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미국 샌타모니카>
[미쿡여자: 와아! 멋지다.]
[난동포다: 이제 미국진출까지.]
[태평양: 대한이 출세했다. 미국도 가고.]
[불편한진실: ㅇㅈ 이제 여행 콘셉트로 가는구나.]
[아메리카나이트: 바다 보고 싶다.]
[콜라는역시: 해변 너무 멋지다.]
[탄핵당한트럼프: 대한만 따라다니면 미국여행 끝!]
[대한만세: 대한 클래스 보소! ㅎㄷㄷ]
[우량아였다: 아우! 좋아! 파도 좋아!]
[대폭주: 점점 갈수록 스케일이 커진다.]
[미니밴도OK: 나도 미국 가보고 싶다.]
전반적으로 부럽다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물론 대한의 클래스가 달라졌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올리버는 괜히 대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친한 척했다.
“Welcome to Santa Monica!”
그런데 그가 하는 영어는 서부 악센트가 들어간 미국식 발음이었다.
아무래도 어렸을 적에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듯했다.
대한은 동혁에게 액션캠을 받아 올리버와 샌타모니카 해변을 잠시 비췄다.
그 사이, 경호팀은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창가에 자리를 마련했다.
동혁도 삼각대를 잔뜩 들고 와서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에 호세는 경호원 한 명을 동혁에게 붙여 도와줬다.
덕분에 빠르게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이제 배가 살짝 고프니 레스토랑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동혁이 사인을 보내자 대한은 아주 자연스럽게 방향을 돌려 킹크랩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넓은 실내에 큼지막한 테이블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건 나무망치로 후려치며 살을 발라 먹는 킹크랩이었다.
“와우! 크랩의 크기가 정말 크네요. 괜히 킹크랩이라고 하는 게 아닌 모양입니다.”
대한은 액션캠으로 살아있는 킹크랩을 잠시 보여줬다.
그런 후 창가로 걸어갔다.
커다란 테이블 위에 하얀 식탁보가 깔려있었다.
그 위에는 킹크랩을 먹는데 필요한 도구가 잘 마련되어 있었다.
‘에바!’
―네, 액션캠에서 카메라로 넘겼습니다.
대한은 동혁에게 액션캠을 넘기고 카메라를 바라봤다.
“킹크랩 말고도 다른 해산물을 파는 모양입니다. 메뉴를 받으면 다양하게 한번 시켜보겠습니다.”
그는 웨이트리스가 오기 전에 올리버와 같이 적당히 썰을 풀었다.
이제는 대한 TV에 적응했는지 올리버는 마치 고정출연자 같은 분위기를 냈다.
알고 보면 이 녀석도 은근히 관종이었다.
주근깨가 있는 전형적인 미국 아가씨가 메뉴를 들고 다가왔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을 보니 웨이트리스였다.
올리버는 예의 그 느끼한 웃음을 지으며 주문을 했다.
웨이트리스도 올리버의 관심이 싫지 않은지 시종일관 웃음을 지었다.
대한은 카메라를 통해 메뉴만 보여줬다.
너무 많이 시키는 것 같아서 말릴까 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서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어차피 계산은 올리버가 할 것이다.
경호팀의 숫자도 꽤 될 테니 대한보고 내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럴 놈도 아니고.
대한은 브라질에서 LA까지 오면서 일어난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얘기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웨이트리스들이 요리가 가득 담긴 접시들을 가져왔다.
테이블은 금세 요리들로 점령됐다.
“우와!”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킹크랩을 시작으로 랍스터, 왕새우, 생굴, 생선튀김 등
온갖 싱싱한 해산물이 다 있었다.
과연 둘이서 이걸 전부 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채팅 창에도 비슷한 의견이 올라왔다.
그런데 누군가 한 명이 갑자기 먹방 미션을 걸었다.
그걸 보고는 너도나도 먹방 미션을 올리기 시작했다.
“여러분! 왜 이러세요. 저 폭식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만.”
대한은 일단 발을 뺐다.
그러자 바로 먹방 미션의 액수와 단위가 올라갔다.
거기에다 이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중국, 일본, 동남아, 미국, 유럽 등
각지에서 먹방 미션이 올라왔다.
한번 불붙기 시작한 먹방 미션은 경쟁이라도 붙은 듯 활활 타올랐다.
그는 채팅 창을 보면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에바! 내가 테이블에 있는 것들을 다 먹을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제가 소화를 돕도록 하겠습니다.
이상하게 에바까지 먹방 미션을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대한은 잠시 고민했다.
그 사이에도 먹방 미션은 끊임없이 올라왔다.
[대한민국: 뭘 고민이야! 킹크랩과 랍스터 다 먹으면 달풍선 만 개 쏜다니까.]
[스피드트랙터: 달풍선 만 개면 얼마냐? ㅎㄷㄷ]
[독도지킴이: 어! 분위기가 왜 먹방 미션으로 흐르지?]
[오사카미녀: 킹크랩을 맛있게 다 먹어주세요. 비트 10만 개 쏩니다.]
[장난꾸러기: 지금 장난하냐? 난 비트 100만 개 쏜다.]
[GoldenHand: 테이블 위에 있는 음식 다 먹으면 후원금 만 달러 쏘겠습니다.]
[파라오: 만 달러? 이거 미친 거 아냐?]
[성경66권: 먹는 거로 장난치지 맙시다.]
[호두알깐인간: 이거 오늘 큰 손들 다 모였나 보네. 미션 액수가 ㅎㄷㄷ 하다.]
[WorldLeader: 테이블 위의 요리 먹방 클리어 미션에 2만 달러 겁니다.]
구독자와 팔로워들이 워낙 많다 보니 이런 일도 생겼다.
에바는 화면 한쪽에 미션을 내걸었던 시청자들의 아이디와 액수를 빼곡히 적었다.
총액을 보니 정말 다들 미친 것 같았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돈까지 벌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것도 배탈이 나서 아플 염려도 없다면 말이다.
“음! 할 수 없군요.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요청이 끊이질 않는군요. 특별히 이번만 먹방 미션을 받도록 겠습니다. 일단 올리버가 먹는 것도 제가 미션을 클리어하는 것에 포함시켜주시는 겁니다.”
대한의 말에 미션을 걸었던 시청자들이 다들 좋다고 했다.
에바가 꼼꼼히 아이디를 조사하고 대답이 없는 아이디를 창에 띄워주었다.
마침내 먹방 미션을 내걸었던 모든 시청자가 동의했다.
대한은 길게 한숨을 한번 쉬고는 먹방 미션을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 쌓인 킹크랩은 모두 열 마리.
보통 성인 남자가 한 개를 먹는다.
두 개를 먹으면 배가 불러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다.
이런 킹크랩이 열 마리이니 십 인분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다 팔뚝만큼 큰 랍스터도 다섯 마리나 됐다.
스팀 랍스터, 양념 랍스터, 버무린 랍스터 등 종류도 다양했다.
이것도 성인 남자가 하나를 제대로 먹기 힘든 크기였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왕새우 스무 개, 생굴 서른 개, 생선튀김 두 접시, 샐러드, 구운 감자 등 각종 요리로 가득했다.
쾅! 쾅! 쾅! 쾅! 쾅!
대한은 킹크랩을 나무망치로 야무지게 팼다.
껍질이 깨지며 투실투실한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우적, 우적!
입을 오물거리며 그는 카메라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맛이 기가 막히네요. 한국에서 먹던 대게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솔직히 대한에게 킹크랩이나 대게나 맛있는 것은 비슷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솔직히 말하면 방송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살짝 양념을 치듯 과장된 표정으로 맛있게 먹었다.
킹크랩 한 마리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 침을 꿀꺽거리며 부러워했다.
두 마리째로 들어가자 올리버도 상황을 파악했단.
올리버는 대한을 위해 킹크랩을 열심히 먹었다.
그러나 올리버가 먹을 수 있는 킹크랩의 양은 세 마리가 한계였다.
결국, 남산만큼 부푼 배를 잡고 뒤로 물러났다.
나름 도와주려고 했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올리버가 킹크랩을 세 마리나 먹었네요. 절 도와주려고 무리한 모양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하하하! 이거 정말 맛있네요. 기분 같아서는 백 개도 먹겠어요. 물론 기분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대한은 결코 그냥 먹기만 하지 않았다.
맛이 어떻고, 식감이 어떻고, 씹는 게 어떻고…….
직접 시청자가 먹고 씹고 맛을 보는 느낌을 주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맛있겠다며 자국에서 킹크랩을 먹을 수 있는지 검색을 했다.
대한은 확실히 먹방에 재능이 있었다.
그러나 먹방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콘텐츠가 있었다.
그래서 굳이 먹방 콘텐츠를 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다시 살이 찔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도, 아니 트라우마 같은 것도 조금 있었다.
어찌 됐든 일단 지금은 열심히 먹어야 할 때였다.
먹방 미션에 걸린 상금이 엄청났다.
그리고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포식하니 기분도 좋았다.
에바는 대한의 위장 속으로 들어오는 음식을 빠르게 소화시켰다.
영양소로 분해하서 적재적소에 공급했다.
남은 것은 최대한 압축해서 대장으로 보냈다.
이러니 그가 아무리 먹어대도 별로 배가 부른 줄 몰랐다.
채팅 창은 대한의 먹방에 흐뭇한 미소와 놀람이 공존했다.
[만수르SUH: 역시 우리 대한이 잘 먹네.]
[간도반환: 개 잘 먹는다.]
[닥공: 오늘 실력 발휘하누.]
[우리두리: 우린 네가 지난 시절 먹방 하는 것을 봤다!]
[어벤저스: 명불허전!]
[톰과제리: 먹방의 신 재림!]
[불금고독사: ㅋㅋ 과연 먹방은 대한!]
[자주국방: 지린다. 저게 다 들어가네.]
[카리스마: 대한은 원래 먹방으로 시작했다는 거 알랑가몰라!]
[No아베: 참 맛있게도 냠냠]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대한이 과거 얼마나 폭식했었는지를 말이다.
이제는 살도 빼고, 피부도 좋아지고, 키도 커져서 멋짐이 폭발하고 있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폭식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 그가 이렇게 먹방을 하는 것은 상당히 보기 드문 경우였다.
“정말 이걸 다 먹을 거야?”
테이블 위의 음식을 폭풍 흡입하는 것을 보고 올리버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이지. 먹방 미션 괜히 받은 줄 알아?”
“이거 다 먹으면 배 안 터질까?”
“걱정하지 마! 나 이 정도로는 안 죽어.”
대한은 올리버의 말을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랍스터의 살코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이미 킹크랩은 다 먹어치운 상태였다.
그는 채팅 창을 보면서 시청자와 소통을 했다.
“국내에서 먹는 랍스터와는 맛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앞으로 뭐할 거냐고요? 글쎄요. 뭐 할까요? 댓글을 달아주시면 한번 고려해볼게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UFC 미들급 경기 하나가 가계약으로 잡혀있습니다. 계약 끝나면 나중에 공지할게요.”
“여행도 많이 다니고 싶습니다. 맛집도 자주 가도록 하겠습니다.”
“여캠이랑 합방은 안하냐고요? 그럴리가요. 당연히 할 겁니다. 지금 누구랑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축구 안할 거냐고요? 축구도 합니다.”
“유럽의 어느 리그로 갈거냐고요? 아직 여러 구단과 협상 중이라서 뭐라고 말씀을 드리기에는 좀 이른 것 같습니다. 결정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사이!
랍스터는 동이 났다.
대한은 이제 왕새우를 작살내기 시작했다.
그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찰스에게 받은 연락이 생각났다.
뜬금없이 UFC 시합이 잡혔다는 것이다.
그것도 앞으로 이주 뒤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UFC 대회의 메인 카드였다.
내일 UFC 관계자와 만나 정식으로 계약을 하기로 했다.
후르륵, 후르륵!
왕새우를 끝내고 생굴로 넘어갔다.
생굴은 위에 소스를 붓고 그냥 입에다 대고 후르륵 마셔버렸다.
생선튀김은 워낙 커서 가시를 잘 발른다음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샐러드까지 다 먹고 나자 시원하게 콜라를 마셨다.
채팅 창은 대한의 먹방에 충격을 먹은 것 같았다.
[흥해라대한: 네가 인간이냐?]
[선진국: 어떻게 그걸 다 먹냐!]
[신주쿠교수: 대한은 사람이 아니무니다.]
[흑백미녀: 먹방 대박!]
[백악관: 미쳤다. ㅈㄹㄷ]
[Nadia: Wow! Are you OK?]
[양파: 어머! 저걸 다 드시네. 괜찮을까요?]
[조각미남: 저게 가능한 거였어?]
[편의점알바: C바! 돈을 얼마나 번 거야!]
[국산품애용: 앞으로 먹는 거로 내기하지 마라! 다 털린다. ㅋㅋ]
대한은 자신의 배를 손을 쓸면서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먹방 미션을 건 시청자들이 약속대로 미션 성공 상금을 쏘기 시작한 것이다.
“형님들! 감사합니다. 누님들! 고맙습니다.”
그는 두손을 배꼽에 모으고 열심히 고개를 숙였다.
달풍선이 무섭게 터지고, 비트가 우수수 떨어졌다.
후원금 액수도 미친 듯이 올라갔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대한 TV 시청자들(구독자와 팔로워 포함)의 가공할 화력에 혀를 내밀었다.
[성격이개떡: 이놈은 전생에 무슨 나라를 구했나!]
[이야기세계사: 구독자가 전부 거부들인가 보다.]
[광화문과서초동사이: 화력 지린다.]
[마누라운동해: 구독자가 만수르, 팔로워가 게이트! ㅎㄷㄷ]
[돌싱10년: 먹방 한번으로 돈을 쓸어담네.]
[혼밥20년: 그래도 난 이걸 보면서 밥 묵었다.]
[마누라생존30년: 난 설거지 중인데.]
[국제결혼: 하노이 처가에서 삶은 닭 먹으며 보고 있다. ㅋㅋ]
[커플지옥: 부럽다. ㅋㅋ]
[트럼프누구편: 개부럽! 장래희망 대한이!]
대한은 채팅 창을 슬쩍 보고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