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만재능(Feat. 대한 TV)-107화 (106/331)

107화 <개인 사격장>

올리버는 대한의 옆에서 팔짱을 끼고 쳐다봤다.

그 모습에 카리스마가 쩐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한은 상당히 심기가 불편해졌다.

하지만 아마추어처럼 표정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자! 이제 올리버에게 총을 쏘는 법을 한번 배워보겠습니다.”

그는 올리버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마치 주인을 기다리던 반려견처럼, 올리버는 좋다고 쏜살같이 다가왔다.

“올리버! 총 쏘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하셨죠?”

“네, 그렇습니다.”

대한은 바로 총 쏘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올리버는 목적이 달랐다.

아주 대놓고 자신을 선전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리버 올리베이라입니다. 현재 UFC 라이트헤비급 선수입니다. 얼마 전 열린 UFC 브라질 대회에서 KO로 승리를 해서 이제 전적이 4전 4승 4KO가 됐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많은 사랑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올리버는 장래가 촉망되는 UFC의 유망주입니다. 우리 뜨거운 박수로 응원을 해줍시다.”

그렇다고 그가 올리버의 만행에 제동을 걸 수는 없었다.

오히려 대한은 올리버를 유망주라고 치켜세우고 박수까지 유도했다.

대한 TV 시청자 중 일부는 즉시 인터넷을 검색해 올리버를 찾아냈다.

[파라다이스: 유티비에서 경기하이라이트 돌려보고 있는데 정말 최고네요.]

[브라질리언왁스: 올리버는 UFC가 주목하는 유망주 맞아요.]

[태권도장: 4전 4승 4KO ㅎㄷㄷ]

[Jose: 올리버! 진짜 경기 시원하네요.]

[명품처녀: 꺄악! 브라질 미남이다.]

[신의강림: 제발! 김치녀들은 브라질로 떠나라!]

[할리데이비슨: 농장까지 있는 것을 보니 부자다. 대한의 인맥이 장난이 아니네.]

[스포츠강사: 대한아! 언제 귀국하냐? 계속 거기 살 거냐?]

[정력남AAA: 헬조선 뭣 하러 들어와! 그냥 브라질에서 놀다가 미국 가서 관광도 좀 하고 유럽으로 넘어가라!]

[개천절특사: 나 같아도 안 들어오겠다. 방송으로 돈 번 것 신나게 쓰고 돌아다녀!]

[대한바라기: 그래도 방송은 이렇게 꼭 해줬으면 좋겠다.]

시작은 올리버로 해서 끝은 대한으로 마쳤다.

그는 빠르게 채팅 창을 읽었지만, 굳이 답변은 하지 않았다.

자신의 소개를 다 한 올리버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탁자 앞에 섰다.

“권총, 소총, 산탄총, 저격총 등 총의 종류는 여러 가지지만, 오늘 저는 특별한 수렵총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수렵총이라면 헌팅 라이플(Hunting rifle)을 말하는 거죠?”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수렵을 목적으로 제작된 총입니다.”

올리버가 테이블 위에 놓인 소총을 들었다.

“이건 윈체스터 1894, 마르린 336에 이은, 미국 역사상 베스트셀러 3위의 소총입니다. 볼트 액션 소총으로는 미국 역사상 베스트셀러 1위의 소총입니다.”

“혹시 그거 레밍턴 아닌가요?”

“맞습니다. 정확한 모델명은 레밍턴 700으로 미국의 총기 제작사인 레밍턴이 만든 대표적인 수렵총이죠.”

올리버는 레밍턴 700을 장전하더니 곧바로 과녁을 향해 총을 쐈다.

탕! 탕! 탕! 탕!

네발을 쏘고는 탁자 위에 총을 내려놨다.

대한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총성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총성이 상당히 큽니다. 그만큼 위력도 있을 것 같고, 뭔가 넘치는 박력이 느껴집니다.”

채팅 창도 그가 한 말처럼 레밍턴 700이 내는 총소리에 깜짝 놀라는 분위기였다.

더구나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거라 현실감이 더해져 시청자들의 반응이 괜찮았다.

“레밍턴 700은 중량 3.06kg, 길이 1,055mm, 총열의 길이 558mm입니다. 구경은 5.56mm와 7.62mm로 두 종류가 있습니다. 탄약은 .223 레밍턴(5.56 × 45mm NATO), .308 윈체스터(7.62 mm NATO), .30-06 스프링필드를 씁니다.”

설명충이 도래했다.

대한은 시청자들이 지루하게 느껴질까 봐 중간에 자르고 들어갔다.

“올리버가 가지고 있는 레밍턴 소총은 구경이 어떻게 되죠?”

“제가 쓰고 있는 것은 구경이 7.62mm라 당연히 .308 윈체스터(7.62mm NATO) 탄을 씁니다.”

“이거 옆에서 보니까 작동방식이 볼트 액션에 회전 노리쇠를 적용했네요.”

“자동장전이 아닌 게 단점처럼 보이지만, 주로 수렵총이나 저격총으로 사용하는 거라서 큰 흠이 되지는 않습니다.”

올리버는 총알을 장전하면서 자연스럽게 레밍턴 700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설명했다.

4발을 장전한 그는 먼 거리에 있는 과녁 하나를 겨냥했다.

“이 총의 최대사거리는 800m입니다. 저 과녁까지의 거리가 딱 800m이니 한번 맞춰보겠습니다.”

탕! 탕! 탕! 탕!

올리버는 4발을 쏴서 3발을 과녁에 맞히는 기염을 토했다.

짝짝짝짝!

대한은 손뼉을 치며 칭찬을 해줬다.

그는 당장이라도 소총을 쏴보고 싶었다.

하지만 괜히 나중에 문제가 생길까 봐 방송에서는 철저히 방관자, 아니 구경꾼이 됐다.

덕분에 올리버는 레밍턴 700으로 온갖 과녁과 야생동물 철제모형을 맞추는 쇼를 벌였다.

올리버는 마치 자신이 쇼프로그램의 호스트라도 된 것처럼 즐겁게 방송을 진행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다.

대한은 달풍선과 비트, 후원금만 잘 터지면 그만이다.

에바가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수익금에 그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벌어간다고 했지.’

그렇다.

아무리 올리버가 까불어봤자 이놈은 그냥 곰에 불과했다.

시청자들이 쏴주는 달풍선이나 비트 그리고 후원금은 한 푼도 올리버에게 가지 않는다.

‘나는 왕서방이다.’

―네? 마스터! 뭐라고요?

‘아, 아냐. 아무것도.’

대한은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을 에바에게 말해버렸다.

에바는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 쉬었다 가도록 가자.’

―네, 광고를 틀도록 하겠습니다.

‘응, 부탁해!’

에바가 광고를 내보내자 대한은 즉시 올리버를 불렀다.

“올리버! 나도 한번 쏴보자!”

“카메라 껐어?”

“응, 지금 광고 방송 중이라서 괜찮아.”

대한은 올리버에게 레밍턴 700을 빼앗다시피 쥐었다.

올리버는 그 모습에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총을 쏘는 법을 가르쳐줬다.

에바를 통해 이미 소총의 구조와 작동원리 및 사격하는 법은 빠삭했다.

그래도 올리버를 통해 한 번 더 듣고 배웠다.

올리버가 영점까지 제대로 맞춰주는 것을 보고 나자 그는 총알 4발을 장전했다.

대한은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심호흡을 한 후 과녁을 노렸다.

가장 가까운 20m 과녁의 중심이었다.

“이제 내가 한 말 잘 기억하고, 쏴봐!”

“응.”

탕! 탕! 탕! 탕!

대한은 차분히 4발을 쐈다.

워낙 가까워서 그런지 모두 정확히 명중했다.

강한 반동에 어깨가 조금 밀렸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한 번 더 쏘자!”

“그래. 마음껏 쏴봐!”

올리버는 그에게 4발의 총알을 내밀었다.

대한은 다시 장전하고 이번에는 50m 과녁을 조준했다.

탕! 탕! 탕! 탕!

“올! 잘 쏘는데.”

“모두 명중했지?”

“응, 운이 좋네.”

“운?”

올리버는 대한의 실력을 그냥 운으로 치부해버렸다.

“총알 더 줘봐!”

“그래.”

그는 살짝 열이 받았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홍길동의 심정처럼.

대한은 실력을 실력으로 봐주지 않는 올리버의 만행에 분개했다.

그는 100m 과녁을 조준하고 총을 쐈다.

탕 탕 탕 탕!

올리버가 망원경을 들어 살펴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왜 말이 없어? 명중이지?”

“응.”

대한은 올리버의 놀란 모습에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때부터 그의 원맨쇼가 시작됐다.

200m, 400m, 600m, 800m!

대한은 쏘는 족족 전부 중앙에 명중시켰다.

환골탈태에 강화까지 한 신체였다.

거기에다 반사신경과 동체 시력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러니 이 정도의 사격은 일도 아니었다.

재능이 아닌 탁월한 하드웨어에 의해 강제로 끌어 올려진 명중률!

이제 대한은 사격에 묘한 매력까지 느끼기 시작했다.

―마스터! 무에타이만 흡수하지 않았어도 사격을 배우실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아니야. 사격은 언제든지 배울 수 있어. 당장 급한 것은 무에타이야. 그리고 이미 흡수한 재능이잖아. 재능을 획득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이제 다시 방송을 시작하자.’

―네, 이번 광고가 끝나면 바로 방송을 재개하겠습니다.

에바의 말을 끝으로 대한은 레밍턴 700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곧 광고 끝난다. 방송 준비해!”

“알았어.”

대한의 뛰어난 사격 솜씨에 약간 울적한 심정이 됐던 올리버!

하지만 자신이 언제 우울했었냐는 듯 금세 미소를 회복했다.

방송이 시작되자 올리버는 스트레스라도 풀려는 듯.

권총과 산탄총, 소총과 저격총 등 다양한 총을 쏴댔다.

특히 왼쪽이 아닌 오른쪽의 야생동물의 철제모형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탕 탕 탕 탕 탕 탕!

명중하면 뒤로 넘어가는 철제모형이라서 비주얼이 꽤 괜찮았다.

짝짝짝짝!

대한은 올리버의 스트레스 해소용 총기 발사가 모두 끝나자 손뼉을 쳤다.

그제야 이성을 챙긴 올리버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바라봤다.

보기만 해도 기름이 뚝뚝 흘러내릴 것 같은 느끼한 표정!

그러나 일부 여성 시청자들은 그게 또 매력적이라고 오버를 해댔다.

눈치 빠른 올리버가 물어오자 대한은 솔직히 댓글의 내용에 대해 말해줬다.

당연히 올리버는 기분이 좋아져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무하하하!”

“자! 이제 본격적으로 올리버의 농장을 침입한 멧돼지들을 잡으러 가보겠습니다.”

대한은 급히 올리버를 끌고 차로 갔다.

“이제 멧돼지 잡으러 가자.”

“알았어.”

“그런데 헬기를 타고 어떻게 멧돼지를 잡아?”

“그거야 소총이나 저격총을 써서 잡아야지.”

“그건 누가 쏘는데?”

“나와 호세가 쏠 거야. 중간에 광고방송 나가면 그때는 네가 쏴봐!”

“오케이.”

그들은 대형 SUV를 타고 헬리포트로 돌아왔다.

뒤처리는 농장의 청년들이 4X4 트럭으로 정리할 거란다.

타타타타타!

대한과 올리버, 조동혁과 호세가 헬리콥터에 탔다.

그들은 각자 한 손에 큼지막한 가방을 들고 있었다.

조동혁은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헬기 곳곳에 설치했다.

액션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쓰고 손에도 카메라를 들었다.

“먼저 전투 조끼를 입자.”

“오케이.”

대한과 조동혁은 올리버가 내민 전투 조끼를 옷 위에 걸쳤다.

“보안경을 쓰고 모두 안전띠부터 매!”

“알았어.”

올리버의 말에 대한과 조동혁이 급히 안전띠를 착용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전투 조끼의 고리에 밧줄이 달린 카라비너를 연결했다.

처음에는 왜 이러나 싶었다.

하지만 헬리콥터가 떠오르자 금세 그 이유를 알아챘다.

타타타타타!

헬리콥터는 양쪽 옆에 있는 문을 닫지 않고 하늘을 날고 있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보안경을 쓰지 않았다면 바람 때문에 눈물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올리버와 호세는 여유가 넘쳐 흘렀다.

이런 경험이 많아서인지 한쪽 문에 마주 보고 앉아 소총을 꺼내고 탄창을 결합했다.

조동혁은 그 와중에도 자기 일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올리버와 호세가 하는 행동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는 것이다.

덕분에 대한이 별말을 하지 않아도 시청자들은 눈이 즐거웠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개인 방송을 하지만 누가 헬리콥터를 타고 사냥을 하는 이런 특이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장소가 국내가 아닌 외국!

더군다나 지구 반대편에 있는 생소한 브라질이었다.

이 정도면 관심은 저절로 끌린다고 봐야 했다.

“여러분! 지금부터 19금 걸겠습니다. 야한 장면이 아니라 혹시라도 혐오스러운 장면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점 양해해주세요.”

대한이 말을 마치자 에바는 바로 개인 방송에 19금을 걸어버렸다.

그러자 일시적으로 시청자 수가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시청자 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대한! 이제 시작한다.”

“타깃은 어디에 있어.”

“저기 있잖아.”

대한은 창가로 시선을 돌려 헬리콥터가 다가가고 있는 곳을 바라봤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황소만 한 멧돼지 십여 마리가 한 무리를 이뤄 농장을 들쑤셔대고 있었다.

그는 멧돼지들의 겁 없는 행태에 놀랐다.

그렇지만 헬리콥터를 타고 다녀도 끝이 안 보이는 이 거대한 농장을 올리버가 소유하고 있다는데 더욱 놀랐다.

‘이 새끼 확실히 금수저다. 아니 최소한 재벌 3세야.’

대한이 때려 맞추듯 한 생각이 사실은 옳았다.

올리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채광기업이자 물류사업도 벌이고 있는 ‘발리(Vale)’의 대주주인 ‘가브리엘 르만’의 외동딸인 ‘아만다 르만’이 ‘루카스 올리베이라’와 결혼해서 낳은 아들이었다.

발리의 철광석 생산 규모는 세계 최대, 니켈 생산은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다.

그밖에도 망가니즈, 합금철, 구리, 보크사이트, 염화칼륨, 고령석 등을 생산한다.

‘가브리엘 르만’은 발리 외에도 통신, 전자, 곡물, 수산 등 브라질의 여러 대기업의 대주주이기도 했다.

한 마디로 올리버는 재벌 3세로 외가가 브라질의 엄청난 재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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