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18화 (117/331)

118화 <레슬링>

대한이 허락하자 올리버는 즉시 지하실에 있는 체력단련실로 내려갔다.

이미 얘기를 해뒀는지 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 10명 정도 모여있었다.

“이리 앉아서 이력서부터 살펴봐!”

“응.”

대한은 올리버가 내민 이력서를 살펴봤다.

‘에바!’

―네, 마스터!

‘이력서를 보고 쓸만한 인물을 추려봐!’

―알겠습니다.

에바는 이력서의 정보를 토대로 경호원 후보자들의 신상을 털기 시작했다.

CIA, FBI, NSA, 델타포스, 네이비실 등 정보부와 특수부대의 서버를 각각 뒤졌다.

경호원이 되면 배반하지 않고 성실히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자들을 추렸다.

그녀는 이 중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4명을 배제했다.

그리고 나머지 6명 중에서 능력이 뛰어나고 성실한 순서대로 순위를 매겼다.

“이력서는 봤으니 무술이나 격투기 실력을 좀 볼까?”

“좋아. 호세가 이런 것에는 아주 능하니까 잘 봐둬!”

올리버가 신호를 보내자 호세에게 앞으로 나섰다.

그는 자신의 경호팀을 움직여 10명과 모두 대련을 시켰다.

철저하게 보호구를 착용한 상태에서 하는 거라 다칠 위험은 거의 없었다.

팍 파바박! 퍽 퍼퍽 퍽퍽퍽!

다들 한 주목하는 자들만 모아놓아서 그런지 움직임들이 달랐다.

주먹과 발차기는 날카롭고 움직임은 비호같았다.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에바의 조언대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4명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나머지 6명 중에서 필요한 인원을 뽑을 것이다.

‘에바! 저 두 사람 움직임이 좀 이상하지 않아?’

―뭔가 몸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아깝다. 하필 능력이 뛰어난 편인 사람들이 몸 관리를 제대로 못 했네.’

―그래 봐야 다 거기서 거깁니다. 앞으로 어떻게 훈련하느냐에 따라 이들의 무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한은 30분 정도 지켜보다가 올리버와 같이 퇴장했다.

그는 4명을 지목해 이력서를 올리버에게 보여줬다.

대련하느라 수고해준 사람들에게는 모두 차비와 소정의 수고비를 지급했다.

선택된 4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6명은 즉시 저택에서 내보냈다.

대한과 올리버는 1층 소파에 앉아 앞으로 경호팀을 어떻게 운영할지 의논했다.

잠시 후, 정장으로 갈아입은 4명의 사내가 올라왔다.

대한과 올리버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이들을 반겼다.

“케인, 나단, 데럴, 라이스!”

“네, 보스.”

대한의 말에 그들은 동시에 힘차게 대답했다.

벌써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을 보이니 기분이 좋아졌다.

“경호팀에 들어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전 이대한입니다. 케인과 나단이 A조, 데럴과 라이스가 B조입니다. 네 분은 앞으로 2교대로 저를 24시간 경호하게 될 것입니다. 경호팀의 임시팀장은 케인, 부팀장은 데럴로 하겠습니다. 실무능력을 평가해서 나중에 정식으로 팀장과 부팀장을 뽑도록 하겠습니다.”

“…….”

“전 당분간 여기 올리버의 집에서 머물 것입니다. 올리버의 경호팀장인 호세와 의논하고 협력하셔서 움직이면 됩니다. 잘 부탁합니다.”

그는 짧게 당부를 하고 즉시 업무를 분담했다.

나머지는 그들끼리 의논을 하고 경호에 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용무가 끝나자 호세는 대한의 경호팀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경호용품을 지급하고 업무수칙을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대한은 경호팀을 운영한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올리버가 운영하는 경호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모르긴 해도, 호세는 아낌없이 경호의 노하우를 전수해줄 것이다.

물론 경호용품과 필요한 비품 및 소요경비는 당연히 대한이 지급하기로 했다.

‘이제 한시름 놓았네.’

―경호팀이 빠르게 가동되어서 다행입니다.

‘한국에 연락해서 부모님에게도 비서 한 명과 경호팀을 붙이는 게 좋겠어.’

―알겠습니다. 즉시 유아영 대리와 정반석 변호사에게 얘기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에바는 대한이 말을 끝내자마자 유아영 대리와 정반석 변호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들은 서로 논의해서 부모님을 알뜰살뜰 보살필 비서를 구하고 전문경호회사를 정해 경호팀을 파견시켰다.

이로써 그는 부모님에 대한 염려와 경호에 대한 불안감을 한꺼번에 해결했다.

―추가 보고 사항이 있습니다.

‘뭔데?’

―보이스피싱 조직들을 보복·응징하면서 본의 아니게 거액의 비자금이 생겼어요. 이걸 어떻게 쓸지 말씀해주세요.

‘음! 그건 지금 생각하기 복잡하니까, 일단 투자금으로 넣어둬!’

‘투자해도 된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되겠죠?’

―투자금으로 넣으라는 말이 바로 투자를 하라는 소리야.

―알겠습니다. 그럼 전액을 투자금으로 넣어서 투자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한은 거액의 비자금이라는 에바의 말을 간과했다.

그래서 고민하지도 않고 일단 투자금으로 넣어서 투자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 별 뜻 없이 한 행동이 나중에는 엄청난 결과로 돌아와 큰 파장을 일으킨다.

물론 지금이 아닌 나중에 일어나게 될 일이었다.

* * *

그레고리는 서로 맞잡은 클린치(clinch) 상태에서 번개처럼 몸을 낮췄다.

대한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레고리의 시도는 통하지 않았다.

같이 자세를 낮추며 몸으로 짓눌러오는 대한의 방어 때문이었다.

그레고리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레슬링의 온갖 기술을 발휘하며 어떻게든 테이크다운(take down)을 노렸다.

그러다 역으로 싱글 레그 테이크다운을 당했다.

땀을 찔찔 흘리며 그레고리는 거미줄 같은 대한의 손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그런데 기다리고 있다는 듯 이번엔 태클이 들어왔다.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온 무자비한 태클(tackle)!

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레고리는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레슬링 고수다.’

그레고리는 상대를 무시했던 자신의 교만함을 반성했다.

어느새 자신은 파테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파테르는 양 무릎과 양손을 바닥에 댄, 엎드린 고릴라 같은 자세에서 그 뒤를 상대 선수가 잡는 상태를 말한다.

힘과 스피드가 누구보다도 뛰어난 그레고리였다.

하지만 강철같은 대한의 몸과 공세를 막는 것은 쉽지 않았다.

뒤집히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그레고리!

꼭 뒤집으려고 시도하는 대한과의 치열한 싸움이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순간 대한의 힘이 살짝 풀렸다.

그레고리는 재빨리 몸을 뒤집어 빠져나왔다.

몸을 일으키자 바로 타이 업(Tie up)을 했다.

대한의 뒷목과 한쪽 이두근을 잡는 자세가 된 것이다.

그러자 대한도 그레고리의 뒷목과 어깨를 붙잡아 교착상태를 이루었다.

컬러타이(뒷목을 잡고 있는 상태)라 나머지 한 손으로 서로의 팔을 제어하려고 끊임없는 다툼이 벌어졌다.

결국, 그레고리가 대한의 한쪽 팔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이마로 머리와 턱을 밀면서 빠져나가지도, 공격하지도 못하게 막았다.

깔끔하게 러시안 타이(Russian tie)에 걸린 대한!

급히 몸의 중심을 이동하면서 그레고리에게 앞목 헤드록(Front headlock)을 걸었다.

상대의 머리를 조르며 위에서 눌렀다가 잡아서 확 끌어당겼다.

중심을 잃은 그레고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힘껏 더블렉 태클(Double leg Take down)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흔히 슈플렉스라고 많이 부르는, 안아띄우기(arch throw)를 응용해 대한이 오히려 그레고리를 들어서 뒤집어 넘겨버렸다.

그것은 마치 씨름의 배뒤집기를 하는 것과 비슷했다.

휘익, 쿵!

같이 넘어질 때 체중이 좀 실려서 바닥에서 둔중한 소리가 났다.

대한은 벌떡 일어나 그레고리의 몸을 살폈다.

충격이 심한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시간이 좀 지나자 그레고리는 몸을 털고 일어났다.

“오늘 레슬링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네, 그렇게 하죠.”

그레고리는 허탈한 표정으로 대한의 얼굴을 쳐다봤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종합격투기로 전향을 하고 나자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도 분명히 초대받고 온 것은 자신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상대에게 한 수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10분간 휴식 후, 그래플링 훈련을 하겠습니다.”

페드루 코치가 대한과 그레고리를 보면서 소리쳤다.

대한과 올리버 때문에 브라질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페드루!

베벌리힐스 주짓수 체육관의 시설이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어느새 옆에 다가온 올리버가 대한에게 친근하게 물었다.

“어때? 할 만해?”

“뭘? 레슬링?”

“응, 어렵지 않아?”

“아까 안 봤어?”

“못 봤는데.”

“그럼 얘기를 말던가.”

대한은 숨을 고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올리버는 입을 삐죽거리면서도 자리를 뜨진 않았다.

이유 없이 질척거리는 올리버를 보면서 그는 그레고리를 생각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답게 그레고리는 상당히 뛰어난 레슬러였다.

하지만 자신이 흡수한 심권오 선수의 재능 레슬링(SSS)은 그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그래서인지 대한은 레슬링은 시작한 지 이틀 만에 그레고리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레고리는 레슬링을 그만둔 지가 좀 됐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종합격투기 선수로 전향해 훈련해온 그레고리와 이렇게 레슬링으로 맞상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대한은 새삼 에바의 재능흡수 위력에 감탄했다.

“그래플링 훈련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링으로 올라가세요.”

“네.”

대한과 그레고리는 페드루 코치의 말을 듣고 링, 아니 옥타곤으로 바로 올라갔다.

UFC에서 사용하는 전용 링인 옥타곤과 똑같이 만들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마치 실전을 하는 기분이었다.

“벌써 휴식시간 다 지났네.”

올리버가 투덜거리면서 들어왔다.

페드루 코치가 친절하게 보호구를 씌워줬다.

“모두 보호구와 헤드기어 꼭 착용하세요. 글러브를 끼고 이리 모이세요.”

셋이 모든 준비를 마치자 페드루 코치가 대한을 보며 말했다.

“대한의 체력이 제일 좋으니 먼저 하겠습니다. 그레고리 준비하시고 올리버는 옆에서 대기하세요.”

“네.”

페드루 코치가 심판을 보고 스파링을 빙자한 그래플링 연습을 시작했다.

“경기 시작!”

페드루의 선언에 대한과 그레고리가 중앙에서 맞부딪쳤다.

타격은 일절 허용하지 않고 오직 그라운드 기술만 쓰는 연습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레고리는 의욕적으로 달라붙었다.

꽈당!

하지만 곧바로 대한에게 테이크다운을 당해 뒤로 쓰러졌다.

그레고리는 급히 대한의 목을 잡아당겼다.

동시에 두 다리로 그의 한쪽 다리를 감쌌다.

그러나 체중을 이용해서 위에서 누르며 목을 빼자 파운딩 자세가 나왔다.

“그만!”

페드루의 말에 두 사람은 즉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레고리! 종합격투기는 레슬링이 아닙니다. 잡으려고만 하지 말고 빠져나오려고 해야지요. 허리를 쓰세요.”

“알겠습니다.”

“다시 갑니다.”

대한은 아까와 같은 자세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그레고리가 열심히 허리를 튕겼다.

하지만 그 틈에 다리 한쪽을 빼고 오히려 풀마운트 자세를 잡았다.

“그만! 빠져나오라고 했지. 상대에게 풀마운트 자세를 주면 어떻게 합니까? 빠져나오세요.”

풀마운트 자세에서 계속 훈련이 진행됐다.

그레고리는 뛰어난 레슬러였다.

하지만 아직 주짓수의 기술이 익숙지 않아 대한에게는 쉬운 상대였다.

이미 레슬링에서도 압도하는데 주짓수까지 숙달한 대한!

그레고리에겐 아직 너무도 커다란 벽이었다.

암바, 힐훅, 리어 네이키드 초크, 트라이앵글 초크, 암 트라이앵글, 길로틴 초크 등

다양한 주짓수의 기술에 걸려 죽어라고 탭만 치다 끝났다.

“올리버! 교대해주세요.”

“네.”

그레고리가 나오고 올리버가 들어왔다.

대한은 별로 힘든 기색이 없었다.

“괴물 새끼!”

“찐따같은 소리 하지 말고.”

올리버의 도발을 대한은 간단히 일축했다.

“시작!”

페드루 코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올리버가 테이크다운을 들어왔다.

이번에는 그래플링 기술 중에 방어를 훈련하기로 했다.

그래서 일부러 넘어갔다.

하지만 대한의 등이 링 바닥에 닿는 것과 동시에 갈고 닦은 그의 화려한 기술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뒤로 넘어가는 힘에 오히려 탄력을 더해 속도를 더했다.

그러자 간단하게 한 바퀴를 더 굴러서 올리버를 바닥에 눕혔다.

“어!”

올리버는 대한을 올라탈 수 있다는 기쁨에 좋아하다가 역으로 당하자 크게 당황했다.

“대한! 아주 좋은 기술이었어요.”

페드루 코치는 대한을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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