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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재능(Feat. 대한 TV)-130화 (129/331)

130화 <음모>

“이쪽입니다.”

페드루 코치의 말에 대한은 잽싸게 그 뒤를 따라갔다.

조동혁은 카메라로 경기장 외관을 한번 찍고는 얼른 달려왔다.

올리버와 하이스도 경호팀과 함께 나란히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와아아아! 이대한 선수다.”

복도를 따라 걷고 있는 대한의 앞!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게 생긴 어린 꼬마가 뒤뚱거리며 달려왔다.

케인이 즉시 앞을 막았다.

나단도 혹시 있을지 모를 사태에 주변을 경계했다.

대한은 그 모습에 케인과 나단을 만류했다.

“괜찮아요. 아이잖아요.”

“네.”

케인이 옆으로 비켜나자 대한은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꼬마에게 맞췄다.

금발의 파란 눈을 가진 꼬마는 인형처럼 귀여웠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네. 학살자 이대한 선수예요.”

“맞아. 그런데 너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아빠, 엄마랑 같이 왔어요.”

이곳은 이런 꼬맹이가 들어올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이 아이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정말 대책이 안 서는 인간이었다.

“부모님 어디 계신지 말해봐! 같이 가줄게.”

“우리 엄마, 아빠는 잘 있어요. 이거 드세요. 제 선물이에요.”

꼬마는 자신의 가방을 열고 안에서 시원한 캔콜라를 꺼내주었다.

“고맙다. 잘 마실게.”

“그거 마시고 꼭 승리하세요. 빅토리!”

꼬마는 조막만 한 손을 꼭 쥐고는 귀엽게 빅토리를 외쳤다.

대한은 꼬맹이가 준 콜라를 따서 그 자리에서 마셨다.

“자! 너 말대로 다 마셨다. 이제 부모님을 찾으러 가자.”

“네.”

대한은 꼬마의 머리를 한번 쓸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케인! 이 아이의 부모를 찾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케인이 꼬마의 손을 잡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대한은 아직 시간이 안 됐기에 선수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때 에바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응?’

―지금 즉시 화장실로 가세요.

‘왜?’

―급합니다.

‘알았어.’

대한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말하고 선수대기실을 나섰다.

나단이 바로 그의 뒤를 따라왔다.

화장실 안으로 먼저 들어간 나단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입구에 섰다.

고개를 살짝 숙여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 대한은 서둘러 변기가 있는 칸막이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부터 마스터께서 드신 음료수를 배출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변기 위에 입을 벌리세요.

‘알았어.’

심각한 에바의 말에 대한은 즉시 그대로 따라 했다.

갑자기 위가 거칠게 수축과 팽창을 반복했다.

우웨엑!

후드드득!

속에서 위액이 섞인 콜라가 쏟아져나왔다.

몇 번을 토하고 나자 아까 마셨던 콜라가 전부 빠져나왔다.

“제기랄!”

손등으로 입가를 닦으며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욕을 했다.

에바에게 굳이 얘기를 듣지 않아도 대충 상황이 짐작됐다.

그는 너무도 간단한 속임수와 사기에 당해버린 것이다.

―아까 꼬마가 준 콜라에는 설사약을 비롯한 각종 마약이 섞여 있었습니다.

‘마약까지?’

설사약은 짐작했지만, 마약까지 들어있었는지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귀엽게 생긴 꼬마가 이런 악독한 짓을 하다니.

―죄송합니다.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아내지 못하고 마스터를 위험에 빠뜨렸습니다.

‘됐어. 괜찮아. 그것보다 범인을 잡아야지. 설마 꼬마 혼자서 이런 일을 꾸몄을 리는 없고. 대체 지금 내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속에서 뜨거운 분노가 솟구쳤다.

하지만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아무래도 오늘 벌어질 시합에 거액의 베팅이 이뤄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베팅이라면 도박이라는 말이야?’

―스포츠토토 같은 일종의 스포츠 베팅입니다. 마스터가 지는 쪽에 건 놈들이 이런 수작을 벌였겠지요. 지금 그 맹랑한 꼬맹이를 포함해 이번 일의 배후를 캐고 있습니다.

에바는 단단히 화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말대로 에바의 촉수는 지금 사방으로 빠르게 뻗어 나가 캘리포니아주를 뒤덮고 있었다.

대한은 칸막이에서 벗어나 세면대로 갔다.

물을 콸콸 틀고 흐르는 물로 입안을 깨끗이 헹궜다.

‘이걸로 모든 성분이 다 배출된 거 맞아?’

―아닙니다. 소변을 한번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소변 한 번으로 나머지 잔여 성분이 다 배출된다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에바의 권유대로 대한은 소변기에 대고 시원하게 오줌을 쌌다.

안 나오려는 것도 일부러 꾹꾹 짜서 한 방울이라도 더 배출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이 더러워진 기분이 조금도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오늘 나와 싸우는 놈도 한패인지 알아봐!’

―안 그래도 그것까지 포함해서 정보를 수집, 분류, 파악하고 있습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에바가 미국 전역의 데이터센터에 비밀리에 깔아놓은 서버들이 맹렬히 돌아가고 있었다.

대한은 누가 이런 개수작을 부렸는지 절대 용서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먹는 것으로 장난을 치는 것은 극혐이다.

방사능에 오염됐을까 봐 일본산이라면 무조건 피하는 판에 이젠 마약이라니.

신성한 스포츠에 도박 자금이 끼어드니 이렇게 더럽혀지고 말았다.

화장실을 나온 대한은 선수대기실로 돌아갔다.

“왜 그래요? 혹시 몸이 안 좋아요?”

“아니에요. 뭔가 좀 생각할 것이 있어서요.”

눈치 빠른 페드루 코치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대한은 페드루의 눈초리를 무시하고 의자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는 천천히 배틀푸르나(SSS)를 운용했다.

정수리에서 꼬리뼈까지 진자운동이 시작되자 마력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당장 속이 거북스럽던 느낌이 사라졌다.

위액이 넘어와 따끔거리던 목도 시원해졌다.

덩달아 분노로 물든 머리까지 맑아졌다.

‘에바!’

―네, 마스터.

‘그런데 왜 하필 내가 타깃이 된 거지?’

―그거야 소속된 단체나 스포츠클럽도 없고 미국인도 아닌 어린 동양인이라서 사고가 나도 별 뒤탈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겠죠.

‘결국, 내가 졸라 만만해 보였다는 말이군.’

―그런 셈이 됐습니다.

‘우리 복수하자.’

―네? 어떻게요?

에바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대한을 쳐다봤다.

‘내가 지는 것에 돈을 건 놈들을 반대로 털어먹어야지.’

―아! 마스터께서 이기는 쪽에 걸자는 말씀이시군요.

‘맞아. 그렇지만 내 이름으로 도박을 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비자금을 동원해서 아무도 모르게 마스터에게 판돈을 걸겠습니다.

대한의 말을 바로 알아들은 에바가 곧바로 비자금을 동원했다.

미국의 온라인 스포츠 베팅사이트를 살펴보자 바로 이상한 조짐이 감지됐다.

―마스터! 현재 미국의 5대 온라인 스포츠 베팅사이트에 거액의 베팅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습니다.

‘흥! 역시 내가 마약과 설사약이 들어간 콜라를 마셨다는 걸 알고 하는 짓이로군. 역으로 뒤통수를 쳐주지.’

―돈을 빌려서라도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을 전부 퍼붓겠습니다.

에바는 이번 판에 아주 목숨이라도 건 듯 미친 듯이 판돈을 올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베팅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다 어느 시점에 뜸해졌다.

그런데 에바가 거액의 베팅자금을 뿌려대기 시작하자 곧바로 다시 추가자금이 유입됐다.

호구 잡았다고 한 푼도 남기지 않고 털어먹으려는 짓이었다.

―영국의 온라인 스포츠 베팅사이트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아주 국제적으로 노네.’

―크게 한탕 해 먹으려고 단단히 작심한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놈들의 자금을 뿌리째 뽑아서 먹어버리자.’

―알겠습니다. 탈탈 털어버리겠습니다.

‘그래. 시작은 놈들이 했지만, 끝은 내가 결정한다. 에바! 다 쏟아부어.’

―예, 마스터.

대한의 명령도 있겠다, 에바는 정말 급전까지 빌려 가며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을 몽땅 끌어모았다.

‘자금추적을 해서 놈들의 정체도 파악해야 하는데.’

―지금 동시에 자금추적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자금 일부가 중국의 삼합회로 연결됐습니다. 자금 일부가 일본의 야쿠자 조직으로 연결됩니다. 자금 일부가 러시아 마피아로 연결됐습니다.

‘삼합회, 야쿠자, 러시아 마피아! 아주 골고루 나를 엿 먹이려고 하는군.’

정확히 말하면 대한을 곤란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대한이 이길 줄 알고 베팅을 걸었다.

그런데 반대로 져버린다면 아마 엄청난 배당률로 거액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마스터! 꼬맹이의 신분을 알아냈습니다. LA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히스패닉 갱단 ‘아미고스’의 중간보스 페드로의 아들입니다.

‘헐! 이거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정말 대단한 가문이네.’

―어떻게 할까요? 교통사고라도 내서 일가족을 죽여버릴까요?

에바가 살벌하게 나오자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하라고 말할 뻔했다.

하지만 꾹 참고 최후의 선을 지켰다.

‘히스패닉 갱단 ‘아미고스’의 자금을 다 빼돌리고 놈들의 정보를 취합해서 LA 경찰로 넘겨!‘

―네, 마스터.

에바는 정신없이 움직였다.

대한이 경기에 들어갈 시간이 30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영국과 미국의 유명 온라인 스포츠 베팅사이트들에 비자금을 포함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금을 다 퍼부었다.

LA의 히스패닉 갱단 ‘아미고스’의 조직자금을 빼돌리고 정보를 긁어서 LA 경찰에게 보냈다.

중국의 삼합회 미국지부와 일본 야쿠자의 미국지부 그리고 러시아 마피아의 미국지부도 샅샅이 뒤져서 털기 시작했다.

인적정보는 경쟁자들에게 바로 보냈다.

조직의 자금은 탈탈 털어서 전 세계로 분산시킨 다음 지구를 수천 바퀴 돌렸다.

그런 후 조세회피처를 통해 비자금으로 만들어 다시 베팅자금으로 퍼부었다.

적의 자금으로 적의 목줄을 조이는 전술이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대한은 에바가 보여주는 진행 과정을 보자 조금은 마음이 풀렸다.

“대한! 괜찮아요?”

“물론이죠.”

페드루 코치의 말에 대한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천천히 몸을 풀었다.

하지만 대한의 내부는 배틀푸르나를 운용한 상태라 활화산 같은 기운이 솟구치고 있었다.

―마스터!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오늘 상대 선수는 관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이야.’

―죽지 않아서 다행이란 말이군요.

‘아니, 나중에 경찰서에 가지 않게 돼서 다행이란 말이야.’

―아! 네.

대한은 오늘 대전상대인 카알 알브렉슨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적어도 그는 미워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말이다.

벨라코어 FC 관계자가 들어와 시합시간이 다 됐다고 알려왔다.

“시간이 됐습니다. 나가시죠.”

“네.”

페드루 코치와 세컨드를 따라 대한이 선수대기실을 출발했다.

이번에는 올리버가 선물한 검은 사신 복장의 후드를 입었다.

뒤쪽에 살벌하게 생긴 대검이 세로로 그려져 있는, 조금은 유치한 옷이었다.

그런데 팬츠까지 각종 광고로 뒤덮인 검은색이었다.

와아아아!

대한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이 일제히 함성을 터트렸다.

그는 후드를 깊이 뒤집어쓰고 조용히 코치의 어깨를 잡고 걸어갔다.

일부러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신비주의 전략을 쓰는 것이다.

물론 원형의 링으로 올라갔을 때는 단번에 벗어던졌다.

와아아아!

의도된 연출에 다시 한번 관중들이 흥분의 함성을 질렀다.

링 위에는 이미 대전상대인 카알 알브렉슨이 와있었다.

카알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한을 노려보고 있었다.

분명히 종합격투기를 시작한 것은 자신이 먼저인데 인기는 대한이 훨씬 많은 것 같았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얀 피부에 금발, 키는 188cm나 되고 몸은 건장하고 근육으로 뒤덮여있었다.

전적이 9승 2패라 나름 준수한 성적도 가지고 있었다.

심판과 아나운서가 링 안으로 들어오자 바로 선수소개가 시작됐다.

“블루 코너! 4전 4KO! 대한민국에서 온 학살자! 이대한!”

와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마치 이곳에 모인 관중이 모두 대한만을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LA 안팎에 사는 한국인들도 많이 보였다.

그들은 대한의 승리를 기원하며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었다.

그는 그들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며 두 팔을 번쩍 들고 링을 한 바퀴를 돌았다.

이어서 상대 선수소개가 이뤄졌다.

“레드 코너! 11전 9승 2패! 스웨덴에서 온 ‘King’ 카알 알브렉슨!”

와아아아!

큰 함성이 터졌지만 역시 대한만 못했다.

카알은 그게 조금은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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