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화 <배틀푸르나(SSS)>
관중들은 자신이 언제 에드먼 사바잔을 응원했냐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모두 대한의 이름을 뜨겁게 연호했다.
대한! 대한! 대한! 대한! 대한! 대한…….
그 모습에 대한은 두 주먹을 하늘로 높이 치켜들었다.
옥타곤 바깥의 VIP 좌석도 광란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올리버와 호세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를 질렀다.
하이스와 카일리도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흥분으로 물든 그녀들의 볼은 이미 발갛게 물들어있었다.
채팅 창도 난리가 났다.
[만수르SUH: 봤냐? 쟤가 우리 대한이다.]
[닥공: 우와! 마이클 타이슨의 핵 주먹이다.]
[어벤저스: 개시원!]
[자주국방: 미쳤다. 옥타곤 철장 밟고 내리찍는데 지렸다.]
[카리스마: 아오! C바 너무 좋다. 개후련!]
[No재팬: 핵펀치! 핵킥!]
[핵인싸: 미쳤다. 지렸다. 시원하다. 이겼다. 기저귀 없다.]
[꽃보미: 그냥 폭격을 해버리는구나!]
[정직한공무원: 10전 무패의 상대를 KO로 기절시켰다.]
[개좋앙: 가공할 공격력! 후련하다.]
[대한의여자: 아잉! 좋앙!]
축구에서 시원한 역전결승 골이 터진 것처럼.
대한의 화끈한 공격과 통렬한 결정타에 다들 목에 핏대를 세우고 흥분해버렸다.
이번 대전의 승리로 대한은 이제 종합격투기 스타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에드먼 사바잔을 KO로 때려눕힌 것은, 전에 얻은 승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이 컸다.
그동안은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UFC 브라질 대회에서 얻은 승리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 경기가 열린 곳은 종합격투기 대회의 메카 같은 라스베이거스다.
그것도 서브 카드나 코어 카드가 아닌 메인 카드였다.
대한은 이런 중요한 주 이벤트에서 화려하고 화끈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대한 강렬한 인상은 관중들의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경기 전에 다른 선수들의 많은 경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 어떤 경기도 대한처럼 시원하고 통쾌하진 않았다.
거친 야생의 포식자 한 마리가 경기장에 들어와 무대를 초토화한 느낌이랄까!
대한의 번개 같은 움직임과 공격력!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한 피날레 연타는 한마디로 예술이었다.
축구에서 말하는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처럼.
지금, 이 순간 대한은 종합격투기에도 클래스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아니 만천하에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줬다.
02:18.
전광판에 숫자가 떠올랐다.
1라운드 2분 18초 만에 경기가 끝났다는 소리다.
결국, 에드먼 사바자가 들것에 실려 나갔다.
패자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게 모든 스포츠의 생리다.
관중은 동정은 했을지언정 큰 관심은 보이지 않았다.
아나운서가 들어오고 카메라맨이 대한의 앞에 섰다.
심판이 다가와 그의 한쪽 손목을 붙잡았다.
“UFC 라스베이거스 대회, 이대한 선수와 에드먼 사바잔 선수의 미들급 매치는 1라운드 2분 18초 만에 어퍼컷으로 상대를 KO 시킨 이대한 선수의 승리입니다.”
와아아아!
경기장이 떠나갈 듯 들썩였다.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관중을 보고 대한은 격세지감을 느꼈다.
물론 그 감정의 골이 겨우 2분여 년 전에 일어난 것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마이크를 들이밀면서 아나운서가 그를 보고 활짝 웃었다.
“이대한 선수!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경기 어땠습니까?”
“에드먼 사바잔 선수는 정말 투지가 넘치는 선수였습니다. 그렇게 정타를 맞았는데도 쉽게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의지에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와아아아!
대한은 대놓고 에드먼 사바잔 선수를 빨아줬다.
물론 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한 다음에 하는 강자의 립서비스였다.
“거의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승리를 따냈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경기를 시원하게 하실 생각입니까?”
“저야 그렇게 하고 싶죠.”
“네에?”
대한의 부정적인 뉘앙스에 아나운서는 의문을 표했다.
“저야 옥타곤에서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무서운 상대 선수는 아마 겁먹은 깨 꼴 마냥 꼬리를 말고 피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무리 도전해도 시합은 아마 성사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우우우!
대한의 선동에 관중들이 모두 야유를 보냈다.
당연히 이 야유는 대한의 도전을 거절하게 될 모든 UFC 미들급 선수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아나운서는 재치있는 대한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UFC 미들급 선수들이 설마 이대한 선수를 무서워서 피하겠습니까? 아마 그러진 않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되지 않기만을 기도하겠습니다.”
대한은 입담은 절대 약하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미래에 붙을 상대 선수를 선제적으로 도발했다.
이렇게 미리 포석해놓으면 아마 나중에 핑계를 대면서 피하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대한 선수의 다음 목표가 뭡니까?”
“그거야 당연히 챔피언 벨트죠. 그런데 챔피언이 제 도전을 받아줄까 모르겠네요. 무서워서! 크크크!”
“하하하! 이대한 선수의 그 패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꼭 빨리 챔피언 매치를 보고 싶습니다. 오늘 승리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대한은 깔끔하게 인터뷰를 마치고 옥타곤에서 내려왔다.
선수대기실에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밖으로 나오자 하이스가 달려와 안겼다.
뒤이어 카일리 제인이 다가와 그의 뺨에 키스하더니 품에 폭 안겼다.
먼저 안겨있는 하이스는 카일리가 한 행동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뒤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올리버와 호세는 분명히 그 장면을 확인했다.
뒤늦게 조동혁이 다가와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대한은 왼쪽에 하이스, 오른쪽에 카일리를 안고 멘트를 날렸다.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오늘 경기에서 이겼습니다. 앞으로도 시합은 계속 뛸 생각입니다. 솔직히 1라운드도 다 뛰지 않아 힘이 남아돕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한 판 더 뛸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이 받쳐주지 못하네요.”
“꺄악!”
“멋있어요.”
대한의 말에 하이스가 멋있다고 비명을 질러댔다.
반대편에 잇는 카일리도 괜히 흥분해서는 그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덕분에 양쪽 옆구리를 짓눌러오는 물컹한 느낌에 대한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한글최고: 개부럽!]
[대서양횡단: 카아! 좋겠다.]
[터프가이: ㅇㅈ 대한아! 자리 바꾸자.]
[제니테일: 너무 멋있어.]
[판타팬더: 꺄악! 야성이 넘친다.]
[세종대왕만세: 장래희망 대한이!]
[화가난다: 진짜 그만 좀 해라! 하이스에 이어 이제는 카일리 제인이냐.]
[표준어쓰자: 부러우면 지는 거야. 허걱! 졌당.]
[대폭주: 이런 미친! 왜 다들 대한만 좋아하는 거야.]
[코란도: 거울을 보면 알 수 있다. ㅋㅋ]
[팩트체크: 대한은 원래 뚱뚱했을 때도 인기 많았어. 대한 파이팅!]
짧은 방송을 마치고 바로 카메라를 껐다.
대한은 에바의 충고대로 즉시 호텔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올리버는 둘째치고 뉴욕에서 날아온 하이스와 카일리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두 여자와 같이 조금 놀아줄 수밖에 없었다.
올리버가 재치 있게 호텔 스카이라운지 귀빈실을 빌렸다.
대한은 올리버와 같이 하이스와 카일리를 데리고 들어갔다.
음료수도 마시고 차도 마시고, 달콤한 케이크와 파이도 나눠 먹었다.
그러다 올리버가 카지노에 가자고 하자 하이스와 카일리가 좋다고 따라나섰다.
대한은 그 틈에 피곤하다고 빠져나와 호텔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
‘아오! 피곤해.’
―정신적인 피곤함을 말씀하시는 거죠?
‘응. 차라리 경기를 두 번 뛰는 것이 낫지. 여자 둘을 데리고 수다를 떠는 것은 여엉! 내 스타일이 아니야.’
―올리버는 잘도 해내지 않습니까?
‘분명 녀석은 카일리 제인을 노리고 있는 거야.’
대한은 거의 확신에 가까운 직감을 느꼈다.
―올리버가 노리지 않는 여성이 있었던가요? 미녀라면 다 노리던데. 참! 제가 볼 때는 카일리 제인이 마스터를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 하이스가 옆에 있는데도 저러네.’
―마스터가 하이스와 사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당연히 그럴 수 있지요. 저는 이 기회에 그냥 둘 다 취할 것을 조언 드립니다.
에바는 즉각 에바다운 말을 했다.
‘흥! 에바는 항상 그렇더라. 괜찮다 싶으면 그냥 다 가지라고 하잖아.’
―전 성경 말씀이 참 좋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 마스터도 성경 말씀대로 생육하고 번성하십시오. 역시 진리의 말씀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런 뜻이 아니라고. 에고! 내가 말을 말아야지.’
대한은 멋대로 가져다가 입맛대로 골라 쓰는 에바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전 피곤해서 먼저 씻고 한숨 자겠습니다.”
“네, 보스.”
“수고하셨습니다. 편히 쉬세요.”
대럴과 라이스가 그의 말에 미소로 답을 했다.
대한은 그들을 스위트룸 거실에 놔두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널찍한 공간에 침대와 소파 그리고 욕실 겸 화장실이 딸려 있었다.
그는 불을 켜지 않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라스베이거스의 휘황찬란한 불빛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어두운 방 안에서 대한은 탈의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육체!
창밖에서 밀려온 불빛에 의해 멋진 굴곡과 실루엣을 드러냈다.
욕실 겸 화장실에 들어간 대한은 에바를 불렀다.
‘이제 어떻게 하지?’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우고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대한은 에바의 말대로 했다.
둘이 들어가도 넉넉한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 편하게 앉았다.
―이번 강화는 단순히 육체만 강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푸르나(SS)를 끊임없이 운용하세요.
‘알았어.’
확실히 이번 강화는 시작부터 뭔가 좀 달랐다.
혹시 몰라서 대한은 물을 조금 틀어놓았다.
몸에서 이물질이라도 빠져나오면 욕조를 넘어 하수구로 바로 내려가라는 의도였다.
그러나 대한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강화가 진행됐다.
대한은 천천히 푸르나(SS)를 운용했다.
정수리에서 시작한 진자운동은 척추를 통해 꼬리뼈까지 이어졌다.
꼬리뼈에 닿은 후 다시 정수리로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됐다.
마력 스탯이 65인 상태에서 시작한 푸르나의 운용!
점차 거센 마력의 동반을 불러왔다.
―마스터! 이제부터 푸르나(SS)의 마스터 단계로 넘어갑니다. 배틀푸르나(SSS)가 운용됩니다.
에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한의 머릿속에 푸르나(SS)의 고급, 심화 운용법이자 전투용 마력 운용법인 배틀푸르나(SSS)의 지식과 경험이 전수됐다.
“아!”
대한은 머릿속에 시원한 폭죽이 팍팍 터지는 기분이었다.
정수리와 꼬리뼈 사이만 진자운동을 하는 푸르나(SS)!
그 답답함에서 벗어나 그동안 모아뒀던 마력까지 함께 전신으로 흘러갔다.
물론 기본은 푸르나의 진자운동이었다.
하지만 그것에서 파생되어 나온 마력과 의지는 온몸으로 흘러가 하나의 고속도로를 완성했다.
굳이 따지자면 마력의 고속도로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보유하고 있던 마력이 사지 백배로 흐르기 시작했다.
전신이 상쾌하고 가벼워졌다.
온몸에는 힘이 넘쳐흘렀다.
찰랑거리던 욕조의 물이 대한을 중심으로 서서히 회전했다.
몸속의 마력이 이제는 외부에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대한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몸이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전에는 육체만 강해졌다면 이제는 전신의 마력의 통로까지 개척된 상황!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마력을 활용해 신체를 강화하고 한계 이상의 힘을 쓸 수 있게 됐다.
그는 에바가 전수해준 지식과 경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즉각 깨달았다.
‘대박이다.’
비록 아직 육체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지만.
육체 안에 숨겨진 미증유의 힘은 얼마든지 인간의 한계 이상의 힘과 능력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걸 깨달은 대한은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생각이 차분해졌다.
머릿속이 시원해지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이런 현상은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쏴아아아!
모든 과정이 끝나자 대한은 다시 한번 샤워를 했다.
그리고 욕실 안에 있는 전신거울을 살펴봤다.
불을 켜지 않았는데도 잘만 보였다.
세계적인 명장이 심혈을 기울여 조각해놓은 것 같은 아름답고 완벽한 육체가 거울을 통해 비치고 있었다.
대한은 자신의 몸인데도 불구하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름답다. 이래서 나르시시즘이란 게 생겼구나.’
그는 오늘, 전에는 이해하지 못한 단어 하나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