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11화 (110/331)

111화 <납치 사건>

“미안하다. 농장에 딸린 마을 중에 하나에서 아이가 납치를 당했어. 아무래도 가봐야 할 것 같아.”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당연히 가야지.”

“넌 어떻게 할 거야? 네 조수가 있는 오두막에 가서 쉴래?”

“아니야. 같이 갈게. 혹시 알아? 내가 도움이 될지.”

“너 좋을 대로 해.”

올리버는 대한의 의사에 가타부타 상관하지 않았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아이가 납치된 것 외에 다른 일은 들어있지 않았다.

안 그래도 납치라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던 올리버다.

대한은 대충 그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경찰에 연락하고, 추적자 트리오를 풀어! 일대를 대대적으로 수색해야 하니까 모든 마을 사람을 다 동원해서라도 도로를 봉쇄해. 이번에는 반드시 잡아야 해!”

차가 빠르게 달리고 있는데도 올리버는 여기저기 열심히 전화를 했다.

대한은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살짝 무기력함이 찾아올 때!

에바가 말을 걸었다.

―마스터!

‘왜?’

―제가 도와드릴 테니 한번 범인을 추적해보세요.

‘에바가?’

생각해보니 그에게는 에바가 있었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에바라면 뭔가 한 건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올리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 거야?”

“응, 내가 전에 말했잖아. 요새 우리 농장 일대에서 실종자가 늘어났다고. 그런데 이제는 아이까지 납치하네.”

“혹시 야생동물이 물어간 것은 아니겠지?”

“그동안 우리도 조사해볼 만큼 조사해봤어. 절대 야생동물은 아니야. 인간과는 달리 동물은 반드시 흔적이 남아.”

대한은 올리버의 단호한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옆에서 도울 테니까 힘내라!”

“네가?”

“응, 내가 도와줄게.”

“그래. 고맙다.”

올리버는 그의 말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말은 안 해도 약간은 의지가 되는 모양이었다.

부우우웅 끼익!

알란 마을에 도착하자 호세가 급히 차를 세웠다.

올리버와 대한이 문을 열고 내리자 호세가 차를 돌아 그들의 옆으로 섰다.

마을 사람들은 올리버를 보자 서둘러 달려와 그에게 인사부터 했다.

“올리버 도련님! 오셨습니까?”

“알란! 너무 걱정하지마.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찾아볼게.”

몸이 투실투실한 중년의 사내가 올리버의 말에 눈물을 글썽였다.

“경찰은?”

“오고 있답니다.”

“추적자 트리오는?”

“지금 도착해서 수색 중입니다.”

“수색대는?”

“조직해놓았습니다.”

올리버가 묻는 말에 알란 마을 촌장은 빠르게 대답했다.

아무리 눈물을 보인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한 마을의 촌장이었다.

일처리 하나는 확실했다.

“단서가 나오면 일대를 즉시 수색한다.”

“네, 도련님.”

“청년들을 무장시켜!”

“예.”

올리버의 말에 알란은 반색을 했다.

아무도 자체적으로 무장을 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웠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책임자가 와서 명령을 해주니 알란의 운신이 조금은 편해졌다.

“모두 마을 회관에 모이라고 하고 마을을 지킬 최소한의 인원만 남긴다.”

“예, 도련님.”

올리버는 빠르게 명령을 내리다가 호세를 쳐다봤다.

“다른 마을에도 연락해놨지?”

“알란 마을을 중심으로 외부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봉쇄해놓았습니다.”

“경찰에 연락해서 주변 도로도 틀어막아!”

“이미 검문검색을 강화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절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것입니다.”

호세는 눈에 살기를 띄우며 말했다.

그 싸늘한 모습에 올리버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래야지. 잡히면 사지를 자르고 몸을 불태워버릴 테다.”

올리버까지 눈에 살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대한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장비를 확인했다.

그는 전투화에 사냥복을 입고 전투 조끼를 걸쳤다.

허리에는 권총 한 자루와 정글도가 걸려있었다.

경찰이 온다고 하니 가지고 있던 소총은 일단 올리버에게 넘겼다.

사실 권총을 차고 있는 것도 불법이지만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자위 조치는 취해야 했다.

대한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발목에 단검 한 자루를 챙겨놓았다.

거기에다 주머니에는 묵직한 육포를 넣어뒀고 수통도 물을 가득 채워 허리에 걸었다.

그때 마을 청년 한 명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도련님! 추적자들이 흔적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가자!”

올리버는 두말없이 청년을 앞장세웠다.

대한과 호세가 올리버의 뒤를 이었다.

마을 청년들은 한 손에 횃불을 들고 손에 무기를 챙겼다.

마을 사람들도 각자 손에 뭔가 하나씩 들고 따라나섰다.

수백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자 그 모습은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납치된 아이를 되찾는 것이다.

“수고가 많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올리버의 말에 사냥복 차림의 물라토 사내 셋이 고개를 숙였다.

“흔적을 찾았다고?”

“네, 이쪽으로 흔적이 이어진 것을 보니 숲으로 데려간 것 같습니다.”

올리버는 고개를 돌려 어둠에 휩싸인 숲을 쳐다봤다.

“설마 이 밤에 숲을 가로지르려는 것은 아니겠지?”

“숲으로 들어가다가 강을 타고 움직이면 충분히 도망갈 수 있다고 보는 모양입니다.”

“아!”

올리버는 그제야 납치범들의 움직임이 이해가 됐다.

물론 이것도 그의 일방적인 가정일 뿐이었다.

대한은 옆에서 그들의 말을 듣다가 추적자들이 말하는 흔적을 살펴봤다.

‘흔적이라는 게 뭐야? 설마! 저 신발 자국이야?’

―신발 자국이 맞는 것 같습니다. 보십시오. 이들이 어떤 신발을 신고 있나.

에바의 설명에 그는 금세 깨달았다.

확실히 마을 밖 물가에 찍힌 발자국은 마을 사람들이 신는 신발 자국이 아니었다.

오히려 대한과 올리버가 신는 전투화나 등산화에 가까웠다.

‘전투화 같지는 않고… 등산화인가?’

―전문 사냥화입니다. 지금 패턴을 분석 중에 있습니다.

‘숲 쪽으로 흔적이 이어진 게 맞아?’

―네, 지금부터 가상의 점선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대한의 눈에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가상의 점선이 그어졌다.

그는 그 선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확실히 숲 쪽으로 이어진 게 보였다.

―패턴 분석결과 상파울루에 있는 전문 사냥화 제조회사에서 만든 제품이 틀림없습니다. 또한, 흔적을 봤을 때 최소한 범인은 세 명입니다.

‘아이를 납치한 게 사람이 분명한 모양이군.’

―그럴 가능성이 99%입니다.

에바의 설명에 대한은 이제 확신이 생겼다.

자신도 추적자들처럼 흔적을 쫓을 수 있다고 말이다.

“출발하자!”

올리버는 잠시 추적자들과 대화를 하더니 즉시 출발신호를 보냈다.

“좀 빠르게 이동해도 되겠습니다.”

“도련님, 이렇게 우르르 몰려갈 것이 아니라 추적대를 조직하는 게 좋겠습니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 뽑아.”

“네.”

호세는 마을 청년들을 불러 발이 빠르고 체력이 좋은 자들을 선발했다.

열 명이 뽑히자 그들에게 물과 육포 및 구급상자가 담긴 배낭을 각각 들게 했다.

그런 후 손에 각각 손전등을 하나씩 쥐여줬다.

“이제 출발하자.”

“네, 도련님.”

추적자 셋은 적당히 서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곤 LED 손전등을 꺼내 땅바닥에 비추며 움직였다.

그런데 그들이 움직이는 속도가 경보하는 것처럼 상당히 빨랐다.

호세가 올리버의 옆에 바짝 붙었다.

대한은 그들보다 앞서 추적자 중 가운데 사람을 따라갔다.

어차피 중앙에 있는 추적자가 메인이다.

그의 지시에 따라 혹시 모를 흔적을 발견하기 위해 양쪽 옆에 사람을 세워 찾아보는 것이다.

사삭, 사삭, 사사사삭!

수풀이 우거진 숲 속은 어두웠다.

괜히 브라질의 숲을 밀림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하늘에 이렇게 달이라도 떠 있어서 사물을 구별할 수 있었다.

10분이 지나자 점차 청년들의 호흡이 가빠졌다.

그래도 아직은 견딜 만 해 보였다.

20분이 넘어가자 다들 숨이 거칠어졌다.

그런데도 아무도 쉬었다가 가자는 사람이 없었다.

30분이 되자 호세가 올리버의 얼굴을 살피더니 추적자 셋을 멈춰 세웠다.

“트리오! 잠시 쉬었다 가자.”

“네. 호세 님.”

그들은 두말없이 걸음을 멈추고 일대를 살폈다.

“헉헉! 너 괜찮냐?”

“난 괜찮은데.”

“괴물 같은 놈!”

올리버는 대한의 태연한 얼굴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가다간 납치범을 놓치겠다.”

“그럼 어떻게 하자고?”

“추적대를 나눠서 선발대를 먼저 보내는 게 좋겠어.”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도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아닐걸! 호세와 추적자 트리오를 봐! 멀쩡하잖아.”

“음.”

그의 말에 올리버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청년 중에서 몇 명은 지금도 멀쩡해! 결단을 내리는 것이 좋아.”

“전 도련님을 지켜야 합니다.”

호세가 대한의 말에 제동을 걸었다.

“그럼 호세는 빠지면 되겠네요.”

“…….”

대한은 호세를 바로 빼버렸다.

올리버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하자. 중요한 것은 납치범을 잡는 거니까.”

“내가 도와줄게.”

“안 돼!”

“뭐가 안 돼? 네가 내 보호자도 아닌데. 나보다 체력이 좋은 사람은 아마 이 중에 없을 거야.”

“아이고 머리야.”

올리버는 대한의 단호한 말에 두 손으로 머리를 잡았다.

“호세! 대한에게 저격총 넘겨!”

“네, 도련님.”

호세는 두말없이 자신이 들고 있던 저격총을 대한에게 줬다.

아울러 자신이 들고 있었던 탄약통도 넘겼다.

올리버가 트리오를 불렀다.

“알라릭, 아리안, 아드슨!”

“네, 도련님.”

“우리가 너의 발걸음을 잡은 것 같다.”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발 빠른 청년 몇을 붙여줄 테니까 빠르게 추적해서 납치범을 잡아.”

“감사합니다.”

호세가 뒤에서 청년 셋을 데려왔다.

“이분은 우리의 손님이다. 목숨을 걸고 지켜라!”

“네, 호세 님.”

청년들은 대한의 얼굴을 확인하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없으니 바로 출발해!”

“네, 도련님.”

“대한! 제발 무리하지 말고 납치범을 발견하면 뒤에 숨어있어.”

“알았어.”

대한의 말에 올리버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가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사삭! 사사삭! 사사삭!

아까는 장난이었다는 게 증명됐다.

추적자 셋, 트리오는 정말 빠르게 숲을 가로질렀다.

그들을 뒤따르는 청년들의 움직임도 절대 뒤처지지 않았다.

대한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중앙에 선 트리오 중 둘째 아리안의 뒤에 바짝 붙었다.

그런데 이것도 몸풀기에 불과했다.

다들 잘 따라오자 트리오는 더욱 속력을 냈다.

이제는 거의 달려가는 속도였다.

청년들은 살짝 힘이 부치는지 인상을 썼다.

그러나 이마에서 땀을 흘리면서도 절대 뒤처지지 않고 잘 따라갔다.

도도도도! 도도도도!

대한도 트리오를 열심히 따라갔다.

아무리 체력이 좋은 그도 몸에서 열이 나고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하지만 조금도 속도는 줄지 않았다.

트리오는 중간에 잠시 서서 방향을 확인하고는 다시 빠르게 달려갔다.

에바도 점선을 뿌려대며 그들이 가는 방향을 조정했다.

그렇게 30분간 빠르게 숲을 주파했다.

“불빛이다!”

그때 대한의 눈에 멀리 불빛이 보였다가 사라졌다.

트리오도 발견했는지 급격히 속도를 줄였다.

그들은 서로 손으로 의견을 교환하더니 크게 원을 그렸다.

우회해서 돌아가라는 말이었다.

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트리오는 셋으로 나뉘었다.

정면과 좌우였다.

청년 셋도 그들과 짝을 지었다.

대한은 잠시 고민하다가 트리오 중 둘째인 아리안과 같이 가기로 했다.

알라릭과 아드슨이 좌우로 우회했다.

잠시 기다렸다가 아리안이 청년 한 명과 대한을 데리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마스터, 덫이 있습니다.

-고마워!

대한은 에바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아리안의 어깨를 살짝 잡았다.

아리안이 대한을 돌아보자 그는 손가락으로 덫을 가리켰다.

덫의 존재를 확인한 아리안은 대한의 어깨에 손을 대고 꽉 한번 쥐었다.

아리안은 덫을 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걸 해체하려고 했다간 소리가 날 것 같았다.

그는 나무토막을 중앙에 세워두고 우회했다.

뒤따라오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었다.

―마스터, 함정입니다.

‘이런 젠장! 고마워!’

이번에는 아리안도 함정을 발견했다.

역시 옆으로 살짝 우회했다.

―마스터, 인계철선입니다.

‘이 새끼들, 이게 진짜 함정이구나.’

대한은 급히 아리안의 어깨를 잡고 뒤로 확 잡아당겼다.

놀란 아리안이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자 대한은 앞에 있는 철선을 조심스럽게 보여줬다.

아리안은 등에 소름이 쫙 끼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