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19화 (118/331)

119화 <유니버셜 스튜디오>

하지만 둘의 연습을 중단하지는 않았다.

대한이 재빨리 풀마운트 자세를 잡고 가볍게 파운딩을 했다.

그제야 페드루 코치가 둘의 동작을 멈추게 했다.

다시 한번 테이크다운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순순히 넘어가 줬다.

올리버가 온몸을 비벼대며 대한을 올라탔다.

퉁!

하지만 대한은 힘껏 허리를 튕기면서 올리버의 팔을 잡고 옆으로 몸을 뺐다.

중심을 잃은 올리버가 어떻게 하든 체중을 실어 그를 잡고 늘어지려고 했다.

그런데 대한의 다리가 불쑥 위로 올라오더니 올리버의 목을 낚아챘다.

순식간에 레그 트라이앵글 초크를 당한 올리버가 빠르게 탭을 쳤다.

탕탕!

페드루가 즉시 끼어들어 두 사람의 몸을 떼어냈다.

“올리버! 항상 상대방의 공격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괴물 같은 놈의 힘과 기술을 누가 당합니까?”

“올리버는 훈련파트너로 대한을 만난 것을 감사해야 해요. 이렇게 대한과 훈련을 힘들게 훈련하다가 막상 시합에서 다른 선수와 맞부딪치면 너무 쉬워서 아마 하품이 나올지도 몰라요.”

“끄응.”

올리버는 페드루 코치의 말에 앓는 소리를 했다.

페드루 코치는 친절하고 예의가 발랐다.

그렇다고 할 말을 안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항상 맞는 말만 해대니 이젠 더 따지기도 난처했다.

그렇게 대한과 올리버의 치열한 그래플링 훈련이 진행됐다.

2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대한이 훈련하는 모습을 찍고 있던 조동혁이 하품을 시작했다.

물론 이건 생방송으로 내보낼 게 아니다.

섬네일이나 자료화면으로 쓸 예정이었다.

짝짝짝!

“오늘 다들 수고 많았습니다. 타격 훈련 때 다시 뵙겠습니다.”

“코치님, 수고하셨습니다.”

“페드루, 수고했어요.”

“네.”

대한과 올리버는 물론이고 그레고리까지 얼굴이 환해졌다.

시합장에서는 무엇이든 부숴버릴 것 같은 화려한 종합격투기 선수들!

그들이 시합에 한 번 나오기 위해서는 이렇게 많은 땀과 노력을 연습과 훈련에 투자해야만 한다.

물론 대한은 다른 사람에 비해 그리 많은 땀을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입고 있던 훈련복이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대한! 오늘은 할리우드를 들렸다가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가자.”

“좋아.”

어제는 훈련을 마치고 올리버와 디즈니랜드를 갔다.

몸은 다 큰 어른이건만 그래도 아직 동심은 남아있었나 보다.

각종 놀이기구도 타고 사진도 찍고 방송도 하면서 즐겁게 지냈다.

물론 제일 힘든 것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대한을 찍어야 하는 조동혁이었다.

방송은 될 수 있는 대로 쉬지 않고 한다는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는 대한이다.

그래서 개인방송은 거의 매일 했다.

덕분에 꾸준하게 수익도 들어왔다.

동혁은 월급에다 출장비 그리고 대한이 따로 주는 보너스까지!

아주 두둑하게 돈을 받고 있었다.

유명한 관광 명소에도 가고 가끔은 아주 화끈한 체험도 했다.

대한을 핑계로 보기 드문 눈요기도 즐기면서 취미처럼 일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동혁은 벌써 지쳐서 퍼져버렸을 것이다.

대한과 올리버의 경호팀도 고생을 많이 했다.

디즈니랜드는 워낙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경호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올리버나 대한이나 경호팀 사정을 봐주면서 가고 싶은 데를 가지 않을 인간들이 아니었다.

대한은 샤워하면서 오늘도 고생할 경호팀들의 무운을 빌었다.

그레고리를 보내고 그는 올리버의 차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우르르 몰려다니면 오히려 더욱 시선을 끌 수 있다.

그래서 모두 관광객처럼 편한 차림의 옷을 입고 둘씩 짝을 지어 다녔다.

사방에서 경호하는 가운데…….

대한과 올리버는 선글라스를 쓰고 대로를 활보했다.

그들이 제일 먼저 간 곳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돌비시어터였다.

“여기서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구나.”

“왜? 너도 배우 한번 해보게? 2,500만에 가까운 구독자를 가진 유티버에다 대한TV라는 개인방송을 하는 유명 스트리머니까 배역을 따내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야.”

“됐다. 차라리 그냥 내가 영화 찍고 만다.”

“정말? 그럼 내가 투자할게. 한번 재미 삼아 해봐!”

“투자? 얼마나 투자하려고?”

“처음에는 소소하게 백만 달러 정도면 되지 않을까?”

백만 달러면 원화로 환산해서 12억 원이다.

영화 한 편 찍는 데는 부족하다면 많이 부족한 금액이다.

하지만 대한에게 선뜻 백만 달러를 투자한다는 올리버의 말에 살짝 감동이 일어났다.

“계약서는 당연히 써야 하고, 투자에 대한 대가는 확실히 지급해야 한다.”

감동의 물결은 금세 씻은 듯이 사라졌다.

“너한테 투자를 받느니 그냥 내 돈 내고 내가 찍을게.”

“어라! 정말 영화 한 편 찍을 생각인가 보네.”

“아직은 잘 모르겠어. 나중에 때가 되면 한번 생각해볼게.”

“그럼 나도 좀 끼워줘! 엑스트라라도 괜찮아.”

투자자에서 한순간에 엑스트라도 좋다는 올리버!

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궁금했다.

아니 정체성이 제대로 박힌 놈인지도 의심스러웠다.

“너 왜 사냐?”

“그거야 즐기려고 살지.”

“참! 너 잘났다.”

“그걸 이제 알았어? 우리 어머니가 나를 보고 얼마나 자랑스러워하시는데.”

대한은 말이 안 통하는 올리버와 더는 실랑이하지 않았다.

대신 카메라를 보면서 개인방송을 시작했다.

당연히 올리버도 옆에서 끼어들어 대한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면 꼭 한번 와서 구경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스타들의 손바닥이 찍힌 차이니즈시어터로 가보겠습니다.”

대한은 차이니즈시어터 앞으로 이동하며 주변을 구경했다.

올리버는 바닥에 괜히 손바닥을 대보는 등 온갖 쇼를 하면서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저놈의 관종새끼!’

그는 올리버를 보면서 썩소를 지었다.

대한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유명한 영화배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잘 모르는 스타들이었기 때문이다.

스타의 이름이 적힌 분홍색 별이 길을 따라 이어진 워크 오브 페임!

둘은 그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었다.

“어! 대한이다.”

“와아! 이대한 선수다.”

그때, 대한을 알아보는 한국 사람들과 팬들이 다가왔다.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쉽게 대한을 알아봤다.

워낙 체격이 좋고 잘생겨져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됐다.

대한과 올리버의 경호원들이 즉시 인의 장막을 쳤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경호원들을 만류했다.

대한은 조동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동혁은 들고 다니는 배낭을 열었다.

안에서 대한의 얼굴과 사인 및 대한TV의 로고가 들어간 자석카드를 꺼냈다.

“원래 사인은 잘 안 합니다. 그래서 대신 이걸 준비했습니다.”

“와! 자석카드다.”

“대박! 이거 레어템인데.”

그는 팬들에게 카드를 나눠주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곤 곧바로 자리를 떴다.

할리우드 사인을 볼 수 있는 할리우드 하이랜드 복합 쇼핑몰도 들렸다.

생각보다 살 게 별로 없어서 한번 쭉 훑어보고 나왔다.

하지만 조동혁은 그사이에도 열심히 카메라를 돌리고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적응했는지 자신이 보기에 좋으면 마구 찍어댔다.

“이제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가자.”

“그래.”

그들은 차를 타고 이동했다.

다음 목적지는 할리우드 최대의 영화 스튜디오와 테마파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였다.

하루 종일 숨 막히는 액션을 테마파크에서 즐길 수 있는 멋진 기회!

스릴 넘치는 테마파크 라이드 및 공연!

로스앤젤레스 최고의 쇼핑상가, 레스토랑, 그리고 영화관이 있는 시티워크까지!

입구에는 온갖 환상적인 광고문구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대한과 올리버는 거침없이 티켓을 끊고 안으로 들어갔다.

제일 먼저 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튜디오 투어였다.

차를 타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알아서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동혁도 액션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쓰고 카메라로 열심히 주변을 찍으며 같이 구경했다.

다음은 모노레일을 타고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 성을 구경했다.

거대한 쥬라기 공원을 보트를 타고 라이드도 즐겼다.

쿵푸 팬더가 나왔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냥 넘겨버렸다.

그래도 최신 어트랙션을 타고 드라마 ‘워킹데드’의 세계관을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었다.

패스트 & 퓨리어스 슈퍼차지드도 나름 흥미로웠다.

360도 3D로 킹콩도 만나봤다.

스프링필드 다운타운으로 가서 심슨 가족도 구경했다.

워터월드의 공연장에서 워터쇼도 보고 미니언들도 3D로 봤다.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트랜스포머 더 라이드 3D도 빼놓지 않았다.

“우와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덕분에 시간도 정신없이 빠르게 흘러갔다.

배가 고파서 레스토랑에 들려 햄버거와 핫도그를 시켜 먹었다.

미국이라서 그런지 뭔 놈의 콜라가 그렇게 사이즈가 큰지.

미디움을 시켰는데 대형사이즈가 나와서 당혹스러웠다.

라지와 수퍼라지도 있다는데 저걸 다 누가 먹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투덜거리며 먹고 마시고 있을 때!

올리버가 전화를 받으며 짜증을 냈다.

“아! 왜?”

하는 짓을 보니 하이스에게서 전화라도 온 모양이었다.

“받아라!”

“나?”

“그럼 하이스가 나랑 통화하려고 전화했겠냐?”

대놓고 싫은 기색을 팍팍 내는 올리버.

대한은 아무 말 없이 올리버의 스마트폰을 받았다.

―대한!

“하이스!”

―왜 전화도 안 해요?

“내일 갈 건데 무슨 전화에요.”

―그럼 내일은 정말 꼭 올 거죠?

“물론이죠. 하이스가 뉴욕패션쇼에서 데뷔하는 날인데 우리가 안 갈 수 있나요.”

―헤헤! 내가 VIP 좌석 준비해놨어요.

“고마워요. 그럼 내일 봐요.”

―네.

하이스는 언제나처럼 상냥하고 친절했다.

대한은 절로 미소를 지으며 스마트폰을 올리버에게 넘겼다.

“그렇게 좋냐?”

“뭐가?”

“하이스랑 통화하니까 그렇게 좋아? 막 웃음꽃이 피어나네.”

“그런 너는 왜 그렇게 하이스가 싫은데. 둘이 전생에 무슨 부부였냐?”

“뭔 농담을 그렇게 살벌하게 해. 이거나 받아.”

“이게 뭐야?”

“하이스가 사서 보냈더라고. 너 준다고 가지고 있다가 깜빡했어.”

올리버가 내민 손에는 한국산 최신형 스마트폰이 들려있었다.

“올! 이거 나도 사려고 했는데.”

“잘됐네. 돈 굳어서.”

메탈실버에 각가지 빛이 환상적으로 산란하는 스마트폰!

누가 봐도 구매욕을 자극하는 완소 아이템이었다.

“이거 전화번호까지 개통해놓았네.”

“아무래도 하이스가 너를 많이 좋아하는 모양이다. 짠순이가 이렇게 돈을 팍팍 써대는 것을 보면.”

대한은 올리버의 말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짠순이라니?”

“짠순이 맞아.”

“그거야 아직 일하지 않아서 돈이 별로 없어서 그렇겠지.”

“하이스가 돈이 없다고. 푸하하하!”

“왜 그렇게 웃어?”

올리버가 이 타이밍에 웃는 게 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돌아가신 할아버지한테 제일 유산상속을 많이 받은 사람이 마누엘 삼촌과 하이스야. 우리 아버지는 둘에 비하면 십 분의 일도 유산을 상속받지 못했어.”

유산상속에 나름 불만이 좀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대한은 그 부분만큼은 아예 모른 척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구나.”

“몰랐어?”

“얘기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모를 수밖에.”

“보통 유산을 상속하면 아들에게 주잖아. 그런데 할아버지가 얼마나 하이스를 좋아하셨는지 마누엘 삼촌이 받은 것만큼 하이스도 유산을 직접 상속받았어. 물론 나중에 삼촌과 숙모가 돌아가시면 그것까지 전부 상속받게 될 거야.”

“아! 그으래?”

얘기를 들어보니 하이스는 올리버보다 더한 금수저였다.

“그런 하이스가 돈이 없겠냐? 이제 성인이 돼서 가진 재산을 마음껏 써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괜히 주변에서 양아치 같은 놈들이 하이스를 노리는 게 아니야.”

“하이스에게 그런 비밀이 있었구나.”

“비밀은 개뿔!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지.”

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돌아봤다.

이제 더 이상 구경할 게 없나 살펴보는 것이다.

“오늘 관광도 이것으로 끝이네.”

“집으로 돌아갈 거야?”

“물론이지. 그런데 내일 뉴욕 갈 비행기 표는 끊어놨어?”

“응, 얘기해놨어. 아침 먹고 천천히 가면 돼.”

“이번에도 퍼스트 클래스야?”

“당연하지.”

올리버의 당연하단 말에 대한은 얼굴이 활짝 폈다.

다른 것은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이것 하나는 참 마음에 들었다.

이러다 퍼스트 클래스에 맛 들여서 비즈니스 클래스도 못 탈까 봐 걱정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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