나갈 듯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심판은 즉시 다가와 경기를 중단시켰다.

아무리 매수를 당했어도 17,000명이 넘는 관중이 보고 있었다.

거기에다 카메라가 사방에서 링 안을 찍어대고 있는 상황!

이건 뭘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명백하고 깔끔한 시합결과였다.

대한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사나운 표정으로 카메라를 쳐다봤다.

그 무시무시한 모습에 보는 시청자들까지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대한TV의 채팅 창이 단번에 난리가 났다.

[메트로놈: 학살자다!]

[LA 보이: 정말 단박에 상대를 척살했어.]

[격투기소녀: 무시무시한 파괴력이다.]

[주모한잔: 원샷 원킬이다.]

[스마트폰: 무섭다.]

[면도날: 오싹하다.]

[테니스선수: 개지렸다.]

[구멍뚫린양말: 괴물이다.]

[3번기운팬티: 뭐냐? 겨우 33초다.]

[그랜드개년: 페이퍼뷰 돈 낸 게 아깝기는 하겠다.]

페드루 코치가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티셔츠를 들고 링 안으로 들어왔다.

“대한! 잘했어요. 완벽했어요.”

연신 엄지 척을 하는 모습이 오늘따라 무척 귀여워 보였다.

하긴 대한이 주는 보너스를 또 받을 수 있게 됐으니 기쁘기도 할 것이다.

대한은 티셔츠를 입고는 VIP 좌석을 바라봤다.

“내가 너 이길 줄 알았다.”

“대한! 꺅! 너무 멋있어요.”

올리버가 대한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하이스는 비명을 지르면서 좋아했다.

동혁은 상기된 표정으로 대한을 열심히 찍었다.

대한의 카리스마 넘치는 차가운 모습!

대한TV를 통해서 전 세계로 송출되고 있었다.

―마스터! 찾았습니다.

‘어디야?’

―라스베이거스 MGM호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입니다.

무지막지하게 화려한 호텔 스위트룸!

대한의 눈에 미친 듯이 폭주하고 있는 네 명의 사내가 보였다.

그들은 발로 TV를 차버리며 서로에게 삿대질하며 마구 화를 내고 있었다.

남의 돈을 거저먹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뜻대로 안 되니 화가 날만도 했다.

그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의 정체를 파악했습니다. 삼합회 미국지부장 왕상쿤, 일본 야마구치구미의 미국지부장 시노다 겐이치, 러시아 마피아 미국지부장 뱌체 이반코프, LA 갱단 아미고스 두목 알렉스 산체스입니다.

‘세상에! 악명이 자자한 범죄단체 네 곳의 합작품이었군. 남은 시간은?’

―3분 컷입니다.

‘재미있겠군.’

이미 FBI에게 이들의 모임에 관해 정보를 흘려놓았다.

지금 SWAT팀이 헬기를 타고 부지런히 호텔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때, 심판이 다가와 대한의 손목을 잡았다.

마음 같아서는 한 대 쥐어패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한이었다.

“벨라코어 FC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대한 선수와 카알 알브렉슨 선수의 라이트헤비급 경기는 33초 만에 프론트킥으로 상대를 KO 시킨 이대한 선수의 승리입니다.”

와아아아!

심판이 손을 들자 대한은 힘차게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 바람에 심판이 어깨가 빠질 뻔하고 몸도 크게 휘청거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한의 힘에 못 이겨서 그런 줄 알았다.

절대 대한이 의도적으로 노렸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두 팔을 높이 든 채 천천히 링 위를 한 바퀴 돌았다.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들이대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대한 선수! 승리를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경기의 포인트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제가 나와서 이기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의 말에 아나운서가 입을 딱 벌렸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엄청나게 광오한 말이었다.

“전 지지 않습니다. 언제나,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승리합니다. 그러니 이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챔피언 매치를 합시다.”

와아아아!

관중들은 좋다고 함성을 터트렸다.

어린 선수가 패기 넘치는 말을 하니 신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중유골이라고 대한의 말에는 뼈가 들어있었지만, 당사자들조차 무슨 뜻인지 알아먹지 못했다.

“앞으로도 좋은 경기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승리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대한은 짧게 인터뷰를 마치고 링을 내려왔다.

선수대기실에 들어가자 올리버와 하이스가 그를 반겼다.

“대한! 멋진 경기였어요.”

“잘했다.”

“고마워!”

하이스가 상기된 표정으로 안겨 오려고 했다.

그러나 급히 그녀를 만류했다.

“잠깐! 일단 샤워 좀 합시다. 너무 찝찝해서!”

그는 급히 샤워실로 들어갔다.

대한의 눈에는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멀리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에서 벌어지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화끈한 총격전이 보였다.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투투투투투 투투투투투!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은 한마디로 개판이었다.

권총은 찾아볼 수조차 없고 기관단총과 소총이 쏟아내는 총알이 난무했다.

놈들의 부하들까지 호텔 한 층을 장악해서 격렬히 저항하고 있었다.

‘미친놈들!’

―정말 제정신이 아니네요.

‘호텔에서 총격전을 벌이다니.’

―그래도 전력은 SWAT팀에 당할 수 없을 겁니다.

‘맞아. 다 잡히거나 결국 죽게 될 거야.’

―설사 빠져나간다고 해도 제가 정보를 풀면 돼요.

‘그래. 꼭 그렇게 해라!’

이건 딱 팝콘 각이었다.

대한과 에바는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총격전을 관람했다.

샤워하는 중이어서 편하게 앉질 못했다.

팝콘과 나초, 치즈스틱과 콜라를 먹으면서 구경하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웠다.

처음에 기습을 통해 전투에 주도권을 잡았던 FBI SWAT팀!

범죄단체 네 곳의 돌격부대에 의해 강렬한 저항에 좌초당했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 경찰의 SWAT팀이 지원을 오자 다시 승기를 잡았다.

천천히 그렇지만 꾸준하게 무장한 범죄조직의 발악을 침묵시켰다.

푸타타타타! 푸타타타타!

어디서 들었는지 호텔 상공에는 방송용 헬리콥터들이 모여들었다.

특급호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서 벌어진 총격전!

특종에 목마른 기자들을 불러들이기에, 충분한 소스였다.

시끄러운 총성과 폭발음은 호텔 상공을 날고 있는 헬리콥터에서도 잘 들렸다.

놀란 기자와 카메라맨은 즉시 이런 모습을 전국에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샤워를 마치고 선수대기실로 돌아왔다.

하이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한의 품에 안겨 왔다.

이제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안기지 않았다면 오히려 섭섭할 뻔했다.

페드루 코치와 세컨드가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대한도 올리버와 하이스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갔다.

밖에는 경기장을 향해 조동혁이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대기 중이었다.

대한이 자리를 잡자 하이스와 올리버가 즉시 양쪽으로 나란히 섰다.

그는 간단히 인사를 하고 개인방송을 마무리 지었다.

시청자들이 많이 아쉬워했지만, 대한은 깔끔하게 카메라를 꺼버렸다.

부아아앙!

부우웅! 부우웅!

페라리를 시작으로, 두 대의 대형 SUV 차량이 사이좋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올리버의 집으로 가는 길에 대한은 페드루 코치의 전화를 받았다.

그의 프론트킥에 맞고 기절했던 카알 알브렉슨!

턱에 금이 가서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대한은 잠깐 동정의 눈빛을 띄웠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지금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아 눈을 감은 그의 앞에는 영화보다 재미있는 총격전이 한창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원들의 피해가 극심한데도 아직 저항이 심하네.

―SWAT팀 대원들의 피해도 적지 않아요.

미국의 SWAT팀이 왜 중무장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은 최신의 장비를 하고 있었지만, 상대하는 조직원들의 무장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고 함부로 수류탄을 터트릴 수도 없었다.

잘못하면 호텔 건물의 일부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총과 소총, 기관단총과 기관단총의 정면 대결에서 양측은 한 치의 양보도 보이지 않았다.

대한은 완전히 남의 일처럼 흥미진진하게 둘 사이의 공방전을 구경했다.

그때, 에바의 목소리가 울렸다.

―마스터!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뭔데?’

―영국의 스포츠 베팅사이트는 곧바로 배당률에 맞춰서 배당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스포츠 베팅사이트 5곳은 무슨 이유인지 배당금의 지급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범죄집단의 압력이나 협박을 받는 모양입니다.

‘그럼 강제로 빼가야지. 할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비록 액수가 좀 많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스포츠 베팅사이트 5곳의 은행 계좌에서 고의로 지연시켰던 배당금 지급이 다시 시작됐다.

그중에서 에바가 받아야 할 배당금이 제일 먼저 빠져나갔다.

각 스포츠 베팅사이트에서 재정을 담당하던 담당자가 그걸 보고는 대경실색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배당금 지급은 막을 수가 없었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그들의 행사를 실시간으로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범죄단체 네 곳의 비겁하고 저열한 최후의 수단이 에바에 의해 간단히 실패했다.

이번 일로 각 스포츠 베팅사이트의 재정 담당자가 살해위협을 받긴 했다.

하지만 곧이어 벌어진 FBI와 LA 경찰, 라스베이거스 경찰의 대대적인 합동범죄소탕 작전에 조직원들은 도망치기에 바빠졌다.

“피곤하지.”

“응.”

올리버가 대한을 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왜 저러나 쳐다봤다.

그러자 하이스가 손바닥만 한 비키니를 입고 나왔다.

“다들 뭐해요? 마사지 받으러 안 가요?”

“마사지?”

“응, 내가 불렀어. 대한도 갈 거지?”

“당연하지.”

안 그래도 시합으로 긴장했던 몸이다.

마사지라면, 그것도 올리버가 부른 공짜 마사지라면 당연히 환영이었다.

셋은 실내수영장으로 내려갔다.

세 명의 여성 마사지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올리버가 애용하는 마사지샵에서 출장 나온 특급 마사지사들이었다.

실내수영장 한쪽에 마련된 마사지 전용 침대!

올리버와 대한 그리고 하이스가 차례로 누웠다.

마사지사들이 다가오더니 본격적인 마사지가 시작됐다.

대한은 눈으로는 라스베이거스의 총격전과 합동범죄조직소탕 작전을 봤다.

몸으로는 특급 마사지사에게 기분 좋은 마사지를 받았다.

‘아! 천국이 따로 없구나.’

대한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마스터! 배당금을 모두 회수했습니다. 투자한 금액의 두 배를 벌어들였습니다.

‘두 배나?’

―이번 사건을 주도한 놈들이 마지막에 욕심을 많이 부려서 배당금이 역전되어 버렸습니다. 덕분에 저희도 큰 이득을 봤습니다.

‘수고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놈들을 용서할 수는 없지. 시작하기 전이였다면 모를까 기왕 시작한 것 아예 뿌리를 뽑아버리자.’

―네, 마스터.

에바도 대한의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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