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셀럽>
“올리버 올리베이라! 맞죠?”
“네, 제가 올리버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조가 올리버의 열렬한 팬이에요. 그래서 이번에 UFC 브라질 대회를 페이퍼뷰로 보게 됐어요.”
“아! 제 고객이셨군요.”
“크크크! 유머 감각이 풍부하시네요.”
테일러와 올리버는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편하게 대화했다.
‘에바, 조가 누구야?’
―테일러 스위트가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의 이름입니다.
‘그렇군.’
대한은 더는 관심을 두지 않고 그냥 가만히 지켜봤다.
그런데 테일러와 올리버가 웃으며 대화하는 게 다른 셀럽들의 관심을 끌었나 보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미국의 배우이자 가수 그리고 SNS를 달구는 유명한 셀럽!
놀랍게도 대한에게 인사를 한 여자는 헬레나 고메스였다.
그는 깜짝 놀라서 그녀를 쳐다봤다.
우수에 젖은 눈빛과 통통한 볼살이 귀여운 히스패닉 여인, 아니 소녀의 이미지였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네? 아! 아니에요. 전 도움이 필요해서 온 게 아니라 당신을 만나려고 왔어요.”
“저를 말입니까?”
헬레나의 말에 대한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네, 맞아요. 축구선수 말고, 종합격투기 선수가 아닌, 가수 이대한을 만나러 왔어요.”
대한은 그제야 헬레나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제 노래를 들으셨군요.”
“듣기만 한 게 아니라 음원까지 내려받았어요.”
“제 노래들 중에서 어떤 노래를 좋아하세요?”
“‘이번만 부탁해’도 좋고 ‘나디아 랩소디’도 좋아요. 하지만 제겐 ‘더 빠르게’가 가장 마음에 남네요.”
“라틴음악처럼 신나는 멜로디와 박자를 좋아하시는군요.”
“이제는 좀 즐겁고 신나는 음악을 듣고 싶었거든요.”
대한은 그녀의 말에 헬레나의 전 남자친구인 저스틴 비스트가 생각났다.
헤어졌다 사귀기를 반복하다 결국 전혀 엉뚱한 여자와 결혼해버린 바람둥이!
헬레나가 그 때문에 꽤 상처를 받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헬레나 고메스 씨를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좀 더 즐겁고 신나는 음악을 해야겠어요.”
“고마워요. 그리고 헬레나라고 불러줘요.”
“그렇게 하죠. 헬레나도 날 그냥 대한이라고 부르세요.”
“오케이! 대한!”
대한과 헬레나는 서로 손을 내밀고 악수를 했다.
그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유쾌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여리고 약한 마음도 살짝 느껴졌다.
“전 정식으로 음반을 낸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아셨어요?”
“대한TV가 워낙 유명하고 재미있잖아요. 저도 대한TV의 구독자예요.”
“아! 그러시구나. 이거 제 고객이셨네요.”
“호호호!”
올리버가 했던 멘트를 대한이 바로 응용해서 써먹었다.
그러자 의외로 헬레나는 재미있다고 깔깔대며 웃었다.
느끼한 올리버의 농담도 가끔은 이렇게 써먹을 곳이 있다는데 놀랐다.
그녀의 밝게 웃는 모습을 보며 그는 오빠 미소를 지었다.
나이는 분명히 헬레나가 위였다.
하지만 그녀 특유의 동안 때문인지, 보기에는 대한이 더 오빠 같았다.
물론 185cm 키에 83kg의 당당한 체격을 가진 그와 비교가 돼서 그런지도 몰랐다.
“이번에 새로 낼 정규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괜찮으시다면 피처링을 부탁하고 싶은데요.”
“제가 헬레나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해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꼭 부탁드려요.”
헬레나의 정중한 제안에 대한은 잠시 생각해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날 게 없는 일이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아니 헬레나의 앨범이 나오면 대한TV에서 제일 먼저 소개를 하도록 할게요.”
“고마워요. 대한TV에서 제 노래를 소개해준다면 아마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말뿐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이렇게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당겨주는 관계야말로 장수할 수 있다.
대한과 헬레나는 서로 만족스러워하며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헬레나! 여기서 뭐해?”
“마리아나!”
그때, 헬레나의 옆으로 키가 작고 얼굴이 하얀 여자가 다가왔다.
이름을 듣자 즉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가수이자 작사가이자 배우인 마리아나 그란데였다.
“여기 대한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어.”
“안녕하세요!”
헬레나가 대한을 가리키자 마리아나는 그에게 살짝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하지만 눈빛을 보니 자신이 누군지 전혀 모르는 듯했다.
“반가워요. 마리아나 그란데!”
“혹시 우리 어디서 만났나요? 무척 낯이 익네요.”
“글쎄요. 처음인 것 같습니다만.”
대한의 말에 헬레나가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직접 나섰다.
“대한TV 몰라? 유티비에서 2,500만 명이나 되는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유명한 채널인데. 다이어트도 하고 운동도 하고 축구도 뛰고 요새는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약 중이잖아.”
“어! 혹시 그 1초 식스팩?”
“맞아.”
대한은 썩소를 지었다.
많고 많은 동영상 중에 하필이면 그걸 기억하고 있다니.
그렇다고 현타가 올 정도는 아니었다.
이제는 누가 봐도 잘생긴 얼굴에 근사한 몸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다.
“정말 놀랍게 변했네요.”
마리아나는 대놓고 놀라는 표정이었다.
어지간히 매치가 안되는 모습이었다.
“여러분이 성원해주신 덕분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헬레나가 노래 얘기를 했다.
“노래도 불렀잖아!”
“아! 기억났어요. 엄청 좋은 노래였는데. 제목이 ‘나디아 랩소디’였죠?”
“‘이번만 부탁해’와 ‘더 빠르게’도 있습니다만.”
“나디아 랩소디도 참 좋았어.”
“맞아. 그게 정말 심금을 울리는 노래지.”
대한의 마지막 말은 두 사람의 대화에 그냥 묻히고 말았다.
누구나 취향이 달라서 좋아하는 노래가 다를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고 넘어갔다.
“그 노래를 듣고 꼭 한번 같이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저와 공연을 말입니까?”
“네.”
어째 얘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한 사람은 피처링을 해달라고 했다.
다른 한 사람은 자신과 같이 공연을 하자고 얘기하고 있다.
헬레나는 마리아나가 옆에 오자 말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마리아나는 대화를 주도하며 대한과 즐겁게 웃고 있었다.
우웅!
그 순간!
반가운 공명음이 뇌리를 스쳤다.
대한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니나 다를까!
에바가 즉시 상황을 보고했다.
―마스터! 축하합니다. 재능 레슬링(SS)을 획득하셨습니다.
‘우와아! 더블 S등급이다.’
대한은 마치 계라도 탄 듯한 기분이었다.
―상태 창을 열어드릴까요?
‘물론이지.’
에바가 상태 창을 열자 대한은 급히 격투부터 살펴봤다.
이름: 이대한
등급: 에스콰이어(A)
칭호: 가호(보호막·방어력↑100%), 워크라이(스탯 증폭↑20%), 투지의 신병(재능 부스터↑20%)
나이: 만 17세
직업: 종합격투기 선수(UFC/벨라코어 FC)
재능 ▶ 탄탈러스(SS), 크루세이더(SS), 푸르나(SS), 노래(S), 끈기(S), 인내(S), 미모(S), 지구력(S)
언어 ▶ 포르투갈어(S), 이탈리아어(S), 영어(S)
축구 ▶ 전술 이해도(S), 몸싸움(S), 순간 돌파(S), 양발잡이(S), 넓은 시야(S), 축구 지능(SS), 축구 재능(SS), 프리킥(SS), 축구기본기(S), 드리블(S), 개인기(S), 패스(S), 골 결정력(S), 주력(S), 스프린트(S), 수비(S)
격투 ▶ 레슬링(SS), 무에타이(S), 복싱(S), 주짓수(SS), 태권도(SS), 격술(SS), 검술(S), 종합격투기(S)
스탯: 근력 106, 민첩 89, 체력 94, 지력 92, 마력 55
신장 185cm, 몸무게 83kg
격투 칸에 재능 레슬링(SS)이 당당히 올라가 있었다.
갑자기 심권오 선수의 얼굴이 생각났다.
‘귀국하면 근사하게 저녁이라도 대접해드려야겠다.’
그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스탯을 살펴봤다.
근력, 민첩, 체력, 지력이 모두 1개씩 올라가 있었다.
마력만 3개가 늘어 55가 됐다.
어쩐지 이제 더는 스탯이 급속히 느는 것 같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이 강해졌다는 의미로 생각하기로 했다.
―마스터! 새로운 재능을 흡수하시겠습니까?
대한은 에바의 말에 헬레나와 마리아나를 쳐다봤다.
이들이라면 분명히 쓸만한 능력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재능이 좋을까?’
―마리아나 그란데에게 노래 재능을 가져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노래(S)는 이미 가지고 있는 재능이다.
하지만 마리아나가 가지고 있는 재능 노래는 분명히 최고 등급의 재능이 될 가능성이 컸다.
‘좋아. 그렇게 하자.’
―네, 재능흡수 대상자 마리아나와 신체접촉을 해주세요.
‘알았어.’
에바의 말을 들으면서 마리아나를 쳐다봤다.
마침 마리아나도 대한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괜찮으시면 연락처 하나 받을 수 있을까요? 나중에 공연에 관해서 자세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물론이죠.”
대한은 옆으로 손을 내밀었다.
동혁이 잽싸게 자석카드를 꺼냈다.
그는 자석카드를 받아서 마리아나에게 넘기면서 그녀의 손가락 끝을 살짝 터치했다.
마리아나는 자석카드를 받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긴 전화번호가 없는데요?”
“아! 죄송합니다.”
그제야 대한은 자신의 실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에바!’
―피코셀을 주입했습니다. 재능흡수 대상자 마리아나 그란데의 DNA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최대 재능은 역시 노래인가?’
―네, 그렇습니다. 예상대로 재능 ‘노래(SSS)’를 가지고 있습니다. 흡수할까요.
‘당연하지.’
―마리아나 그란데로부터 재능 ‘노래(SSS)’를 흡수합니다.
대한은 머리를 긁적이며 마리아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스마트폰을 주시면 찍어드릴게요.”
“좋아요.”
마리아나는 웃으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대한에게 넘겼다.
그는 이번에 하이스가 개통해준 스마트폰의 전화번호를 찍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지이이잉!
자연스럽게 전화번호를 받은 대한은 미소를 지었다.
“전화번호를 얻는 게 참 능숙하시네요.”
“그게 아니라 이게 코리안스타일이에요.”
“아!”
그녀는 코리안스타일이란 말에 신기하게도 쉽게 이해하고 넘어갔다.
역시 한류는 위대했다.
헬레나 고메스, 마리아나 그란데, 테일러 스위트!
세 명의 세계적인 팝스타와 셀럽이 몰려있자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이 대한과 올리버에게 쏠렸다.
덕분에 둘은 기자인지 파파라치인지 모를 자들에게 엄청 사진을 찍혔다.
하지만 애초에 이런 것을 완전히 막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테일러가 올리버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물러갔다.
헬레나와 마리아나도 바쁜 일이 있는지 천천히 자리를 떴다.
다행히 마리아나 그란데와 헤어지기 직전!
익숙한 공명음이 울렸다.
―재능흡수 대상자 마리아나 그란데로부터 재능 노래(SSS)를 흡수했습니다.
‘수고했어.’
대한은 마리아나 그란데의 뒷모습을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올리버가 옆에서 패션쇼 관계자들과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대한과 올리버 일행을 친절하게 무대 뒤쪽으로 데려갔다.
“대한!”
“하이스!”
하이스는 대한을 보자 얼른 달려와 품에 안겼다.
누가 보면 죽었다가 살아온 오빠인 줄 알 정도로 반가운 표정이었다.
그런데 올리버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하이스가 올리버를 아는 척도 안 했다.
“나 어땠어요?”
“최고였어요. 슈퍼모델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았습니다.”
“설마 그 정도까지나.”
“그 정도였다니까요.”
대한은 하이스를 한껏 치켜세워 줬다.
그녀는 좋아서 죽으려고 했다.
입꼬리가 귀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라고나 할까!
두 사람이 오랜만에 만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자.
하이스의 뒤쪽에서 슈퍼모델의 아우라를 뿅뿅 뿜어내는 미녀들이 몰려왔다.
“하이스!”
“누구야? 남자친구야?”
“이분들 누구니?”
“여기 무슨 일이야?”
여자 네 명이 동시에 하이스에게 말을 걸었다.
대한과 올리버의 시선이 하이스에서 그녀들로 옮겨졌다.
순간 올리버의 입가는 느끼한 미소가 지어졌다.
대한도 눈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지지 하이디와 벨라 하이디 자매가 먼저 인사를 했다.
이어서 켄달 제인과 카일리 제인 자매도 그 뒤를 이었다.
“환영합니다.”
“하이!”
네 명의 매력적인 슈퍼모델이자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셀럽이다.
대한은 절로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이스가 뒤늦게 그들을 소개했다.
“이쪽은 내 사촌인 올리버 올리베이라야.”
“아! 사촌이었구나.”
“남자답게 생겼다.”
“몸이 장난 아니네.”
“반가워요. 하이스 사촌!”
하이스의 한마디에 기다렸다는 듯 네 마디가 쏟아졌다.
그녀들의 눈빛과 관심이 쏟아지자 올리버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미녀들을 만나게 되니 정말 제 일생의 영광입니다.”
“호호호”
“크크크!”
“근육이 정말 단단하시네요. 운동하시나 봐요.”
“말도 잘하신다.”
올리버의 버터 듬뿍 담긴 매끄러운 인사에 다들 재미있다고 웃었다.
하지만 대한은 이런 올리버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의 관심은 오직 지지 하이디와 켄달 제인에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